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초원에서 보내는 편지 - 평생 잊지 못할 몽골의 초원과 하늘,그리고 사람 이야기
강제욱 외 지음 / 이른아침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아우야, 서울에 혼자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너의 외로움은 깊어갔겠지. 그래도 이번에 잠시나마 함께 지낼 수 있어 형은 너무 다행이다. 여러가지 까닭이 있지만 먼저 불규칙한 식사로 인한 너의 건강이고 다음은 아버지의 적적함을 달래줄 막내로서의 너의 역할이다. 비록 완벽한 큰 성공을 이룬 것은 아니라도 너만의 세계를 구축한 뒤 한 번 틈을 두고 정리 후 새 길을 떠나기 위해 내려오는 집이라 네게도 나에게도 아버지에게도 설레는 날들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오늘은 네게 몽고, 이야기를 하련다. [몽골, 초원에서 보내는 편지]라는 글과 사진이 어우러진 이 아름다운 책을 읽으며 나는 너를 생각하듯 머나먼 곳, 몽고, 그 곳에 있을 몽고사람들을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몽고와 우리는 같은 핏줄임을 너도 알 것이다. 아직도 우리 아이들의 엉덩이에 묻어나는? 몽고반점 한 개로도 충분히 증명되지 않겠니…뭐, 그런 것이아니라도 이 책에 등장하는 순박하고 맑은 그네들의 얼굴을 보며 우리랑 다른 사람들이라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게다.
 
 기차안에서 바라본 몽골의 밤하늘은 정말로 멋졌습니다. 별은 그야말로 손에 잡힐 듯 총총하게 박혀 그 자태를 뽐내고, 환한 달빛이 초원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더군요. 책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환한 달빛과 별빛. 아, 한국에서 이런 밤하늘을 본 것이 언제였는지…… ('초원으로 가는 몽골 횡단 열차 안에서", 이상엽) (56)
 
 사진이 주인이고 이야기가 손님인 책이지만 몽고라는 땅이 주는 감동이 워낙 커서인지 여러명의 이야기이지만 결국엔 몽고에 빠져들 수 밖에 없다는 자기 고백들이다. 그 감동을 각자 다른 방식으로 우리에게 전해주긴 하지만….
 
 아우야, 문득 나는 못가더라도 너랑 아버지랑 함께 이 여름, 몽고를 다녀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너의 경제력이 허락한다는 걸 전제로 하는 말이지만 몽고라는, 아직도 원시의 자태가 남아 있는, 생명력이 충만한 땅을 밟고 오면 새 일을 찾아나갈 너에게도, 홀로 집에서 한낮을 지키시는 아버지에게도 많은 활력이 될 것 같구나..아니면 가까운 산이라도 다녀와야겠지만…. 아뭏튼 이 몽고라는 나라의 대자연과 그 속에 사는 우리랑 같은 사람들이 뿜어내는 건강성은 간접적으로 접해보는 나에게조차 전달되어 읽는 내내 가슴설레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너도 알다시피 이 형이 좀 감성적이지 않냐...ㅎㅎ
 
 높은 건물은 없지만 생명력으로 충만한 땅, 넓은 땅을 뒤덮은 이름 모를 풀의 색채와 달콤한 향기, 가슴 속까지 시원하게 만드는 초원의 바람과 하얀 구름, 눈부신 태양과 은은하게 빛나는 달과 별, 그리고 여기에 사는 사람과 가축들. 자연과 인간이 만들어내는 비움의 미학은 반대로 모든 것이 넘쳐서 빈곤한 현대의 자화상을 돌아보게 합니다. 인간과 문명의 불협화음은 비울 줄 알 때 비로소 조화의 접점을 찾을 듯합니다. ("밤하늘에 가득한 은하수 별빛을 그리며",윤광준) (85)
 
 아우야, 이 책에는 이런 낭만적인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란다. 중국과 러시아로 인하여 반쪽이나고 그나마 반쪽은 아예 중국으로 빼앗겨버린 우리 몽고족의 원형질의 나라, 실패한 스탈린식 사회주의로 망가져버린 엄청난 인명 피해 및 불교 유적들… 그리고 이제는 초원과 사막까지 파헤쳐지는 현실들, 나아지지 않는 사람들의 삶…이 책에는 그런 아픈 얘기들도 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게르에서 생활하며 건강하게 살아가는 그네들의 삶은 그 자체로도 우리에게 감동의 힘을 준단다.
 
 참, 이 곳은 가축들을 위하여 야채는 먹지 않고 고기만 먹는다네. 기회가 된다면 니가 요리해주는 양고기 스테이크를 먹어보았으면 하는 생각도 잠시 해보았다. 우리가 살아가는 힘은 뜻밖에 단순함에 있음을 그들의 삶은 잘 보여주고 있다. '여행은 어떤 목적을 가졌든 혹은 가지지 않았든 간에 늘 인간을 따뜻하게 다독여주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초원에서 만난 닌자 광부들",석재현) (130) 그럴게다. 여행은 사람을 그만큼 성장시키니 그만큼 더 따뜻해지는 것이겠지.  몽고든 아니든 너랑 아버지랑, 우리 가족 모두랑 짧은 여름휴가라도 이번에는 다녀와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나이가 들수록 우리가 함께 하는 시간들은 줄어들고  앞으로는 더더욱 멀어질 터이니 함께 있을 때 서로에게 더 잘 해주고 더 따뜻하게 안아주는 그런 삶을 살자꾸나..아우야.. 
 
 단순한 삶의 방식이 일구어내는 행복은 미처 몰랐던 지혜였습니다. 사랑은 알아야 생기는 감정입니다. 처음 공항에 내렸을 땐 즉시 후회했고, 일주일이 지나나 신기해 보였으며, 한 달 째엔 매력을 느꼈고, 1년 후에는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된 나라, 바로 몽골입니다. (윤광준) (85)
 
  아우야, 꼭 몽고가 아니라도, 어디로간들 어떠랴, 함께 우리가 어깨걸고 옛날처럼 다닐 수 만 있다면 그 것만으로도 행복한 시간들이지 않겠니.얼마남지 않은 너의 귀향, 난이도 나도 기다리고 있다.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자꾸나. 아우야.
 
 
2008. 7. 21.  사랑한다, 아우야!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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