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인물에 대한 이야기는 어떤 형식으로 만나도 늘 신선하고 반갑다. 옛이야기를 우리가 지금처럼 다 알지 못한다는 기본 담벼락이 그 시대와 우리 사이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고맙게 책 속으로 들어가 그분들을 만나곤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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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천제란 사물을 보고 사고하는 능력이 한 세대를 앞서가는 사람을 말한다. (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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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명하지만 지나친 비범함 때문에 대인관계가 힘들고, 한없이 고독을 타는 (43) |
박제가는 옳고 그른 것을 따질 줄만 알지 남을 배려하는 심성이 부족했다. (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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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동안 어렴풋이 알고 있다고 착각하던 나의 지식이 얼마나 얄팍한 것인지를 깨닫곤 이내 부끄러워진다. 이번에 만난 초정 박제가의 이야기도 그러하다. 위에 옮겨놓은 몇 구절만으로도 박제가의 됨됨이가 느껴지지 않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남겨놓은 학문적 업적의 크기도 과소평가되어 있음도 처음 알았다. 도대체 얼마나 더 익히고 배워야 하는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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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천재라는 인물의 삶치고 평범한 삶이 어디 있었으랴만 그 시대 속에서 '서얼'이라는 신분의 특수성으로 빚어진 모든 자람과 배움, 그리고 펼침의 시간들이 어느 한순간 그를, 그를 비롯한 그 시대의 천재들을 더 자라나게 할 수 있었으랴. 하물며 우리가 기억하는 세종 이후 그나마 가장! 민주적이었던 정조 시대였음에도 그러함에 이 책을 펼치며 만난 첫구절에 급!좌절하였던 것이다. 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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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슬도 못하고 가난도 이겨낼 수 없고, 초가집도 살 수 없다면 우리는 이 땅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살라는 말입니까?" (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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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 하나로 이 책에 전개되는 이야기들을 요약할 수 있다면 지나친 말일까? 하지만 그들도 그 시대의 청춘들에게도 그들 나름의 삶의 방법이 있었고 그들 역시 벗들과 술과 이야기 속에 여물어 갔음을 알게되어 반갑고 또 기뻤다.백탑파로 알려진 많은 벗들과의 교우 및 삶도 좋았지만 그 절정을 지난 뒤의 이야기가 내겐 더 와닿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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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서로 만나 비록 별 탈 없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기는 해도, 풍류는 지난날만 못하고 낯빛도 예전 같지 않다. 그제야 비로소 벗과 노는 것도 때가 있어서 한때임을 알게 되었다. 《장유각집》,<백탁청연집 서문>27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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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흐르고 사람들은 자란다. 그때 그(분)들도 그리하였고 지금의 우리들도 그러하다. 그래서 이처럼 맛나고 알찬 이야기를 만나는 밤은 즐겁고 기쁜 것이다. 그리고 또 <북학의>를 통하여 우리가 배워야 할 박제가의 세계관이 단순히 외국선진문물을 배워야 한다는 선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배울 것을 찾고, 나를 변화시키는 통찰과 분석의 태도와 방법에 대한 깨달음'(6)임을 지은이의 자세한 설명을 통하여 배우게 됨도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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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정 박제가의 삶과 학문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는 삼가련다. 직접 만나보시기를…. 한사람의 삶과 시대의 흐름에 관한 구체적이고 실감나는 사례들을 통하여 인간 박제가의 면모를 깨닫게 됨도 좋았지만 그 흐름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진행형임을 짚어주는 지은이의 눈높이도 맘에 든다. 책 뒤에 충실히 붙어있는 각'주(註)'와 '찾아보기'도 정석대로다. 그리하여 지은이의 말처럼 우리의 불행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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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가의 진정한 불행은 그의 외침이 이 사회에서는 아직까지도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이 아닐까. (3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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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 13. 밤, 저는 믿습니다. 우리가... |
세상을 단번에 바꿀 수는 없어도 얼마나 많은 일을 하고, 할 수 있는지 (7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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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풀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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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03-0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