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늬만 고상한 엄마들이여,물러가라!'(뒷표지)고 자신있게 외치는 이 책, 읽고나니 그럴만하다는 생각이 절로든다. 지은이도 옮긴이도 여자들이니 주부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풀어가고 옮겨놓았나보다. 읽어가는 내내 가벼운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그리고 꽤나 통쾌하다. 어, 그런데, 이 책, 우리나라 이야기가 아닌데, 우리나라 강남 주부들 이야기가 아닌데, 왜 이리도 우리 이야기 같을까? 역시 사람살이 세상살이 어디든 똑같다는 생각이 절로 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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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사장!의 아내에서 졸지에 이혼당한 싱글맘이 되어버린 주인공이 두 아이랑 주거지를 옮겨 겪게되는 파란만장, 좌충우돌 엄마들 이야기인데 남자인 내가 보아도 재미있고 흐뭇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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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들이 다 그렇지유.~ 겨우 네 살인데 벌써 이렇게 철이 들었으니. 새댁은 참 젊고 훌륭한 엄마여유. 호감도 가게 생겼네유. 이런 일로 괜히 창피해 허지 마유." 난 갑자기 마이어 부인의 품에 몸을 던지고, 나를 입양하지 않겠냐고 애원하고 싶었다. (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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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유머, 좋다, 가볍게 몸을 풀어주면서 이야기는 전개되는데 큰 줄거리는 몇 가지이다. 주인공의 남편이 저지른 비열한 바람과 그에 따른 결과물인 이혼이야기, 그리고 막내 율리우스의 학교에서 부딪히는 잘난 체 하는 교양있는 엄마들의 모임-곤충마을 엄마 협회-과 대척점에 서게되는 지은이와 친구들의 모임-엄마 마피아! - ,마피아라는 이름도 좋다, 기존의 권위나 허례허식을 한 방에 날려버리는 듯한 이런 역발상의 이름….웃자고 하는 모임이아니듯이 그들의 맹활약은 나중에 나타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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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다보니 문득 드는 생각이 이혼, 그것도 남편의 바람질에 속아서 당한 주인공, 코니 - 콘스탄체 비쉬네브스키 - 가 보여주는 쾌활함이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하는 의문이다. 전업주부 십 여년에 가진 돈도 없다시피 쫓겨났음에도 그녀는 전혀 위축되지 않는다. 자라온 환경자체가 싱글맘이니, 이혼이니 하는 것들이 별 다름의 의미가 없기때문이리라. 게다가 그녀의 곁에는 그녀를 알아보고 믿어주고 지지해주는 친구들이 있지 않은가? 한 사람, 트루디만을 제외하고는 갇 사귄 이들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척척 죽이 맞는다. 이 역시 자라온 환경 탓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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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뒤쪽에 등장하는 한 아이의 성추행 사건과 관련하여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성숙한 움직임도 부러움을 살만한 이들의 생활상이다. '소아애호증'환자를 차근차근 준비하여 경찰서로 제대로 넘겨주는 엄마들의 맹활약을 보면서 나라면, 우리라면 저렇듯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었을까 생각하니 아찔해지면서 자신이 없어진다. 피해자인 여학생의 엄마도 무시하는 일이었다는 것도 있을 법한 설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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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이렇게 돌이켜 이야기를 짚어보니 찌질한 짓을 하는 인간들은 주인공의 못난 배신자 남편과 20여년전 연애중에도 바람질이나 일삼던 주인공의 첫사랑, 그리고 성추행범 음악강사인 '사내새끼' 등이 주된 인물이다. 그리고 이들은 아니나다를까 역시나 남자라는 족속들이다. ..쩝..같은 남자로서 부끄러워지는 순간이다… 하지만 우리의 미래인 잘난 엄친아 '막스'도 있고,주인공의 새로운 사랑이 될 것이 분명한 변호사 '재규어맨' 안톤도 있으니 뭐, 영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내놈들의 성적표는..... 그러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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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긍정적으로 생각해봐. 인생에서 문이 하나 닫히면 다른 문이 열려. 운명이 너를 위해 무슨 일을 준비하고 있는지 누가 알겠어. 이젠 넌 큰 모험을 하게 되는 거야.대단하지 않아? ('트루디'가 '코니'에게) (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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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50쪽의 이야기가 순식간에 넘어가는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을 충분한 까닭이 되겠지만 그보다는 이 책 전반에 흐르는 넉넉한 삶에 대한 태도- 긍정적이면서 유머를 잃지않는 - 가 우리가 더 배우고 익혀야할 좋은 꺼리이리라. 하여 '엄마 마피아'를 '우리'가 '총공격'하여 접수해야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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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12.30. 새벽, 한 해가 저무는 겨울, 흔들리며 버팅기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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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풀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