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화홍련전 찾아 읽는 우리 옛이야기 9
작자미상 지음, 김은숙 엮음, 최정인 그림 / 대교출판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이야기란 것은 그 시대의 산물이라고 하지요. 이를테면 어느 고을에 행실이 고약한 계모가 어머니를 여읜 어린 자식을 구박하여 죽게 한 일이 일어났을 때, 그것을 직접 보았거나 전해들은 누군가가 정성껏 곰삭여 새로운 이야기로 만듭니다. 이때 이 이야기 속에 그 시대의 풍경이 자연스레 담기게 된답니다. ('머리말'에서) (4)
 
 아뿔사, 이 이야기를 내가 처음 만나는 것인가? 당연히 잘알고 있는 옛이야기인줄 알았는데 도대체 뭘 알고 있었다는건지…. 스스로를 돌아보며 부끄러워지는 책읽는 시간이었다. 우리 전래동화이고 늘상 들어왓던 이야기라 그렇고 그런 이야기들로 전개되는줄 알았었는데..원본(?)에 가깝게 장 정리한 이야기를 만나니 새로운 사실들을 만나게된다.
 
 장화와 홍련이 죽음에 이르는 안타까운 장면, 미리 천벌을 받는 이복동생 장쇠의 모습, 그리고 다시 그 못난 아버지의 딸로 환생하고야 마는 딸들의 지극한 효심…다 처음 만나는 이야기들이다. 그런데도 나는 이 이야기를 대충 다 안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었으니…배우고 또 익히는 시간들이 아직도 많이 필요함을 새삼 깨닫는다. 
 
 옛이야기를 들려주듣 자세히 묘사되는 장면장면과 그에 맞춘 그림의 전통스러움!이 잘 어울려 책을 읽으면 '우리 이야기를 만나고 있구나!'하고 편안한 맘으로 보게된다. 이야기는 장화와 홍련의 죽음으로 가슴 아픈 사연이 되지만 끝끝내 복수하고 환생하고 있으니 해피엔딩+권선징악 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엮은이도 언급하였듯이 그 시대의 한계을 반영하는 내용들이 곳곳에 눈에 띄니 어쩔 수 없는 시대상황이리라. 딸을 말한마디, 흐릿한 증거 하나로 죽음으로 이르게 하는 못난 아비는 아무런 형벌도 받지 않는다. 그것도 원혼이 된 딸의 간곡한 부탁으로…. 참으로 못난 아비고 못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그러고도 딸의 사랑을 바라는 아비의 마음이 이런 이야기를 태어나게 하였으리라....나중에 비록 마음의 고통을 통한 형벌을 받았다고 하지만 그것으로 면죄부를 얻을 수는 없는 것이다. 이 책에 전개되는 모든 이야기의 뿌리는 아버지인 '배 좌수'의 '못남'에 있지 않는가. 일개 아녀자인 계모의 잘못보다는 아버지의 잘못이 더 큰 것을.. 잘못을 알 수 있고, 개선할 수 있음에도 모르고 넘어가는 것이 더욱 큰 잘못임을 이 책을 통하여 아이들이 깨닫도록 해야하는데 아쉽게도 이야기 속에는 그런 구절이 등장하지 않는다.
 
 시대상황에 맞추어 전해내려오는 이야기를 지금의 우리 현실에 맞추어 다시 해석하고 전달하려는 노력이 있었다면 더욱 재미나고 알찬 "찾아 읽는 우리 옛이야기"가 되지 않았을까? 단지 할머니들이 들려주시는 이야기 그대로가 아닌…….
 
2008. 4. 15.  새벽, 새근새근 자고있는 딸아이를 바라보는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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