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세대 DVD 전쟁의 신호탄

차세대 DVD 포맷을 두고 HD-DVD와 블루레이 두 진영간의 경쟁이 한창인 가운데, HD-DVD의 수장인 도시바에서 지난 3월 최초의 양산 모델 HD-XA1(이하 XA1)을 선보였다. 대표 시장인 일본과 북미에서는 이 제품을 필두로 블루레이 기반의 하드웨어들도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으니, 바야흐로 컨슈머를 향한 본격적인 주도권 경쟁의 새로운 라운드가 시작된 셈이다.

이에 약간은 늦은 감(?)이 있지만 지난 주 이 미래형 기기를 보다 직접 테스트해 볼 수 있었다. 실제로 판매되는 제품을 이리저리 만져보니 박람회에서 프로토타입의 샘플 영상을 그저 바라보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모터쇼 무대 위의 자동차가 실제 도로 위를 달리는 모습, 그것을 보았을 때의 감흥이랄까. 약간은 희석된 기억을 떠올리며 XA1에 대한 리뷰를 시작하고자 한다.

 

 제품명

 HD-XA1

 제조사

 도시바

 재생 가능 미디어

 CD, CD-R, CD-RW, DVD, DVD-R, DVD-RW, DVD-RAM, HD-DVD, HD DVD-R 외

 접속 단자

 HDMI 출력 1계통, 색차 컴포넌트 출력 1계통, 콤퍼짓 영상 출력 1계통, S 영상 출력 1계통, 디지털 음성 출력 2계통(동축, 광), 아날로그 음성 출력 2계통(5.1, 2채널) 외

 비디오 D/A 컨버터

 216MHz/11bit

 오디오 D/A 컨버터

 192kHz/24bit

 크기(WHD)

 441×109×340mm

 가격

 799달러

 리뷰 협찬

 에이브이플라자(avplaza.co.kr)  02)3472-3955~6

 

2.첨단 스타일의 우수한 디자인

HTPC를 연상케 하는 XA1의 외형은 플레이어치곤 비교적 크고 육중하다(사실 이 제품은 PC 기반이다). 블랙과 실버로 위아래를 나눈 외관에 맞춰 내부 역시 듀얼 구조의 이단 설계로 안정성을 높였다. 조작 버튼이 거의 노출되지 않은 심플한 구성. 상단 블랙 패널의 중앙에는 상태 표시창이 자리하며, HD-DVD의 음각 로고가 큼직하게 새겨진 메탈 소재의 하단부는 조작 버튼의 덮개 역할을 한다. 버튼 조작으로 자동 개폐되는 호화로운 설계.

▲ 덮개는 버튼 조작을 통해 자동으로 개폐된다.

덮개가 열리면 중앙의 트레이를 중심으로 좌측에는 정체불명(?)의 USB 단자, 우측에는 기본적인 재생관련 버튼이 보인다. 전체적으로 고급기의 풍미를 갖추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엿보이지만, PC용 드라이브와 별 차이 없는 트레이부는 상대적으로 매우 빈약해 보인다.

▲ 호화로운 외부 설계와 달리 트레이는 적잖이 빈약해 보인다.

뒷면의 단자부에는 색차 컴포넌트와 HDMI 외에 아날로그 5.1채널 및 광/동축 음성 출력 단자가 달려 있으며, 펌웨어 업그레이드 등을 위한 이더넷 단자도 마련되어 있다. 큼직한 방열팬이 무엇보다 도드라지지만 다행히도 동작시의 소음은 크지 않았다. 테스트용 기기가 국내판이 아닌 만큼 정식으로 수입될 경우 단자부의 구성에 약간의 변화가 있을 듯하다.

▲ 단자부 구성은 비교적 충실한 편.

리모컨 역시 본체와 동일한 투톤 스타일로 마감되었다. AV 기기에서 리모컨의 버튼부와 케이스가 메탈 소재로 마감된 경우는 매우 드물다. 촉감이나 사용의 편의성을 떠나 비용상의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플레이어의 리모컨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백라이트까지 제공하는데, 이는 모션 감지 센서에 의해 자동으로 점멸되는 새로운 방식이다. 다소 크고 무거운데다 배터리 사용시간도 짧겠지만 하이엔드급 제품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고급스러운 구성임에는 분명하다.

▲ 리모컨은 모션 감지 센서에 의해 자동으로 점멸되는 백라이트까지 갖추는 등 상당히 고급스럽게 제작됐다.

본체의 조작 버튼이 전무한 만큼 모든 설정은 리모컨과 화면의 OSD를 통해 이루어진다. 셋업 메뉴를 살펴보니 기존의 DVD 플레이어와 별반 차이가 없다. 영상과 음성에 대한 기본 설정과 OSD의 언어 설정 외에 이더넷 메뉴를 통한 인터넷 설정, 그밖에 스킨과 스크린 세이버 등을 선택할 수 있는 정도다. 다채로운 설정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지만 차세대 기기에 걸맞는 수준이라 보기에는 다소 힘든 것이 사실이다.

▲ 셋업 메뉴는 세 가지의 각기 다른 스킨을 선택할 수 있는 등 나름대로 신경 쓴 흔적이 보이지만 차세대 기기의 그것이라 보기에는 조금 아쉬운 수준.

 

3.실로 괄목할 만한 화질 향상

화질에 관해 언급하기 전에 눈에 띄게 달라진 점 하나를 먼저 짚어보자. 타이틀에 따라 디자인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변화된 부분이 바로 메뉴의 스타일이다. 기존 DVD와 달리 초기 메뉴 화면을 거치지 않고 본편으로 바로 넘어간다. 본편이 진행되는 중간에 메뉴 버튼을 눌러도 영상은 바뀌거나 정지되지 않으며 하단이나 좌측 부분을 통해 독립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메뉴 화면이 등장한다. 메뉴 선택과 영화 시청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것이다. 메뉴의 등장과 사라짐이 역동적으로 연출되는 것은 물론, 썸네일을 통해 장면 선택이나 스페셜 피처 메뉴에서 스크린 샷을 미리 볼 수도 있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본편 영상에 대한 재생과 일시정지, 빨리 돌리기 등의 독립적 조정은 가능하다. 출시사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진보된 인터페이스인 만큼 차세대 포맷의 전형적인 메뉴 형태로 자리잡을 듯하다.

▲ 영화 감상 도중 메뉴 화면을 바로 띄울 수 있다는 것이 차세대 DVD의 특징.

테스트에 사용된 것은 <라스트 사무라이>와 <오페라의 유령>, 그리고 <세레니티>. 앞서의 두 개는 이 분야에서 비교적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는 워너의 출시작으로 초기 제품으로서는 비교적 높은 완성도의 화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타이틀이다. 참고로 XA1은 하위 호환성이 있어 일반 DVD의 재생도 가능하다. 아직은 코드프리가 불가능해 다양한 타이틀을 테스트해 볼 수는 없었지만(HD-DVD의 경우 아직까지는 지역코드의 제한 없이 출시되고 있는 상태), 전반적인 화질은 특별히 빼어나거나 빠지지 않는 중급기의 수준이라 여겨진다.

▲ <라스트 사무라이>

업스케일링이 가능하지만 컴포넌트 연결 시에는 복제 방지용 락이 걸려 있는 타이틀은 480p로만 재생된다. 돌비 디지털 플러스와 돌비 트루HD, DTS-HD 등 새로운 사운드 포맷의 테스트 역시 현재로서는 다소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전용 리시버의 출시 이전인 데다 아날로그 다이렉트 연결을 통해 플레이어의 내장 디코더를 이용할 경우에도 광/동축을 통해 다운 믹싱된 음질과의 두드러진 차이를 느끼기가 힘들다. 따라서 본격적인 HDMI 규격의 버전업 적용과 차세대 오디오 포맷에 걸맞는 전용 리시버의 출현 이전까지 무손실 음원의 진수를 만끽하는 것은 미뤄질 수밖에 없겠다. 여기에 차세대 포맷의 화두가 현재로서는 화질에 있는 만큼 출시사나 제조사 모두 아직은 사운드 쪽에 큰 비중을 두고 있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 <오페라의 유령>

그럼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HD-DVD의 화질에 대해 얘기해 보자. 무엇보다 눈에 띄는 변화는 해상도의 향상으로 인한 세부 묘사의 극명함이다. <라스트 사무라이>와 <오페라의 유령>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다채로운 의상과 소품이 등장한다는 것. 이 경우 디테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앞서의 타이틀을 통해 그 동안 볼 수 없었던 자잘한 문양들의 굴곡과 음영을 발견해내며 색다른 즐거움과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이어폰으로는 불가능했던 미세한 소리들을 헤드폰을 통해 듣게되었을 때의 그것과도 유사하다. 소재에 따라 달라지는 질감의 특성을 보다 사실적으로 재현할 수 있는 것 또한 해상도 향상의 빼놓을 수 없는 성과.

▲ <라스트 사무라이>

선예도와 윤곽선의 변화 또한 쉽게 감지된다. 특히 텍스트나 타이틀 로고에서는 그 차이를 절감할 수 있다. 선예도와 양립하기 힘들었던 소프트함이 확보되면서 부드러우면서도 칼처럼 정세한 영상도 가능해졌다. 스케일링 변환을 거치지 않음으로써 전반적인 아티팩트 역시 눈에 띄게 감소해 매우 말끔한 영상을 보여준다. 해상도의 증가 효과를 구사하기 위해 샤프니스를 강조할 필요가 없어져 선명한 윤곽선에도 불구, 링잉 현상도 크게 감소했다. 색감의 깊이와 충실도가 더욱 높아져 전체적으로 꽉 들어찬 느낌이다. 업체 측에 의하면 이는 단순히 해상도의 증가에 따른 결과가 아니라 블랙을 비롯한 색상 구현 체계가 기존과 다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워낙 미세한 부분이지만 디스플레이 장비의 성능과는 별개로 블랙에 대한 자체 표현력 또한 향상된 느낌을 전해 받을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새츄레이션이 높게 설정돼있는 데다 농담의 차이가 커지면서 콘트라스트가 보다 강조된 느낌으로, 영상의 임팩트가 상당하다. 하지만 이 때문에 소스에 따라 암부의 계조가 묻히는 현상도 볼 수 있는데, 물론 이것은 디스플레이 장비와 연관된 문제이기도 하다.

▲ <오페라의 유령>

참고로 매칭기는 소니의 VPL-VW100(이하 VW100)으로 여기엔 기존의 투과형 LCD를 반사형으로 개선한 SXRD 패널이 사용되었다. 최신의 DLP에 필적할 만큼 높은 콘트라스트와 1,080p까지 지원되는 고화질이 돋보이는 제품. 영사기를 비롯, 대형 투사 장비에도 두루 쓰이는 제논 램프를 장착한 탓에 영상의 색조가 극장의 그것을 고스란히 따르고 있다. 이밖에 XA1과 VW100의 조합이 필름라이크한 화질에 좀 더 가까울 수 있는 것은 이른바 풀 HD 라고 하는 1,920×1,080의 해상도가 대개의 영화 촬영에 사용되는 35mm 필름의 환산치(고해상도의 원본이 아닌 극장용 프린트 기준)와 유사하다는 것도 무관하지 않다. 물론 원천이 되는 필름의 규격 또한 더욱 발전해 가겠지만 적어도 현재의 필름 소스에 준하는 느낌과 해상도 그대로를 HD-DVD를 통해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도의 디지털라이즈 시스템 속에서 오히려 아날로그적 영상의 감흥이 짙게 풍겨오는 것은 아마도 이 때문인 것 같다. 각각을 따로 시청한다면 효과가 덜하겠지만 DVD와 동시 비교가 가능하면 디테일과 색감이 향상된 HD-DVD를 통해 마치 희뿌연 장막이 한 꺼풀 벗겨진 듯한 느낌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차이의 크기는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이미 완숙기에 오른 DVD와 걸음마를 시작한 새내기와의 화질 비교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수준이라 평하고 싶다.

 

4.그럼에도 아쉬운 점은 있으니…

런칭 타이틀에 해당하는 앞서의 소스들은 사실 균등한 화질을 보여주지 못했다. 세 개를 놓고 보아도 이 정도라면 출시사와 원천 소스에 따른 화질 편차는 더욱 크리라 예상된다. HD 트랜스퍼의 상향 평준화가 이루어질 때까지는 좋은 화질을 선별하기 위해 더욱 고심해야 할지도 모른다. 한편 암부의 표현은 해상도의 향상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이 테스팅을 통해서도 드러났다. 디테일의 향상으로 일부 개선되었지만 어두운 부분에서 계조가 묻히는 것은 여전하며, 그라데이션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장면에서는 컨투어링 현상 또한 눈에 띈다. 더불어 타이틀 로고와 자막의 표현이 매우 깔끔하고 윤곽선도 뚜렷하지만 영상이 움직일 때는 순간적으로 경계면이 지글거리거나 계단 현상도 나타난다. 물론 모든 부분이 디스플레이 장비와도 연관이 있지만 매칭기가 VW100임을 감안하면 적어도 당분간은 어떤 기기를 통한다 해도 같은 문제를 겪게될 가능성이 높다.

▲ 매우 또렷하게 표현되는 워너 브라더스의 로고.

정지된, 혹은 단색 위주의 화면과 달리 움직임이 급격해 정보량 또한 유동적으로 변화되는 장면에서는 주사선에 따라 전체 영상 또한 요동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 점에서는 특히 1,080p에 대한 아쉬움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초기 타이틀 로고나 경고 문구 등에서의 놀라움이 영화 본편에서는 다소 떨어지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출시사에서 유독 그 부분의 영상에만 특히 신경을 쓴 게 아니라면) 해상도에 따른 기본 정보량의 증가는 이것을 안정적으로 컨트롤하기 위한 기술적 확보를 필연적으로 요구하는데 초기 제품으로서 아직은 미숙함이 엿보인다. 타이틀 자체도 1,080p로 인코딩되어 있는 데다 프로젝터도 이를 지원하는데 유독 플레이어가 이를 지원하지 않으니 아쉬움은 더욱 커진다. 포맷간의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한 채 전체 일정마저 지연된 상황에서 1,080p를 위한 HDMI 규격 문제의 확정 여부와 상관없이 시장 선점을 위한 제품을 서둘러 내놓다 보니 부작용 또한 피할 수 없었을까?

     ▲ FBI 경고문구의 자막 역시 상당히 깔끔하다.

i/p 변환 여부를 떠나 미숙한 동작 성능에서도 그 점은 확연히 드러난다. 초기구동과 입력신호 체크, 디스크 로딩에 소요되는 시간이 지나치게 길다. 리모컨에 반응하는 본체의 속도 역시 떨어지며 수광 범위도 매우 좁다. 성질 급한 사람이라면 그야말로 속 터질만한 일이다. 처녀작으로서 이 정도는 애교로 봐줄 수도 있겠지만 새로운 형태의 메뉴를 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버그는 상당히 치명적이다. 메뉴와 영상을 동시에 컨트롤하는 경우 특정 장면에서 간혹 멈칫하거나 아예 영상이 정지해 버리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워너에서 출시된 두 개의 타이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문제점으로 이것만으로는 기기 자체의 결함인지, 해당 출시사 타이틀과의 충돌 문제인지는 명확히 알 수 없다. 더욱 난감한 것은 타이틀을 다시 재생하면 해결되는 게 아니라 아예 본체의 전원을 껐다 켜야만 문제가 해결된다는 점이다(PC가 다운되는 현상과 유사하다).

▲ 재생과 메뉴를 동시에 컨트롤할 경우 이따금씩 기기가 정지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에 앞서의 문제점을 개선한 새로운 펌웨어가 발표되었다는 점이지만(테스트 기기는 펌웨어 업그레이드가 되지 않은 상태) 어찌됐든 펌웨어를 손쉽게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PC 기반의 구조는 상대적으로 크고 무거운 덩치와 리눅스 등의 OS 구동을 위해 소요되는 시간, 여기에 골치 아픈 다운 현상까지 동시에 짊어져야 하기에 보다 심플한 형태의 AV 가전을 원하는 유저라면 손사래를 칠지도 모른다.

 

 

5.첫 스타트치고는 비교적 긍정적인 결과

정리하고 보니 장점보다는 단점을 너무 부각시킨 것 같다. 제작사측에 괜스레 미안해지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XA1을 긍정적인 시각에서 바라봐야 할 이유는 이것이 최초의 제품이라는 간단한 이유 때문이다. 가야할 길이 먼 만큼 발전의 여지 또한 너무나 크다. 초창기 DVD 시절의 열악했던 제품들을 떠올려보자. 차세대 포맷 역시 마찬가지다. 화질은 더욱 발전될 것이며, 1,080p를 지원하는 기기가 출시되면 더욱 안정된 영상을 구사하게 될 것이다. XA1은 그것들의 베이스가 될만한 제품이다. <라스트 사무라이>와 <오페라의 유령> 정도 화질이라면 대단히 양호한 시작이다. 하지만 소프트웨어적 측면에서는 타이틀간 화질 차이가 우선적으로 극복되어야 한다. 함께 테스트한 <세레니티>의 경우 잘 만들어진 DVD보다 약간 나은 수준의 화질을 보였다. 이 정도로는 차세대라는 타이틀을 달기가 부족하다.

▲ <세레니티>

1,080p를 지원하며 기계적 완성도를 좀 더 끌어올린 가전 제품 성격의 후속기가 출시된다면 HD-DVD에 대해 보다 확실한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XA1에 대한 선택은 다소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미래형 제품을 남보다 앞서 소유할 수 있다는 것은 거부하기 힘든 유혹이자 큰 기쁨이지만 베타 테스터를 자처해야 하는 희생을 필요로 한다. 만약 그것을 감수할 수 있다면 이 제품을 선택한다 해도 크게 후회하지는 않을 것이다. 작동상의 버그는 펌웨어를 통해 수정될 것이며, HD-DVD 타이틀의 수는 올해를 기점으로 급격히 늘어갈 것이다. DVD와 큰 차이 없는 가격 또한 매력적인 데다 이것조차 더욱 떨어질 것은 분명하다. 적어도 처음 DVD를 시작하던 때보다는 여러모로 상황이 좋다. 구입 후 금새 떨어진 가격과 더 저렴한 가격에 출시된 새로운 제품에 배 아파하겠지만, 어찌됐든 남들 보다 한발 앞서 고화질의 호사를 누리는 뿌듯함과 기쁨 또한 무시할 수 없지 않겠는가.

 

 

6.차세대를 위한 인식과 행동의 변화 필요

초기 출시된 블루레이 플레이어와 타이틀에 대한 실망의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더불어 HD-DVD와의 화질 우열에 대한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되고 있는 가운데, 베일 속 미지의 포맷에 대한 보다 현실적인 평가도 이제 막 시작되었다. 초기 제품으로만 따진다면 HD-DVD의 우세가 아니냐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이는 성급한 판단일 수밖에 없다. 플레이어 자체에 의한 것이든, 채택된 코덱과 포맷에 의한 것이든 혹은 타이틀에 의한 것이든 이제 막 첫 걸음을 내딘 것뿐이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싸움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게다가 큰 변수로 작용할 콘솔형 게임기 분야가 아직 개막 이전인 만큼 섣부른 판단은 더더욱 내리기 힘들다.

미국과 일본 등에 비해 약간은 암울하기까지 한 국내 시장을 돌아보자. 차세대 포맷이 현재의 DVD 시장을 완전히 대체하기 위해선 아마도 4~5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HD-DVD를 비롯한 차세대 포맷의 정착에 필요한 시간과 성패는 정품 소장의 문화가 취약한 국내 시장의 특수성이 무엇보다 큰 변수이자 걸림돌이다. 더욱 향상된 복사 방지 기술과 규약이 포함되겠지만 언제나 그렇듯 만연한 복제물의 파고를 헤쳐나가는 일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한편 DVD 보급의 답보가 오히려 VHS에서 차세대 DVD로 직행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HD급 평판형 TV가 그 어느 나라 보다 급속히 보급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모든 소스에 대한 HD급으로의 수렴은 의외의 전기를 맞이할 수도 있는 것이다. 대중화가 반드시 단계적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그 시대에 가장 적합하고 우월한 것이 다수의 선택을 받을 뿐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기업과 소비자는 물론 정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좋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 대중화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것은 단지 널리 알려질 수 있는 기본 전제에 불과하다. 그런 점에서 현재의 국내 DVD 시장은 너나할 것 없는 무관심과 만연한 복제/다운로드 문화 그리고 이에 대한 무사안일식 규제와 빈약한 지원이 어떤 결과를 낳게 되는가를 여실히 보여준, 아프지만 좋은 교훈이다. 이런 전철을 되밟는다면 차세대 DVD의 미래 역시 결코 장담할 수 없게된다. 다음 세대를 위해 인식과 행동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무엇보다도 그 점이 중요하다.

글 / 황준호(AV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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