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라일락 꿈꾸는돌 7
캐럴린 마이어 지음, 곽명단 옮김 / 돌베개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Ⅰ.
 "우리가 속한 것은 이곳이고 우린 여기서 계속 살아갈 권리가 있다고 분명하게 밝히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 식 저항이다. 아프리카로 가겠다는 생각일랑 버려라. 우리 보금자리는 여기다. 바로 이 집, 이 땅." (52)
Ⅱ.
 이사를 해 본 사람은 안다. 한 해에 두어 번, 살아오며 열 몇 번 이사를, 어쩔 수 없이 다녀 본 사람은 안다. 깨닫게 된다. 떠다니는 삶이란 게 얼마나 피곤하고 쓸쓸한 것인지…. 비록 내 집이 아니어도 지금 사는 곳에서 쫓겨나지 않고 몇 해고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고 꿈꿔보지 않은 이가 또 어디 있으랴. 
 자라면서 적지 않은 이사를 했다. 집이 없으니 전세로 전세에서 달세로. 비록 쫓겨났다는 표현은 아닐지라도 더 살고 싶은 집을 떠나 낯선 곳으로 간다는 건 모험도 도전도 아닌 단지 서글픔이었다. 결혼하고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야 정착하게 된 지금의 집. 이 집 하나만으로도 얼마나 많은 안정을 얻을 수 있었던가? 오가며 버리고 잊어버린 지난 추억과 기억 속 많은 잃어버린 물품 때문이 아니라 그저 한 곳에서 살고 싶다는 소박한 꿈이 이뤄지는 일이 이다지도 힘든 것인지에 좌절하곤 하였다.
 서른 넘어 마련한 안식처에서 처음 한 일이 욕실의 샤워기를 틀어놓고 밑에서 한껏 물 맞는 일이었다. 살아오며 집에서는 처음 해보는 경험이었다. 그리고 거실에 클 大 자로 누워 낮잠을 잤었다. 잊을 수 없는 '첫 경험'이었다. 비록 경제적인 부분은 차지하고라도 이제는 옮겨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나를, 가족들을 무척이나 흥분되고 행복하게 하였던 것이리라.
Ⅲ.
 1920년대, 노예 해방은 이뤄졌지만, 아직 엄연히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이 공공연히 행해지던 미국, 텍사스 주의, 한 마을 이야기가 이제는 대통령도 유색인이 된 그들의 나라를 바라보는 나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궁금하였다. 집을 떠난다는 사실, 쫓겨난다는 아픔이야 당연한 거고 또 무엇이 나를 이야기 속의 로즈 리를 따라 걸음을 옮기게 한 것일까?
 하지만 이야기는 전개되는 참담했던 그날들에 비하여 따듯하다. 주인공 로즈 리가 들려주고 보여주는 삶의 모습들은 가난하지만, 오손도손 모여서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이었고 내겐 낯설지 않은 지난날의 추억이기도 했다. 그 당시 차별과 저항 그리고 탄압과 투쟁의 이야기가 언뜻 등장하긴 하지만 분명 로즈 리의 눈은 그네들의 삶에 집중되고 있었고 덕분에(?) 난 이 책을 슬픈 현실에 대한 따듯한 이야기로 만나볼 수 있었다. 

 아마도, 다른 모든 일이 그러하듯이 이제 개선이 되고 바뀐 현실에서 돌아보는 과거는 비록 힘들었을지라도 쉽게 용납되고 받아들여지는 부분이 있었으리라. 하여 로즈 리가 그려낸 라일락 피던 정원과 삶은 힘겨워도 잘 견뎌낸 자랑스러운! 이야기가 되었으리라.

 

 "네 할아버진 아주 끈질겼어. '라일라, 내가 그대 환상을 보았다오.'라는 정말 터무니없는 말을 자꾸 늘어놓았지. 그런데 왠지 그 말이 믿겼어. 그러고는 어느 날 보니까 내가 결혼했더구나." (234)
 '끈질겼어'라는 말이 찐하게 인쇄되어 있음은 편집상의 실수라기보다는 원작에서 지은이가 강조한 부분을 그대로 옮겨온 것이 아닐는지. 그래, 희망은 '끈질기게' 붙들고 놓지 않는 이들에게는 반드시 오는 법이지. 그리고 '우리가 맞을 준비가 되어 있든 아니든 봄은 어김없이 왔다'(263)는 사실, 잊지 않으며 책장을 덮는다.
2013. 4. 30. 일찍 만난 이야기지만 가슴 속에서 자꾸만 일렁이던….
들풀처럼
*2013-011-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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