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위한 마시멜로 이야기
호아킴 데 포사다 지음, 전지은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미래의 꿈을 이루고자 한다면 '지금'을 희생하세요. 만족감을 뒤로 미루세요. 훗날 승자가 되는 모습을 상상하며 지금 열심히 공부하세요. 부모님을 도와드리고, 부모님이 여러분을 위해 희생했던 노고에 보답해드리세요. ( "한국의 청소년 독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에서 ) (7)
 
 원작자의 간단명료한 가르침이 등장하고 이어지는 이야기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성공'으로 가는 법칙들과 그 '실천'에 이르는 길. 자, 그럼 이제 따라나서기만 하면 다 이룰 수 있는건가? 과연 그런건가?
 
 1980년대의 스무살 청춘이었다면 '무슨 소리인가?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같은 이야기'라고 쉽게 폄하하였을 것이고 1990년대의 30대 직장인이었다면 '그래, 그렇지, 이런 것도 모르고, 아니, 알면서도 실천하지 않았으니 내가 이룰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었겠어'라고 자학하였을게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2009년도에 이미 와있는 불혹(不惑)을 훌쩍 넘은 학부모다. 아이에게 이 책이 어떻게 다가설까를 고민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맞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어딘가 좀..?.'이라며 고개를 갸웃거리는중이다.
 
 어느 순간에 자기에게 다가오는 유혹을 견디면 더 큰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 다음부터는 그 어떤 유혹도 견디기가 훨씬 쉬워지는 거야.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 보면 그 아이는 어떤 면으로든 더 큰 것을 얻어내게 되는 거지. (36)
 
 마시멜로 이야기의 핵심메시지이다. 그렇지, 이 순간의 유혹을 참고 견디면 좀 더 나은 순간이 오고, 또 참고 견디면 더 나은 날들이 오리라는 희망에 우리는 얼마나 많은 꿈을 꾸었던가. 그리고 그 명제를 순진하게 100% 믿었던 날들이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게 다가 아니었다.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불혹이 되어 바라보는, 아니, 지금까지 살아오며 겪어온 세상은 참기만 한다고, 미루기만 한다고 바라던 모든 것이 이뤄지는 것은 분명 아니얻음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쓸쓸하게도.
 
 하지만 분명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주장하는 '눈 앞의 유혹을 이겨내라', '나를 발전시키는 기쁨을 누려라',  '1달러의 소중함을 기억하라', '말 한마디의 배려가 상대방을 내 편으로 만든다',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다르다', '성공은 작은 노력들이 모여서 이루어진다', '미래의 성공한 나를 상상하며 행동하라', '꿈을 현실로 만들어라' 는 메시지들은 아직도 유효하고 옳은 이야기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무엇이 문제일까? 곰곰 생각해보니 이 모든 이야기 속에 '행복'이라는 말이 빠져있음을 느낀다. '참고 또 참아' 마시멜로를 하나 더 먹는 사람이 바로 눈앞에서 한 개만 먹고 만족하는 사람보다 더 행복하다고 단정지을 수 있을까? 나는 마시멜로 한 개면 행복한데, 2개를 먹을 필요를 못느끼는데, 굳이 참고 기다려서 한 개 더 먹을 필요가 있을까?
 
 말장난 같지만 현실은 이런 모습으로 존재하고 또 그렇게 살아지는 것이다. 어제 아침에도, 출근전에 "EBS 테마기행"에서 '자메이카'를 찾아간 음악인 '김반장'의 여행기를 보았다. 자메이카의 음악하는 그네들은, 가족들까지, 밥벌이가 불안정하고, 단칸방 생활을 하더라도 밤이 되면 함께 모여 노래하고 춤추는 그 생활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보였다. 낯선 나라에서 온 친구를 가진 것 별로 없는 집으로 아무 거리낌없이 초청하고 커피 한 잔 대접하고 함께 장단을 맞추는 것만으로도 무척이나 행복해했다. 잘 곳이 없어 좁은 마당에 텐트를 치고 자는 '나그네'도, 그를 재우고 방으로 들어가는 자메이카 친구들도 마치 오랬동안 함께 자라온 고향의 친구녀석들을 만나는 듯하였다. 꾸미지 않고 감추지 않고도 그들은 충분히 행복했다.
 그런 그들에게 '마시멜로'이야기를 하며 내일의 나은 경제적인 삶을 위하여 오늘밤의 노래와 여흥을 즐기지 말고 '봉투에 풀이라도 하나 더 붙이라'고 한다면, 그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그래서 우리에겐 돌아보고 돌이켜보고 되새김질하는 과정들이 필요한 것이리라. 내가 무엇인가를 이루려고 목표를 정하고 걸어나가는 길에서는 '마시멜로 이야기의 교훈'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렇지 않은 삶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어쩌면 가혹한 자기절제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하여 나는 이 책을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권하더라도 순간순간 누리고 찾아야하는 행복의 중요성에 대하여도 함께 짚어주어야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균형잡힌 삶'이니까. 가족도 일도, 행복도 성공도 함께 할 수 없다면, 무엇하러 성공하고, 일을 하려는지를 깨닫도록 해야한다. 보람되고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은 우리가 죽는 날까지 던지며 가야할 테지만 지금, 이 순간, 나는, 나의 아이는 어디쯤에서 행복해하고 즐거워하고 마음 아파하는지를 깨닫지 못한다면 삶이란 또 무엇이랴....
 
 

2009. 3. 12. 저녁, 오늘도 아이랑 치과에 다녀오며 고작,

                   저는 '비용'에 대하여만 얘기하고 있었습니다,

                   아이의 아픔과 눈물은 뒤로한 채…. 
 
들풀처럼
*2009-076-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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