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의 국제정치 역사지리 - 기자가 쓴 단군 이래 최대 역사 분실 사건
이정훈 지음 / 주류성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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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할수록 돌아가라 - [고구려의 국제정치 역사지리]


온나라가 미쳐 돌아가는 이상한 정국의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곧 이 길의 끝은 보일 것이다. 牛步千里,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만이 살아 남아 다른 길을 갈 것이다.

이 와중에 이토록 무겁고 오래되고 케케묵은 이야기, 옛고구려의 영토가 지정학적으로 어떠어떠했다는, 동아일보 출신의 '기자가 쓴 단군 이래 최대 역사 분실 사건'이라는 어마어마한 과거 속으로 들어가본다는 건 또 어떤 의미가 있을지, 망설이며 펼쳐든 책이었다.

500여쪽에 이르는 내용들에는 지은이가 손과 발로 품을 팔아 역사서 곳곳과 옛땅을 뒤지며 찾아낸 흔적이 역력하다. 그런데 너무 논문을 풀어 쓴 듯 다가 서기가 어렵다. 오히려 더 옛날 씌어진 연암의 한마디가 이 책의 주제를 단박에 잘 드러낸다.

'우리나라 선비들은 담지 지금 평양(북한 평양)만 알므로 기자가 평양에 도읍했다고 하면 이를 믿고, 평양에 정전(井田)이 있다 하면 이를 믿으며, 평야에 기자무덤이 있다고 하면 이를 믿어서, (지금의 압록강 건너에 있는) 봉황성이 곧 평양이다 하면 크게 놀랄 것이다. 더구나 요동(지금의 중국 요양)에도 또 하나의 평양이 있다고 하면 이는 해괴한 말이라 하고 나무랄 것이다.
(중략)··· 아아, 후세 선비들이 이러한 경계를 밝히지 않고 함부로 한4군을 죄다 압록강 이쪽에다 몰아넣어서, 억지로 사실을 이끌어다 구구히 분배(分排)하고 다시 패수(浿水)를 그곳에서 찾되, 혹은 압록강을 패수라 하고, 혹은 청천강을 패수라 하며, 혹은 대동강을 패수라 한다. 이리하여 조선의 강토는 싸우지도 않고 저절로 줄어들었다. ' ( 박지원, [열하일기]에서 ) (141)

이제와서 옛우리땅의 영역이 무에 그리 중요하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이는 그저 우리가 옛날에 이토록 광대하게 잘 살았다는 자기만족을 넘어 지금 중국에서 진행중인 동북공정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으로도 필요하다는게 지은이의 생각이고 그 생각에는 마땅히 동의한다.

그리고 평양을 포함한 옛 우리 삼국시대의 땅이 한반도에 국한된 것이 아님은 지은이의 연구 이전에 역사서에 기록된 천문기록으로도 분석논증해낸 박창범 교수의 [하늘에 새긴 우리 역사]에서도 밝혀진 바 있다. 하지만 반짝하고 지나가는 바람처럼 조용히 스러져버렸다. 사학계에서 대대적으로 함께 논의함이 필요하다.

그래서 지은이의 말처럼 '반도사관'이 아닌 '대륙사관'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우리 역사 시간의 85%이상이 압록~두만강 이북에서도 펼쳐졌다면 우리는 대륙사관을 가져야 한다. 고조선과 고구려의 중심지가 그곳이었다면 더욱 그러해야 한다. 대륙사관의 회복은 우리의 역사 무대를 되찾자는 주장이 될 수 있겠다. 동북공정은 요동 또는 만주벌판이 우리의 무대였다는 대륙사관을 가짐으로써 붕괴시켜 나갈 수 있다.' (443)

요동반도의 평양, 흥산(요하)문명.. 오래 잊혀진 우리 역사찾기는 한방에 해결될 수 없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천리를 가는 소의 걸음으로 실마리를 찾아 한걸음 한걸음 우직하게 나아가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의 대중화를 위하여 핵심을 잘 간추려서 청소년들도 쉽게 만날 수 있는 판본으로 개정판(!)이 나오기를 응원한다.

천천히 걸어갑니다.

( 190906 들풀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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