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일하고 있는 곳의 이야기로 들어가 보자. 여름내내 현장에서는 A(80%)+B(20%)=100% 에 대한 일을 약 20명의 인원으로 처리해내었다. 현장 직원들과 회사와의 협의에 의하여 작업인원은 20명이 배정되었고 그 정도면 충분하리라는 것이 중간관리자인 나의 판단이기도 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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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여름에서 가을내 이어져오는 동안 실제 작업인원은 17~18명이 채되지 않았고 나중에는 평균 16명의 인원이 100%의 일을 해내게된 것이다. 물론 일부러 인원을 축소하거나 한 것은 아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중소기업의 비정규직은 인원충원이 쉽지 않은관계로 있는 인원으로 버팅겨낸 것이다. 여기까지는 어쨌든 아무런 문제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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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A와 B의 일중 여차저차한 사정으로 B의 작업장을 옮기게 되었고 이제 남은 사람들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원칙대로라면 A(80%)의 일에 16명,B(20%)의 일에 4명이 할당되어야 하였으나 실제로는 인원부족으로 A(80%)에 13명,B(20%)에 3명이 일하는 식으로, 이맘때쯤 업무가 분리된 때이다. 그리고 최저 작업인원은 있어야 되기에 B에도 3명은 투입이 되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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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두 입장이 충돌한다. 먼저 회사의 입장이다. 지금은 출하가 줄어들어 16명이 충분히 하던 일이다. B업무가 빠졌으니 작업인원도 13명이면 충분하지 않은가? 하는 논리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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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 직원들 이야기이다. 원래 A(80%)는 16명이 해야될 작업이었는데 지금까지 인원충원이 안되어 겨우겨우 지탱해온 것 아닌가? 추가수당이나 다른 보상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이제 정상적으로 작업이 돌아갈 수 있는 시점에서 또 인원을 줄이면 작업상의 문제점은 물론이고 작업자들의 사기저하는 엄청날 것이다. 결국 또 인원들이 그만두고 나가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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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쪽 반론(생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태 잘 버텨오지 않았나, 현재의 경기를 보라, 한 푼이라도 아껴야될 때가 아닌가? 최대한 빡빡하게 작업인원운용을 하여야 한다. 16명은 과다한 인원이다. ( 혹 인원이 과다하게 결원이 되더라도 돌아가도록은 될 것이다. 사무직 인원들고 있고하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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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이 순간, 나는 회사를 대표하는 중간관리자이면서 동시에 현장 직원들의 이해와 요구도 놓치면 안되는 중소기업의 관리자이다. 적정한 인원을 어떻게 운용해 이 문제를 풀어갈지가 핵심이다. 업무의 특성상 커다란 리스크가 내부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현장에서는 이러한 일이 주된 어려움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문제는 현존하는 인원을 그냥 내보내지는 않는다는 최후의 보호막에 의하여 16명 작업인원을 유지하기로 하지만 결원이 생겼을 때 충원을 할지 안할지는 또 고민거리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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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나에게 주어진 '리스크'는 위의 이야기가 아닌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회사쪽 입장을 대변해야만 하는 중간관리자가 적극적으로 현장직원들의 입장에서 의견을 개진하고 업무추진을 함으로써 빚게되는 상사- 내 윗사람-와의 갈등이 내게는 더욱 큰 '리스크'가 되는 것이다. 확률이나 계산은 그 다음 문제이다. 작지만 위계질서가 확실한 조직내에서 중간관리자의 역량만으로 소신을 고집하다가는 흔한말로 '미운 털'이 박힐 수도 있다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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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여 이 책을 읽는 내내 내 머리 속을 지배한 '리스크'라는 단어는 과연 내가 얼마나 더 현장직원들의 입장에서 작업인원을 지금처럼 유지해야한다고 말 할 것인가?이다. 쉽게 말해 눈치보기일 수 도 있는 그런 상황이지만 나는 나의 '리스크'를 밀고 당기며 회사와 현장간의 조율을 끌어내야만 하기에 오늘도 '확률계산'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회피'하는 방법만 찾아 헤매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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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참, 이 책은, 최근의 확실한 두 경향, '가로지르기',혹은 '통섭','통찰'이라는 말과 '인지경제학','행동경제학','변종','뒤섞임','혼혈'이라는 말의 연결선상에서 바라보며 꼼꼼히 읽어내야할 책이다. 특히 '투자','파생상품','리스크'라는 말과 평상시에도 친숙한 이들에게는 필독서이리라. 하지만 나처럼 순간순간 현장에서 부딪히며 살아가는 이에게는 좋은 공부거리지만 쉽지 않은 책이었음을 고백해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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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12.15. 밤, 책임은 있고 권한은 부족한, 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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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풀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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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소한 불운 부담없이 처리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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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적 회계에 대한 재미있는 실례를 소개한다. 그(탈러)가 아는 어느 재정학 교수는 '사소한 불운 부담없이 처리하기'라는 현명한 전략을 세우고 실행에 옮기고 있다. 매년 초 그 교수는 좋아하는 자선기관에 적잖은 기부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실제 기부금은 연말에 전달할 계획이다. 그해를 살아가면서 운 나쁜 어떤 일, 예컨대 속도 위반으로 범칙금을 물거나 물건 분실 또는 무일푼의 친척을 우연히 만나는 일 등이 닥치면 자선기관에 기부하기 위해 따로 책정해놓은 돈에서 빼내어 쓴다. 이러한 전략은 손실에 대한 고통을 거의 제로에 가깝게 만들어준다. 어차피 남에게 줄 돈으로 처리하기 때문이다. 탈러(그)는 그 친구를 세계 최초의 '정신적 공인회계사'라고 이름붙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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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스크'회피에 관한 재미있는 본보기라 생각되어 옮겨둡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