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중국인 이야기
하야시 미나오 지음 / 솔출판사 / 199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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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중국고대생활사'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그 점이 마음에 든다. 중국 이야기가 아니라, 중국인 이야기인 것도 마음에 든다. '고대' 이야기를 하자면 어차피 그들의 무덤이나 고고학적인 성과물이 바탕에 놓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고고학적인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들에게 고분에서 나온 도자기의 모양이며, 고분의 구조가 무슨 의미를 가지겠는가.

이 책의 장점은, 그런 고고학적 발굴 성과물을 통해 고대 중국인들의 생활에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 물론 부장물이니 장례라는 상황과 어쩔 수 없이 연결되어 있고, 그 부분과의 관련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그들이 어떤 사후세계관을 가지고 있었으며, 무엇이 그들에게 가장 의미있는 것이었는가를 유추하는 데에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

고대 중국인들의 차림새와 주거, 음식와 농업 등을 다양한 발굴품을 통해 살펴보는 재미가 이 책에 있다. 그것이 의례나 정치, 권력관계 등에 함몰되지 않고 일상생활에의 접근에 이용된다는 점 또한 흥미롭다. 글 사이사이에 놓인 그림과 사진, 그리고 도면 등은 이해를 돕기에 더없이 적합하다는 생각이 든다. 고대 중국인들의 생활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펼쳐보라. 전문적인 지식은 아닐지언정, 소설처럼 읽는 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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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의 프로메테우스 - 현대 문명을 연 아홉 명의 화학자들
섀런 버트시 맥그레인 지음, 이충호 옮김 / 가람기획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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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관련된 책들은-유명한 과학자들의 전기가 아닌 이상- 대개 간결하고 명료하며, 지극히 사실적인 서술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내 선입견이었다. 그런데 이 책은 반은 수필, 반은 전기같다. 하나의 화학적 발명이 어떻게 등장하게 되었는지, 화학자들 사이에서 일어난 시시콜콜한 일들까지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합성 염료, 설탕, 합성 비료, 나일론 등 20세기를 편리함으로 안내한 화합물들의 등장 배경과 그것을 만든 이들이 경험한 에피소드들은 이 모든 소산들을 조금 더 인간적으로 느끼도록 도와준다. 선구적인 길을 걷는 사람들이 늘 그렇듯, 많은 사람들을 편리함과 안전으로 안내한 이들의 발명품이 그들 자신에게 족쇄가 되기도 했다는 점이 내내 마음에 남는다. 과학을 과학의 영역으로 이해하는 대신, 즐겁고 독특한 작업 혹은 노력과 투자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준, 재미있는 책이었다.

서술하는 방식 때문에, 지루함을 느끼게 되는 부분이 몇 군데 있으나 '결과'만을 빨리 보고자 하는 조급함을 느긋함으로 바꾼다면, 그들의 여정이 동참할 수 있을 것이다. 과학의 힘으로 인류에게 새로운 '불'을 선사한 그들을 만나는 즐거움을 만끽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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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생활 100년, 옷 - 방일영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총서 14
고부자 지음 / 현암사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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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나와 있는 복식사 관련 책들은 그리 다양하지 않다. 그 작업의 범위가 워낙 방대하다보니 그런 모양이다. 소수의 복식사 관련 책들 역시 대부분 왕조의 역사를 따라서 복식의 역사를 서술하는 방식으로 쓰여져 있어서 커다란 줄기를 이해하기에는 모자람이 없다. 하지만 '계층성'이라는 측면에서 항상 상류층에 한정되어 있다는 비난을 면하기는 어려울 듯싶다.

이 책은 우선 ~복식사로 이름 지어진 책들과 달리, 우리생활 100년이라는 커다란 주제가 앞서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생활을 먼저 보고, 그 안에서 옷을 찾겠다는 의도인 듯 느껴졌기 때문이다. 물론 100년이라는 문구가 보여주듯, 흔히 복식사에서 말하는 개화기 이후의 의생활이 주된 소재로 등장하고 있었다. 저자 역시 그 동안 복식사의 연구 범위에서 소외되었던 '민'들의 의생활을 조명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서양의 책들을 보면, 옷에 대한 글들이 복식사라는 '역사'탐구에만 머물지 않는다. 사회 전반과 옷, 패션이 얽힌 고리를 살피는 움직임이 많은 까닭이다. 그런 면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책인 듯싶다. 여전히 중심은 '생활'이 아니라 '옷'에 맞춰져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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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실의 의례와 생활, 궁중 문화 테마 한국문화사 2
신명호 지음 / 돌베개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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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중문화라.. 지배층의 문화는 언제나 관심의 대상이었다. 그리고 그들에 대한 기록과 자료들이 모두 당대의 역사로 남아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가 모르는 왕실의 문화가 더 남아 있는가에 대한 의심과 함께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왕의 하루 일과에서 시작하여, 그들의 삶이 마감되는 순간까지 책의 전반적인 구성은 왕의 일생과 함께 진행되고 있었다. 하나의 일가로서의 왕실 의례와 국가의 대표적인 가족으로서의 의례에 대한 대비도 흥미로웠고, 각각의 항목을 해설하는 가운데 자료로 사용된 도판 역시 매우 충실하다는 느낌을 갖게 했다.

의례의 기물들과, 의복의 문양 등을 보여주기 위해 배치한 도판자료는 이 책을 왕실문화 도록으로 보이도록 만들기에 손색이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뒤에 함께 수록된 궁궐의 배치도나 왕실의 가계도, 각 능의 위치에 대한 정보 또한 그에 관심이 있는 독자나, 학생들이 보기에도 매우 유용할 듯싶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것은, 궁중의 문화를 보여주는 저자의 설명이 매우 정적이라는 것이다. 스페셜 박스라는 코너까지 준비해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하고자 애쓴 흔적이 보임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서술은 여전히 국사 교과서의 그것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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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세의 영조, 15세 신부를 맞이하다 - <가례도감의궤>로 본 왕실의 혼례문화
신병주 지음 / 효형출판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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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한국 사람들은 기록에 약하다는 평가를 자주 듣게 된다. 딱히 절대치로 제시할 수는 없지만,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남긴 우리 문화에 대한 기록의 양과 질을 보면, 그 말에 일면 수긍하게 되기도 한다. 민족성 운운하는 것도 그와 비슷한 맥락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혹시 알고 있는지? 우리가 비록 사소한 일상까지 꼼꼼하게 기록하지는 않았을지언정, 나름대로 체계잡힌 기록의 방식이 있었다는 것을..

<66세의 영조, 15세 신부를 맞이하다>는 영조 때의 <가례도감의궤>에 대한 꼼꼼한 고찰과 고증 작업이라고 할 수 있을 듯싶다. 의궤는 왕실에서 행한 각종 의례와 행사에 관련된 기록물이다. 사용된 물품의 종류는 물론 언제 무엇을 어떻게 했는가, 그리고 얼마만큼의 재화가 소용되었는지가 매우 정확하게 기록되어 있다. 의궤 속에서 가장 빛을 발하는 것은 바로 반차도이다. 반차도는 행사를 치르기 위해 움직인 사람들의 수와 계급, 행렬의 순서가 그대로 그려진 그림이다. 오늘날 행사 때에 비디오를 촬영하는 것과 같은 효과이다. 그림 자체가 매우 길기 때문에 10여 미터 이상 되는 것이 허다하다. 이 책에서는 단순히 의궤의 내용을 분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반차도까지 사진으로 담아두었다. 또한 각 그림의 부분에 대한 설명도 덧붙여 보는 이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의궤를 보면, 비록 왕실의 행사에 그치고는 있으나 그 기록의 열정이 얼마나 대단하였는지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의궤를 통해 당대의 물품들과, 용도 또한 행사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으니 마치 한편의 보고서를 읽는 듯한 느낌마저 들곤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의궤의 수는 그다지 많지 않다. 대부분 서고에 보관되어 있다가 불타거나, 외세 침입 때 약탈당해 몇 차례의 경매를 거쳐 프랑스와 영국 등지에 보관되어 있으니 말이다. 그런 아쉬움 속에서 영조 때의 가례도감의궤를 통해 의궤의 의미와 당대의 문화적 단면을 함께 살핀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로 보여진다.

다만 이 책의 내용 가운데서 아쉬움이 드는 것은, 의궤가 한편의 종합보고서인 까닭에 의생활은 물론 식생활과 건축의 기법, 그리고 다양한 의장용 물품과 행사 순서 등에 대해 살피느라 몹시 분주한 발걸음을 떼고 있다는 점이다. 다양한 자료를 수집하고 참고한 지은이의 노력은 높이 살만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전문적인 설명을 요하는 부분에서는 역시 미진함이 드러나고 있다. 물론 그 범위가 매우 넓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조 때의 혼례 행렬 속으로 우리를 초대해준 지은이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앞으로 <진연의궤>나 <진찬의궤> 등 다양한 의궤 연구서가 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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