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철학, 소소한 일상에게 말을 걸다 - 일상에서 찾는 28가지 개념철학
황상윤 지음 / 지성사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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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에서 찾는 28가지 개념철학'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이 책, 한마디로 괜찮다. 그렇지만 너무 생각이, 지은기가 바라는 것이 많다. 그냥 부제처럼 주요 철학의 용어에 대한 상세한 <개념어 사전> 역할을 자처하였다면 더 좋았으리라. 무슨 말인고 하니 지은이의 욕심과 꿈이 넘쳐나서 좋은 내용과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오히려 빛을 잃는듯 하다는 얘기이다.
 
 고대 철학에서부터 현재의 일상생활까지 아우르는 넓은 오지랖은 칭찬할만하지만 그 덕분에 250여쪽에 이르는 이 책에는 너무 다양한 이야기들이 옹기종기 모여있게된다. 재미있게 책을 읽기는 읽었는데 돌아서니 확 와닿는 이야기가, 가슴과 머리를 울리는 무언가는 잘 떠오르지 않는다. 또한 '개념철학'이라 표방한 부제에 맞게 그 개념들에 대한 더 간략한 정리가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잘 정리된 '참고문헌'만 있을 뿐 '찾아보기'는 없다. 편집부분의 큰 아쉬움이다. 
 
 그러니까 이 책에 등장하고 지은이가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며 들려준 철학의 주요 개념들을 정리해볼 방도가 없다는 이야기이다. 어쩌면 이 책은 초보자들을 대상으로 이야기의 흐름에 맞추어 씌어진 책일 수도 있겠다. 그런 분들이라면 내가 느낀 아쉬움 보다는 더 많은 좋은 점을 이 책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래도 '찾아보기'로 잘 정리된 개념의 항해지도가 있다면 더 좋겠지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모이고 모여 한 사람의 삶이 된다. 결국 생각에 따라 다르게 행동하는 것이 다른 삶을 만들어 나간다. 즉, 다른 철학이 다른 삶을 만든다. (43)
 
 철학이라고 하는 학문이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 지금, 이 땅,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임을, 스스로 묻고 찾아가는 그 길이 바로 '철학하기'임을 우리는 살아가며 깨닫고 책을 통하여 배우기도 한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삶인 것이다. 서로의 생각에 따라 달라지는 삶, 그래서 우리는 '철학'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지은이가 이야기하는 사회적 인간의 본성 세가지, '자주성, 창조성, 의식성' (132)은 한때 이 땅을 휩쓸었던 어떤 사상의 모토이기도 하지만 이 세가지를 통하여 인간은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고 지배할 수 있게 되었다.'(133) 그리고 앞으로도 '스스로의 미래를 개척해 갈 것이다.' (133) 
 
 그리고 위 세 낱말을 한마디로 줄인다면 '스스로' 라는 말이 될 것이다.스스로 묻고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찾아나가는 삶, 그러니까,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물어보는 '철학하는 삶'이 우리에게는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다. 겨우 몇 쪽으로, 훌율하게 요약하고 간추린 "원시공산제 사회에서 봉건제 사회까지의 역사"와 '자본주의','소외'의 개념까지, 지은이가 우리에게 들려주려하는 이야기는 정말 많다. 
 
 앞서 이야기한 철학에 입문하시는 독자였다면 넘쳐나는 이야기에 행복해하리라. 하지만 어쩌면 너무 많이 쏟아지는 광범위한 얘기를 따라가다 길을 놓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레서 중간중간 갈무리 역할을 해주는 개념 정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더욱 드는 것이다. 물론 이 책에는 여섯 부의 말미에 "철학자를 만나다"라는 좋은 코너가 따로 있기는 하지만 이 부분은 철학자를 통하여 철학사와 철학자를 좀 더 넓고 깊게 이해할 수 있는 기초자료에 해당할 뿐 지은이가 펼쳐놓은 다양한 생각할 거리에 대한 갈무리 역할로는 조금 모자라는 것이다.
 
 그래도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우리 손으로, 우리 시각으로, 우리 생각을 가지고 씌여지는 이런 책들이 나는 너무도 좋다. 개인적인 아쉬움이야 말 그대로 나 개인의 느낌일 뿐이고 이 어려운 학문을, 이 중요한 학문을 이처럼 수월하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좋다는 얘기이다. 지은이의 시각에 대한 옳고 그름이나 좋고 나쁨은 그 다음 문제이다. 하여 나는 이 책을 철학, 특히 우리 철학을 공부려는 젊은이들의 입문서로, 혹은 어설프게 철학책을 보아왔지만 아직 그 개념이 잘 정리되지 않는다 생각하는 분들에게 추천할 셈이다. 그리고 2판 또는 개정판이 나올 때에는 반드시 '찾아보기'가 뒤에 더해지기를 바래본다. 내용보다 이야기를 진행해나가는 젊은 철학자 - 마흔이면 젊다고 할 수 있으리니 - 의 열정으로 꽤나 유쾌한 시간들이었다. 반가운 우리 철학 책이다.
 
 

2009. 6.11. 어제는 6월 10일, 22년전 그날과는 다르게

            집에 있었습니다만.......
 
들풀처럼
*2009-138-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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