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 a r d i g a n s ' s i c k  a n d  t i r e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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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이 나서 두개의 재패니매이션을 보았는데,
놀라운 점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같은 고양이 남작이 나온다는 사실!

<귀를 기울이면>에서 주인공 여자아이에게 소설의 실마리를 주었던 그 남작이
<고양이의 보은>에서는 주인공 여자아이를 구해주는 남작으로 나오더군요.

미야자키 하야오에 대해서 생각해봤습니다.
그의 애니매이션의 세계에서의 공통점이란...

1. 주인공이 여자아이이다.

물론 예외로 <원령공주>와 <반딧불의 묘>, <붉은 돼지>, <인랑> 등이 있겠지만,
그 외에는 거의 대부분이 여자아이가 주인공이라니 대단하지 않습니까?

* 귀를 기울이면
* 천공의 성 라퓨타
* 이웃집 토토로
* 마녀의 배달부 키키
* 추억은 방울방울
*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 고양이의 보은
* 바람의 계곡 나우시카


2. 주인공은 색다른 곳으로 모험을 떠난다.

공중으로, 바다로, 고양이 나라로..
별의 별 희귀한 세계로의 모험을 떠나는 주인공 덕분에 보고 있는 관객도
어디로든 갈 수 있어서 좋긴 좋더군요. ^^


3. 주인공은 반드시 선한 누군가로 부터 도움을 받는다.

연약하고 힘이 없는 주인공에게는 꼭 누군가 커다란 힘을 가진 존재가 도와주기 마련!
그 존재와 친구가 되는 주인공은 구사일생으로 살아남게 되죠.


4. 결국에는 제자리로 돌아와서 한층 커진 스스로를 발견한다..

모험의 세계를 끝까지 고집하는 주인공들은 거의 없습니다.
모두들 제자리로 돌아와서 아무일도 없었다는듯이 다시 일상의 생활로 돌아가지만,
모험을 경험한지라 누구보다도 빛나는 보석이 되어 있죠. ^^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매이션을 보고 있으면,
할아버지로부터 어떤 모험담을 듣고 스스로를 돌아보고
자아를 찾아가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는듯 합니다.

2002년작인 고양이의 보은이 마지막이었으니,
앞으로 나오게 될 그의 새로운 작품이 기대되네요.

아이에게만이 아닌 어른들에게도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만화가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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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Dutch Courtyard
c. 1659-60
Oil on canvas
27 3/8 x 23 5/8 in (69.5 x 60 cm)
National Gallery of Art, Washing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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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al Party in a Courtyard 
1677
Oil on canvas
83.5 x 68.5 cm
The National Gallery, 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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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충동과 차가운 이성 사이에서 심하게 갈등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승객들은
아슬아슬한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그뿐, 속수무책이었다.
그녀의, 분노 때문에 불덩이처럼 달아오른 몸뚱어리가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런 벼랑 끝 상황 속에서도 버스는 여전히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고 있었다.
계기반의 속도계를 들여다볼 수는 없었지만 거의 광란에 가까운 속도임을 족히 느낄 수가 있었다.
그런데도 운전사는 얼마든지 더 밟아댈 기세였다.

가랑비가 이제는 제법 굵은 빗줄기로 변하여 앞 유리창을 두들겼고,
곧게 뻗어나간 아스팔트 위로 물보라가 허옇게 피었다.
다른 차들은 눈에 뜨지 않았다.

더 짙어진 어둠 속에서 세찬 빗소리만 그득하게 차올랐다.
예의 점퍼 차림의 사내는 슬그머니 제자리로 기어들었다.
넋이 빠진 표정이었다.

"아주머니, 그만 제자리로 돌아가시지요" 노신사가 그녀를 달랬다.
"그렇게 서 있는 게 매우 위험해 보입니다."

"그러는 게 좋겠어요. 보세요. 점점 더 무섭게 달리고 있쟎아요" 노부인의 말이었다.
그녀의 저 온화하던 얼굴은 잿빛으로 굳어버렸고,
목소리도 갑자기 십 년은 더 늙어버린 노파의 것이었다.

"우리 말을 들어먹을 사람이 아니에요. 저 사람, 기어이 큰일을 내고 말걸요?
  아마 거의 틀림없이~ 첨부터 우릴 떼죽음시키기로 작정을 한 거라구요!
  오, 하느님 아버지!"

노부인은 남편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쿨쩍거렸다.
노신사가 아내의 어깨를 가만히 감싸안았다.

바로 그런 순간이었다.
운전석 옆에 서 있던 여자가 비명을 지르며 통로 바닥 위로 무참하게 나동그라졌다.
버스에 또 한번 급제동이 걸린 때문이었다.

무거운 푸대자루처럼,
비좁은 공간에 메다꽂힌 탓에 여자는 사지를 버둥거리기만 할 뿐 일어나지 못하였다.
운이 좋았다고 해도 뼈 한두 군데는 상했을 법하였다.

주변 사람들이 여럿 거들고 나서자 그녀는 연신 앓는 소리를 냈다.
어딘가 몹시 상한 게 틀림없었다.
부축을 받아 간신히 제자리로 돌아간 그녀는 울분과 고통과 수치심 때문에 종당에는
어린애처럼 엉엉 소리내어 울기 시작하였다.

예의 일병이 갑자기 결연한 태도로 모자를 벗어 통로 바닥에다 팽개치며 벌떡 일어섰고,
그러자 4번 좌석의 등산모가 재빨리 손을 뻗어 그를 다시 제자리에 주저앉힌 것도 그때였다.

"우리 냉정합시다!" 등산모의 사내가 엉거주춤 일어서서 말하였다.
"흥분은 절대 금물입니다. 잘못하면 커다란 불행을 자초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옳은 지적이었다.

승객들은 모두 몸서리를 쳤다.
이제 모든 게 분명해졌다.
지금 자신들이 처해 있는 상황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자신들의 생명을 움켜쥐고 있는 자가 누구인지,
승객들은 가슴 섬뜩하게 깨달아가고 있었다.

그랬다.
생사여탈의 권한을 틀어쥐고 있는 자는 하나님도 악마도 아니었다.
저 운전석을 차지한 채 이쪽으로 뒤통수만 보이고 앉아 있는 바로 그 사내,
차를 타면서도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던 바로 그 사내였다.

승객들은 두려움에 가득 질린 눈으로 새삼스레 그를 지켜보았다.
여전히 얼굴은 없었다.
하나의 견고한 벽처럼,
그들로부터 등을 돌려댄 채로 무심히 앉아 있는 뒷모습만 볼 수 있을 따름이었다.

"만약의 경우를 생각해서 앞자리에 계신 분들은 가급적 뒷좌석으로 옮겨 앉는 게 좋을 것 같군요."
통로에 선 채 등산모가 말하였다.
"중간 이후가 그래도 안전할 듯싶습니다." 현명한 판단이었다.

이런 속도에서 사고가 발생한다면 어느 자리인들 안전을 보장할 수 있으랴마는,
그래도 앞자리 승객들이 치명적일 확률이 훨씬 높다고 생각되었다.

맨 먼저 움직인 사람은 1번 좌석의 아가씨였다.
그녀는 재빨리, 점퍼 입은 사내의 옆자리로 가서 앉았다.
세번째 줄에 있던 노부부는 서너 줄 더 뒤쪽으로 옮겨가서 통로를 사이에 두고 따로 떨어져 앉았다.
나란히 비어 있는 자리가 없었던 것이다.

그밖에도 몇사람이 더 자리를 바꾸었고,
2번 좌석의 일병은 마지막까지 주저하다가 결국 맨 뒷자리,
저 술푸대처럼 처박힌 채 잠들어 있는 사내 곁으로 옮겨갔다.
몹시 자존심 상해하는 표정이었다.

창 밖 어둠 속에서는 굵어진 빗발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었다.
멀리서 이따금씩 떠오르곤 하던 마을의 불빛들마저 이제는 나타나지 않았다.
세차게 쏟아지는 빗줄기가 모든 그것을 지워버린 때문이었다.

버스는 어둡고 습기찬 공간을 꿰뚫으며 계속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였다.
바퀴소리와 엔진 소리가 활주로를 막 이륙한 미행기처럼 한결 날렵하고 매끄럽게 어우러졌고,
그럴수록 파멸의 공포감은 걷잡을 수 없이 점점 더 커졌다.

끔찍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남자들의 토막난 신음과
여자들의 짓눌린 울음소리가 가냘프게 흘러나왔다.

등산모의 사내가 통로를 따라 천천히 앞쪽으로 걸어갔다.
그는 좌우의 빈자리들을 지나 운전석 곁에까지 다가선 다음,
왼손으로는 운전석 뒤의 쇠기둥을 잡고 한참을 가만히 서 있었다.

아무런 말도 건네지 않았다.
그는 오른손으로 무릎을 짚고 허리를 낮춘 다음 차분하게 계기반을 들여다보았다.
운전사의 콧김이 느껴질 정도로 지근거리였다.

속도계의 엄청난 수치에도 불구하고 그는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서로 호흡이 잘 맞는 조수이기나 하듯 운전사와 똑같은 투로 전방에다
눈길을 박은 채 다시 한참을 움직이지 않았다.

전조등 불빛은 이제 두 개의 거창한 물기둥으로 변해 있었다.
저 앞 어둠 속으로부터 물보라가 한 가득 끓어 넘치고 있는 고속도로가
마치 머리도 꼬리도 보이지 않는 한 마리 거대한 뱀처럼 무수히 반짝이는
금비늘들을 털며 곧추 일어서고 또 일어서곤 하는 것을 그는 보고 있었다.


====================================== 7편 (최종회)에 이어집니다..=============


이제 곧 그 최후의 모습들을 읽을 수 있겠네요.
새봄을 맞이 하는 이즈음..
나는 누군가에게 의미 없는 폭력을 휘두르진 않았나..
스스로의 모습에 대한 반성을 하는 시간들을 가지시길 바래요..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그럴리 없겠으나,
가족에게도 친구에게도 의미 없는 폭력을 행사한 적이 있다면,
조용하면서도 인간적이게 반성합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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