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양장) - 유년의 기억 소설로 그린 자화상 1
박완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제목이 재밌다. 처음 이 이름을 들었을 때 먼가 생소한 느낌이었고 그 시간이 어느덧 많이 흘렀다. 처음 접했을 때가 바로 MBC 느낌표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라는 코너에서 였으니 참으로 많은 세월이 흘렀다. 책도 그 때 읽어보았으나 세월 탓인지 관심 탓인지 기억조차도 안났다. 다만 주인공이 아카시아에 질색하면서 싱아를 찾았더라는 내용만을 기억하고 있을 뿐이었다. 사실 당시는 이 책을 그렇게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지도 않다. 그저 그런 자화상같은 느낌의 책이라는 느낌이고 그저 그런 옛 이야기를 늘어 놓는 다는 그런 생각 밖에 들지 않았었던 것 같다. 이 서재 어딘가에도 그 당시의 리뷰가 있을 테지만 썩 좋게 평가가 되어있을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고 나서 연초에 故박완서 님의 타계 소식을 들었다. 그 때 예전에 읽었던 책이 생각이 났고 왠지 모르게 그립더란 것이다. 사실 대부분 그런 식이다. 갑자기 예전에 읽었던 책이 그 당시 시대상과 맞물려 가끔씩 그리워지곤 한다. 여기서 책에 대한 잠깐의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책이란 것이 꼭 그 시대에 읽는 다고 그 내용이 전부가 아니란 사실이다. 무슨말인가 하면 같은 책이라도 10대에 읽는 것과 20대, 30대에 읽는 것이 다르다는 말이다. 이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으나 이런 것은 좀 굵직한 책들... 예를 들면 삼국지나 열국지 같은 이런 종류의 책에만 한정해 왔는데 얼마전에 <카산드라의 거울>을 읽다가 갑자기 그 안에서 파피용에 관한 내용이 튀어나와서 몇 년전에 읽은 파피용을 팔았던 것을 다시 재구매해서 읽었다던지 이번에 타계소식으로 갑자기 10년가까이 지난 책이 다시 읽고 싶어진다던지 하는 것이 그것인듯 싶다. 게다가 단순히 다시 읽고 싶다는 마음 뿐이 아니라 다시 읽으면서 받아들이는 것 또한 당시와는 다름을 현저히 느끼게 된다. 그냥 이슈성과 자의성의 차이일까 아니면 세월의 힘일까..그것은 아직까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이슈성이라하면 당시 시대상처럼 예능프로그램에서 이슈가 되서 그냥 한번 끄적 읽어본 것과 시간이 지나면서 스스로 읽고 싶어저 읽은 자의성의 차이를 말하는 것이다. 이것도 완전 없다고는 하지 못할듯하다. 그냥 유행따라가는 느낌과 내가 좋아서 하는 것하고는 분명차이가 있을테니까. 그렇다고 세월의 힘 또한 무시는 못할듯 하다.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깨닫기 때문이다. 그 당시는 그저 사건의 흐름만이 눈에 들어왔으나 이번에는 주인공의 심적상황과 그 시대상까지 눈에 들어오는 등이 그 예이다. 특히나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추억의 소중함을 한번 되새겨 보게 되었다는 것도 그런 것일듯 하다. 이 책을 처음 읽었던 당시는 추억이란 그저 쓰잘데기 없는... 미래로 화끈하게 전진하려면 지워야하는 것들 정도로만 여겼던 것 같다. 그래서 과거 물건들을 상당수 팔아버렸다. 특히나 가전제품의 경우에는 사야할 제품이 나오면 예전 제품은 중고로 팔아버리고 자금을 보태서 새제품을 구매하는 등의 짓을 해왔고, 상당히 현명한 짓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만큼 부담없이 생활할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특히 모바일폰 같은 것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겠다. 물론 지금 생각해도 현명한 짓을 했다고는 생각하는데 세월이 지나다 보니까 왠지 추억의 무게가 압박되다 보니까 괜히 추억을 팔아버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책들도 마찮가지다. 위에서 말한바처럼 굵직한 책들을 제외하고는 한번 읽고 나면 쓸모 없다고 생각하여 알라딘에 상당수 팔아왔다. 그냥 헐값이라도 정리한다는 차원에서 그냥 마구 팔아왔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이 후회가 된다. 같은 책을 지금 사는 것하고는 다른 그 추억이 뭍어난다는 느낌은 좀더 미묘한 것 같다. 손때와 세월이 묻어서 어느덧 문득 책을 펼쳤더니 그당시의 상황의 타임머신으로 나를 데려가는 그런 것. 바로 그런 것이 새로 산다고 해도 그느낌이 안나니까 말이다. 아무튼 이 책을 읽다가 보니까 왠지 이런 저런 추억에 관한 생각을 새로 해보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조금 덜 현명해 진 것일까.. 아니면 좀 더 중요한 것을 알게 된 것일까. 예전 생각처럼 과거따윈 미래로 폭풍전진하기 위한 걸림돌일까...아니면 과거를 보면서 미래를 전진하는 것이 답일지는 확실히 모르나 조금 세월의 밥을 먹고 나니까 후자쪽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물질적인 것은 조금 부담을 갖지만 감성적인 부분에는 좀더 나은 선택같다고나 할까...  

 아무튼 이 책을 읽으면서 주인공이 추억을 하는 것을 보니 왠지 추억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아마 이것도 처음 읽었을 때와는 많이 다른 양상을 보이는 듯하다. 그저 생각없이 이야기의 흐름만 관심을 갖던 때와 다르게 이야기 하나하나 주인공의 심리하나하나에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주인공의 심리상태를 보면 개성에서 살던 때를 많이 그리워하는 것 같은데 공감이 간다. 근심걱정 없던 어린시절이 얼마나 즐거웠겠는가는 사실 나이많은 어른들이 아니라도 공감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심지어 대학생들도 초등학생때 즐거웠던 것을 추억할테니 말이다. 그리고 주인공도 실제로 가장 무난했던 시절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상경하고 나서 부터 왠지 모르게 주인공의 모습에서 발랄함이 사라져 버린 것을 왠지 느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어린시절을 회상할때는 그 모습에서 왠지 모를 행복감이랄까 환희랄까... 그런 발랄함이 묻어있는데 상경하고나서 부터는 읽어가는데 왠지 우울한 느낌이 자꾸 들게 되었다. 그렇다고 주인공이 그렇게 불우한 생활을 한 것 같지는 않았다. 오히려 남들에 비하면 무난하게 자랐다는 느낌까지 들정도였다. 지금의 시점으로 보면 평범한 생활처럼 보이나 당시의 시대상으로 보았을 때는 가난하면서도 고단한 시대에 비해서 외적으로는 큰 불행이 없이 살아왔던 듯하다. 아마도 오라버니의 덕이 컸던 듯 싶다. 전쟁때 고난을 제외하고는 사실 고난 같은 고난은 별로 없던 느낌이다. 하지만 외적으로는 그런데 내적으로는 개성에서 살때를 제외하고는 유쾌한 느낌을 한번도 느끼지 못하였다. 그것이 인생이고 삶인가 싶은 생각이 든다. 점점 하나씩 잃어가는 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인가..... 

  그래도 한번 읽었던 책이라 그런지 읽을때마다 어렴풋이 기억은 났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내용보다는 오히려 그 외적인 것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당시 시대를 살아온 인물은 어떤 생각을 하였을까...부터 개인적인 생각까지. 갑자기 읽어보고 싶었던 것도 어쩌면 요즘 추억이란 것에 대해서 새롭게 조명을 하게 되서 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다른 것은 몰라도 제목의 싱아가 의미하는 것이 추억이라고 예전 부터 생각해 왔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책이란 것은 꾸준히 읽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때 그때 책에서 얻는 바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 책도 언젠가 더욱 더 세월의 먼지가 쌓이고 나서 읽어 봤을때 또다른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왜 그때는 이걸 몰랐을까...이런 것을 삶의 끝까지 느끼게 되는 것이 책인듯하다.  

 

 책은 디자인도 그러하고 질감도 그렇고 상당히 좋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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