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병은 죽지 않고, 또 쉽게 사라지지도 않는다?’

 ‘황제’ 임요환, ‘폭풍’ 홍진호, ‘몽상가’ 강민. 이름만으로도 스타크래프트리그(스타리그) 올드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드는 ‘올드보이’들이 시즌 초반 부터 완벽한 부활의 노래를 부르며 e스포츠 무대의 중심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수 많은 명경기를 연출하며 e스포츠 중흥을 이끌었던 그들이지만, 오랫 동안 슬럼프에 빠지며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팬들의 우려를 샀던게 사실. 하지만 산전, 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은 베테랑들이 최근 전성기를 능가하는 실력을 뽐내고 있다. 올드보이 3인방 모두 스토브리그를 마치고 시작한 양대 개인리그에서 패기로 가득 찬 신예들의 예기를 꺽으며 ‘부활의 합창’을 노래하고 있다.

# 양대 리그서 무패 행진

맏형격인 ‘테란의 황제’ 임요환의 상승세는 그야말로 무서울 정도다.

‘신한은행 스타리그’에서 쾌속의 3연승으로 일찌감치 16강행을 결정짓더니 ‘프링글스 MSL’에서도 2연승 가도를 달리며 가장 먼저 8강에 안착했다. 스타리그 팬들의 초미 관심사인 골든 마우스 경쟁에도 파란불이 켜졌다. 제자이면서 동시에 최강 라이벌인 ‘괴물’ 최연성이 16강행이 좌절된 데다 ‘투신’ 박성준도 탈락위기에 봉착하는 등 포스가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한동안 부진의 늪에서 허덕였던 ‘폭풍저그’ 홍진호도 특유의 폭풍 러시가 되살아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홍진호는 지난 ‘신한은행 스타리그’ 조지명식에서 CJ의 변형태, SK텔레콤 T1의 전상욱 등 막강테란들이 즐비한 죽음의 F조에 속해 팬들의 우려를 샀지만, 리그 시작과 함께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며 파죽의 3연승을 기록, 16강행에 진출했다. 그는 “성적이 좋아져서 다행”이라며 “이번 시즌을 통해 그동안의 부진을 깨끗히 씻어내 팬들 앞에 당당히 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온게임넷 방송에서 1년 6개월, MSL에서 거의 1년 동안 자취를 감춰 팬들의 안타까움을 샀던 ‘몽상가’ 강민 역시 강력한 포스를 뿜어내며 재기에 성공했다 . ‘신한은행 스타리그’에서 3연승을 기록하며 16강에 진출했고 MSL에서도 조 1위로 8강행 티켓을 확보한 상태. 강민의 변화에 대해 전문가들은 진정한 완성형 프로토스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항상 해오던 대로 해왔을 뿐”이라며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 초심으로 돌아가 새 출발

이처럼 전성기 못지 않은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화려한 부활을 알린 그들에게도 그간 말 못할 고충이 있었다. 장기간의 슬럼프로 자신감을 잃기도 했고, 각종 커뮤니티에 ‘올드보이의 시대는 끝났다’는 평가들로 가슴앓이를 해야 했다. 하지만 이보다 더 고통스러웠던 부분은 ‘성적부진’ 그 자체였단다. 강민은 “프로선수에게 성적부진은 곧 스트레스”라며 그간의 고충을 털어놨다. 홍진호도 “좋지 않은 성적 자체가 가장 힘든 점이었다”며 “혹시나 팬들에게 잊혀지는 것 아닌가”하는 맘고생이 심했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3인방은 현재 스스로 많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각종 대회에서 우승하며 맹위를 떨치던 과거의 영광은 잊었다. 새롭게 거듭나기 위해 초심으로 돌아가 자율 시간까지 반납하며 연습에 몰두, 전성기의 기량을 되찾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팀 자체의 변화도 이들의 부활에 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 장시간의 느슨했던 훈련을 지양하고 새로운 훈련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는 것. 특히 홍진호와 강민의 소속팀인 KTF 매직엔스는 숙소와 연습실을 분리한 것은 물론 철저한 실적제를 도입, 팀내 건전한 경쟁 의식과 긴장감을 조성해 선수들 스스로 더욱 노력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고 있다.

올드보이 3인방은 이러한 변화를 바탕으로 2006년 프로리그와 개인리그 두마리 토끼를 잡아 보이겠다고 벼르고 있다. 강민은 “프로리그 우승은 물론 올해 안에 개인리그서 두번 정도 우승하는 것이 목표”라는 포부를 밝혔다. 홍진호도 “개인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이어가는 것은 물론 프로리그에서도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 新 낭만주의 시대 연다

3인방은 자신들을 ‘올드보이’ 또는 ‘노장’이라고 불리는데 익숙했고 그에 대해 만족감을 표시했다. 프로게이머로서의 풍부한 경험을 인정해주는 호칭이라는 해석이다. 자신들이 e스포츠의 흥행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임요환은 “프로게이머로서 단 한가지 소망이 있다면 30대 이후에도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는 것이다. 경력이 많아 노장이라 불릴지 몰라도 선수로서는 아직 팬들에게 보여주지 못한 것이 더 많은 신예”라며 “앞으로 꾸준히 노력하는 모습으로 올드팬들의 향수를 달래주겠다”는 의지를 감추지 않았다 .

프로게임머들 사이에선 이들 3인방이 최고의 기량을 보이며 활약하던 2000년대초반을 e스포츠의 ‘낭만주의 시대’라고 부른다. 당시의 수 많은 명경기에 향수를 느끼기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화려하게 컴백한 지금은 신 낭만주의 시대라 할 수 있다. 2006년 올드보이 3인방이 많은 신예들의 거센 도전을 물리치며 ‘신 낭만주의 시대’를 활짝 열어갈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개인리그 성적이 좋은데 소감은.

▲기분 좋은 일이다. 하지만 프로리그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어 마음이 편하지 않다. 심지어 팀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줬다는 죄책감마저 든다.

-기복이 그리 크지 않은데 비결은.

▲자기관리에 철저한 편이다. 특별하게 할 일이 없다면 사적인 시간까지도 연습에 쓰는 편이다.

-향후계획은.

▲가까운 소망은 현재의 페이스를 유지해 팬들이 바라는 골든마우스를 타는 것이다. 프로게이머로서의 최종 목표는 30대에도 프로게이머로서 활약하는 것이며 은퇴 후에도 e스포츠 발전에 일조할 수 있었으면 한다.

-팬들에게 한마디.

▲프로게이머로서의 임요환이 존재하는 것은 팬 여러분 덕분이다. 앞으로도 꾸준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