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리고 쏠리고 들끓다 - 새로운 사회와 대중의 탄생
클레이 셔키 지음, 송연석 옮김 / 갤리온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우리에게 익숙한 세계는 작은 일은 사랑 때문에, 큰 일은 돈 때문에 이뤄지는 세계였다. 사랑은 사람들에게 빵을 구울 동기를, 돈은 사전을 만들 동기를 부여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사랑 때문에도 큰일을 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다. (115)
 
  현대사회의 최정점, 인터넷 혁명의 최전방에 서서 바라본 세상의 변화와 사람의 변화에 관한 많은 이야기들, 그리고 실전 사례들이 넘쳐나는 책, 언뜻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오가서 어려운 듯 보이나 사실은 단순하고 심오한 진리를 설파하는 책, [Here Comes Everybody]라는 원제의 뜻이나 [끌리고 쏠리고 들끊다]라는 제목이 너무도 어울리는 책, 나는 이 책을 야구장에 가서도 읽었다.
 
 2008년 8월 29일, 금요일, 대전에서 한화를 3연패시키고 사직구장으로 내려온 자이언츠가 삼성과 후반기 첫게임을 하던 날, 아버지랑 아우랑 근 스무해만에 함께 야구를 보러갔다. 넘쳐나는 야구에 대한 열기만으로도 며칠밤을 세울 수 있는 사람들 틈새에서 서울에서 잠시 내려와 쉬고 있는 아우와 늘 집에 혼자 계시는 늙으신 아버지와 김해 회사에서 반차(1/2 연차휴무)를 내고 함께 달려온 나는 자연스레 어우러져 야구장에 입성하였다. 경기시작시간은 18:30이었지만 우리가 들어간 시각은 17:00쯤, 벌써 많은 이들이 '끌리고 쏠리고 들끊'는 중이었다.
 
 부산-경남 지방 사람들의 야구 열기야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까지 이어져 오는 그 열기의 중심에는 [롯데 자이언츠]라는 야구단의 실력과는 상관없는 무언가가 분명히 있고 여러가지로 분석이 되곤 한다. 나 역시 그 분석중하나로 부산지방에는 외항 선원이 많다는 분석을 나름 내노혹 있다. 1년 가까이 배를 타다 내려서 2~3개월씩 쉬시는 분들이 많은 항구도시의 특성상 야구장에 가족과 친구들과 많이 다닐 수 밖에 없고 그 사이에 아이들은 1982년부터 무럭무럭 자라나 다시 팬이 되는 것이다. 나는 82년에 고1이었고 1984년 한국시리즈 우승때 고3이었다. 빌어먹을, 고3. 그 당시 롯데의 우승으로 부산지역 고3 수험생들의 점수는 평균 10점 이상은 낮아졌으리라...나만의 생각이다.
 
 그리고 빠뜨리면 안되는 것이 인터넷을 통한 생각의 공유 및 확산이다. 매경기에 대한 냉철하지만 자상한 분석과 조언이 쏟아지고 그 글들을 찾아 읽고 동의하고 반박하는 사이에 실제 야구를 보는 시간보다 더 우리는 야구에 취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 우리곁에 일어나는 많은 일들이 그러하다. 나만의 기쁨과 슬픔들이 블로그 또는 카페 활동을 통하여 - 책에는 미트업 사이트가 예로 소개되고 있고 우리나라의 싸이월드 이야기(237)도! 등장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익명성속에서도, 벗처럼 또는 친구같이 만나고 기꺼워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격려하거나 다독여주는 역할들을 해내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모르는 사람들끼리도 서로를 위해 뭔가를 해줄 수 있는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행동을 해보고 싶게 만들 정도로 비용도 적게 드는 세상, 작은 사랑으로 이룬 결실이 그 처음의 수준을 훌쩍 뛰어넘어 오래 지속될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우리의 시회적 도구는 사랑을 재생 가능한 건축자재로 바꾸고 있다. 서로를 충분히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범위로 보나 지속성으로 보나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일들을 이룩해낼 수 있다. 사랑으로 큰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154)
 
 그 대표적인 사례로 지은이는 "위키피디아"의 지속성과 공공성,효용성 등에 주목하고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인터넷에서 이뤄진 많은 감동과 훈훈한 이야기들이 있다. 그리고 올 상반기를 뜨겁게 달구던 "촛불집회"도 있다. 책 속의 성추행 신부들에 대한 사람들의 단합사례(156~173)에 빗대어 볼 수도 있는 우리의 "촛불집회"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진행형이며 세대가 달라졌음을 여실히 느끼게 해준 국민적인 규모의 "퍼포먼스"였다. 물론 지속성을 가진....
 
 인터넷의 확산과 누리꾼들의 참여도 등을 통하여 세상은 변화하고 있고 그 변화의 방향은 긍정적임을 지은이는 차근차근 증명해낸다. 그리고 그의 시각은 긍정적이다, 물론 나도 긍정적이다. 
 
  그날 사직구장에서 우리 세부자는 모처럼 통쾌하고 재밌는 경기를 기쁘게 보았고 '자이언츠'의 연승은 10연승까지 이어져온다. 오늘 저녁도 사직구장은 "끌리고 쏠리고 들끊"을 것이다. 그 속에 사람들의 발걸음이 하나씩 더해질 것이고 경기의 승패와 관계없이 "많아지면 달라진다"는 말처럼 야구 그 자체도, 야구를 보는 시민도, 그 시민을 보는 사람들도 당연히 변해갈 것이다. 결국엔 나도, 여러분도....
 
 얼마나 많은 사람을 아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다른 사람을 아느냐가 중요하다. (247)
 
 
2008. 9. 2. 자정을 넘기고 가을이 오고 있는 소리를 듣다.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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