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탱 게르의 귀향
내털리 데이비스 지음, 양희영 옮김 / 지식의풍경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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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번역되어 있는 미시사 도서 중 대표적인 책이다. 고양이 대학살, 치즈와 구더기 등과 함께 읽히는 도서이나 내용은 그에 비해 매우 간단하고 심도깊지 못한 듯하다. 한 남자가 자신의 가족을 두고 떠나 전쟁에 참전하고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몇년 후 그임을 자처하는 남자가 나타나 가족들과 함께 살지만 어느 순간 그임을 의심하는 가족들에 의해 고발당하고 결정적인 순간 마르탱 게르 본인이 나타나 결국 화형을 당한다는 것이 이 책의 주된 줄거리이다. 그러나 그 초점은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에 맞추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전혀 다른 인물을 가족으로 받아들이면서  실상 그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은 당연히 따르는 것이다. 문제는 가짜 마르탱 게르의 '사기'에 암묵적으로 동조한 사람들의 이해관계이다. 당시의 사회적인 규율이나 그들이 살던 지방의 상속제도, 재산 관리 방법 등의 전통과 한 사람의 부재 이후 드러난 주변인들의 이해관계 등이 이러한 사기를 가능하게 했던 것이다. 그러한 내용이 조금 더 부각되었더라면 보다 더 미시사의 모범으로 읽힐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아쉬움은 원작 자체에 대한 것이지, 번역자에 대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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