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Gbps vs. HDD의 속도

 이전의 기사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3Gbps라는 속도는 사실 개인 사용자들에게 '큰' 이득을 주기는 매우 어렵다. 그도 그럴 것이 현행의 SATA만 하더라도 기존의 100MB/s, 133MB/s의 대역폭을 갖는 PATA에 비해서 거의 속도 향상이 없었는데, 과연 그 대역폭이 3Gbps로 늘어난다고 한들 사용자의 체감 속도가 얼마나 빨라지겠는가라는 의심을 갖게 된다.

 HDD가 낼 수 있는 속도는 현행의 인터페이스가 갖는 속도에 비해 매우 느리다. HDD의 플래터에서 데이터를 읽어와서 이를 처리하여 내보내는 속도는 아무리 빨라도 70MB/s 정도, 최고 가격의 최고 성능이라는 15,000RPM SCSI HDD라 하더라도 겨우 100MB/s에 도달해 있다. 따라서 하나의 채널 안에서 여러 대의 HDD를 사용하지 않는 한 3Gbps에 달하는 SATA-II의 전송률을 '모두' 쓰기는 매우 힘들다.

 그렇다면, 그러한 높은 대역폭이 '완전히 무효'인 것일까?

 불행 중 다행으로, HDD의 데이터 전송에는 '연속 데이터 전송'만 있는 것이 아니라 '버스트(burst) 데이터 전송'이 있다. 이것은 그 말 그대로 '폭발적으로' 데이터를 전송하게 되는데, '폭발'이라는 것이 순간적인 것이듯이, 버스트 데이터 전송도 순간적으로만 일어난다.

 HDD에도 '메모리'가 장착되어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자.

버퍼메모리

 윗 사진은 시게이트 바라쿠다 7200.8 400GB 제품에 장착되어 있는 8MB SDRAM의 모습이다. 이 메모리는 16bit의 버스 폭을 가지고 있으며 6ns의 접근 시간으로 최대 133MHz로 동작한다. 따라서 컨트롤러에서 이 메모리를 최대 동작 클럭으로 사용하고 있다면 버퍼 메모리는 최대 266MB/s의 데이터 전송 속도를 내 줄 수 있다. 버스트 전송이라는 것은, 바로 이 버퍼 메모리로부터 바로 데이터가 빠져나올 때 발휘할 수 있는 속도를 의미한다.

 위의 일러스트에서 볼 수 있듯이, 버스트 전송시에는 플래터가 개입되지 않고 바로 메모리로부터 데이터가 빠져 나온다. 데이터 전송이 이렇게만 이루어진다면 300MB/s라는 SATA-II의 높은 데이터 전송 대역폭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는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버퍼 메모리의 용량은 그다지 크지 않다. SATA 제품군의 경우 8MB가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16MB의 버퍼 메모리가 이제서야 적용되기 시작하였다. 8MB나 16MB의 용량이라는 것은 순간적으로 사라지며, 버스트 전송이 일어날 수 있는 시간도 극히 짧다.

 그렇다고 버퍼 메모리가 '이론적'인 속도인 266MB/s를 다 발휘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컨트롤러에서의 데이터 처리 속도라던가 메모리의 구조 등으로 인하여 실제 버스트 전송시의 속도는 그 80% 이하를 밑돈다.

 즉, 300MB/s라는 높은 대역폭으로 인한 이득은 분명히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것이 드러나는 시간이 워낙 짧은 탓에 사용자들이 이를 인식할 정도가 되지는 않는 것이다.

 SATA-II에서 대폭적인 성능의 향상을 기대하고 있던 사용자들에게는 대단히 유감스럽게도, 1개의 HDD를 1개의 채널에 물릴 경우에 SATA-II HDD가 SATA-I에 비해서 얻을 수 있는 성능상의 이득은 사실상 이것이 전부이다. 물론 NCQ가 도입되었다는 등의 특징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미 SATA-I에서부터 그러한 것들은 부분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하였고, SATA-II만의 기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포트 멀티플라이어를 사용할 일이 극히 드문 일반 사용자들에게 있어서 SATA-II가 큰 의미를 가지기 어렵다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버스트 전송시의 성능 이득은 분명히 있지만, 버스트 전송에서의 성능 향상이 사용자의 체감 속도나 전체적인 성능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물론 버퍼의 용량이 증가한다면 버스트 전송의 영향도 그만큼 증가하겠지만, 이 역시 눈에 띌 정도는 아니다.

 필자는, SATA-II가 '쓸데없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독자분들이 이해해 주셨으면 한다. 이전에 SATA가 출시될 때, 인터페이스 속도의 향상분 때문에 그만큼의 성능 향상을 기대했지만, 정작 성능 향상이 없는 HDD 때문에 많은 실망을 겪었다는 이야기는 결코 드문 이야기가 아니다. 필자는 SATA-II에서도 그와 마찬가지의 기대와 실망이 생길 것을 우려할 뿐이다.

출처 : 케이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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