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쇼크 2012 - 임박한 세계 대변혁 시나리오
그렉 브레이든 외 지음, 이창미, 최지아 옮김 / 쌤앤파커스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목적은 진위의 증명에 있지도,논쟁의 마침표를 찍는 데 있지도 않다. 다만 다양한 관점에 대해 마음을 열어두고 있는 '탐구적인 독자'를 위해 평소에는 접할 수 없거나 기존 미디어가 '허무맹랑한 주장'이라고 폄하하고 있는 목소리를 담고자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그리고 사이비 종교지도자들이 눈먼 헌금을 강요하기 위해 윽박지르는 '2012년 종말' 식의 운운이 아니라, '명백히 파괴와 고갈로 향해 가고 있는 인류의 미래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에 초점을 맟추고자 했다.  ~ 다행히 이 책에 동참한 필자들 역시 '2012년'이라는 주제를 2012년 12월 21일 자정에 폭발하기로 된 종말의 시한폭탄으로 보기보다는 주로 '선택의 포인트', 가능성과 기회가 많아지는 계기로 서술하고 있다. ('서문'에서) (6~7)
 뜬금없이 왠 '종말론'이야기냐며 의구심을 갖는 독자들이 더 많으리라. 1999년 12월 31일 세계가 멸망한다고 많은 사이비 종교 및 예언가들이 설쳐되었건만 우리는 이렇게 건재하듯이 `2012년 종말론'과 관련하여서도 결과는 비슷할 것이다. 그런데 왜 이런 책이 나오고 또 나같은 이는 관심을 갖고 바라보는 것일까? 그 까닭은 세계의 변화와 인류의 나아갈 바에 대한 궁금증에 있다. 갈수록 급변하고 유동적이 되어가는 세계의 변화들 속에서 가까운 미래에 우리 인류는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지가 궁금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여러 사람이 쓴 글들을 모은 '편집본'이다. 주된 관심은 '마야문명이 예고한 인류의 마지막 날인 2012년 12월에 대한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그 다음은 어찌될 것인지, 어떻게 살 것인지에 관한 담론들이 넘쳐난다. 책 표지도 이러한 내용에 맞게 담담하면서도 비관적인 흑백톤으로 잘 만들어져 있다. 내용의 좋고 나쁨을 떠나 책만듦새로는 아주 잘 만든 책임을 보장하고 싶어지는 정도이다.
 
 "임박한 세계 대변혁 시나리오"라는 이름에 걸맞게 여러가지 방향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그리고 그 바탕은 가까운 시일내에 무언가 엄청난 일들이 인류에게 일어날 것이라는 전제이다. 
 
  그러나 그 어디에도 '전세계가 ○○년 ○○월 ○○일에 완전히 멸망한다'고 주장하는 예언은 없다. 그보다 대부분 예언들의 공통점은 특정한 시점을 기화로 인류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매우 구체적이고 엄청난 변화가 '일어남'을 짚어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30)
 
 아무튼 유일하게 가능한 예측은 '앞으로의 시대가 과거의 패턴과는 완전히 결별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39)
 
 그리고 이러한 논점의 근거들로 여러가지 가설들이 제시되고 있는데 기본이 되는 마야문명의 유산에서 추산한 예언- 여러 논자들이 언급할 정도로- 과 논자에 따라 표현은 다르지만 '임박한 변화의 최종점'에 대한 추론들이다. 
 
그럼 대부분의 논자들이 이야기하는 근거를 만나보자.

 



 


 / 그림 1 / 특이점에 접근할 때의 성장 곡선  (39)
 
 위 그림이 이 책에 나온 대부분의 '종말' 또는 '변혁'과 관련한 시나리오의 근거가 되는 그래프이다. 예를들면 '컴퓨터의 연산능력이 지난 50년 동안 그랬듯 18개월마다 두 배로 높아진다, 2020년대 즈음에는 인간의 뇌 기능과 맞먹는 컴퓨터가 등장한다'(38) 는 식의 '성장의 끝','진화의 끝'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그리고 곧 '인간을 넘어서는 컴퓨터가 등장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 되는 것이다. "블레이드 러너"의 시대가 오는 것이다. 이러한 명제?를 부인하려면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데 그것은 인간의 능력- 특히 이 분야와 관련한 능력은 현재의 실적이 증명하는 바가 있으므로-은, 분명 발전할 것이라는 믿음을 버릴 수가 없으므로 이 논점을 수긍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그렇지 않다면 발전에 대한 전망 자체를 비관하는 것이 되어버리니 '딜레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기술의 진보를 믿자니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는 존재의 출현을 받아들여야되고 그렇지 않다면 이제 발전은 끝났다고 하여야 하다니... 여기서 많은 이들은 어쩔 수 없이 전자,기술의 진보에 다른 혁명적인 변화를 수긍하할 것이다. 나 역시 그러하다. 하여 다시 위 그림을 보면 시간이 흐르고, 변화의 속도가 가팔라질수록 '특이점'에 도달하게 되는데 이 특이점은''방정식이 붕괴하면서 이전에 가졌던 실질적 의미는 모조리 잃게 되는 지점을 일컫는 수학용어'(37)인 것이다.  결국 '끝','마지막','한계'에 다다른다는 이야기이다. 언제? 2012년 쯤에.
 
 '특이점'(37), '오메가 포인트'(53),'임계질량'(85), '카오스포인트'(97), '전환기'(111), '점프타임'(308), 그리고 '마야력의 마지막 날'(155) 등 이 모든 표현이 가리키는 바는 거의 동일하다. 비등점을 향해 달아오른 물이 비로소 끓기 시작하는 시점, 섭씨 99.9 ˚ 에서 100˚로 끓어오르는 시점에 대한 표현들인데 바로 '마지막 날'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다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그것은 그럼 그 날에,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고, 하여야만 하는가이다. 
 
 이 부분에서 책과 나는 조금은 다른 길로  갈라선다. 책은 안정적이고, 미국스럽게도(!), 개인과 인류의 영성을 강조하며 한걸음 물러선 듯한 논지들이 제시된다. 물론 나쁜 결론은 아니다. 하지만 잘 될거라는, 잘되야만 하다는 소명의식으로 세계가 그 '터닝 포인트'를 슬기롭게 넘어설 수 있을까에 나는, 조금 비관적이다. 개인의 견해로서 열심히 살고 긍정적으로 살아가며 세계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과 그렇게 될 것이라 전망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인 것이다. 
 
 이미 한참 전인 2006년 겨울에 출간된 보고서. 그에 따르면 지구인구의 단 2%가 세계 부의 50%를, 그리고 단 1%가 40%를 소유하고 있다. (237)
 
 (세계동향) 2015년의 세상은 아주 극소수(점점 줄어들고 있는)만 더 좋아질 뿐, 나머지(급속도로 늘고 있는)의 사정은 악화된다는 점에서 오늘날의 세계와 비슷한 양상을 띤다. (96)
 
 이 책의 논자들도 이런 현실을 부인하지는 못한다. 그러면서도 비전은,전망은 긍정적으로 내놓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해석해야할까? 그들도 이미 자리잡은 사람들이기때문이라고 보기엔 너무 단순한 판단이리라.
 
 문제를 야기시켰던 것과 동일한 의식상태로는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 (아인슈타인) (238)
 
 "인간 의식 차원에서 전 지구적인 혁명이 없다면, 아무것도 좋은 쪽으로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각성하지 않는다면 이 세계 앞에 놓인 환경과 사회,문명 전체의 파국은 불가피할 것입니다." (1991년 2월,바츨라프 하벨,체코슬로바키아 대통령) (108)
 
 '우주적 인간의 출현'(84), '새벽을 만드는 사람들-비저너리의 출현'(112), '재지역화(144),'이사파-2012년 달력의 출발점'(180),' 2012년, 다시 깨어나야할 시간'(228),'반투명한 사람'(242), 그리고 '2012 케찰코아틀의 복귀'(291) 등 이 많은 표현들이 가리키는 것은 "정신적 깊이의 대변혁"이며 이를 이루거나 이루려는 사람들의 출현을 알리는 것이다.결국 모든 것은 카이로스의 문제이다.즉 우연한 사건들이 일어날 때인 것이다. '산업성장 사회'에서 '생명보존 사회'로 가는 이행과정이라는 것이 이 책의 논자들이 이야기하는 바다. 그 희망들은 전환기를 넘어서기에 차고 넘칠만큼 많고 또한 감미롭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할 것이 있으니 전망만으로 이뤄지는 것은 없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그 대열에 뛰어들지 않을때에는 희망도 절망으로 바뀌고야 마는 것이다, 그것이 역사이고 미래인 것이다.
 
(중대한 갈림길에서,현재와 같은 점프타임에서)  우리는 낯익은 영역으로 회귀하기를 희망하면서 우리가 따라온 길을 되돌아가는가?  아니면 이렇게 외칠 것인가? 쇼는 계속돼야 한다(Show must go on)'고 (308)
 
 이제 우리는 우리 인류가 이 지구속에서 살아가는 '종(種)의 으뜸에 설 자격이 있음을 증명하는 일에 마음과 생각을 다'해야 하리라. '결국 우리에게 마지막 남은 희망은 우리 자신 뿐이므로'(55)
 
2008년 4월 4일 밤, 봄날은 오네….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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