외딴방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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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한국 소설을 읽은 것 같습니다. 사실 그동안에도 한국소설을 아주 안 읽은 건 아닙니다만. 제 머리 속에 한국 소설은 90년대 중반, 드디어 이광수로 시작하는 한국문학전집을 벗어나 나와 함께 살아가는 작가들의 작품을 재미있게 읽기 시작하던 때, 그때의 한국소설이 한국소설인 것입니다. 그리고 그때 저는 술을 먹고 고주망태가 되는 매일매일을 보내던 발랄한 20대였습니다. 

신경숙의 첫소설집 "풍금이 있던 자리"를 읽었을 때는 몹시 행복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작가가 있구나. 신경숙의 다른 단행본을 검색했지만 그때는 첫소설집이 막 나온 무렵이었기에 다른 책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첫 장편 "깊은 슬픔"이 나왔습니다. 도서관에서 빌려다 읽었는데, 글쎄, 지금 읽는다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그때 저는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계속 읽으면서 마음 한 구석으로는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했습니다. 글쓰는 재주는 있으되 작품의 가치는 글쎄다~ 라고 생각했던 거죠. 처음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커서 다시는 읽지 않으리 신경숙, 뿌드득 이를 갈았더랬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 "외딴 방"이 나왔던 이야길 듣고 흥미가 동하고 "깊은 슬픔"이 내게 남긴 것과 같은 깊은 슬픔을 다시 느끼게 하진 않으리라 생각하면서도 지조있게 절대로 신경숙의 글을 읽지 않았더랬습니다.

해서, 실은 이 책은 책정리를 하던 선배 언니가 준 것인데 받고서도 한동안을 책장에서 굴리고 있었지요. 그리고는 나도 책정리를 할 욕심에(읽어보고 별로면 남에게 보내자는 것입니다.) 며칠전 책을 읽었습니다.

그리고는 아아 그래서 신경숙의 글이 이렇구나, 내가 싫어했던 신경숙 글의 이러저러한 점은 사실 이렇게 이해해야 하는 거구나, 이런 삶을 살아서 이러저러하구나 했습니다. 그러니까 신경숙이란 작가를 그의 글을 좀더 이해하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생각해보면 이 작품의 주인공 '나'와 이 책의 독자인 나의 삶은 너무나 다릅니다. 제가 겪은 아픔과 '나'가 겪은 아픔은 너무나 다른 것이어서 서로 사정을 모르고 같은 공간에 함께 머무른다면 아마도 반드시 둘은 서로를 싫어할 것입니다. 서로가 하는 행동의 이유,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마음의 상처를 서로 전혀 이해할 수 없으니까요.

어쨌거나 참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제가 절대 이해할 수 없고 친할 수 없는 타입의 사람, 그런 사람들이 어떻게 형성되는가, 그런 사람들은 왜 그렇게 되는가를 조금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알고보면 싫어할 이유는 없고 다 약하고도 아름답고 애틋한 사람들인거죠. (이해관계만 얽히지 않으면 누군들 안 그렇겠습니까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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