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 - 출간 15주년 기념 개정증보판
로버트 풀검 지음, 최정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출간 15주년 기념 개정 증보판>으로 2003년 발간된 책이 다시 복간되었다. 지난해 말에, 그리고 이제야 나는 이 책을 만난다. 정확히 말하자면 1988년 원서 출간 이후 20년 하고도 두 해가 더해진다. 문득 생각한다. 1988년, 거리를 내달리던 젊은이였을 때, 이 책을 만났더라면 나는 뭐라 하였을까?  혹, 그때 만나보았는데 잊어버린 건 아닐까? 아마도 난 이렇게 한마디로 딱 잘라 말하였으리라. "뭐, 뻔한 이야기네." 
 
 하지만, 나 역시 스물둘에 스물둘을 더한 나이를 막 넘어선 2010년, 오늘 만나는 이야기들은 새롭지는 않아도 신선하고 상투적이지만 감동적이다. 어렵지도 않고 쉽게, 재미있게 읽히는 에세이의 모범답안이다. 게다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간결하고 분명하다. 흠잡기 힘든 이야기이자 책이다. 
 
 나이가 들수록 내 생각이 사실은 '생각의 세계'라는 슈퍼마켓 선반에서 골라온 것들을 합친 것에 지나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6)
 
 예순 다섯 살이 되어 15년 전 썼던 글에 자신의 이력을 더하는 지은이의 삶은 놀랍고 또 부럽다. 그리고 지은이의 말에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책을 읽으며 밑줄을 치고 옮겨적다가 지친다. 평범하고 소박한 이야기인데 왜 이리 재미있고 가슴에 쏙쏙 들어오는지….
 
 그것은 아마도 진실의 힘이리라. 단순한 상상력과 추론의 산물이 아니라 실제 경험을 가득 담은 이야기, 주변에서 만나고 보아온 모든 것에 대한 애정들을 적절히 조절하며 들려주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은이 역시 그 이야기 속의 주인공이자, 모범처럼 살고 있으니 우리는 부담없이 따라가며 때론 웃고 때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버펄로 술집"(186~189)의 꼭지는 이 책을 통틀어 한 편을 뽑는다면 권해 드릴 이야기이다. 내용은 역시 간단하다. 여러 사람이 토요일 밤에 모여 어울려 마시고 시끌벅적한 술집에 누가 봐도 엄청나게 못생긴 인디언이 와서 술 한잔 마시다가 음악이 나오자 여인에게 춤을 청하고,… 놀랍도록 멋진 춤을 선사하자 사람들은 환호성과 함께 침묵에 빠져 있는데….  이윽고 인디언이 한마디 한다.
 
 "아니, 뭘 기다리고 있어요? 춤을 춥시다."  (189)
 
 그날 밤, 그 술집에 있던 모든 사람 - 밴드와 사람들, 목사인 지은이도! - 이, 모든 곳 - 테이블 사이, 무대 뒤, 화장실, 당구대 주위 등- 에서 신명나게 춤을 추었다는 이야기, 그동안에는 아무도 죽지 않았다는 삶의 이야기가 앉아있던 나마저 들썩이게 한다.
 
 이 책에는 이런 이야기들, 지은이가 직접 경험한 소소한 이야기들이 넘쳐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삶의 명징한 규칙들이 솟아난다. 유치원에서 다 배웠을 법한 그런 이야기들 말이다.
 
 지금 우리는 유치원에서 배운 것을 제대로 실천하지 않았기 때문에 처절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바로 자신이 어지럽힌 것은 자신이 치우고, 사용한 물건은 제자리에 갖다놓고, 제 것이 아닌 물건은 가져가지 말라는 가르침을 잊었기 때문이다. (23)
 
 다른 각도에서 보면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 보인다. (35)
 
 이미 "안 돼!"하고 말한 상황에서 물러서기는 참으로 어렵다. 하지만 마음을 바꾸는 일은 잘못이 아니다.  (42)
 
 그리하여 우리는 배우고 또 배워야 한다. 유치원에서 다 배웠다고 착각하지 마시라. 제대로 살아가지 않는 삶은 제대로 배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생각이 아니라 행동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우리는 배운다. 제대로 행동하기 위하여.
 
 "네가 뭘 믿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것은 네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야."  (266)
 
 
2010. 1. 12.  서늘한 밤, 공부하기 좋은 날입니다. 
 
들풀처럼
*2010-003-01-03
 
 
*책에서 옮겨 둡니다.
 생각하는 모든 것을 믿지는 말라. (6)
 
 상상력, 신화, 꿈, 희망, 웃음, 사랑은 ~ (더) 강하다. (9) 
 
 보상을 바라지 않고 좋은 일을 하는 것 (=) '미츠바'(mitzvah)  (50)
 
 바라는 것을 항상 가질 수는 없지만 때로는 필요한 것을 얻게 된다.  (62) 
 
 "상상력은 지식보다 중요하다" - 아인슈타인  (82)
 
 "눈을 뜨고 살게. 판단을 유보해. 쓸모 있는 사람이 되게."  (109)
 
 "내 말을 잘 듣게. 자네 예산에는 즐거움을 위한 항목이 하나도 없네. 책, 꽃, 음악, 심지어 시원한 맥주 한잔할 돈조차 없어.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나눠줄 돈이 한 푼도 들어 있지 않아. 우리는 자네 같은 가치관을 가진 사람은 돕지 않네."  (114)
 
 어떻게든, 언젠가는, 앞으로 가다보면 닿으리라. 
 태도, 모든 것은 태도에 달려 있다.  (130)
 
 꽃은 우리가 어떤 이름을 붙여주든 신경 쓰지 않는다. 이름 때문에 고민하는 것은 인간뿐이다.  (148)
 
 살아 있는 것에게 소리 지르는 일은 영혼을 죽일 수 있다. 
 막대기와 돌은 우리의 뼈를 부러뜨리지만, 말은 우리의 마음을 부러뜨린다.  (160)
 
 "우리는 큰일은 못합니다. 큰 사랑으로 작은 일을 할 수 있을 뿐입니다."
  - 테레사 수녀 (198)
 
 세상 모든 것은 어떤 것이 자리를 내주고 사라질 때에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죽음 없이는 삶도 없다. 예외는 없다. 모든 것은 왔으면 가야 한다. (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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