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한 편집과 제본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책이다. 하루에 한쪽!이라는 읽기의 목표도 적당하고 뒤에 첨부된 "365일 체크리스트"도 맘에 든다. 책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하루에 한 편씩이라도 제대로 읽고 소화시켜나간다면 우리는 책 제목처럼 [경건한 지성]을 마땅히 갖출 수 있으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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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심하게 정리된 "찾아보기"에는 '작품명'으로 구분된 항목도 있어 나중에 다시 찾아보기도 수월하게 되어 있다. 자, 그럼 책의 모양에 대하나 칭찬은 이쯤하고 내용에 대한 탐구에 들어가 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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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기도하는 마음으로 하루에 한쪽씩 만나도록 잘 편집된 이야기는 [ 월요일=역사 / 화요일=문학 / 수요일=미술 / 목요일=과학 / 금요일=음악 / 토요일=철학 / 일요일-종교 ]로 구분되어 있다. 차근차근 읽어나가며 온갖 분야에 관한 지식과 교양을 쌓을 수 있다. 요일마다 전문적인 '글쓴이'가 따로 있고 '감수자'까지 별도로 존재한다. 그러니 내용중 사실성에 대한 믿음은 가져도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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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재미있는 혹은 조금은 궁금한 부분이 몇 군데 눈에 띄는데 그 이야기를 하여보자. 먼저 "글쓴이"는 요일별 전문가 일곱인데 감수자는 '종교'를 뺀 여섯이다. 그러니까 종교는 특별한 분야니까 손대지 말라는 뜻인가 보다. 조금 더 나아가면 글쓴이와 감수자에 대한 소개가 전혀 없다. 원저(原著)의 탄생지인 미국에서는 유명하신 분들이겠지만 여기서는 잘 모르는 사람들이다. 아마 나 한 사람의 무지(無知) 탓만은 아니리라. 뒤쪽에 이분들의 약력 정도는 간단히 더해져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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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개인적인 취향일 수도 있는, 일주일을 나눈, 분류 문제인데 요즘의 시대 흐름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7일 중 '문학, 미술, 음악'은 다 같이 '예술'로 묶일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며 현대사회의 흐름을 읽어낼 수 있는 넓은 개념인 '문화'가 들어갔어야 하지 않았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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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무엇보다 인문사회과학이라고 부르는, 지금, 여기의 시대인 현대를 읽고 해석해내고 바꿔나가는, 학문에 대한 소개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 이것은 정말 큰 아쉬움이다. 이 책을 4주차까지 읽어 나가며 드는 생각을 심하게 표현하자면, 그냥 먹고 살 만한 사람들끼리 앉아서 차 한잔 하면서 혹은 공연 감상을 하시면서 나눌 때, 양념으로 필요한 이야기들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그런 자리에서 딱 하나의 금기어가 있지 않는가? '정치' 이야기 말이다. 세상 속에서 살아 숨 쉬며 아귀다툼하는 우리들의 모습이 담긴, 그 '정치'와 '인문사회과학'의 이야기가 보이지 않는다. 두고두고 아쉬운 부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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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개별 내용은 딱 하루치에 알맞게 잘 정리되고 요약되어 있다. 심지어 나는 1주, 제2일째 '문학' 편에서 <율리시스>를 읽고 마음이 동하여, 미뤄두었던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를 이번 주 드디어 구매하고 말았다. 1300여 쪽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두께에, 들고 다닐 수도 없는 무게까지…. 책을 받자마자 질려버리긴 했지만 [경건한 지성]의 교양 강의를 통하여 그 책을 다시 바라볼 계기를 갖게 된 것이다. 실제로 내가 [율리시스]를 다 읽고 말고 하는 것은 그다음 문제이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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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주의 소제목만 소개하자면 < 알파벳, 율리시스, 라스코 동굴 벽화, 복제, 음악의 기초, 현상과 실재, 토라> 이다. 각 소제목에 대한 축약된 내용과 이야기가 등장한다. 일 년을 하루같이 매일매일 만난다면 분명히 우리는 [경건한 지성]을 갖출 수 있으리라. 개인적인 바람은 앞서 제기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반영한 <우리나라 編>이 출간되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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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리주저리 몇 가지 아쉬운 점을 지적하였지만, 이 책으로 나날의 교양과 지식을 부담없이 저축할 수 있음은 분명하다. 하여 중고생에서부터 어른까지 책읽기를 부담스러워하는 분들에게 두루두루 권하여 읽을만함을 밝혀둔다. 이로써 내겐 1996년刊 톨스토이의 [인생독본]에 더하여 2009년刊 [경건한 지성]으로 나날의 양식을 보장받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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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2. 11. 콜록콜록, 감기 조심하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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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풀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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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48-12-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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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옮겨 둡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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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치자가 백성을 다스리는 법률을 임의적으로 바꿀 수 없다는 조항은 혁신적인 개념이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법률에 대한 존중은 성공적인 정부의 기본적인 특징 중 하나다. ( 월요일, 2주, 제1일, <함무라비 법전>에서 ) (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