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연인보다 아름답게 사는 법 - 부부심리 워크북
데이비드 올슨 외 지음, 신희천 외 옮김 / 학지사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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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문사 가는 길에 ~

 

 

 아침 10시경,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데 아내에게서 문자가 왔다. 오늘 시간 좀 내달라고, 결혼 14년만에 처음있는 일이라 잠시 긴장도 하였지만 흔쾌히 알았다고 하고는 까닭을 물어보았더니 오후 약속도 취소되고, 바람 좀 쏘이고 싶단다. 그래서 회사에 급하게 하루, 아니 1/2 휴무(반일휴무)를 신청하고는 점심때 아내를 만나러 부랴부랴 달려갔다. 마님이 부르셨다.
 

 칼국수와 나물밥으로 집밖에서 오랜만에 점심을 함께 하고는 병원에 갓입원한 아내 친구의 뒷바라지 준비를 같이 잠시 도와주었다. 그리고는 아내가 바라는 봄바람을 쐬러 아내가 콕 찝어준 "경북 청도 운문사"로 출발하였다. 낮 3시쯤이었다. 4시 조금 넘어 말로만 들어오던 그 운문사에 도착하였다. 

 


    - 곱게 단장된 '운문사' 입구

 
 

 고즈넉한 햇살이 비추는 해질무렵까지 느긋하게 절안뜰을 함께 거닐며 모처럼만의 산책을 즐기며 시간을 보내었다. 다 저물어가는 벚꽃, 진달래, 철쭉, 해당화, 박태기나무, 복사꽃수수꽃다리까지 모처럼 넘치게 맘에 담은 어여쁜 꽃들의 풍경이었다. 절에 가서 부처님 생각은 안하고 봄날 봄꽃들만 푸지게 바라보았다. 겨우 두어 시간이었지만 아내의 호출로 이뤄진 처음 겪어본 '벗어남', 돌아오는 길에 우리는 손을 잡고 말 없이도 충분히 행복했다.

 


   - 박태기꽃(나무)

 


   - 해당화

 
 그래, [부부, 연인보다 아름답게 사는 법]에 무슨 별다른 비법이 있으랴, 이처럼 살아갈 수만 있다면. 이런 날들이 그렇지 않은 날들보다 많다면 더 이상 무엇이 필요하랴. 아내는 최근 아내의 일에서 많이 좌절해하며 힘겨워하였다. 어제밤에는 전에 없이 까닭모를 짜증을 집안에서 흘리곤하였다. 그리고는 지쳐 잠이 드는 것이었다. 문득, 사람의 영혼을 갉아먹는다는 우울증 생각이 나고 지난 10여년 내가 망쳐버린 우리의 결혼 생활도 함께 떠올랐다. 그 때의 내 생각이 이 책에 등장하는 "통념"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통념1 : 관계를 개선시키려면 부부가 함께 변해야 한다 (31)
통념2 : 내가 더 노력하면 배우자를 바꿀 수 있다 (33)
통념3 : 배우자는 내 인생의 전부다 (35)
통념4 : 배우자는 내 모든 욕구를 충족시켜 주어야 한다 (37)
통념5 : 결혼생활은 많은 노력이 필요치 않다 (38)
통념6 : 부부간의 역할은 지속되고 결혼생활에는 변화는 없다 (41)
통념7 : 사랑은 느낌이다 (43)
통념8 : 이상적인 연인은 결혼생활 밖에 있다 (45)
통념9 : 부모의 결혼생활이 원만했다면 내 결혼생활도 그럴 것이다 (46)

통념10 : 큰 변화가 있어야 결혼생활을 바꿀 수 있다 (48)

 


  - 복사꽃
 
 아직 한 두가지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마흔을 넘어서며 나는 철이 들기 시작하였고 일과 사람들과 술을 핑계로 밖에서 겉도는 생활을 정리하며 아내와 아이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지금 바라보는 저 통념들, 모두 착각임을 나는 경험으로 깨닫는다. 혹 위 10가지 통념들 중 한 가지라도 아직 얽매여 있다면 하루빨리 스스로의 힘으로 벗어나시기를. 혼자만의 생각과 판단 속으로 더 빠져들기전에 스스로를 변화시켜 부부가 함께 어깨걸고 같은 곳을 바라보는 그 자리에 서야할 것이다. 감히 말씀드리지만 그 길만이 부부가 함께 행복하게 사는 길이이라.
 

 그동안 살아오며 오늘처럼 스스로 만족하고 밖에 내놓아도 멋진 날이 우리 부부사이에 며칠이 되겠는가, 하지만 돌아오는 밤길, 차량 고장으로 몇 가지 에피소들를 더하였어도 우리가 함께 행복해 할 시간은 살아온 날들보다는 많으리라 우리는 믿을 수 있었다. 슬며시 잡은 손바닥 사이로 스며드는 그 느낌이 우리를 이끌어 줄 것이다. '연인보다 아름답게 사는' 그 길로….

 

 


 
 
 참, 개인적인 이야기를 떠벌이느라 이 책 소개를 빠뜨릴 뻔 하였다. [부부, 연인보다 아름답게 사는 법] -부부심리 워크북( 이 책의 제목 전체이다!), 이 책에는 위의 통념을 깨뜨리고 부부가 더 가까워지는 방법에 관한 실전사례들이 풍부하게 다뤄지고 있다. 꼭 함께가 이닐지라도 먼저 변하고자 하는 뜻이 있는 사람이라면 만나보면 적지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PART Ⅱ"의 '10.친밀해지기 위하여'(239~265) 를 먼저 보시기를 권해드린다. 부부 사이가 친구처럼 친밀하게 되는 것만큼 좋은 것은 없다고 생각하기에 '친밀해지기'에 대한 노력은 우선적이고 꼭 필요한 것이리라.
 
 

2009. 4. 17. 잊을 수 없는 날, 밤,

             아내랑 아이랑 잠든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들풀처럼
*2009-108-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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