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비의 뒤를 따라 나서 관우,장비를 만나고 조자룡의 창솜씨에 혹하기도 하며 공명의 신묘한 계략에 무릎을 치며 따라온 10여일 밤길이 이제 끝이 난다. 앞으로 또 언제 이처럼 원대한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며 어깨를 들썩이며 함께 말달릴 인물들을 내 만날 수 있으랴…. 번져가는 어둠만큼 깊어지는 시간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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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유는 하늘로 치솟은 분을 안은 채 소리쳤다. "내가 할 일을 다하지 못하고 가는 것은 하늘의 뜻이다!" 그는 곧 스스로 칼을 뽑아 자결했다. 이때 강유의 나이는 59세였다. (2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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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명의 뒤를 이어 지략과 담력을 겸비한 장수로 등장한 촉의 명장, 강유, 그의 죽음으로 사실상 삼국시대는 끝나버렸다. 그가 삼국통일의 위업을 명분을 가지고 추진한 마지막 인물이었기에 이후의 사마염에 의한 삼국통일은 그저 힘과 무력에 의한 당연한 통일로 다가온다. 그만큼 제갈량과 강유에 갖는 우리의 충성도!가 높기 때문이리라. 대부분의 작가가 그러하듯 장정일도 이 부분에 대하여는 크게 변용을 하지 않은 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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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기 280년. 위 · 오 · 촉 삼국은 진나라 사마염에 의해 통일되었다. 진나라는 최초의 통일 왕조였던 진秦나라와 한漢나라에 이어 세번째로 중원을 통일한 국가가 됐다. 위 · 오 · 촉의 주인이었던 조환 ·손호 · 유선은 각각 서기 302년, 283년, 271년에 세상을 떠났다. (256) ~ 하지만 천하란 '원래 나뉘어진 지 오래면 합하게 되고, 합한 지 오래면 반드시 나뉘어진다'고 했듯이 사마염에 의해 간신히 통일을 이룩한 중원은 다시 중국 역사상 가장 혼란한 분열의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끝> (2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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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여년의 난세가 드디어 하나로 정리가 된다. 역사에도 나와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마지막 장을 덮으며 울컥 밀려드는 아쉬움은 어쩔 수 없는 것.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지만 소설은 약자의 아픔을 달래어주기에 유비를 비롯한 그 형제들과 제갈공명에 쏟아지던 우리의 관심은 갈 곳을 잃고 헤매인다. 유비,조조,손권에게서 비롯된 통일의 기운은 조조를 거쳐 사마의, 사마소, 그리고 사마염으로 이어져 모두가 다 만족할 수는 없지만 꼭 필요한 통일을 이뤄내지만 우리들은 아니다, 이것은 우리가 바라던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느끼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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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없는 만약에, 그렇게 하였다면 이라는 가정법도 생각해보지만 다 부질 없는 짓임을 이미 알고 있다. 다만, 그래도 만약에라는 생각을 꼭 한 번만 더 하여 본다면 이제는 한나라의 중흥을 부르짓는 유비와 제갈공명의 입장이 아니라 변두리 오랑캐 족속이던 우리들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싶다. 만약에 중국의 삼국통일이 지리멸렬한 전투를 오가며 계속 지연되었다면 우리 옛 삼국은 어떤 모습으로 발전하여 갔을까? 이제서야 같은 핏줄로 다가오고 있는 동호,숙신,선비,갈 등의 쥬신족은 또한 어떻게 역사속에 자리매김하였을까? 참으로 궁금하다. 그리고 이제서야 그들의 통일이 부러워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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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이제 [삼국지]를 떠나 우리의 현실로 돌아오는 시간이다. 1800여년전 그들의 이야기에서 내가 만나고 보고 듣고 배워가는건 무엇인지, 우리는 지금도 나뉘어져 남북국 시대를 살고있는데…. 아픈 분단조국의 현실이 문득 눈에 밟히기 시작하는 어둠 속이다. 그리고 우리는 일어서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을 터벅터벅 걸어 한걸음씩 나아간다. 언젠가는 하나가 될 우리 겨레의 통일을 바라보며 오늘도 우리는 가야하리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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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웅과 제후가 쓰러진 땅 위에 |
| 무엇이 끝까지 살아남았는가? |
| 하늘이 걱정하는 건 |
| 바람에 흔들리는 작은 등불 |
| 하늘이 용납하고 기뻐하는 것도 |
| 철따라 피고 지는 들풀이라네. |
| (2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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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1.21. 새벽, 밝아올 아침을 기다리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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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풀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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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18-01-0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