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Ⅰ. |
| 책, 그 자체로 작품이 되는 문학서적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책은 어떤 기획의도를 갖고 사전에 철저한 준비를 거쳐 지은이가 오랫동안 마련한 재료를 잘 버무려 뜻한 바를 독자에게 전하고자 만들어내는데 최근 이런 기획류의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그 작품들이 뜻한 바를 제대로 다 반영하고 있어 읽는 이를 기쁘게 한다. 이번에 만난 이 책 역시 그러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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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Ⅱ. |
| 글쓴이 이주헌은 그림관련 이야기를 하며 많은 책을 지었으며 내 책장에도 몇 해전 구입하였던 [신화, 그림으로 읽기]가 놓여져 있다. 이 책은 "어린이를 위한 이주헌의 주제별 그림읽기" 연작의 네번째 작품으로 그는 '아름다운 풍경화', '신비로운 인물화', '생생한 역사화' 에 이어 '정겨운 풍속화'에 얽혀있는 이야기들을 그림과 함께 맛깔나게 들려주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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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이는 풍속화를 여섯가지로 나누어 설명하는데 그 구분이 각 장의 이야기 거리를 묶어주고 있다. '풍자가 생명인 풍속화', '문화활동과 여가를 그린 풍속화', '어린이와 여성이 등장하는 풍속화', '농촌과 도시,노동의 이미지를 그린 풍속화', '사랑과 상실의 아픔을 담은 풍속화', 그리고 '동물을 그린 풍속화'로 이야기는 쏟아진다. 이 소제목들이 결국 풍속화란 어떤 그림인지를 설명해주는 말이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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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존의 왕이나 귀족을 그린 초상화나 기독교 관련 사항/인물들을 그린 그림들과 구분되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다양하게 나타낸 그림들을 일컫어 풍속화라 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김홍도,신윤복의 그림에 와서 그 절정을 맞이하는 그림의 장르이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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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균 2쪽에 이르는 내용을 보면 왼쪽, 한면에는 커다란 도판으로 소주제에 해당하는 그림 한 편이 소개되고 오른쪽에는 그 풍속화에 관련된 이야기와 더불어 그림 자체에 대한 설명이 곁들여진다. 그리고 오른쪽 어깨부분에 조그마하게 비슷한 유형의 그림 작품이 한 편 더 소개되고 있으며 그 아래에는 그림을 보면서 아이들이 궁금해할만한 주요 낱말들에 대한 낱말풀이가 매 쪽마다 등장한다. 그래서 아무쪽이나 펼치면 왼쪽에 그림 한 편, 오른쪽에 그림설명과 비슷한 유형의 작품,주요 낱말풀이가 어우러져 아이들이 - 라고는 하지만 그림에 대한 기초 공부가 거의 없는 나같은 이들까지, 초등학생부터 온 가족이 함께 - 부담없이 책을 펼쳐 보며 그림을 만나고 풍속화란, 그 당시의 풍속이란 어떤 것이었는지를 배우고 익힐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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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무엇보다 그 설명에 해당되는 이야기들이 그냥 한 번 보면 그만인 이야기들이 아니라 살아가며 삶에 도움이 될 이야기들로 그득하여 보는 이들을 더 흐뭇하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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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뭉크는 왜 싫고 두려운 것을 그렇게 그림으로 그렸까요? 싫고 두렵다고 피하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맞딱뜨려 표현함으로써 그것을 극복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에드바르드 뭉크 "병든 아이" 설명중에서) (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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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그 오른쪽, 낱말풀이 항목을 보면 '예술과 치유의 힘'이라고 하여 아트세라피를 설명하고 있다. 병든 소녀의 핏기없는 얼굴을 보고 그 두려움을 이겨낼 의지를 읽어내고 있는데 화가인 뭉크의 가족사, 어릴적 병들어 일찍 떠난 누나에 대한 이야기들을 이미 알고 이해하고 버무려 우리에게 맛깔나게 전해주는 지은이의 솜씨는 보면 볼수록 놀랍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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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Ⅲ. |
| 120여쪽의 책에서 우리는 80여편의 명화들을 만날 수 있는데 5~60여편은 기존에 한 번씩이라도 보아 왔던 작품들이고 나머지는 이 책을 통하여 처음 만난 그림들이다. 각 그림마다 얽여있는 이야기를 다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한 작품 한 작품 바라보다 보면 지은이가 느끼는 감정 또는 나만이 느끼는 그림에 대한 눈이 뜨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뭐 어떠랴, 그림을 한 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행복해할 수 있을지니 언제 이렇게 많은 작품들을 내가 살아가며 찬찬히 바라볼 기회가 있을 것인가. 그것만으로도 흡족한 그림여행이다. 그리고 나는 아이를 데리고 다른 여행 속으로 곧 따라 떠나서 또 다른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만나보련다. '풍속화와 떠나는 시간 속 여행'에 여러분을 초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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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텁지근한 실내에서 일하느라 옷을 대충 걸치고 화장은 신경조차 쓰지 않은 여인, 이 여인처럼 일상에 충실한 사람들한테서 우리는 진정으로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삶이 어떤 것인지 똑똑히 배우게 됩니다.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순간순간을 성실하게 사는 것, 그것이야말로 보람된 삶을 사는 첫걸음입니다. ( 에드가 드가 "다림질 하는 여인" 설명중에서) (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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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 7. 6. 저녁, 뚜벅뚜벅 마흔 두 해째 삶의 첫 발을 내딛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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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풀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