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으로 본 우리의 세탁문화 100년
차옥선 지음 / 경춘사 / 199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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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 중에서 문화가 아닌 것이 어디 있을까. <신문으로 본 우리의 세탁문화 100년>은 주제가 '세탁'이라는 것에 더해 그 변화의 모습을 보도 수단의 하나인 신문을 통해 보았다는 데에 흥미로움이 있다. 세탁의 역사와 변화는 새로운 직물의 등장이나 세제의 개발과도 매우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빨래'라는 단순한 이름으로 불리우기에 아쉬움이 남는 것은 바로 이 점 때문이다.

지난 100년 동안의 신문기사 속에서 찾아낸 세탁문화의 변화 가운데에는 포마드라는 머릿기름을 사용하던 시기의 베갯잇 세탁법, 도입 당시만 해도 오히려 모직 스타킹보다 높은 가격이었던 나일론 스타킹의 관리와 세탁법, 그리고 세탁기의 등장과 사용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이 담겨 있어서 마치 신문물의 도입과 더불어 나타난 작은 에피소드들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세탁'이라는 일상적 행위가 사실은 얼마나 많은 문화적 선들과 연결되어 있는지를, 이 책을 통해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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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로 보는 한국 화장의 문화사
신인섭 지음 / 김영사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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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로 보는 한국 화장의 문화사. 제법 끌리는 제목이다. 일단 광고라는 매체가 그렇고, 화장을 대상으로 문화사가 씌여졌다는 사실도 그렇다. 하지만, 제목이나 시작과는 달리 이 책의 내용은 화장품 회사인 태평양의 역사에 대한 나열에 머무르고 있다. 한국 화장의 역사에 있어서 태평양이라는 기업의 역할이나 기여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화장의 문화사를 논한다면서 한 기업의 광고와 제품 탄생 과정, 그리고 모델 선정과 제품 특성을 나열하다 보니, 마치 태평양의 연보를 보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또한 특정 제품의 성공 요인과 런칭 에피소드 등이 줄곧 등장하기 때문에 마치 잘 짜여진 화장품 성공신화 보고서를 읽는 기분이다. 광고로 보는 한국 화장의 문화사라는 근사한 제목은, 책을 덮는 순간 기업홍보책자를 보았다는 씁쓸함과 얽혀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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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언각비
정약용 / 일지사 / 197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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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언각비는 마치 요즘 텔레비전 방송에서 짧은 시간 동안 보여주는 바른말 고운말 코너처럼 흥미롭다. 조선시대, 정약용이 당대에 사용된 어휘와 단어 표현들을 하나하나 골라 잘못된 표현을 바로잡고 그 연원까지 소개하는 이 책자는, 그래서 더욱 재미있다. 그때로부터 지금까지 줄곧 다르게 알려져 있었던 여러 단어에 대한 소개는 물론 우리에게 매우 낯설게 느껴지는 여러 물건에 관해 꼼꼼한 설명까지 덧붙여 두었다. 상복과 함께 사용하는 굴건을 실상은 꺾어서 사용하는 것이 아닌데 꺾어서 사용하면서, 이름까지 굴건이라 지어 부르고 있다는 통탄의 말도 보이고, 중국의 발음을 따라 잘못 발음하고 있는 단어의 용례도 확인할 수 있다. 어문연구를 하는 학자들에게도 도움이 되겠지만 일반인들에게도 흥미롭게 읽힐 수 있는,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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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절 - 신완역, 한국고전명저정선 4
이덕무 지음 / 명문당 / 198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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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무가 남긴 청장권전서의 일부로 소개되기도 하는 사소절은, 그 제목부터가 재미있다. 굳이 풀이하자면 선비의 작은 예절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런데 이 안에는 비단 선비가 갖추어야 할 덕목과 예의범절만이 수록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남자와 여자, 어린아이가 갖추어야 할 덕성과 자세에 대해 매우 구체적인 설명과 예시가 돋보인다. 상추쌈은, 먹는 모양이 과히 좋지 않으니 먹기를 삼가하라는 표현에서부터, 부인의 투기와 게으름, 어린아이의 일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조언이 담겨 있다.

사소절의 매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예전의 옷은 넉넉하여 시체를 염할 때 쓸 수 있었으나 요즘(이덕무가 글을 쓰던 그 시점)에는 그렇지 못하니 괴이하다거나, 머리카락을 높이 올려 가체를 드리는 일이 사치와 낭비를 조장하니 경계해야 한다는 당대의 유행에 대한 언급도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실학자의 입장에서 본 당대의 비합리적 혹은 지탄받아 마땅한 사안들에 대한 꼼꼼한 시선은 흥미와 즐거움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한편의 짧은 소설처럼 읽을 수 있는 조선시대의 에티켓 전문서, 어떤가! 그 낯설고도 익숙한 영역 속으로 들어가 보고 싶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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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오의 나라 1
김진명 지음 / 해냄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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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허구다. 그러나 또한 실제이기도 하다. 김진명의 소설을 읽으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국수주의적 관점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그것은 그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한일간의 미묘한 관계에 지나치게 집중하기 때문이다. 그 시선에서 한발자국만 물러서보라. 이전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혹은 황태자비 납치사건, 그리고 가즈오의 나라에 이르기까지, 나는 그의 소설에서 역사를 읽고 본다. 치밀한 역사적 고증과 그 안에 더해져 있는 다양한 사건들은 허구인 소설을 마치 한편의 다큐멘터리처럼 느끼게 만든다. 그것이 김진명 소설의 매력이다.

가즈오의 나라에 등장하는 역사적인 배경과 쟁점은 광개토대왕비이다. 그리고 우리가 박물관 한 귀퉁이, 다큐멘터리의 어느 한 장면에서 보고 지나쳤던 칠지도가 중심에 놓인다. 우리가 역사시간에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이 유물과, 이것을 사이에 둔 실제의 외교적 혹은 역사학자들간의 논쟁, 그리고 연구성과, 이 모든 것을 소설이라는 틀 속에 놓고 보는 것은 새로운 경험이다. 물론 글을 읽는 독자는 어디까지가 고증된 부분이고 그렇지 않은 곳인지 잠시 혼란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 그 자체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 우리는 지금 소설을 읽고 있는 중이니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끊임없이 '역사'라는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역사를 보는 데에 과연 절대적인 관점이라는 것이 있을 수 있는지. 지극히 상대적이며, 자료와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 그렇기 때문에 소설의 좋은 소재가 되기도 하는 모양이다. 거대하고 복잡한, 그럼에도 또한 일상이며 삶인 역사를 오늘, 소설 속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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