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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시간이 훌쩍 흘렀다. 마지막이 7월이었으니 세 달이 흘렀다. 그 동안 책을 아예 안 읽지는 않았는데, 정리는 못했다. 

연말에 한 꺼번에 정리를 해야 하나. 우선 어제 읽은 책과 생각나는 대로 몇 권 제목만 올려놔 둘까 싶다. 


일단 너무 재밌었다. 논픽션인데 미스터리 탐정 소설같기도 하고, 예술사 혹은 예술이론서나 (범죄)심리학 서적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어제 저녁먹고 읽기 시작했는데 결국 다 읽고 잤다. 역사상 가장 많은 예술품을 훔친 도둑(94년부터 2001년까지 유럽전역에서 200여회에 걸쳐 이어진 절도로 약 2조원에 달하는 가치의 300여점 이상의 작품을!!) 그렇지만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미학적(?) 이유("나는 단 한지 이유로 예술 작품을 훔쳤다. 아름다움에 둘러싸여 마음껏 즐기고 싶었다")로 절도를 해 왔다는, 스테판 브라이트비저의 실화를 당사자,관련자  인터뷰, 기사, 수사자료 등을 토대로 재구성해 낸 책이다. 

미술관에서 몇백점의 작품을 훔치는 대범함과 그 깜쪽같이 훔쳐내는 마술같은 기술이 대체 가능하긴 한 건지. 아무리 생각해도 믿어지지가 않는다. 

어쨋건간에 이 너무도 기이한 도둑에 대한 이 책은 정말 잘 쓴 책이기도 하다. 취재일기에 붙어있는 리딩 리스트는 예술 범죄 및 예술 일반 에 관한 주옥같은 책들을 잘 정리해 놓았다.


미술과 그를 훔치는 도둑, 또 예술과 범죄는 너무 매혹적인 소재다. 


문득 도나 타트의 황금방울새가 생각이 난다. 너무 흥미진진해서 쉬지 않고 들었던 오디오 북 (오더블 다시 리스트를 찾아보니 32시간 24분이네. 이렇게 길었던가)  

그리고 엔트랩먼트의 캐서린 제타존스 ㅎㅎ.  

그리고 진짜 오래된 기억인데 갑자기 생각이 나네. 시드니 셀던 소설을 리메이크한 "내일이 오면"에서 모자에 멋진 원피스로 성장한 원미경이 절도를 위해서 과천현대미술관을 둘러보던 장면, 찾아보니 1988년 드라마. 35년된 그 장면이 이리도 생생한 걸 보니. 십대부터 나는 미술관과 예술에 매혹되어 왔나 보다.. 


스탕달 신드롬, 충동적 수집 강박(서적 수집 강박?  물론 훔치지는 않고 사지만... 우리집에도 환자있다.ㅎㅎ), 에린 톰슨 (미국 유일의 예술범죄학 교수,Possession(2016)



지난 달에 읽었던 김훈의 산문집. 김훈도 젊은 시절부터 꾸준히 따라 읽어온 작가다. 칼의 노래, 자전거 여행, 남한산성, 그리고 가장 최근에 읽었던 하얼빈. 지금 갑자기 생각나는 건 이정도네. 

내가 산 책은 8월 5일에 인쇄된 책인데 처음 6월20일자가 초판 1쇄였는데 이건 20쇄다. 이렇게 빨리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읽었구나. 요즘 부쩍 생각나게 하는 "늙음"에 대한 하나의 모델으 보았구나 생각을 했었더랫다.... 메모를 해두지 않으니 한달만에 벌써 많이 잊었다. 


어쨋건간 고개를 끄덕이며, 때로는 감탄을 하며 읽었던 좋은 책이다. 

이런 산문집 만나기가 쉽지 않으니..


와인, 막걸리, 소주, 담배끊기, 화장, 새 (가야도자기의) 구멍... 

다시 넘겨보니 밑줄긋고 싶은 곳이 너무 많구나...



서울대의대 법의학교실 유성호 교수의 책.

올해 여러 명사의 강의를 듣고 있는 데, 가장 기억에 남는 강의중 하나였고 유교수 책을 찾아 읽었다.


죽음을 가까이 두고 사는 부검의. 

사망의 종류와 사망의 원인. 그것을 밝혀내는...


어쨋건간에 우리는 모두 죽는다. 메멘토 모리!


강의에서는 유성호 교수님은 금주와 금연을 강조하셨다. 

젊은 사람은 줄어들고, 우리는 이른바 2차 베이비 부머세대(68년-74년?)는 회수권들고 타던 만원버스의 아수라를 노년기 병원에서 경험할 것이라면서...

은퇴도 노년도 죽음도 멀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또 멀어서. 멀고도 가까운 종착역.

어떻게 살아야할지 또 한번 고민.  


오늘은 여기까지. 다른 책들은 또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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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이다. 정말 눈이 너무 보이지 않아서, 결국 돋보기 (요즘은 독서안경이라는 완곡한 용어를 쓰기도 하지만)를 맞추었다. 안경을 쓰니, 신세계다. 이렇게 또렷하고 환하게 보이다니. 아, 불과 1-2 년전 내눈은 이렇게 늘 돋보기를 쓴 것 같이 환한 세상을 보았을 것인데... 소년이로 학난성이라.. 무한할 것 같던 것들이 이제 귀해지고, 아까워 진다.문자로 된 것은 무엇이든 가림없이 읽어대며, 남독을 해대던 내가  시력조차도, 지력조차도 유한한 것이라는 이 뻔한 사실 앞에 마음이 시리다. 하지만 남은 것이 성큼 성큼 줄어든다고 느낄때, 모든 것이 도 너무 귀해지는 법. 


어쨋건가에, 독서안경을 맞추고 읽은 두 권의 책. 

두 권다 헤비한 책은 아니라, 부담없이 읽었다. 

한권은 강의를 묶은 책, 한 권은 이스라엘 기행문.


 















공부를 좀 한다는 아이들은 전부 의대를 가는 세상. 아이말이 수능 3개 이내로 틀리는 애들이 서울대부터 저기 남쪽 지방대 의대까지를 다 채운다고 하는데. 의대 떨어지고 재수끝에 2지망에 동물학과에 가신 최교수님. 이분이 그냥 의대를 가셨다면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곤충학자를 가지지 못했을 거 아닌지. 여러 생각이 든다. 자기 분야에서 평생을 연구하고, 성과를 쌓아가는 고독하지만 멋진 인생을 살아온 최재천 교수님이 부럽기도 하고 존경스럽기도 하다. 


기억나는 것은 지구상에서 가장 성공한 생물이 인간과 개미(개미를 모두 합친 무게가 인간보다 많다고 한다)인데, 둘의 공통점은 협동이라는 것. 그리고 생물다양성의 중요성!!



공지영은 내가 살면서 계속 함께 해온 작가 중의 하나일것이다. 책이 나올때 마다 꾸준히 읽어왔으니까. 소설이며 에세이. 

하동에 내려가 혼자 살면서 성지순례를 떠난 작가와 함께 하며 오랫만에 마음이 많이 풀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예수와 그를 따르는 성자(샤를 푸코와 같은)들의 이야기. 그리고 고통과 생의 불확실성에 관한 이야기. 이만큼 살고보면 알고 있게 되는것들.


내 스무살때 "당신은 세 번 이혼할 것이며, 결혼 생활은 기억도 하기 싫게 불행할 것이며, 성이 다른 세 아이를 두는데 그 아이들이 당신의 마음을 아프게 할 것이며, 당신은 돈을 좀 벌긴 하지만 당신 손에는 한 번도 쥐어보지 못할 것이고, 당신의 안티들이 당신이 책을 낼때 마다 따라니며 악다구니를 쓸것이다" 라는 예언을 들었다면 나는 온전할 수 있었을까. 아마도 나는 모든 희망을 잃고 글을 쓰려고 시도하지도 않았을 것이다....10년전만해도 나는 대답했을 것이다. "차라리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고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을 삶을 택하겟어요. 이 고통이, 이 지경이 저는 지긋지긋합니다" 

그러나 이제 와 돌아보면 그러히 않다. 나는 이제 적어도 지나온 내 삶을 미워하지 않는다.그러니 예언이 있다 한들 듣고 난뒤 우리가 온전할 수 있는 것도 그 불확실의 힘이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도 있는데, 그것은 자기 자신을 이웃처럼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다... 



터키를 여행하고 와서 성지 순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근래 성경을 다시 읽으면서, 또 빌 클리시 교수의 강의를 들으면서 ( 1. The bible is rooted on Geography 2. The bible emerges from the history  3. The bible is an unified literary works

4. The Bible claims it is words of God)서 중동지역과 성경에 대한 지리적, 인문학적 역사학적 공부가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물론 흥미롭기도 하고. 

 공지영 책을 읽으며 이책을 함께 읽었다. 곧 터키와 소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바울의 발자취를 따라서도 읽기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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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여행 전에 읽었던 세 권. 가기 전에 정리하려고 했었는 데, 이제서야 메모한다. 



   "가기 전에 미리 읽는 인문여행 책" 이라는 카피가 달린 '세계를 읽다' 시리즈의 터키편.  

    여행자를 위한 책이라기 보다는, "살러 가는 사람을 위한 책이랄까.

    다루는 내용은 피상적인데,너무 확신에 찬 어조로 쓰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방인으로서 다른 사회나 다른 국가에 대해 관찰하고 평가한다는 것은 늘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할 수 있기에... 그래도 터키에 대한 책이 많지 않은 편이라.. 도움이 된 책.

    이 시리즈에 한국편이 있다면 어떻게 썼을 지 궁금하고.. 

    그래도 꽤 오래(?) 살아본 (여행자로서가 아니라) 프랑스나 영국편을 읽어보면 이 책이 달리 평가가 될 수 도. 

     









 신학자이자 그리스어 교수인 저자가 AD 89년 9월 마지막 주간, 에베소를 배경으로 초기 기독교인들의 삶을 재구해 낸 소설. 아르테미스 여신숭배와 황제 숭배가 도시의 구심점이자 핵심이었던 로마의 속주 에베소에서 기독교 인들이 어떻게 믿음을 지키고 살아갔을지를 상상해 보게 하는 소설. 특히 (현대에 와서 오독되고, 잘 못이용되는-이것은 나의 말) 요한계시록이 당시의 신자들에게 어떤 의미였을지를 보여주는 것이 저자의 의도라고 한다. 여행과 연결하여,  Bill Creasy 교수의 사도행전 강의를 열심히 아주 재밌게 듣고 있는데, 요한계시록은 오더블에 올라와 있지 않은 듯. 혼자서라도 요한계시록을 찬찬히 읽어볼것. 


이번 여행을 계기로 이스라엘에서 시작된 예수의 가르침이 어떻게 세계 종교가 되었는지 (무엇보다도 21세기 한국의 나에게까지 중요한 삶의 이정표가 되었는지) 에 대한 생각을 많이하였다. 에베소나 파묵칼레(히에라폴리스), 이즈미르(서머나) 등 성경에 나오는 곳을 가긴 했는데, 시간이 많지 않아 찬찬히 돌아보지 못하였다는 아쉬움이 있다. 언젠가 바울과 사도들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말씀을 깊게 묵상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바래본다. 빌 클리시 교수가 리비에라 보다 낫다고 한  안탈리야 해변에서의 편안한 휴식과 함께. 


어쨋건간에, 이 책 덕분에 주마간산 격이기는 했으나 에베소의 잘 가꾸어진 유적지 (공원?)을 돌아보면서 죽은 차가운 대리석폐허가 아니라 사람들이 살던 도시로서의 모습을 을 한 번더 상상해 보게 되었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PS. 터키 와인은 생각보다 별로였는데, 맥주가 괜찮았다. ㅎㅎ 기독교 성지 얘기하다 옆길로 새는데... 터키의 가장 대표적인 맥주가 에베소 브랜드이다. 에페스.

 efes beer(출처: en.wikipedia.org)



 2008년에 나온 책이고 파묵을 한참 읽던 시절에 샀을 테니 10년 아니 15년은 족히 넘게 서가에 꽂혀만 있던 책이다. 읽기 시작하면서 "공명", 혹은 내적친밀감... 오랫만에 드는 느낌이라 Culture를 누르고 올해의 책으로 해야 할까 잠시 생각했다. 내 이름은 빨강, 검은 책, 순수박물관...파묵은 읽을 때마다 좋았다. 그러고보니 마지막으로 읽은 책이 순수박물관이니 근래에는 파묵을 읽은 적이 없구나... 


이 책은 이스탄불의 부유한 가정에서 나고 자란 파묵의 도시에 대한 회고와 상념을 쓴 에세이집이다.  작가들의 기억력이나 묘사력은 늘 놀랍다. 내 유년시절의 서울과 얽인 기억들을 이리 세밀히 펼칠 수 있을까? 이 책을 관통하는 감정은 "비애Hüzün" 몰락한 제국의 도시로서의 영락과 쇄락. 제국이 었던 적이 없던 작은 나라에서 태어나 끊임없이 성장하는 도시에서 자라 온 나로서는 '서울'에 대해 갖기 힘든 감정이리라. 


내게도 이스탄불은 참으로 매력적인 도시다. 동로마제국의 수도이자 오스만 제국의 수도로 기독교 문명과 이슬람 문명이 교차하는 곳. 여기 저기 보이는 이슬람사원의 첨탑과 시끌시끌한 시장. 그러면서도 현대적인 호텔들과 식당들. 해협을 가로지르는 다리들과 여기 저기 누워있는 개떼들... 


이번에는 짧은 일정탓,골목골목을 돌아보지 못해 비교가 어려웠지만 이십 년 전 처음 방문했던 이스탄불과 오늘의 이스탄불은 외견상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내가 방문했던 2004년과 비슷한 시기에 이 책이 씌여졌다) 이방인인 나는 이스탄불에서 이국적인 매력, 과거 제국의 수도로서의 화려함에 감탄했을 뿐 비애의 감정을 떠올리진 못했다. 


비애, 파묵이 알려주고 싶어하는 비애는 이스탄불 사람들의 감정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십년후 이스탄불 사람들은 여전히 그 비애의 감정을 안고 살아갈른지..

대답에 대한 예상 대신, 관공서, 공항이나 터미널, 상점에 조차도 여기 저기에 붙어있는 아타튀르크의 사진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책에 밑줄을 꽤 많이 그었다. 이런 곳에 띠지를 붙이고 줄을 그었다. 


삶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 데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모두 평생 최소한 한 번은 자신이 태어난 상황과 시기의 의미를 묻는다. 우리가 새상의 이곳에서, 이 시기에 태어난 의미는 무엇인가? 복권에서 나온 것처럼, 우리에게 부여된 사랑하기를 기대하고 결국은 진심으로 사랑하는 데 성공한 이 가족, 이나라 이 도시는 공정한 선택이란 말인가?  몰락하여 붕괴된 제국의 잔재, 잿더미 아래서 무기력, 빈곤, 그리고 우울과 함께 퇴색되며 낡아가는 이스탄불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때로 나 자신이 불행하다고 느끼곤 했다.(하지만 내 마음속 어떤 소리는 실은 이것이 행운이었다고 내게 말한다)... 이스탄불은 내게 논쟁의 여지가 없는 운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이 운명에 관한 것이다. (p21)


이 죽은 문화, 몰락한 제국의 비애는 사방에 흩어져 있었다. 이는 내게 서구화와 현대화바람보다는 몰락한 제국이 남긴 슬품을 안겨 주었고, 가슴 아픈 기억들로 가득한 물건들로부터 벗어나려고 허둥거리는 느낌을 주었다. 갑자기 죽은 애인이 남겨 놓은 파멸적인 추억에서 벗어나기 위해 옷, 장신구, 물건, 사진들을 다급하게 버리는 것처럼.그 자리에 강하고 새로운 것, 서구적 혹은  토착적인 현대적 세계를 건설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 모든 노력은 더더욱 과거를 지우는 셈이 되었다.(p21)


라마르틴에서 네르발 혹은 마크 트웨인까지 19세기에 이 도시에 왔던 서양 여행가들 모두가 흥분하여 썼던 길거리 개떼도(나도 20년전에 개때를 보면 흥분 아니 너무 즐거워 했다)...(p70)


도시가 패배, 파괴, 좌절, 침울, 빈곤으로 은밀히 썩고 있느 반면, 보스포루스는 삶에 대한 애착, 흥분 행복감으로 내 머릿속에서 깊이 합치되었다. (p75)


서양의 대도시들에서와는 달리, 몰락한 대제국이 남긴 이스탄불의 역사적인 기념물은 박물관에 있는 것처럼 보호받고 자랑스럽게 칭찬받고 전지되는 것들이 아니다. 이스탄불 사람들은 이것들 사이에 살고 있다. 서양인 여행기 작가들, 여행가들은 이것을 아주좋아한다. 하지막 감각이 예민한 도시의 사람들은 과거의 힘과 부유함이 그 문화와 함께 사라졌고, 오늘날은 과거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하고 혼란스럽다는 것을 떠올린다. (p142)


비애는 외부에서 보는 사람이 아니라 이스탄불 사람들이 자신의 상황에서 발전시킨 반응이다. 고전 오스만 시대 음악, 터키 대중음악, 그리고 1980년대 발전한 아라베스크라고 하는 음악은 자신에 대한 연민과 슬품사에 다양한 강도의 섬세함으로 왕래하며 항상 이 감정을 드러낸다. 외국에서 이스탄불로 온 서양인은 대부분 이 비애도 멜랑콜리도 느끼지 않는다. 결국 자살에 성공할 정도로 멜랑콜리했던 제라르 드 네르발조차 이스탄불의 색채, 삶, 가혹함, 의식을 보고 흥분하며 즐겼다. 그는 묘지에서 조차 여자들의 웃음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p145)


다른 사람들에게서 이스탄불이 비애의 도시라고 듣것이 왜 나를 이렇게 행복하게 하는 걸까? 왜 나는 나의 모든 삶을 보냈던 나의 도시가 내게 준 감정이 비애라는 것을 독자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기 위해 이렇게 애를 쓰는 걸까? (p321)


라마르틴에서 르 코르뷔지에까지 모든 외국인 관찰자들이 주목했던 실루엣은 (아야 소피아가 중심이 되었기 때문에 터키 이스탄불을 중심으로하는 '민족적인' 이미지가 아니라 세계주의적 아름다움이었다. 야흐먀 케말과 탄프나르 같은 민족주의적인 이스탄불 사람들은 패배하고 억눌린 가난한 이스탄불의 무슬림들을 강조하며, 그들이 자신들의 존재와 정체성을 잃징낳고 사는 것을 증명하고 상실감과 패배감을 표현할 슬픈 아름다움이 필요했다. (p345)


폐허와 비애, 그리고 한때 소유했던 것을 잃었기 때문에 내가 이스탄불을 사랑한다는 것을 서서히 알게 되었다. 다른 물건들을 얻고, 나를 행복하게 하는 폐허를 보기 위해 나는 그곳에서 멀어져 다른 곳을 향해 걸어갔다. (p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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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오래 전에 (영국 유학 시절이었던 것 같은데 그렇다면 거의 20년이 다 되었을 듯)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 브리티쉬 뮤지움의 관장이 자신이 가진 직업의 가장 큰 미덕은 고요한 박물관에서 "유물과의 대화"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라고 했던 부러운 구절을 읽은 적이 있다 . 아무도 없는 박물관에서 고대의 유물들을 오래 들여다 보며 대화를 한다니, 너무 멋진 일이 아닌가? 박물관에서 일하며 미술품과 유물과 대화하는 것, 그것은 나의 오랜 로망이 되었다. .


물론 유사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긴 했다. 사무실 이전 등으로 복잡한 시기에 고궁박물관 사무동에서 잠깐 근무를 했었을 때, 마음이 복잡하고 힘든 일이 있으면 전시실로 내려와 왕실 상여 앞에서 하염없이 앉아 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한 2년 정도 박물관에서 일을 했었는데, 아쉽게도 오래된 유물이나 미술품이 많은 곳은 아니어서 대화의 기회는 많지 않았다. 언젠가는 한 번은 더 기회가 오길...


이 책의 저자는 관장이나 학예사로서 아니라 매우 중요하지만 존재감이 크지 않은, 미술관의 경비원으로 일하면서 소장품들과 "깊은 대화"를 하고 그 경험을 책으로 펴낸 사람이다. 잘 나가는 "뉴요커" 잡지의 기자였지만, 사랑하는 형을 암으로 잃게되면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그렇게 한동안 고요하게 서 있고 싶어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이 된다. 


"사실 내 직업을 좋아할 뿐 아니라 내가 그 일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자체에 화가 난다. 이렇게 평화적이고 정직한 일에서 흠을 찾아내는 것 자체가 무례하고 바보 같으며, 심지어 배신행위라는 생각까지 든다. 나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일하는 쪽을 택할 것이다.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는 나무 바닥과 천년묵은 예술품에 감사하는 마음, 뭔가를 팔거나 거짓말을 하거나, 구덩이를 파거나, 포스기를 두드리는 등 내가 하지 않아도 되는 일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쪽을 택할 것이다" (p178)


삶의 고통과 상실감을 피해 경이로운 세계로 숨어든 저자는 메트의 그 많은 전시실들을 옮겨가며 그 소장품들을 우리에게 안내한다. 이집트관, 옛 거장의 방, 고대 그리스관, 이슬람관 등 마치 메트를 돌아보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생생하게. 

(메트를 떠나면서 그가 뽑은 제일 좋아하는 작품의 리스트를 보자. <쿠로스 대리석 조각상>, <은키시 주술상>, <시모네티 양탄자>, <곡물수확(브뤼겔)>, <삽자가에 못박힌 예수(프라 안젤리코)>


나에게 가장 큰 울림을 주었던 것은 브뤼겔의 곡물수확에 대한 부분이었다. 병상에 있던 형과의 일화


"형이 하는 말은 더 이상 앞뒤가 맞지 않던 시기였다. 그런데 그런 형이 갑자기 고개를 들더니 치킨 맥너겟을 먹겠다고 햇다. 지금 생각해보면 맨해튼의 밤거리로 뛰어나가 소스와 치킨 너깃 한 아름 사들고 돌아오던 그 때 보다 더 행복했던 적이 없었다. 침대를 둘러싼 채 우리는 우리가 아는 최선을 다해 사랑과 슬픔과 웃음이 가득한 소풍을 즐겼다. 돌이켜보면 그 장면은 피터르 브뤼헐의 <곡물수확>을 떠올리게 한다. 멀리까지 펼쳐진 광활한 풍경을 배경으로 농부 몇몇이 오후의 식사를 즐기는 모습 말이다...브뤼헐의 이 명작을 바라보면 나는 가끔 이것이야 말로 세상에서 가장 흔한 광경이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사람들은 주로 농사를 지었고 그들 중 대부분이 소작농이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평생 노동을 하고 궁핍한 삶을 살아가면서 가끔 휴식을 취하고 다른 이들과 어울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너무도 일상적이고 익숙한 광경을 묘사하기 위해 피터르 브뤼헐은 일부러 노력을 기울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그 광활하게 펼쳐진 세상의 맨 앞자리를 이 성스러운 오합지졸들에게 내주었다. 가끔 나는 어느쪽이 더 눈부시고 놀라운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위대한 그림을 닮은 삶일까, 아니면 삶을 담은 위대한 그림일까 (P166)


맥너겟을 사오면서 행복했다는 구절을 읽으면서 아주 오래된, 잊고 있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30년전 쯤 어느 여름 밤, 엄마와 두 동생과 갑자기 만두를 먹겠다고 외출을 했던 기억. 비 내리는 밤이었는데, 물을 텀벙거리며 재잘거리며 뭐가 그렇게 좋았는지 웃고 떠들던 기억.그 밤, 왜 그리 행복했는지.. 아무것도 아닌, 그냥 그런 날이었는데.. 그 추억을 떠올리게 해준 저자에게 너무 감사하다. 삶이라는 것이 그런 작은 행복들로도 충분히 살만한 것이라는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책에 미술품에 대한 우아한 감상만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미술관의 경비일이 미술품과 대면하는 고요하기만 한 일은 아니어서 온 갖 다양한 관람객과 다양한 배경의 동료들과 만나는 경험도 제공한다. 


"소위 비숙련직의 큰 장점은 엄청나게 다양한 기술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같은 일을 한다는 점이다....그 결과 외국 출생인 사람이 거의 절반에 달하는 경비팀은 인구학적으로만 다양한 것이 아니라 모든 축에서 각양각생이다....매트의 경비팀에너는 뱅골만에서 구축함을 지휘했던 사람, 택시를 몰던 사람...순찰을 돌던 경찰, 그런 경찰들의 활동을 기자들...만날 수 있다" 


미술관이라는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사람들과의 만남과 관람객들의 모습을 들여다 보는 즐거움도 있다. 경비원들에게 나는 어떤 관람객이었을까? 우리가 전시품을 보는 사이, 경비원들은 우리들을 보고 있겠구나 하는 새로운 시선의 발견...


읽자마자 두서없이 적었다. 정서는 안할 작정이다. 

박물관의 경비원, 

부실한 다리만 허락한다면 해 보고 싶은 일이다. 


감사히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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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랫만에 오더블로 소설을 들었다. 어떻게 고르게 되었는지 기억은 안나는데... 우연히 다운받았고, 생각보다 흡인력이 있어서 출퇴근길에 오가며 다 들었다. 

주인공은, 틴에이저 딸을 둔 촉망받는 아이티 스타트업 종사자와 재혼한, 목공예가(? 목수, woodturner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다). 어느날 남편의 회사가 사기 기업이었다는 것이 밝혀지고, 그날 남편은 돈가방과  "Protect her"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다. 남편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그와 딸에 대한 모든 기록이 가짜였다는 것을 알게된 주인공이 의붓딸과 함께 과거를 되짚어가고(증인보호제도..., )... 결국은 남편과 함께 하는 새로운 신분으로 살아가는 삶이 아닌, 남편이 없으나 딸과 함께 현재의 삶을 택한다는 뭐 그런 얘기.... 


눈이 잘 보이지 않으니 오디오북은 더 편한데... 모든 문장과 단어를 다 듣게 되는 것이 장점인지, 단점인지




 애트우드가 시녀들에 이어 35년만에 쓴 가상의  "청교도적 신정국가" 길리어드에 대해 쓴 책이다. 세 명의 주인공을 통해 길리어드의 종말에 대해 써내려간다. 어떠한 상상력이면 이런 글을 쓸수 있는 지 작가에 대한 경외감!!











 몇 년 전 읽었던 소설인데, 정리할 요량으로 꺼냈다 다시 처음부터 끝까지 찬찬히 읽었다. 

 엄청난 사건도, 격렬한 서사나 화려한 문체도 없는 잔잔한 소설이지만 읽기를 멈추기가 쉽지 않은 책이다. 

시골출신의 영문학 교수 스토너의 인생이 대대분의 우리 삶과 닮아있어서 그런지... 인생이란 것이 뭐 그렇게 드라마틱하지도, 뭐 그렇게 행복한것도, 뭐 그렇게 영웅적인 것도 아니라는 것... 페이스북과 인스타를 떠도는 그런 행복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일, 결혼, 사랑, 자녀 양육.. 누구나 처럼 인생의 과정을 겪었지만, 최선을 다했을 수도 있었지만,,, 아니 열심을 다했었을지는 모르겠지만...어느 하나에도 "남들 보기에" 그렇게 성공적이지 않았던,  "슬픔과 고독을 견디며 살아야 했던" 스토너의 삶이, 꽤 오래 이 세상을 살아온 나에게, 위로가 된 것인지 모르겠다. 

많은 사람들이 인생소설로 꼽는 다고 하는데...내게는  인생소설인지는 모르겠으나, 두번이나 정독한, 꽤나 마음에 와닿는 소설이었다. 




 역시 책 정리를 하다가 다시 훑어본 책. 자신을위한 좀비를 만들기를 원하는 엽기적 변태 살인마의 이야기를 너무나 생생하게 묘사한 책이다.  흑인 소녀의 살인 사건을 소재로 한 The Sacrifice를 오디오 북으로 흥미롭게 듣고 산 책이었던 거 같은데.. 어제 같은 일들이 돌이켜 보면 이제 십년전에 가깝다.조이스 캐롤 오츠또한 정말 대단한 작가다. 


















 그리고 이 책도 정리했다. 다시 읽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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