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가, 욕망을 거세한 조선을 비웃다
임용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역사인물에 대한 이야기는 어떤 형식으로 만나도 늘 신선하고 반갑다. 옛이야기를 우리가 지금처럼 다 알지 못한다는 기본 담벼락이 그 시대와 우리 사이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고맙게 책 속으로 들어가 그분들을 만나곤 한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천제란 사물을 보고 사고하는 능력이 한 세대를 앞서가는 사람을 말한다. (36)
 총명하지만 지나친 비범함 때문에 대인관계가 힘들고, 한없이 고독을 타는 (43)
 박제가는 옳고 그른 것을 따질 줄만 알지 남을 배려하는 심성이 부족했다. (48)
 그리고 그 동안 어렴풋이 알고 있다고 착각하던 나의 지식이 얼마나 얄팍한 것인지를 깨닫곤 이내 부끄러워진다. 이번에 만난 초정 박제가의 이야기도 그러하다. 위에 옮겨놓은 몇 구절만으로도 박제가의 됨됨이가 느껴지지 않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남겨놓은 학문적 업적의 크기도 과소평가되어 있음도 처음 알았다. 도대체 얼마나 더 익히고 배워야 하는걸까?
 이른바 천재라는 인물의 삶치고 평범한 삶이 어디 있었으랴만 그 시대 속에서 '서얼'이라는 신분의 특수성으로 빚어진 모든 자람과 배움, 그리고 펼침의 시간들이 어느 한순간 그를, 그를 비롯한 그 시대의 천재들을 더 자라나게 할 수 있었으랴. 하물며 우리가 기억하는 세종 이후 그나마 가장! 민주적이었던 정조 시대였음에도 그러함에 이 책을 펼치며 만난 첫구절에 급!좌절하였던 것이다. 나는.
 "벼슬도 못하고 가난도 이겨낼 수 없고, 초가집도 살 수 없다면 우리는 이 땅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살라는 말입니까?" (29)
 이 문장 하나로 이 책에 전개되는 이야기들을 요약할 수 있다면 지나친 말일까? 하지만 그들도 그 시대의 청춘들에게도 그들 나름의 삶의 방법이  있었고 그들 역시 벗들과 술과 이야기 속에 여물어 갔음을 알게되어 반갑고 또 기뻤다.백탑파로 알려진 많은 벗들과의 교우 및 삶도 좋았지만 그 절정을 지난 뒤의 이야기가 내겐 더 와닿았다. 

 이따금 서로 만나 비록 별 탈 없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기는 해도, 풍류는 지난날만 못하고 낯빛도 예전 같지 않다. 그제야 비로소 벗과 노는 것도 때가 있어서 한때임을 알게 되었다.  《장유각집》,<백탁청연집 서문>27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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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은 흐르고 사람들은 자란다. 그때 그(분)들도 그리하였고 지금의 우리들도 그러하다. 그래서 이처럼 맛나고 알찬 이야기를 만나는 밤은 즐겁고 기쁜 것이다. 그리고 또  <북학의>를 통하여 우리가 배워야 할 박제가의 세계관이 단순히 외국선진문물을 배워야 한다는 선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배울 것을 찾고, 나를 변화시키는 통찰과 분석의 태도와 방법에 대한 깨달음'(6)임을 지은이의 자세한 설명을 통하여 배우게 됨도 좋다. 
 초정 박제가의 삶과 학문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는 삼가련다. 직접 만나보시기를…. 한사람의 삶과 시대의 흐름에 관한 구체적이고 실감나는 사례들을 통하여 인간 박제가의 면모를 깨닫게 됨도 좋았지만 그 흐름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진행형임을 짚어주는 지은이의 눈높이도 맘에 든다. 책 뒤에 충실히 붙어있는 각'주(註)''찾아보기'도 정석대로다. 그리하여 지은이의 말처럼 우리의 불행은….
 박제가의 진정한 불행은 그의 외침이 이 사회에서는 아직까지도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이 아닐까. (307)
2013.  1. 13. 밤, 저는 믿습니다. 우리가... 
 세상을 단번에 바꿀 수는 없어도 얼마나 많은 일을 하고, 할 수 있는지 (79)
들풀처럼
*2013-003-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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