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자 부르디외와 역사학자 샤르티에가 1988년 나눈 라디오 대담을 책으로 엮은 책. 














 봉 마르셰를 걸어서 갈 수 있는 동네에 살던 시절에 아주 즐겁고, 흥미롭게 읽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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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에 정리한 책 두 권


 조영남의 대작 논란과 법정 공방을 다룬 책.

 미학오딧세이 이후에 진중권의 책은 꾸준히 읽어왔는데... "미학작가" 로서의 그의 글은 명징하고, 공감된다.


조영남을 둘러싼 모든 논의를 세심히 따라가 보진 못했으나, 나 역시 예술적 평가나 도의적,윤리적 문제는 별개로 하고, 조영남이 검찰에 기소되어 법정에 서는 것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지고 있다. 작가의 개념이나 친작의 문제에 대해서 르네상스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간명하게 잘 정리가 되어있고, 최근 조영남을 비판해 온 논자들에 대한 반론도 잘 개진되어 있다. 하지만, 모든게 이렇게 단순하고 분명할까? 많은 미술계 전문가들이 이렇게 쉽게 논박이 될 논리로 논의를 전개하였을까? 의문이 든다. 이 책에 언급된 두 분을 곧 만날 일이 있는데, 그 분들의 의견도 한번 들어봐야 겠다. 










 구석에 오래 꽂여있었던, 엄청난 두께가 압박하는 이 책을 한 번 훑어나 보고 정리해야 겠다 했으나 읽다보니 너무 흥미롭고 재미있어서 나름 꼼꼼히 읽게되었다. 40대 후반까지 고교 생물 교사였던 알렉스  제니가 처녀작으로 내 놓은 작품인데, 단 번에 공쿠르 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20세기를 살고 있는(걸프전이 시작되는 91년이 시작이다) 화자가 2차세계대전, 인도차이나 전쟁, 알제리 전쟁 등 세 번의 전쟁을 참전했던 퇴역군인 빅토리앵 살라뇽에게 수묵화를 배우면서 그의 회고록을 정리하는 포맷으로 되어있다.  


결국은 예술이, 사랑이 너를 구원할 거야? 


전쟁이 주제인 소설인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전쟁의 묘사가 아니라 화자가 친구들을 초대하여 저녁을 대접하는 장면.  슈퍼마켓에 손질된 정육대신에 시장 중국정육점과 아프리카 정육점에서 내장, 닭볏,양머리 등을 사와서 내 놓는 원색적이고 충격적인 묘사가 돋보이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언뜻 언뜻 나오는 드골의 대한 냉소? 근래 드골과 앙드레 말로, 언어의 힘을 강조하는 분을 자주 뵙다 보니....


"프랑스는 그 대문자 F를 가지고 나를 고양시켰다. 드골이 발음하는 것 같은 대문자 F. 이제는 감히 누구도 더 이상 그렇게 발음하려고 들지 않는다. 대문자 F. 그런 발음을 더 이상 누구도 이해하지 못한다. 나는 빅토리앵 살라뇽을 만난 이후부터 내가 말하는 대문자 F에 질렸다. .....나는 빅토리앵 살라뇽을 알게 된 이후부터 걸핏하면 대문자 F를 발음했고, 드골처럼 대문자 프랑스에 대해 말을 하게 되었다. 드골은 대단한 거짓말쟁이에 뛰어난 소설가로, 우리는 그가 쓴 단 한문자, 단 한 단어에 의해 더 이상 아무것도 아닌데도 우리가 승리자인 것처럼 믿었다. 문학적 힘을 지닌 표현으로 그는 우리의 굴욕을 영웅주의로 변형시켰다. 누가 감히 그를 믿지 않을 수 있었을까? 우리는 그를 믿었다. 그는 말을 너무나 잘했다. 그것은 너무나 적합한 말이었다. 우리는 승리했다고 아주 굳건히 믿었다. 그리고 승리자의 테이블에 안주하려고 왔을 때 우리의 부를 과시하기 위해 개를 데리고 왔고, 우리 힘을 보여주기 위해 개에게 발길질을 했다. 개는 끙끙거렸고, 우리가 계속 개를 때리자 개가 우리를 물었다."(p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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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쉼보르스카의 마지막 시집. 시집제목을 작가가 지었다고 하는 데...

"충분하다". 인생의 거의 마지막에 이르러 내는 책에 붙인 제목에 더할나위가 없다. 

 "충분하다"라고 말할 수 있는 노년...


저자의 시집 끝과 시작을 좋아했다. (특히 박물관이라는 시를) 


폴란드라는 국적이 주는 알 수 없는 친근감, 그리고 아름답고 인상좋게 늙은 백발 시인의 얼굴이 왠지 아는 사람같이 가깝게 느껴지곤 했다. 


이 시집도 좋다. 한편 한편 다 좋은데, 이 두 편이 인상적이었다. 

십대소녀와 베르메르



<십대 소녀>

십대 소녀인 나?

그 애가 갑자기, 여기, 지금, 내 앞에 나타난다면,

친한 벗을 대하듯 반갑게 맞이할 수 있을까?

나한테는 분명 낯설고, 먼 존재일 텐데.


태어난 날이 서로 같다는 

지극히 단순한 이유만으로

눈문을 흘려가며, 그 애의 이마에 입맞춤할 수 있을까?


우리 사이엔 다른 점이 너무나 많다,

단지 두개골과 안와,

그리고 뼈들만 동일할 뿐.


그 애의 눈은 아마도 좀더 클 테고,

속눈썹은 더욱 길 테고, 키도 좀더 크겠지.

육체는 잡티 하나 없는 매끄러운 피부로

견고하게 싸여 있겠지.


친척들과 지인들이 우리를 연결해주는 건 분명하지만,

그 애의 세상에서는 거의 모두들 살아 있겠지,

내가 사는 곳에서는

함께 지내온 무리 가운데

살아남은 사람이 거의 없는데.


우린 이토록 서로 다른 존재,

완전히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말을 한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그 애는 아무것도 모른다 - 

대신 뭔가 더 가치 있는 걸 알고 있는 양 당당하게 군다.

나는 훨씬 많은 걸 알고 있다,

그래서 아무것도 함부로 확신하지 못한다.


그 애가 내게 시를 보여준다,

이미 오랜 세월 내가 사용하지 않던

꽤나 정성스럽고, 또렷한 글씨체로 쓰인 시를.


나는 그 시들을 읽고, 또 읽는다.

흠, 이 작품은 제법인걸,

조금만 압축하고

몇 군데만 손보면 되겠네.

나머지는 쓸 만한 게 하나도 없다.


우리의 대화가 자꾸만 끊긴다.

그 애의 초라한 손목시계 위에서

시간은 여전히 싸구려인데다 불안정하다.

내 시간은 훨씬 값비싸고, 정확한 데 반해.


작별의 인사도 없는 짧은 미소,

아무런 감흥도 없다.


그러다 마침내 그 애가 사라지던 순간,

서두르다 그만 목도리를 두고 갔다.


천연 모직에다

줄무늬 패턴,

그 애를 위해

우리 엄마가 코바늘로 뜬 목도리.


그걸 나는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베르메르>

레이크스 미술관의 이 여인이

세심하게 화폭에 옮겨진
고요와 집중 속에서
단지에서 그릇으로
하루 또 하루 우유를 따르는 한
세상은 종말을 맞을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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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롤랑 바르트가  그 마지막을 돌보던  어머니를 여의고 상실에 대한 슬픔과 소회를 쓴 2년간의 메모를 책으로 엮은 것.

 작가와 어머니와의 깊은 유대와 사랑이 놀랍다. 그리고..마음을 건드리는 구절이 꽤나 많다. 내가 쓴 것같이 여러번 느끼고 생각했던 너무나 공감가는 부분들..

 

 나의 슬픔이 놓여있는 것, 그곳은 다른 곳이다. " 우리는 서로 사랑했다"라는 사랑의 관계가 찢어지고 끊어진 바로 그 지점이다.가장 추상적인 장소의 가장 뜨거운 지점...P47


수개월 동안 나는 그녀의 어머니 역할을 했다. 내가 잃어버린 사람이 그녀가 아니라 나의 딸이었던 것처럼.(이 보다 더 고통스러운 일이 있을까? 전에는 이런 생각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 P66


한편으로는 별 어려움없이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이런저런 일에 관여를 하고, 그런 내 모습을 관찰하면서 전처럼 살아가는 나. 다른 한편으로는 갑자기 아프게 찌르고 들어오는 슬픔. 이 둘 사이의 고통스러운(이해할 수 없는 수수께끼 같아서 더 고통스러운) 파열 속에 늘 머물고 있다. 그리고 거기에 덧붙여지는 또 하나의 괴로움이 있다. 나는 아직도 "더 많이 망가져 있지 못하다"라는 사실이 가져다 주는 괴로움. 나의 괴로움은 그러니까 이 편견에서 오는 것인지 모른다 p70


마망의 죽음뒤에 내가 겪고 있는 소화불량-그녀가 내게서 가장 걱정했던 바로 그 지점이 마침내 공격을 당한 것처럼 : 식사를 제대로 잘하는 것(병으로 스스로 밥상을 준비할 수 없었던 몇 달 동안에도 그녀의 가장 큰 걱정은 이것이었다 p71


우리가 그토록 사랑했던 사람을 잃고 그 사람없이도 잘 살아간다면, 그건 우리가 그 사람을, 자기가 믿었던 것과는 달리, 그렇게 사랑하지 않았다는 걸까...? p 78


때때로 번개처럼 나를 습격하는 상념이 있다. 마망은 영원히 더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 어떤 검은 날갯잣(궁극적인 것의)이 내 위롤 스쳐가고 나는 숨이 막혀버린다: 그러면 너무 고통스러워서, 살아남으려고 하는 것처럼, 나는 즉각 다른 생각으로 도망쳐버린다. p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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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사회학책. 사회학책이라고 하기엔 좀 가볍지만.. 지그문트 바우만과의 대담집.

 

 사회학으로 꽤나 유명한 영국 대학의 사회학 석사학위를 가지고 있지만, 사회학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그래도 내 인생에서 가장 치열하게 살았던 2000년대 초반의 어느 1년, 그 1년을 지배했던 사회학. 매일 매일 읽어야 했던 엄청난 양의 텍스트와 분석 과제들..Critical Thinking, Rigorous thinking!. 지금도 가끔씩은 그때 그 학교의 여기저기 붙어있던 그 모토를 생각하곤 한다.  


#사회학적 상상력 #경험(Erfahrung)과 체험(Erlebnis) #문학과 사회학 (사회학과 문학은 형제관계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사회학과 문학은 경쟁관계이면서 동시에 서로 돕는 혼성적인 관계에 놓여있습니다) #저커버그와 사적인 세부사항 #프로레타리아와 프레카리아트,


"사회학은 사람들이 삶에서 겪는 고유한 문제로 인한 경험과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람들의 분투에 사회학이 얼마나 적절하게 연관되어 있느냐에 따라 평가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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