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탱 게르의 귀향
내털리 데이비스 지음, 양희영 옮김 / 지식의풍경 / 200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있는 미시사 도서 중 대표적인 책이다. 고양이 대학살, 치즈와 구더기 등과 함께 읽히는 도서이나 내용은 그에 비해 매우 간단하고 심도깊지 못한 듯하다. 한 남자가 자신의 가족을 두고 떠나 전쟁에 참전하고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몇년 후 그임을 자처하는 남자가 나타나 가족들과 함께 살지만 어느 순간 그임을 의심하는 가족들에 의해 고발당하고 결정적인 순간 마르탱 게르 본인이 나타나 결국 화형을 당한다는 것이 이 책의 주된 줄거리이다. 그러나 그 초점은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에 맞추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전혀 다른 인물을 가족으로 받아들이면서  실상 그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은 당연히 따르는 것이다. 문제는 가짜 마르탱 게르의 '사기'에 암묵적으로 동조한 사람들의 이해관계이다. 당시의 사회적인 규율이나 그들이 살던 지방의 상속제도, 재산 관리 방법 등의 전통과 한 사람의 부재 이후 드러난 주변인들의 이해관계 등이 이러한 사기를 가능하게 했던 것이다. 그러한 내용이 조금 더 부각되었더라면 보다 더 미시사의 모범으로 읽힐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아쉬움은 원작 자체에 대한 것이지, 번역자에 대한 것은 아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리원판으로 보는 풍물 1891-1930
국립중앙박물관한국사진박물관 / 포토라인 / 1998년 9월
평점 :
절판


사진은, 기록이다. 문자와는 달리 시각적으로 드러나는 명확한 자료이다. 문자가, 해석에 따라 간혹 이해의 폭을 달리하는 것과는 달리 사진은 분명하다. 그리고 이해보다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유리원판 필름에 남은 1891년에서 1930년까지의 모습은 유교사회 조선에서 개화의 길로 나아가는 시점의 풍물과 사람살이를 보여준다. 사진을 찍는 이로 인한 작위적인 모습은 간혹 이 안에 어느 정도의 진실이 담겨 있는가 의문을 자아내기도 하지만 왕실과 서민, 무녀와 기생 등 계급과 대상이 다양한 사진들을 통해 당대의 다원화된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사진 속에 남은 그들의 옷차림과 그들이 지은 집, 시장 속에서의 분주한 모습은 모두 하나의 다큐멘터리처럼 연속성을 갖는다. 이 책을 통해, 사진의 기록성과 그 안에 담긴 사실들의 역사적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국전통 어린이 복식
단국대 석주선기념박물관 엮음 / 단국대학교출판부 / 200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복식사 연구의 과제 가운데서 연구의 대상은 되었으되, 그다지 많지 않은 실물자료 때문에 언제나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이 바로 어린이 옷이다. 살기 어려웠던 시대에 어린이들의 옷이란, 어른의 옷을 재활용하는 것에서부터, 내내 물려 입는 소모품이었다. 그래서 남아 있는 조선시대의 어린이 옷이란 대개 반가의 자제들이 입었던 옷나 왕실의 유품들 뿐이다. 그러니 실물을 구경하기란 더욱 어려운 일이 아닌가.

이 책, 한국 전통 어린이 복식 안에는 다양한 어린이 복식 사진이 담겨 있다. 글자를 수놓고, 고름 하나하나마다 매듭을 엮어 둔 정성스러운 모양새의 옷은 물론, 쓰개에서부터 버선, 댕기 등의 소품까지 소개되는 것마다 찬탄을 자아내게 한다. 뒷부분에는 어린이 옷의 실측도가 마련되어 있고, 전문적인 논문 한편까지 실려 있어 어린이 옷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개화기 무렵의 흑백사진과 원판사진을 통해 옷의 활용상을 엿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신문으로 본 우리의 세탁문화 100년
차옥선 지음 / 경춘사 / 1999년 8월
평점 :
절판


사람살이 중에서 문화가 아닌 것이 어디 있을까. <신문으로 본 우리의 세탁문화 100년>은 주제가 '세탁'이라는 것에 더해 그 변화의 모습을 보도 수단의 하나인 신문을 통해 보았다는 데에 흥미로움이 있다. 세탁의 역사와 변화는 새로운 직물의 등장이나 세제의 개발과도 매우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빨래'라는 단순한 이름으로 불리우기에 아쉬움이 남는 것은 바로 이 점 때문이다.

지난 100년 동안의 신문기사 속에서 찾아낸 세탁문화의 변화 가운데에는 포마드라는 머릿기름을 사용하던 시기의 베갯잇 세탁법, 도입 당시만 해도 오히려 모직 스타킹보다 높은 가격이었던 나일론 스타킹의 관리와 세탁법, 그리고 세탁기의 등장과 사용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이 담겨 있어서 마치 신문물의 도입과 더불어 나타난 작은 에피소드들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세탁'이라는 일상적 행위가 사실은 얼마나 많은 문화적 선들과 연결되어 있는지를, 이 책을 통해 느낄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광고로 보는 한국 화장의 문화사
신인섭 지음 / 김영사 / 2002년 9월
평점 :
절판


광고로 보는 한국 화장의 문화사. 제법 끌리는 제목이다. 일단 광고라는 매체가 그렇고, 화장을 대상으로 문화사가 씌여졌다는 사실도 그렇다. 하지만, 제목이나 시작과는 달리 이 책의 내용은 화장품 회사인 태평양의 역사에 대한 나열에 머무르고 있다. 한국 화장의 역사에 있어서 태평양이라는 기업의 역할이나 기여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화장의 문화사를 논한다면서 한 기업의 광고와 제품 탄생 과정, 그리고 모델 선정과 제품 특성을 나열하다 보니, 마치 태평양의 연보를 보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또한 특정 제품의 성공 요인과 런칭 에피소드 등이 줄곧 등장하기 때문에 마치 잘 짜여진 화장품 성공신화 보고서를 읽는 기분이다. 광고로 보는 한국 화장의 문화사라는 근사한 제목은, 책을 덮는 순간 기업홍보책자를 보았다는 씁쓸함과 얽혀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