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곡, 사람의 길을 말하다
한정주 지음 / 예담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마음이 안정된 자는 말이 적다. 마음을 안정시키는 일은 말을 줄이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말을 해야 할 때가 온 다음에 말을 한다면 , 말은 간략하지 않을 수 없다. ( [율곡전서], <자경문>에서) (67)
 
 단 한 번도 포기하거나 주변 상황과 타협하지 않고 끝까지 자신의 신념과 뜻을 지켜(6)낸 선비가 어찌 율곡, 한 분뿐이랴만 이 책,정말 반갑고 고마운 책이다. 그냥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한 사람의 삶을 진중하게 돌아보는 것의 차이가 얼마나 어마어마한지를 오늘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율곡, 사람의 길을 말하다]는 지은이의 철저한 사전준비가 돋보이는 평전형식으로 씌어진, 율곡의 생애를 통하여 바라보는 '사람의 길' 곧 '선비'의 참 모습이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하여 율곡이라는 거대한 선비정신의 표상을 만날 뿐만 아니라 그를 통하여 현재를 살아가는 올바른 삶의 지표와 리더가 가져야할 덕목들을 아울러 배울 수가 있다. 그만큼 큰사람이기에 우리가 그에게서 가져올 것이 많다는 이야기이다.
 
 최근 자기계발서나 경영학의 흐름 속에 '가로지르기','통섭','하이브리드','혼혈' 등으로 요약되는 '섞고 흔들어서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하는 어떤 것'에 대한 갈구가 넘쳐나는데 이 책은 그 대표적인 성공작이라 할 수 있다. 한 사람의 위인전이면서 동시에 자기계발의 훌륭한 지침서이자 리더십의 산 교훈이 넘쳐나는 리더십 교본이다. 톨스토이의 [인생독본]처럼 늘 곁에 두고 시시때때로 찾아 읽으며 스스로를 다듬는 데 아주 좋은 교재임에 틀림없다.
 
 책을 읽어나가며 줄을 긋다 포기해버렸다. 너무도 많은, 말씀들이 나를 콕콕 찔러오기에 자극을 받다 지쳐버렸다. 아, 이건, 하루 아침에 마무리지을 책이 아니구나, 곁에두고 차근차근 가르침을 받아야겠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글을 읽는 자는 반드시 단정하게 손을 마주잡고 반듯하게 앉아서 공손히 책을 펴놓는다. 마음을 하나로 집중하고 뜻을 모아 정밀하게 생각하고 오래 읽어 그 행할 일을 깊이 생각해야 한다.  ([격몽요결]<독서>에서) (210)
 
 지은이가 다시 정리해 놓은 말처럼 '독서를 할 때는 마치 보물을 발견했는데 혹시 다른 이가 먼저 달려가 그 보물을 차지하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책을 대해야 한다.'(211) 그런데 그 마음이 너무 앞서다보나 급하게 읽어내려가고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날들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이렇게 그 느낌들을 갈무리 해두어 1년이 지난 뒤라도 다시 그 때의 분위기를 돌이킬 수 있다. 참 다행스런 습관이다. 물론 율곡처럼 '오래 읽어 그 행할 일을 깊이 생각해' 두었다면 어찌 쉬 잊으랴만....
 
 책을 읽으며 참으로 '선비'의 길이란 엄중하고 또 엄혹한 자기 절제의 길임을 깨닫는다. [예기]에 나오는 말처럼 '즐거움을 끝까지 추구'(115)한다면 '오늘도 한 잔 술에 취하는' '한량'밖에 더 되겠는가?  퇴계 이황과 남명 조식의 엄정함을 제대로 이어받은 대학자이지만 끝내는 자신의 뜻을 다 펴지 못하고 세상을 뜬 율곡 같은 분이야말로 참 선비의 가르침을 몸소 보여주신 분이다. 그래서 그의 느닷없는 젊은 죽음에 안타까워 하는 것이리라. 겨우 49세라니...이제서야 실용주의자로서의 진면목을 발휘할 수 있을 때였는데, 그가 있었다면 우리네 역사는 또 달라졌을 것인데, 돌이켜 생각하니 더욱 눈물겨운 죽음이다. 
 
 책에는 '~ 하는데 필요한 / ~ 하면 안되는'  '몇 가지 원칙들'이 넘쳐난다. 아마 그 소항목들만 정리하여도 소책자 한 권은 되리라. 그 부분만 들고 다니며 암기 또는 암송하면 참사람, 참된 선비가 되는 길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을까? 좀 더 수월하게 깨달음을 얻을 수가 있을까? 잠깐 생각해본다. 순간 율곡의 호통이 나를 깨운다.
 
 사람다움이란 인간의 도리를 배워서 깨닫고 실천하는데서 나온다 (율곡) (6)
 
 

2008.12.19. 새벽, '살림살이라고는 천여 권의 경전뿐이고 /

      살아가는 방도는 두어 칸의 집뿐이네.'(36)  그 분도 이리 사셨답니다.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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