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건한 지성
노아 D. 오펜하임 외 지음, 김규태 외 옮김 / (주)하서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깔끔한 편집과 제본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책이다. 하루에 한쪽!이라는 읽기의 목표도 적당하고 뒤에 첨부된 "365일 체크리스트"도 맘에 든다. 책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하루에 한 편씩이라도 제대로 읽고 소화시켜나간다면 우리는 책 제목처럼 [경건한 지성]을 마땅히 갖출 수 있으리라.
 
  세심하게 정리된 "찾아보기"에는 '작품명'으로 구분된 항목도 있어 나중에 다시 찾아보기도 수월하게 되어 있다. 자, 그럼 책의 모양에 대하나 칭찬은 이쯤하고 내용에 대한 탐구에 들어가 보자.
 
 매일매일 기도하는 마음으로 하루에 한쪽씩 만나도록 잘 편집된 이야기는 [ 월요일=역사 / 화요일=문학 / 수요일=미술 / 목요일=과학 / 금요일=음악 / 토요일=철학 / 일요일-종교 ]로 구분되어 있다. 차근차근 읽어나가며 온갖 분야에 관한 지식과 교양을 쌓을 수 있다. 요일마다 전문적인 '글쓴이'가 따로 있고 '감수자'까지 별도로 존재한다. 그러니 내용중 사실성에 대한 믿음은 가져도 될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혹은 조금은 궁금한 부분이 몇 군데 눈에 띄는데 그 이야기를 하여보자. 먼저 "글쓴이"는 요일별 전문가 일곱인데 감수자는 '종교'를 뺀 여섯이다. 그러니까 종교는 특별한 분야니까 손대지 말라는 뜻인가 보다. 조금 더 나아가면 글쓴이와 감수자에 대한 소개가 전혀 없다. 원저(原著)의 탄생지인 미국에서는 유명하신 분들이겠지만 여기서는 잘 모르는 사람들이다. 아마 나 한 사람의 무지(無知) 탓만은 아니리라. 뒤쪽에 이분들의 약력 정도는 간단히 더해져야겠다.
 
 그리고 개인적인 취향일 수도 있는, 일주일을 나눈, 분류 문제인데 요즘의 시대 흐름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7일 중 '문학, 미술, 음악'은  다 같이 '예술'로 묶일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며 현대사회의 흐름을 읽어낼 수 있는 넓은 개념인 '문화'가 들어갔어야 하지 않았을까? 
 
 또한, 무엇보다 인문사회과학이라고 부르는, 지금, 여기의 시대인 현대를 읽고 해석해내고 바꿔나가는, 학문에 대한 소개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 이것은 정말 큰 아쉬움이다. 이 책을 4주차까지 읽어 나가며 드는 생각을 심하게 표현하자면, 그냥 먹고 살 만한 사람들끼리 앉아서 차 한잔 하면서 혹은 공연 감상을 하시면서 나눌 때, 양념으로 필요한 이야기들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그런 자리에서 딱 하나의 금기어가 있지 않는가? '정치' 이야기 말이다. 세상 속에서 살아 숨 쉬며 아귀다툼하는 우리들의 모습이 담긴, 그 '정치''인문사회과학'의 이야기가 보이지 않는다. 두고두고 아쉬운 부분이다. 
 
 그렇지만, 개별 내용은 딱 하루치에 알맞게 잘 정리되고 요약되어 있다. 심지어 나는 1주, 제2일째 '문학' 편에서 <율리시스>를 읽고 마음이 동하여, 미뤄두었던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를 이번 주 드디어 구매하고 말았다. 1300여 쪽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두께에, 들고 다닐 수도 없는 무게까지…. 책을 받자마자 질려버리긴 했지만 [경건한 지성]의 교양 강의를 통하여 그 책을 다시 바라볼 계기를 갖게 된 것이다. 실제로 내가 [율리시스]를 다 읽고 말고 하는 것은 그다음 문제이고. ^^* 
 
 첫 주의 소제목만 소개하자면 < 알파벳, 율리시스, 라스코 동굴 벽화, 복제, 음악의 기초, 현상과 실재, 토라> 이다. 각 소제목에 대한 축약된 내용과 이야기가 등장한다. 일 년을 하루같이 매일매일 만난다면 분명히 우리는 [경건한 지성]을 갖출 수 있으리라. 개인적인 바람은 앞서 제기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반영한 <우리나라 編>이 출간되는 것이다. 
 
 주저리주저리 몇 가지 아쉬운 점을 지적하였지만, 이 책으로 나날의 교양과 지식을 부담없이 저축할 수 있음은 분명하다. 하여 중고생에서부터 어른까지 책읽기를 부담스러워하는 분들에게 두루두루 권하여 읽을만함을 밝혀둔다. 이로써 내겐 1996년刊 톨스토이의 [인생독본]에 더하여 2009년刊 [경건한 지성]으로 나날의 양식을 보장받게 되었다.
 
 
 
2009. 12. 11.  콜록콜록, 감기 조심하세요. ^^;
 
들풀처럼
*2009-248-12-06
 
 
*책에서 옮겨 둡니다.
 통치자가 백성을 다스리는 법률을 임의적으로 바꿀 수 없다는 조항은 혁신적인 개념이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법률에 대한 존중은 성공적인 정부의 기본적인 특징 중 하나다. ( 월요일, 2주, 제1일, <함무라비 법전>에서 )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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