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 팔레스타인의 독립은 정당한가 고정관념 Q 13
오드 시뇰 지음, 정재곤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먼저 "고정관념"을 백과사전에서 찾아보니 아래와 같은 뜻이 나타난다.
 고착관념(固着觀念,fixed Idea) =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의식이나 표상(表象)에 거듭 떠올라 그 사람의 정신생활을 지배하고 행동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관념을 말하는 심리학 용어로, 고정관념이라고도 한다. 강박관념과 더불어 강박신경증의 징후인 경우도 있으나 반드시 병적인 것만이 아니라 정상적인 관념일 수도 있다. 정상적일 수도 있는 '고착관념',아니 '고정관념'에 대한 책은 또 무엇일까?
 
 과연 '우리가 갖고 있는 여러가지 '통념'들에 대하여 이러한 통념들이 왜 생겨났는지,어느 정도의 진실을 담고있는지 알아보려는 의도로 기획된' [웅진 지식하우스]의 <고정관념Q 시리즈>는 '삶과 세계에 대한 고정관념을 벗어버리고 진정한 이해로 나아가는 데에 길잡이가 되어줄 것'('기획의 말'에서)인가? 자,그럼 우리의 고정관념을 타파하러 이야기속으로 들어가보자.
 
 이번에 만나 본 <고정관념Q 시리즈>는 "이슬람","유대인","팔레스타인" 세 권이다. 한꺼번에 세 권을 읽고자 한 뜻은 어느 한 쪽의 이야기만 일방적으로 이해하였다가는 나중에 또 혼선이 올 것 같기에 이번 기회에 중동의 화약고에 대하여 제대로 알고 싶어서였다. 그리고 그 기대는 크게 벗어나지 않았지만..
 
 세 권의 책을 받아들고 처음 느낀 점은 '아, 책의 편집에도 아직까지 통념이 남아있는 것은 아닌지'하는 생각이었다. "이슬람"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하여 출간된 <고정관념Q 이슬람>의 표지 색깔은 빨강은 아니지만 붉은 계통인 좋게 말해 핑크빛, 다르게 말하면 선홍빛,피빛이었다. 그리고 <유대인>은 차분하게 가라앉은 맑은 '파랑'빛깔이라니….중동에 대한 통념들을 단번에 만나는 듯 하였다. '공격적이고 관용을 모르는 전투적인 종교에 맞는 선홍빛 색깔'의 <이슬람>과 나름대로 '합리적이고 자리잡은 선진국가의 이미지인' <유대인>이라.... 출판기획의도는 처음부터 무시된 것인지....자못 궁금해졌다. 나머지 한 권인 <팔레스타인>이 평화와 안전의 상징인 초록 풀빛이니 아마 나만의 잘못된 '고정관념'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유대인>을 붉은 빛으로 <이슬람>을 파란 빛으로 하여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을 터인데, 하필이면 이런 빛깔의 표지들이라니...기획단계에서의 문제점이라고 짚어두련다.
 
 그럼, 책의 내용으로 들어가서 만나는 <고정관념Q>의 느낌은 어떠한가 이야기해보자. <이슬람>,<유대인>,<팔레스타인> 이렇게 순서대로 보았는데 책 뒤표지에 나와있는 시리즈에서도 이 순서대로 되어있으니 단계는 제대로 밟은 듯하다. 하지만 이 세 권의 글맛에서도 아쉬움이 생겼으니 까닭은 이러하다.
 
 이 책들이 프랑스라는 '세계 최고의 문화국가'에서 출간된 기획물이라는 것, 당연히 원저자들도 프랑스 사람들이라는 것은 공통점이다. 그러나 <이슬람>의 지은이는 너무 객관성을 강조하다 보니 글을 상당히 조심스럽게 작성하였고 그 탓에 '이슬람'에 얽힌 통념들을 시원하게 벗겨주지 못하고 있다.<이슬람>의 역사가 '이슬람은 전쟁과 불관용의 종교인가'라는 큰 질문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까닭에 지은이도 그렇지 아니하다고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까닭들을 소개하는 선에서 그치고 만다는 느낌,그래서 책 속에 던져지는 많은 질문들에 대하여 나 스스로도 명확히 부인할 수 있는 근거를 갖지 못한다는 것은 서슬픈 현실이자 안타까운 만남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 이런 방법으로 몇몇 주요 문제들을 다룸으로써 - 그 고정관념들이 어느 정도 진실을 담고 있다 하더라도 - 이슬람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경직성·부동성·불관용의 총체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 .- <이슬람> 15쪽,'질문을 던지다'에서
 
 이처럼 책머리에 언급된 것처럼 '100% 총체적으로 그런 것은 아니다'라는 정도의 글만으로 견고한 우리들의 고정관념이 어느정도 바뀔 수 있을런지 의심스럽다,읽는 내내, 읽고 나서도.
 
 그러나 <유대인>의 지은이는 또 다르다. - 아마, 이 지은이는 유대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 유대인이 역사적으로,세계적으로 '희생양'의 역할을 하였다는 것, 유대인에 대한 잘못된 오해와 특성과 전통에 대하여 가감없이 소개를 하고 그러면서도 읽는 내내 편안하게 유대인에 대하여 호감을 갖도록 유머가 있는 글들을 잘 전해주고 있다.
 
 <이슬람>과 <유대인>을 잇달아 보니 그 차이가 더욱 도드라진다. 이슬람과 관련된 사람이라면 문제제기를 할만 한 것이다. 그럼 <팔레스타인>은 어떨한가? <팔레스타인>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있는 역사적 사실에 대하여 편견없이, 객관적으로 잘 정리하여 들려주고 있다. 하지만 결국 <팔레스타인>에서 등장하는 모든 문제의 해결책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손에 달려'(161쪽)있다는 사실에 대하여 무시하지는 않지만 강조하지도 않는 수준이다. 이 책을 읽는 내 떠오른 것은 지은이가 아주 조심스럽게 글을 쓰고 있구나 하는 것이었다. 자세히 따라가보면 결국 이스라엘일 유엔결의안을 지키고 풀어나가야할 문제들이 많음에도 그 부분이 특별히 부각되지는 않았다. 또한 글 내내 '이스라엘'이라는 표현보다는 '히브리의 나라'라고 나타나는 부분도 원저자의 의도인지..다른 제 3세계민의 입장에서는 썩 탐탁치 않았다는 이야기이다. 
 
 그래도 <이슬람>을 통하여서는 아랍인과 이슬람과의 관계에 대한 커다란 오해와 강제적이고 까다롭기만한 이슬람의 규율들을 포함한 이슬람 정치,경제,사회,문화에 대한 잘못된 인식들을 바꾸는 계기를 마련하였고 <유대인>에서는 유대인에 대한 뿌리깊은 오해 -사실 우리는 잘 모르는- 와 해명을 만나볼 수 있었으며, <팔레스타인>에서는 현재 팔레스타인들이 처한 상황의 어려움을 실감나게 알게 되었다. 물론 이 얽히고 설킨 중동의 문제는 하루 아침에 풀릴 가망이 별로 없다는 것도, 그 모든 것이 미국과 이스라엘에 우선적으로 달려 있다는 것도 알게되었지만...'
 
 지나온 역사와 앞으로 전개될 미래 사이에서 우리가 가야할 바를 제대로 지향(志向)하고 잘못된 통념들을 지양(止揚)하는 것은 누구나 바라는 바이다. 새롭게 만나게 된 <고정관념Q 시리즈>가 이러한 앞길에 좋은 디딤돌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하여 본다.
 
2008. 3. 9. 흐린 봄날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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