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에 싸인 아이 산하어린이 151
이상권 지음, 신지수 그림 / 산하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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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일기장 속에 있는 또 다른 나와 많은 이야기를 나눕니다. 일기만 쓰는 게 아니라, 시도 쓰고 노래도 지어 부릅니다. 물론 한 번 부르고 나면 잊어버리는 노래입니다. 이제 일기장은 나의 가장 소중한 친구입니다. (21)
 
 지난 석달, 나는 책을 읽고 일기를 썼다. 하루에 한 권가량 읽고 한 편가량의 서평을 작성하였다. 의무감도 자존심도 아닌 무언가가 있어 지독히도 나의 이야기를 뱉어내었던 것이다. 내게 있어 책읽기는 책일기이고 서평은 또 다른 모습의 일기인 것이다. 중1때부터 써오던 일기장도 스물 몇 권에서 멈추었고 블로그에 올리던 半공개적인 일기도 뜸하여졌다. 그만큼 바쁜 가운데에서도 나는 무엇을 바라 읽고 쓰고 또 읽고 쓰고 하고 있을까?
 
  "유혹이란 누구한테든 있는 거야. 욕망 같은 것이지. 더 잘살고 싶고, 더 좋은 것을 가지고 싶은 욕망 말이야. 하지만 그런 유혹과 욕망은 바로 자신이 만드는 거야. 그것을 이겨 내려면 참을 줄 알아야 해. 어른이 되어 간다는 것은 그래서 어려운 거야. 조금씩 참는 버릇을 키워 나가면 돼." (101)
 
 그래, 나는 어떤 유혹에 빠져 있었던 것일까? 나만의 나라, 나만의 세상을 이 책 속에서 만들려 하던 것은 아니었을까? 이렇게 어린 아이들도 세상속에서 만나 다투며 배우며 서로 정들어가며 깨달아가며 성장하고 있는데, 나는 도대체 무엇을 바라 업무상 하는 일 외에는 책만 보고 있었던 것일까? 밤을 뒤척이며 아내랑 등돌리면서까지 책을 읽고 또 읽고 하는 것일까?  
 
 자주 만나다 보니, 이젠 꼬마배우가 다리를 전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다리를 저는 것은 정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33)
 
 다리를 저는 거리의 부랑아동인 '꼬마배우'와 주인공인 외톨이 '고독한 가수'는 우연히 만나 서로에게 끌리어 사귀며 우정을 쌓아나가는데 그들에게 '꼬마배우'의 장애가 무엇이 문제가 될 수 있겠는가?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이다. 장애는 당사자에게 조금 불편한 뿐인 것이지 바라보는 이가 그 장애로 인하여 불편하거나 우쭐해하거나 혹은 무시하거나 할 사항은 아닌 그저 '장애'그 자체인 것이다. 그리고 자주 만나고 곁에 있으면 아무 것도 아닌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그런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얼마나 많은 장애를 스스로에게 짐지우고 있는지....... 
 
 "학교에서는 착한 사람이 되라고 가르치지? 하지만 세상은 착할수록 살기 힘든 곳이야. 너도 언젠가는 알게 될 거야. 하지만 너는 절대 이런 짓을 하면 안 돼. ~ 왜냐하면 아무리 세상이 그래도 착한 사람은 필요하거든. 너는 착하잖아. 난 그렇게 믿어. ~ " (45)
 
 '꼬마배우'가 '고독한 가수'에게 하는 말이지만 우리는 이런 이야기를 스스로에게 한 번쯤은 해보았을 터이다. 나는 착한데 왜 이리 일이 잘 풀리지 않는 것인지… 스스로를 위로하는 소리로는 괜찮을지 몰라도 부인하기 어렵게도 현실은 이야기처럼 전개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것이 순간의 판단일 뿐이기를 우리는 또 바란다. 아직은 현실이 뒤집어지지 않았지만 언젠가는, 곧, 제대로된 진실의 이야기가 들려오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착할수록 살기 쉬운 세상이라는......
 
 나를 봐, 나는 다리를 절잖아. 그래도 나는 당당해지려고 해. 그래야만 살 수 있거든. 창피당하는 순간을 이기는 게 얼마나 힘든지는 나도 알아. 부모님한테 꾸중 듣고 선생님한테 벌받는 것은 고통이 아니야. 창피하다는 감정을 이겨 낼 수 없다는 것이 진짜 고통이지. (51) 
 
 세상의 거부와 거절 속에서 살아남는 법은 역시 '스스로 서는 법'인 것을 '꼬마배우'는 거리에서 배운 것 같다. 그리고 당당해지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안다는 것은 아쉽지만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이다.그리고 그것은 
 무엇을 알아 간다는 것은 그만큼 호기심에서 벗어난다는 뜻인가 봅니다. (77)
라고 말하며 세상에 철들어가는 것이다.
 
 나는 처음으로 불편함이 창피함만큼이나 이겨내기 힘든 감정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60)
 
 여자 친구 생일상에 초대받아가서 느끼던 그 어색함, 나도 모르는 분위기의 감염, 그 속에서 느끼던 쭈빗쭈빗함은 수십년이 지나도 남아있다. 불편하고 창피함은 그만큼 오래가는 것이다. 그 창피함을 이겨내야만 하는 것도 결국은 자라나는 이들의 몫이겠고…
 
 너희들이 보기엔 어른이라면 자기 맘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 같겠지만, 꼭 그렇지는 않단다. 어른들도 자기 맘대로 행동하지 못하는 것이 있단다.  (204)
 
 이제는 다 자랐다고 생각하면 아직 어른이 아니다.  마흔이 넘은 아직도 더 배우고 더 자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지금이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다. 천천히 걸어도 보았고 무턱대고 엇나가 보기도 하였다. 그리고 지금은 책에 반쯤 미쳐 살아가고 있다. "비밀에 싸인 아이"는 가슴 아픈 상처만 안고 세상을 떠나는 '꼬마배우'도 아니고 그 추억으로 아픈만큼 성숙해지는 '고독한 가수'도 아니다. 아직도 세상에 철들지 않으려 발버둥치며 이 밤을 부둥켜 잡고 뒤척이는 내가 바로 "비밀에 싸인 아이"이고픈 것이리라.
2008. 4. 7. 밤, 오늘도 뒤척이며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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