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흥미진진한 모험담이며 또한 모든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교훈이 담긴 이야기인 것이다. (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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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 머나먼 나라,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이야기이다. 이름은 들어보았을 넬슨 만델라 대통령의 이야기이다. 그런데 아니다. 럭비 월드컵이라니, 축구 월드컵도 아닌 고작! - 우리에겐! - 럭비 월드컵이라니. 우승한다고 뭐가 달라지랴. 하지만 책을 펼치고 빨려 들어가듯 만나는 모든 이야기의 초점은 그날, 1995년의 결승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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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흥미진진한 모험담이며' '교훈이' 듬뿍 '담긴 이야기' 이다. 그리고 난 이야기의 끝에 이르러 오랜만에 울컥! 한다. 나의 대통령, 우리 대통령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오랜세월을 감옥에서 지냈음에도 피부색과 정치성향을 모두 아우르는데 성공한 이 이야기를 보며, 제기랄, 눈물이 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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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인 영향력 때문이었겠지만 남아공의 백인! 정부 구성원들은 감옥에 복역 중인 만델라를 결코 무시하거나 쓸데없게 다루지 않는다. 흑인들의 지도자다운 대우를 해주고 비밀리에 만나고 사회복귀를 준비시키고 그리고 '평화적인' 정권이양까지 이뤄낸다. 그 모든 과정에 마지막까지는 가지 않으려는 한 나라 안 두 집단의 양보와 이해가 있다. 문득 요즘 우리 현실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모든 것을 국민의 손으로 돌려주려던 우리 대통령은 너무도 힘없이 스러져 갔고 뒤를 이은 정치는 남은 모른고. 자기밖에, 자기 편밖에 모르는 정치라니. 이건 정치가 아니라 폭력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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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여론과 반대를 무릅쓰고도 척척 진행되는 수많은 일들을 보라. 한때 아이들이 먹는 웨하스나 만들어 대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 시중에 진열된 웨하스의 뒷면을 보면 제조국이 남아프리카 공화국이다. 그 멀리서 날라온 과자라니 ~ - 그들의 정치력 혹은 서로에 대한 존중은 그토록 기본이 잘되어 있단 말인지, 읽는 내내 부럽고 씁쓸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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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그 열쇠는 '기본적인 존중'이었다. 그는 적을 짓밟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망신을 주려 하지 않았다. 똑같이 되갚으려고 하지도 않았다. 가식없이 인간적으로 그들을 존중해주고 그들도 자신을 그렇게 존중해 주길 바랄 뿐이었다. (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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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서라. 말아라. 이 감동의 드라마에서 모자라는 우리 정치 이야기는 그만하자. 이 드라마는 그날, 그 결승전의 찬란한 장면으로 달려간다. 그리고 폭발하는 이야기, 남아공 스포츠의 승리가 한 나라, 두 핏줄 모두의 승리가 되는 장면, 곧 영화로 개봉될 그 장면을 미리 그려본다. 가슴이 벅차오른다. 너무 지나친 표현일까? 아니다. 이 이야기는 실화에 바탕을 둔 스포츠와 정치를 아우른 한 사람, 한 나라의 행복한 승리 이야기이다. 우리에게도 그와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2002년 월드컵 때 모든 국민이 느끼던 그 감정, 남아공의 이들에게는 흑백의 갈등까지 풀어내는 촉매제가 된 그날의 승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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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는 지금, 그들의 속사정을 모른다. 그 이후 얼마나 달라지고 얼마나 차별이 줄고, 얼마나 서로를 믿고 하나가 되었는지, 경제적으로 잘 먹고 잘 사는 나라가 되었는지 말이다. 하지만 이것 하나는 확신한다. 그날을 기어코 만들어낸 넬슨 만델라 대통령과 그 나라 국민 모두는 그렇지 않았으면 전쟁까지 이르렀을 서로에 대한 나쁜 감정들을 엄청나게 풀고 이해했음을 믿는다. 이것이 정치다. 우리가 애타게 목말라하며 그리워하는 우리 모두를 위한 그 정치이다. 아직 너무도 멀어보이지만 우리에게도 그런 일을 이뤄낼 역량은 어딘가 숨어 있으리라. 그러니 우리는 그날을 바라며 오늘도 서로 쉼없는 담금질을 해야만 하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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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색 유니폼을 입은 만델라는 거기서 크고 환하게 미소지으며, 모자를 높이 들어 흔들고 또 흔들었다. 행복해 보였다. 한없이 행복한 얼굴로 그는 웃고 또 웃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우리가 그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3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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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2. 16. 깊은 밤, 또 그립습니다. 나의 대통령, 우리의 대통령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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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풀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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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6-02-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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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옮겨 둡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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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국민 모두가 자유로워지지 않는 한, 나는 어떠한 약속도 할 수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우리 국민의 자유와 내 자유는 따로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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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지금 일어나는 상황에 개입할 힘은 실질적으로 없는 반면, 남아공의 미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잠재력은 거대하다는 것을 알았기에 그는 이 게임을 계속했다. (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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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델라가 감옥에서 배운 게 하나 있다면 언제나 장기적인 관점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다시 말하면 현재 밀려드는 공포에 휘둘리지 말고 저 멀리 있는 목표에 시선을 확실히 고정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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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저지방 식단, 꾸준한 운동, 바닷가의 신선한 공기, 충분한 수면, 규칙적인 생활, 사실상 스트레스가 거의 없는 감옥 생활은 만델라에게 그 나름의 보상을 안겨주었다. 만델라의 주치의들은 다사다난한 그의 76년 인생을 지켜본 이들이 생각하는 그것을 확인해 주었다. 76세인 만델라의 몸은 건강한 50세 남자의 몸이었다. (2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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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좋은 일들이 정말 좋은 게 뭔 줄 아나? 그 일이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거라네." (37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