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오의 나라 1
김진명 지음 / 해냄 / 200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소설은 허구다. 그러나 또한 실제이기도 하다. 김진명의 소설을 읽으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국수주의적 관점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그것은 그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한일간의 미묘한 관계에 지나치게 집중하기 때문이다. 그 시선에서 한발자국만 물러서보라. 이전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혹은 황태자비 납치사건, 그리고 가즈오의 나라에 이르기까지, 나는 그의 소설에서 역사를 읽고 본다. 치밀한 역사적 고증과 그 안에 더해져 있는 다양한 사건들은 허구인 소설을 마치 한편의 다큐멘터리처럼 느끼게 만든다. 그것이 김진명 소설의 매력이다.

가즈오의 나라에 등장하는 역사적인 배경과 쟁점은 광개토대왕비이다. 그리고 우리가 박물관 한 귀퉁이, 다큐멘터리의 어느 한 장면에서 보고 지나쳤던 칠지도가 중심에 놓인다. 우리가 역사시간에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이 유물과, 이것을 사이에 둔 실제의 외교적 혹은 역사학자들간의 논쟁, 그리고 연구성과, 이 모든 것을 소설이라는 틀 속에 놓고 보는 것은 새로운 경험이다. 물론 글을 읽는 독자는 어디까지가 고증된 부분이고 그렇지 않은 곳인지 잠시 혼란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 그 자체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 우리는 지금 소설을 읽고 있는 중이니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끊임없이 '역사'라는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역사를 보는 데에 과연 절대적인 관점이라는 것이 있을 수 있는지. 지극히 상대적이며, 자료와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 그렇기 때문에 소설의 좋은 소재가 되기도 하는 모양이다. 거대하고 복잡한, 그럼에도 또한 일상이며 삶인 역사를 오늘, 소설 속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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