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띄엄띄엄 구색 갖추기 식으로 만들어져 오던 공포영화가 올해 들어서는 한국영화의 주요 흥행 장르로 완전히 정착한 느낌이다. 10여 년 전만 해도 장르로서 그다지 눈길을 끌지 못했던 공포 영화는, 1998년 여름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여고괴담>의 빅 히트와 때마침 할리우드(<스크림>)와 일본(<링>) 등지에서 일기 시작한 공포영화 붐의 국내 유입을 계기로 상업적 가능성을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2000년대 들어 꾸준히 작품이 발표되던 한국 공포영화는 2003년 <장화, 홍련>이 흥행과 비평 양면에서 전례 없는 성공을 거둠으로써 한국영화의 주요 장르로 인정받게 되었으며, <장화, 홍련> 자체도 이후 한국 공포영화의 제작 경향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작품으로 손꼽힌다.

 Quality Check

 Picture ★★★  Sound ★★★

Title Spec

 감독

 안상훈

 출연

 송윤아, 이동욱, 이종수

 등급

 15세 이용가

 러닝 타임

 97분

 출시사

 엔터원

 비디오 포맷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 1.85:1

 오디오 타입

 DTS, 돌비 디지털 5.1

 언어

 한국어

 자막

 한국어, 영어

 지역 코드

 3번

올해만 해도 <아랑>, <아파트>, <스승의 은혜>, <신데렐라> 등이 한 여름 스크린에 으스스한 한기를 불어넣었고, 극장과 TV를 동시에 공략한 <어느 날 갑자기> 시리즈나 케이블 TV의 독자 콘텐츠로 기획된 <코마> 등의 참신한 시도가 어우러져 공포 영화 팬들은 다양한 작품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아쉽게도 모든 작품이 경쟁에서 살아남지는 못했고 전반적인 평가도 고르지 못했지만, 적어도 관객 입장에서 올해는 외형적으로나마 제법 풍성했던 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안상훈 감독의 장편 데뷔작 <아랑>은 올 여름 가장 먼저 관객을 만났던 공포영화로 전국 관객 100만 명 이상을 동원, 흥행 면에서 비교적 좋은 결과를 보여준 바 있다. 2004년 작 <페이스> 이후 다시 한 번 공포 장르에 도전한 송윤아와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신예 이동욱이 투톱으로 나섰으며, 경남 밀양에 전해지는 ‘아랑 설화’를 바탕으로 형사 스릴러와 귀신 원한극을 접목한 신선함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완성된 작품은 우리나라 고유의 설화에서 모티브를 가져왔음에도 불구하고 ‘사다코’나 ‘가야코’로 대표되는 일본식 귀신의 비주얼을 별 다른 고민 없이 보여주는 패착을 저질렀고, 반전의 내용과 범인을 금방 알 수 있는 각본의 허술함은 중반 이후 극의 구성을 무너뜨려 결과적으로 작품성 면에서는 지금까지 실패작으로 분류된 한국 공포영화와 그리 다를 것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 공포영화의 비약적 발전을 위해서는 장르의 특성을 체화시킨 연출가와 각본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는 사실을 재차 확인시켜준 작품이라고 하겠다.

DVD로 안방극장에서 다시 만나는 <아랑>은 2장의 디스크로 이루어졌다. 첫 번째 디스크에는 본편과 음성해설만을 담고 나머지 부록은 두 번째 디스크에서 볼 수 있는, 최근 타이틀 출시 경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구성이다. 1.85:1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 영상은 어두운 장면이 빈번하게 등장하는 공포영화답게 지극히 제한된 조명의 활용과 DI의 결과 암부 표현력이 다소 떨어지는 것이 단점. 밝은 장면에서도 콘트라스트가 강한 경향을 보여주고 있으며 색감도 전반적으로 창백한 톤으로 조정되어 있다. 화질을 극대화하기 위한 영상이라기보다는 작품의 특성에 맞춘 의도적인 영상이라고 할 수 있다.

사운드 포맷은 DTS와 돌비 디지털 5.1을 수록했는데 대사와 효과음, 음악의 밸런스가 양호해 어느 하나 다른 요소에 묻히거나 하지 않고 또렷하게 잘 들린다. 극 중 귀신의 위치나 쇼크 장면의 강도에 따라 서라운드 스피커를 울려주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적극적인 활용이 아니었다는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부록 가운데 첫 번째 디스크에 수록된 음성해설은 송윤아가 처음으로 참여한 것으로 팬들이라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초반에는 ‘전문적인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말을 아끼지만 해설이 진행되면서 감독과 프로듀서, 이동욱과 함께 촬영 당시의 에피소드를 유머러스하게 전달한다.

두 번째 디스크의 메이킹 필름은 연기와 연출, 분장, 미술 중심으로 만만찮은 정보량과 참여자들의 성의 있는 인터뷰가 돋보이는 만족스러운 내용이다. 이외에는 뮤직비디오, 포스터 촬영 영상, 시사회 기록 영상 등 여타 한국영화 타이틀의 평균적인 부록이 담겨 있으며, 드물게 조명부원 등 헤드 스탭 밑에서 묵묵히 일하는 기타 스탭을 소개한 영상이 들어 있어 이채롭다. 마지막으로 안상훈 감독이 영상원 재학 시절 만든 단편영화 <Pass Over>를 통해 내러티브를 시각적으로 영민하게 재구성하는 감독의 재능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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