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 위험, 기회, 미래가 공존하는
피터 L. 번스타인 지음, 안진환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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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일하고 있는 곳의 이야기로 들어가 보자. 여름내내 현장에서는 A(80%)+B(20%)=100% 에 대한 일을 약 20명의 인원으로 처리해내었다. 현장 직원들과 회사와의 협의에 의하여 작업인원은 20명이 배정되었고 그 정도면 충분하리라는 것이 중간관리자인 나의 판단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여름에서 가을내 이어져오는 동안 실제 작업인원은 17~18명이 채되지 않았고 나중에는 평균 16명의 인원이 100%의 일을 해내게된 것이다. 물론 일부러 인원을 축소하거나 한 것은 아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중소기업의 비정규직은 인원충원이 쉽지 않은관계로 있는 인원으로 버팅겨낸 것이다. 여기까지는 어쨌든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런데 A와 B의 일중 여차저차한 사정으로 B의 작업장을 옮기게 되었고 이제 남은 사람들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원칙대로라면 A(80%)의 일에 16명,B(20%)의 일에 4명이 할당되어야 하였으나 실제로는 인원부족으로 A(80%)에 13명,B(20%)에 3명이 일하는 식으로, 이맘때쯤 업무가 분리된 때이다. 그리고 최저 작업인원은 있어야 되기에 B에도 3명은 투입이 되었었다.
 
 이제 두 입장이 충돌한다. 먼저 회사의 입장이다. 지금은 출하가 줄어들어 16명이 충분히 하던 일이다. B업무가 빠졌으니 작업인원도 13명이면 충분하지 않은가? 하는 논리이다.
 
 현장 직원들 이야기이다. 원래 A(80%)는 16명이 해야될 작업이었는데 지금까지 인원충원이 안되어 겨우겨우 지탱해온 것 아닌가? 추가수당이나 다른 보상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이제 정상적으로 작업이 돌아갈 수 있는 시점에서 또 인원을 줄이면 작업상의 문제점은 물론이고 작업자들의 사기저하는 엄청날 것이다. 결국 또 인원들이 그만두고 나가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다. 
 
 회사쪽 반론(생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태 잘 버텨오지 않았나, 현재의 경기를 보라, 한 푼이라도 아껴야될 때가 아닌가? 최대한 빡빡하게 작업인원운용을 하여야 한다. 16명은 과다한 인원이다. ( 혹 인원이 과다하게 결원이 되더라도 돌아가도록은 될 것이다. 사무직 인원들고 있고하니….)
 
 지금, 이 순간, 나는 회사를 대표하는 중간관리자이면서 동시에 현장 직원들의 이해와 요구도 놓치면 안되는 중소기업의 관리자이다. 적정한 인원을 어떻게 운용해 이 문제를 풀어갈지가 핵심이다.  업무의 특성상 커다란 리스크가 내부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현장에서는 이러한 일이 주된 어려움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문제는 현존하는 인원을 그냥 내보내지는 않는다는 최후의 보호막에 의하여 16명 작업인원을 유지하기로 하지만 결원이 생겼을 때 충원을 할지 안할지는 또 고민거리이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나에게 주어진 '리스크'는 위의 이야기가 아닌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회사쪽 입장을 대변해야만 하는 중간관리자가 적극적으로 현장직원들의 입장에서 의견을 개진하고 업무추진을 함으로써 빚게되는 상사- 내 윗사람-와의 갈등이 내게는 더욱 큰 '리스크'가 되는 것이다. 확률이나 계산은 그 다음 문제이다. 작지만 위계질서가 확실한 조직내에서 중간관리자의 역량만으로 소신을 고집하다가는 흔한말로 '미운 털'이 박힐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여 이 책을 읽는 내내 내 머리 속을 지배한 '리스크'라는 단어는 과연 내가 얼마나 더 현장직원들의 입장에서 작업인원을 지금처럼 유지해야한다고 말 할 것인가?이다. 쉽게 말해 눈치보기일 수 도 있는 그런 상황이지만 나는 나의 '리스크'를 밀고 당기며 회사와 현장간의 조율을 끌어내야만 하기에 오늘도 '확률계산'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회피'하는 방법만 찾아 헤매인다.
 
  아 참, 이 책은, 최근의 확실한 두 경향, '가로지르기',혹은 '통섭','통찰'이라는 말과 '인지경제학','행동경제학','변종','뒤섞임','혼혈'이라는 말의 연결선상에서 바라보며 꼼꼼히 읽어내야할 책이다. 특히 '투자','파생상품','리스크'라는 말과 평상시에도 친숙한 이들에게는 필독서이리라. 하지만 나처럼 순간순간 현장에서 부딪히며 살아가는 이에게는 좋은 공부거리지만 쉽지 않은 책이었음을 고백해둔다. 
 
 
2008.12.15. 밤, 책임은 있고 권한은 부족한, 나는?
 
들풀처럼
"사소한 불운 부담없이 처리하기" 
 
 정신적 회계에 대한 재미있는 실례를 소개한다.  그(탈러)가 아는 어느 재정학 교수는 '사소한 불운 부담없이 처리하기'라는 현명한 전략을 세우고 실행에 옮기고 있다. 매년 초 그 교수는 좋아하는 자선기관에 적잖은 기부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실제 기부금은 연말에 전달할 계획이다. 그해를 살아가면서 운 나쁜 어떤 일, 예컨대 속도 위반으로 범칙금을 물거나 물건 분실 또는 무일푼의 친척을 우연히 만나는 일 등이 닥치면 자선기관에 기부하기 위해 따로 책정해놓은 돈에서 빼내어 쓴다. 이러한 전략은 손실에 대한 고통을 거의 제로에 가깝게 만들어준다. 어차피 남에게 줄 돈으로 처리하기 때문이다. 탈러(그)는 그 친구를 세계 최초의 '정신적 공인회계사'라고 이름붙였다. 
 
*'리스크'회피에 관한 재미있는 본보기라 생각되어 옮겨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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