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와 드라마, 거기에 ‘조폭’ 액션영화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 역시 코믹 드라마와 공포영화가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일본의 공포영화는 몇 가지 점에서 한국영화와 차이점을 갖는데, 일본을 대표하는 톱스타들도 줄줄이 공포영화에 출연하고 있으며(최근 한국 공포영화도 인식이 바뀌면서 톱스타들이 앞 다퉈 출연하고 있지만) 음향효과와 특수효과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부각되지 않았던 시나리오가 탄탄해지면서 거액의 예산을 들인 블록버스터급부터 저예산 독립영화까지 실로 다양하게 제작되고 있다. 당연히 동 장르의 작품이 많은 만큼 관객들의 눈높이도 올라가게 돼 일본의 공포영화는 한국의 그것에 비해 참신한 소재와 재미, 그리고 공포감을 안겨줄 수 있었다.

 Quality Check

 Picture ★★★  Sound ★★★☆

Title Spec

 감독

 오치아이 마사유키

 출연

 사토 코이치, 키무라 타에

 등급

 15세 이용가

 러닝 타임

 98분

 출시사

 KD미디어

 비디오 포맷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 1.85:1

 오디오 타입

 돌비 디지털 5.1, 2.0

 언어

 일본어

 자막

 한국어

 지역 코드

 3번

이런 일본영화의 공포는 할리우드마저 마비시킨 듯하다. 대표적인 작품인 <링>, <주온>이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되기 시작한 것. 아예 할리우드판 <링 2>에서는 <링> 시리즈의 감독인 나카타 히데오가, <주온>의 할리우드 리메이크작인 <그루지>에서는 오리지널판의 감독인 시미즈 다카시가 연출을 맡았다. 작년에는 나카타 히데오 감독작인 <검은 물 밑에서>가 <다크 워터>란 이름으로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미이케 다케시 감독의 <착신아리> 역시 인터미디어와 카도카와서점의 공동제작 형식으로 리메이크 제작 중이라고 한다.

이에 고무된 일본의 명 프로듀서인 이치세 다카시게는 일본 호러의 세계 공략을 목표로 공포영화 대표 감독 여섯을 모아 ‘J 호러 시어터’를 출범시켰다. J 호러 시어터는 공포영화를 전문으로 한 영화사로, 2004년 <감염>(오치아이 마사유키)과 <예언>(츠루타 노리오), 얼마 전 국내 개봉한 <환생>(시미즈 다카시)을 선보였다.

J 호러 시어터의 첫 작품인 <감염>은 제목으로 유추할 수 있듯 바이러스에 차례로 감염되어가는 사람들을 그린 작품. 뒷부분에 큰 반전이 있어 더 이상 자세히 설명할 순 없지만 본 작품은 O-157과 조류 인플루엔자 같은 바이러스에 의해 야기되는 공포를 테마로 했다. 그 바이러스는 아무도 본 적 없는 것으로, 정체불명에 내장을 녹이고 피를 녹색으로 흘러내리게 하는 무시무시한 질병이다. 작품의 배경은 경영부실로 어려움에 처한 어느 병원. 하지만 많은 공포영화들이 그러하듯 조속히 대처해 상부에 보고하기보다는 스스로 바이러스를 파헤쳐 유명해지고 싶어 하는 인물이 등장하면서 차례차례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경제적 어려움에 봉착한 탓에 환자를 닥치는 대로 받아들이지만 의사와 스태프의 손이 부족하고 시설도 열악해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 그러던 와중에 화상환자를 수술하다 실수로 환자를 죽음에 이르게 하고(칼슘과 칼륨을 헷갈려 잘못 주사한다는 말도 안 되는 설정), 그 자리에 있던 간호사들과 의사들은 어차피 죽을 환자였다며 사건을 은폐하려고 한다. 하지만 또 다른 의사는 이것을 빌미로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를 위험을 무릅쓰고 연구하자고 하고 약점을 잡힌 의사와 간호사들은 어쩔 수 없이 녹색 액체가 흐르는 환자를 진료하다 하나둘씩 감염되어 죽게 된다. 이 병은 의식으로부터 감염된다고 말하는 의사의 말과 함께 영화는 뜻밖의 반전을 향한다.

어찌 보면 <감염>은 의사와 병원의 윤리 부재를 얘기하는 것처럼 보인다. 정신질환자 할머니를 옆에 방치한 채 서로의 비밀을 주고받는 의료진, 환자의 혈관을 제대로 짚어내지 못해 환자의 팔에 수십 번씩 주사를 놓는 간호사, 제대로 봉합을 못해 맹연습을 하지만 연습을 해도 늘지 않는 의사의 봉합 실력, 사용한 주사기를 소독해 재사용하려는 간호사의 모습 등 일본의 의료사고와 그 병폐를 공포영화에 적절히 믹스했다는 인상이다. 하지만 지나친 과장과 매너리즘의 연속으로 현실감이 결여돼 보이는 것은 못내 아쉬운 부분이다. 아무리 낡은 병원이라지만 도저히 병원 같지 않은 어둡고 음침한 세트와 항상 불이 꺼져 있는 병원, 환자와 보호자, 심지어 의사와 간호사도 거의 보이지 않는 병실과 복도의 풍경은 영화보다는 연극에 가깝다는 느낌. 스타급 배우들이 다수 출연하지만 안타까운 시나리오가 배우들의 연기를 가리는 듯한 인상을 감상 내내 지울 수 없다.

일본에서의 평가도 그리 높지 않은 <감염>은 국내에서도 별 재미를 못 본 탓인지 DVD 패키지에 흥행 성적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한 장으로 발매된 DVD에는 약 30분 분량의 메이킹 영상과 2004년 7월 28일 제국호텔에서 가진 제작 발표 기자회견을 담은 5분 30초가량의 영상, 4분 40초 분량의 미상영 신과 예고편만이 서플먼트로 수록돼 있다. 오치아이 감독의 차분한 해설을 통해 영화 전반을 이해할 수 있는 메이킹 영상은 감독이 갖고 있는 공포영화에 관한 생각들을 엿볼 수 있어 흥미롭다. 감독은 지나치게 리얼리티를 강조하다 보면 (관객들이) 사건현상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을 갖게 돼 이야기를 보기 전에 눈을 돌리게 되고, 특수분장이 나오는 장면에서 눈을 돌리게 되기에 ‘저건 어딘가 인형 같은데’, ‘저건 특수분장 같은 걸’ 하는 식으로 관객에게 도망칠 길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고 해명(?)한다.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 1.85:1로 발매된 영상은 채도가 약간 빠진 듯한 영상으로 화려하지 않은 소프트함이 특징이다. 디지털 노이즈는 거의 눈에 띄지 않고 필름라이크한 질감이 강조되지만 선예도가 낮아 최근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작품에 길들여진 이들에게는 다소 흐릿한 영상이라는 인상을 줄 듯싶다. 돌비 디지털 5.1(448kbps)채널과 2.0(192kbps)채널로 수록된 사운드는 영상과 달리 전체적으로 음 분리가 잘 돼 있다. 게다가 시기적절하게 서브우퍼를 울려주어 영화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켜준다. 프런트 스피커를 적극 활용한 대사 출력도 돋보이는 대목으로 센터 스피커에 의지하지 않아 이동음과 공간감이 보다 확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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