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란 남자들
후쿠오카 신이치 지음, 김소연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아, 진심으로 이 책을 쓴 후쿠오카 신이치와 번역한 김소연님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예전에 "이기적 유전자" 를 읽고 크게 실망했던 탓인지 생명과학에 대한 책을 읽는 것이 겁이 났었는데, 이 책은 이런 나의 걱정을 말끔히 씻어주었다. 이 책의 번역은 잘 되어 있어 글쓴이가 하고자 하는 말을 제대로 전달한 듯 싶다. 원서를 보지 않았으니 장담할 수는 없지만, 이 정도 번역이라면 원문에 뒤떨어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은 유전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남자와 여자의 차이점에 대해 유전자 관점에서 바라보고 그 차이점을 이야기하고 있다. "남자는 어떻게 생겨났으며, 유전자 측면에서 바라본 남자와 여자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이 책에서 명쾌하게 알려준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우리가 알아듣기 힘든 용어들이나 과학지식만을 전달하는 것은 아니다. 생명과학이나 유전자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이 읽더라도 쉽게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중간 중간 보통 우리들이 잘 알지 못하는 생명과학 지식이나 현미경으로 들여다 봐야 보이는 아주 작은 세계에서 고군분투하는 과학자들의 이야기 등 다른 이야기들을 함께 써놓아 책을 읽는데 지루하지 않게 해준다.

성경에 보면 남자인 아담의 갈비뼈로 여자인 이브를 만들었다고 나와 있다. 그리고 시몬 드 보부아르는 "여자는 여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자로 만들어지는 것이다"라고 했다. 하지만, 이건 분명 잘못된 말이다. "남자는 남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남자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모든 생명체는 기본적으로 여성이며 필요에 의해 여성으로부터 "모자란 남성"이 나타나게 되고, 정자와 난자가 수정된 후 분열하는 과정에서 특정 유전자에 의해 여성이 남성으로 바뀌게 된다.

책에서는 이런 사실을 단순히 전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 특정 유전자를 발견하기 위한 지식의 배경이 되는 이야기, 즉 현미경에 대한 이야기와 어떻게 정자를 발견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현미경으로 세포를 관찰하고 염색체를 관찰하는지, 염색체는 어떻게 생겼으며 DNA는 어떤 구조로 어떻게 유전 형질을 다음 세대에 전하는지 등의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있다. 이런 이야기들은 고등학교 생물 시간 이후 처음으로 들어본 것들이었고 유용한 과학 상식을 알게 해주었다.

… 포르말린의 실체는 가교제(架橋劑), 혹은 고정제라 불리는 화학 물질이다. 마이크로 차원에서 짧은 막대기의 양 끝에 빨래집게 같은 고정기구가 장착된 것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이것이 세포 안팎의 곳곳으로 스며들어 양 끝에 달린 빨래집게를 이용해 세포를 닥치는 대로 꼭꼭 집어준다. 이 고정기구는 실제 빨래집게와는 달리 불가역, 즉 한 번 집으면 두 번 다시 풀지 못하게 되어 있다. 이렇게 세포를 구성하는 모든 분자의 틈이 전후좌우, 상하로 연결 고정된다. 즉 가교되는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 깨지기 쉽고 정교한 세포의 구조를 보존하고 보강한다.

모자란 남자들, 후쿠오카 신이치 지음, 김소연 옮김, 은행나무, 2009년 11월, 56쪽.

그리고, 현대 인류의 조상은 아프리카인이라고 알고 있는데 이를 밝혀낸 과학적 방법에 대한 설명도 있다.

… 미토콘드리아 DNA의 분석은 1980년대 말에 하나의 아주 뚜렷한 사실을 밝혀냈다. 현재 지구 상에 존재하는 모든 여성의 기원은 10여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태어난 한 여성임이 밝혀진 것이다. 놀랍게도 Y염색체의 다형 분석 역시 거의 같은 사실을 드러냈다. 현재 지구 상에 존재하는 모든 남성의 기원은 10여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태어난 한 명의 남성에게서 유래한다는.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이 남자와 여자가 아담과 이브이며 그 둘의 자식들이 우리 모두의 조상인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미토콘드리아를 근거로 한 모계 분석과 Y염색체를 근거로 한 부계 분석은 같은 시기, 같은 장소로 수렴되지만 그 둘은 독립된 자료이며 양자의 관계에 대해서는 그 어떤 것도 결정적인 무언가를 제시할 수 없다.

모자란 남자들, 후쿠오카 신이치 지음, 김소연 옮김, 은행나무, 2009년 11월, 178쪽.

남성이 남성이 되는 과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생겨난 부족함, 생명체의 기본 사양인 여성으로부터 생겨난 남성이 여성에 비해 기능적으로 모자랄 수 밖에 없는 이유 등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던 후쿠오카 신이치는 책의 뒷부분에서 이 내용들을 정리하며 이런 이야기를 한다.

… 생명의 역사에서 수컷은 암컷이 낳은 '운반자'에 지나지 않는다. 암컷에게서 암컷으로, 생명은 긴 시간 동안 모계라는 날실만으로 이어져 내려왔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 날실과 날실을 이어주고 정보를 교환하며 변화를 일으킨다. 그리고 그 변화는 변화하는 과정에서 살아남기 위해 유용하게 작용했다. 이러한 선택압(選澤壓)이 작용한 결과 암컷의 유전자를 다른 개체의 딸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운반자'로서 수컷이 만들어졌다. 그때까지 기본 사양이었던 암컷의 몸에 변화가 생기면서 수컷이 태어났다. 수컷의 신체 시스템에는 급조에 따른 부정합과 오류가 남아 있기 때문에 암컷에 비해 안정성이 다소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수명이 짧고 각종 질병에 걸리기 쉬우며, 정신적ㆍ신체적 스트레스에도 취약하다. 그래도 수컷은 씩씩하게도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다하기 위해 세계 각지로 퍼져나갔다.

모자란 남자들, 후쿠오카 신이치 지음, 김소연 옮김, 은행나무, 2009년 11월, 216쪽.

다소 놀라운 사실이었다. 남자의 평균 연령이 여자보다 낮은 것 또한 모자라기 때문이다. 여러 영향이 있기는 하겠지만 남자의 자살률이 더 높은 것도 근본적으로는 이러한 모자람에 기인한다는 것은 이런 사실에 비추어보면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책을 읽으며 이 책을 쓴 후쿠오카 신이치의 글솜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보통 과학자나 공학자가 쓴 책은 딱딱할 수 밖에 없다는 선입관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런 것이 보기 좋게 깨진 것이다. 그래! 나도 노력하면 저렇게 멋진 글을 쓸 수 있을 거야! 그런데, 과연 노력한다고 가능한 걸까? 후쿠오카 신이치가 쓴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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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진심으로 이 책을 쓴 후쿠오카 신이치와 번역한 김소연님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예전에 "이기적 유전자"를 읽고 크게 실망했던 탓인지 생명과학에 대한 책을 읽는 것이 겁이 났었는데, 이 책은 이런 나의 걱정을 말끔히 씻어주었다. 이 책의 번역은 잘 되어 있어 글쓴이가 하고자 하는 말을 제대로 전달한 듯 싶다. 원서를 보지 않았으니 장담할 수는 없지만, 이 정도 번역이라면 원문에 뒤떨어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은 유전자에 대한 이야..
 
 
 
스토리텔링의 기술 - 어떻게 만들고 적용할 것인가?
클라우스 포그 외 지음, 황신웅 옮김 / 멘토르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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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제 광고나 홍보는 예전처럼 단순하지 않다. 이를 전달할 수 있는 매체가 많아지고 쏟아지는 정보의 양은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이 많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호감을 갖도록 하고 이를 통해 원하는 것을 얻고자 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워졌다. 여기에서 "원하는 것"이란 기업의 입장에서는 소비자가 우리 회사의 상품을 선택하도록 하여 이익을 얻는 것이 될테고, 어떤 특정 목적을 갖는 단체라면 그 단체에서 주장하는 바를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자신들의 뜻을 이루기 위한 사회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될 것이다.

이 책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기업이 추구하고자 하는 바를 고객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것들을 말해주고 있다. 그리고, 그 도구로 "스토리텔링"이라는 것을 말한다.

그럼 스토리텔링이란 무엇일까? 어렵게(?) 써놓기는 했지만, 스토리텔링이란 "이야기"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냥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뭔가를 전달하고자 하는 목적을 갖고 다른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만들어진 이야기이다.

생각해 보면 스토리텔링은 우리를 인간이란 존재로 규정한다. 뛰어난 작가이자 영화감독인 폴 오스터(Paul Auster)는 "스토리를 만들고 전달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고 우리의 삶에 의미를 만들어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이해하고 우리가 누구인지 알리기 위해 스토리를 이용한다. 서로의 경험에 관한 스토리를 나눔으로써 삶에서 겪게 되는 갈등을 더 쉽게 해결하고, 우리가 어떻게 이 세상에 위치하는지 설명할 수 있게 된다.

스토리텔링의 기술, 클라우스 포그ㆍ크리스티안 부츠ㆍ바리스 야카보루 지음, 황신웅 옮김, 멘토르, 2008년 2월, 28쪽.

단순히 정보만을 전달하는 것으로는 이제 부족하다. 그래서 이런 정보를 담고 있거나 혹은 고객들이 기업의 브랜드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갖도록 하기 위해 "이야기"를 만들어 이를 고객들에게 전달한다. 즉, 고객의 감성을 자극하는 것이다.

이제 기업은 관습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특히 상품 자체에만 의존하거나 다른 제품보다 자신의 제품이 왜 좋은지 이성적인 논쟁만 벌이는 기업은 더욱 그렇다. 적정한 가격과 상품의 품질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요소일 뿐, 더 이상 구매의 핵심적인 요소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디자인이나 기술의 정밀성과 같은 외양적인 것은 이제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게 되었다. 때문에 경쟁사들은 동일한 비용에 동일한 생산기술을 가지고 경쟁에 뛰어든다. 또한 경쟁은 갈수록 심화되어 이제 국내뿐 아니라 엄청난 자금력을 가진 글로벌 기업까지 상대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상품과 가격만으로 경쟁하려는 기업이 순탄한 길을 걷게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스토리텔링의 기술, 클라우스 포그ㆍ크리스티안 부츠ㆍ바리스 야카보루 지음, 황신웅 옮김, 멘토르, 2008년 2월, 32쪽.

위 글처럼 이젠 각 기업들의 기술력이나 디자인은 비슷비슷하다.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떤 제품이 탁월하게 좋다거나 디자인이 다른 경쟁상품들이 따라오지 못할 정도가 되지는 못한다. 결국 이제는, 그리고 앞으로는 더더욱 이런 기술적인 면을 가지고는 고객들의 관심을 받기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된다.

이제 기업은 확실한 가치를 브랜드 속에서 구축해야 한다. 바로 그런 일에 적합한 것이 스토리텔링이다. 기업과 브랜드를 스토리로 전달하면 소비자는 보다 쉽게 브랜드를 통해 스스로 표현하는 방식을 찾을 것이다. 스토리는 직접적으로 우리의 감성을 향하고 있으며, 각자의 가치를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해 준다. 다시 말해 브랜드스토리는 소비자들이 스스로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와 같은 것이다. 브랜드는 소비자들이 각자를 표현하기 위해 선택하는 하나의 심벌 역할을 하고, 스토리는 우리가 누구인지 소통하는 데 도움을 주는 도구의 역할을 한다. 바로 이런 점이 브랜딩과 스토리텔링을 하나로 만드는 이유이다.

스토리텔링의 기술, 클라우스 포그ㆍ크리스티안 부츠ㆍ바리스 야카보루 지음, 황신웅 옮김, 멘토르, 2008년 2월, 32쪽.

이미 많은 책과 글에서 지적되었지만, 소비자가 구매할 때 가장 크게 작용하는 것은 기술력이나 디자인보다 브랜드의 가치일 경우가 많다. 어디 제품이니까 이건 믿어도 될 거야, 이 회사 제품은 그다지 신뢰가 가지 않아, 이런 식의 생각들은 이미 우리들의 머리 속에 깊이 박혀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회사들의 자신의 브랜드에 대해 고객들이 호감을 갖도록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브랜드는 기업과 상품에 대한 부가적인 가치로 인식됨과 동시에 기업과 상품을 선호하는 마음을 생기게 한다. 때문에 강력한 브랜드는 '가치와 감성의 조화'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상품을 구매할 때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따져보지만, 막상 구매할 때는 마음이 끌리는 것을 선택한다. 일반 가죽가방 대신 루이뷔통(Louis Vuitton)의 가방을 구매하는 것을 보면 머리보다 마음에 이끌린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실 일반가죽이나 루이뷔통의 가죽이나 가죽 그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우리가 경험하는 가치는 전혀 다르게 나타난다.

스토리텔링의 기술, 클라우스 포그ㆍ크리스티안 부츠ㆍ바리스 야카보루 지음, 황신웅 옮김, 멘토르, 2008년 2월, 33쪽.

이 책에서는 이렇게 기업의 브랜드를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스토리텔링을 제안하고 있고, 이러한 스토리를 만드는데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 핵심 요소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1. 메시지
  2. 갈등
  3. 등장인물
  4. 플롯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그리고 이 메시지 속에 나타나는 갈등 혹은 이 메시지에 반대되는 갈등, 그리고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이야기에 나오는 등장인물, 그리고 줄거리. 이렇게 네 가지 요소에 의해 스토리가 만들어지고 이 스토리를 통해 고객들의 감성에 호소하게 된다.

이 모든 요소들이 중요하지만, 그 중에서도 관심이 가는 요소는 "갈등"이다.

갈등은 좋은 스토리를 이끌어 내는 동력이다. 갈등이 없다면 스토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인간의 본성에서 찾을 수 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삶에서 조화와 균형을 추구한다. 우리는 스스로나 주변이 엉망이 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 조화로움이 깨지면 이를 다시 회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불쾌한 상황이나 스트레스, 불안감에서 벗아나려고 하는 것이다. 만약 사랑하는 사람과 혹은 동료 사이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당신은 그 문제가 깨끗이 해결되고 다시 조화로운 상태로 돌아갈 때까지 마음이 불편할 것이다. 인간은 문제, 즉 갈등과 마주하면 본능적으로 해결책을 찾으려고 한다. 갈등이 행동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스토리텔링의 기술, 클라우스 포그ㆍ크리스티안 부츠ㆍ바리스 야카보루 지음, 황신웅 옮김, 멘토르, 2008년 2월, 44쪽.

당연히 스토리텔링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정의하고, 어떤 등장인물을 쓸 것이며, 어떤 줄거리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갈 것인지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이야기에 갈등이 포함되지 않는다면 밋밋하고 재미없는 이야기가 되기 쉽상이며 적절한 갈등을 통해 더 많은 흥미와 주의를 끌 수 있을 것이다.

비즈니스 영역에서 어떻게 스토리텔링을 이용할 수 있을까? 스토리텔링은 전략적 브랜딩 활동과 경영 커뮤니케이션 도구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이용할 수 있다고 저자들은 말하고 있다. 기업의 모든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연결하는 중추신경 또는 밑바탕이 되는 테마라고 할 수 있는 '핵심스토리(core story)'가 적절히 녹아들어가 있는 스토리를 통해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고, 기업 내부에서 추구하는 가치를 전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스토리는 이러한 가치를 기업 내부에 전파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아울러 핵심스토리는 기업의 차별성을 만드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 기업이 단순히 돈을 버는 것 외에 더 중요한 가치를 대변하지 못한다면, 직원들은 물론 고객에게 어떠한 차별성도 주지 못한다. 강력한 브랜드가 가진 역동성은 기업이 끊임없이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해 적대세력과 싸우고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 존재한다. 기업이 무언가를 성취한다는 것은 이데올로기적 추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에서 차별성을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고객이 기업의 상품이나 서비스 외에 구매하고자 하는 부가적인 가치, 경험, 꿈 등이 무엇인지 미리 파악해야 한다. 당신의 고객은 어떤 종류의 스토리에 참여하고 있는가? 잠시 책을 덮고 다음 질문에 간명하게 대답해 보자.

"우리 기업이 만들고자 하는 차별성은 무엇인가?"

스토리텔링의 기술, 클라우스 포그ㆍ크리스티안 부츠ㆍ바리스 야카보루 지음, 황신웅 옮김, 멘토르, 2008년 2월, 96쪽.

문제는 이런 차별성을 만들어내기 위해 때때로 희생이 필요하기도 하다는 것이다.

핵심스토리의 갈등을 만들어 내기 위해 기업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차별성을 만들 수 있는 열정과 어느 정도의 희생을 감내하는 용기다. '모든 사람을 기쁘게 하려고 하면 어떤 누구도 진정으로 행복하게 만들 수 없다'는 속담이 있다. 이 속담은 기업이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면 메시지가 가지는 힘은 약해지고 무의미한 것이 될 수 있다는 뜻도 된다. 비록 일부 고객을 잃는 한이 있더라도 기업은 선택해야 한다. 희생이 따르긴 하지만 일단 강력한 핵심스토리가 굳건하게 자리잡으면 충성고객을 이전보다 더 많이 얻을 수 있다.

스토리텔링의 기술, 클라우스 포그ㆍ크리스티안 부츠ㆍ바리스 야카보루 지음, 황신웅 옮김, 멘토르, 2008년 2월, 106쪽.

말은 쉽지만, 미래를 위해 지금 눈에 보이는 고기를 놔준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당장의 이익을 쫓을 것인지 아니면 미래의 더 나은 상황을 만들어 갈 것인지는 참 어려운 선택이다. 나라면 어떻게 할까? 아마 이런 도전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도전이 결과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저자들은 이제는 기업이 스토리를 전달하는 데만 집중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시대와 환경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인터넷을 통해 서로의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형성하게 되었다. 때문에 소비자나 압력단체들은 더 많은 사람들과 힘을 결합할 수 있고 빠르고 명확하게 서로의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이것은 브랜드가 한 순간에 창조되거나 파괴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누구라도 전 세계 관객을 상대로 스토리텔러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스토리텔링의 새로운 측면을 창조한다. 기업은 이제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라는 문제뿐 아니라 '어떻게 들을 것인가'하는 문제까지 고민해야 한다. 기업은 이런 상황에 수동적으로 대처하기 보다 고객이 들려주는 스토리들을 경청해서 이런 변화를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스토리텔링의 기술, 클라우스 포그ㆍ크리스티안 부츠ㆍ바리스 야카보루 지음, 황신웅 옮김, 멘토르, 2008년 2월, 227쪽.

그래서인지 요즘 보면 이런 것들을 실천하는 기업들이 많이 보인다. 고객의 사연을 모집하는 이벤트를 한다던지 자사 제품을 사용하는 모습을 찍은 사진이나 제품을 사용해 본 경험에 대한 이야기들을 모집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스토리텔링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일까?

좀 더 넓게 바라보면 스토리텔링과 브랜딩이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의 또 다른 기본적 요소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로 전체론적 사고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스토리텔링은 강력하고 창조적인 브랜딩 도구이기는 하지만 스토리텔링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

스토리텔링의 기술, 클라우스 포그ㆍ크리스티안 부츠ㆍ바리스 야카보루 지음, 황신웅 옮김, 멘토르, 2008년 2월, 274쪽.

그럼 무엇이 필요할까? 저자들은 이를 위해 모든 고객과의 접점에서 일관된 경험을 제공하도록 하여 브랜드의 신뢰를 구축하고 핵심스토리가 확고하게 자리잡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고객이 기업의 브랜드에 접근할 수 있는 많은 경로들, 즉 인터넷, 신문, TV, 친구나 동료 등을 통해 듣게 되는 브랜드에 대한 정보가 일관되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업 내부의 각 부서 사이에서도 하나의 핵심스토리를 듣고 같은 방향으로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하여 부서 간 고정관념과 벽을 허물도록 해야 한다.

저자들은 이 책의 맺음말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들려준다.

요즘과 같은 잉여사회에서는 기업이 강력한 스토리를 통해 기업의 차별성을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스토리는 우리가 기억할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고, 우리가 관여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의 경영진은 기업 내에 존재하는 부서 간의 장벽을 허물어 회사 전체가 하나의 일관된 스토리를 전달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스토리텔링의 기술, 클라우스 포그ㆍ크리스티안 부츠ㆍ바리스 야카보루 지음, 황신웅 옮김, 멘토르, 2008년 2월, 297쪽.

일관되고 강력한 스토리, 여기에서 기업 내부의 고유한 문화를 만들어 낼 수 있고 이를 통해 차별성을 만들어 고객들에게 흥미를 유발시키고 브랜드에 대한 호감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스토리텔링이라는 것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꾸준히 관심을 갖고 이끌어가야 할 장기적인 전략이 되어야 한다.

이 책을 통해 브랜드 구축에 대한 흥미로운 방법을 배운 것 같다. 물론 기술력이 뒷받침 되어야겠지만, 오로지 기술력으로 고객들의 관심을 이끌어내겠다는 생각은 잘못된 생각이다. 이제는 멀리 내다보고 기업 내부와 고객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흥미를 유발시키며 이들을 이끌어 갈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스토리텔링이 기업이나 단체에만 한정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 개인에게도 브랜드는 중요해졌고 그만큼 나 자신을 위한 스토리텔링도 중요해지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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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스토리텔링의 기술
    from thoughts.mooo 2010-02-13 21:37 
    이제 광고나 홍보는 예전처럼 단순하지 않다. 이를 전달할 수 있는 매체가 많아지고 쏟아지는 정보의 양은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이 많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호감을 갖도록 하고 이를 통해 원하는 것을 얻고자 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워졌다. 여기에서 "원하는 것"이란 기업의 입장에서는 소비자가 우리 회사의 상품을 선택하도록 하여 이익을 얻는 것이 될테고, 어떤 특정 목적을 갖는 단체라면 그 단체에서 주장하는 바를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자신들의 뜻을 이루기..
 
 
 
2.0세대를 위한 상상, 나는 미디어다 - 꿈이 꿈을 응원하는 방송 HBS
오형일 지음 / 봄날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책의 내용과 편집, 제본 등 어느 것 하나 흠 잡을 데가 없는 책이라 생각한다. 물론 이런 평가는 주관적이기 때문에 다른 분들도 이렇게 생각하리라고는 장담할 수 없지만 :-)

이 책의 부제는 "꿈이 꿈을 응원하는 방송, HBS"이다. HBS라니 이건 어떤 방송국일까? HBS라는 방송국은 들어본 적이 없는데! 궁금해서 찾아보려고 했는데, 책의 앞머리에 친절하게 나와 있었다. HBS는 이 책의 저자인 오형일님이 고등학교 시절에 방송이라는 꿈을 꿀 수 있게 해준 효원고등학교 방송반의 이름이며, 저자 이름의 첫 글자인 H를 붙인 개인방송의 이름이고, 또 사람(Human)을 강조하는 내일의 미디어를 지향하는 방송사의 이름이라고 한다.

이 책에서는 오늘의 방송과 내일의 방송, 그리고 방송인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여전히 사회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오늘의 방송과 지금의 방송 환경에서 앞으로 나타나게 될 수 밖에 없는 내일의 방송에 대해 하나씩 하나씩 이야기를 풀어간다. 거기에 덧붙여 내일의 방송에 직접 참여하게 될, 내일의 방송인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해 오늘의 방송을 만들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내일의 방송인이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할 것들, 그리고 알아야할 것들에 대한 이야기들은 아마 쉽게 찾기 어려울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방송인 준비를 위한 글이라고 한다면, 방송국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어떤 공부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 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 있다는 것은 미래의 방송인이 되기 위해 준비하는 분들에게는 좋은 참고자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니 방송인이 되기 위해 준비하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나 같은 보통사람들에게는 이렇게 방송인들의 직접적인 이야기들을 듣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므로 새로운 모습들을 많이 보게 될 것이다.

오늘의 방송, 내일의 방송


그럼, 오늘의 방송은 무엇이고, 내일의 방송은 무엇일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방송 제작이라는 것은 방송국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지금까지의 방송 제작은 많은 장비와 많은 돈이 들어갔기 때문에 큰 자본을 가진 방송국 외에는 방송 제작에 참여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방송에 있어서는 방송국들이 독점적인 위치에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이제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인터넷의 발전으로 인해 이제는 누구라도 마음만 먹는다면 자신만의 방송을 제작할 수 있다. 고액의 방송 장비가 아니더라도 집에서 사용하는 PC나 개인이 충분히 구입하고 운용할 수 있는 디지털 캠코더 등으로 얼마든지 방송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만큼 방송을 생산할 수 있는 곳이 많아졌고, 또 이렇게 만들어진 방송을 방송국이 아닌 인터넷 등을 통해 유통시킬 수 있는 채널도 많아졌다. 따라서 내일의 방송은 오늘의 방송이 가지고 있던 독점의 벽을 무너뜨릴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방송들이 일방적인 정보 전달의 역할을 했다면, 내일의 방송은 양방향성을 갖는 방송이 될 것이다. 방송이 사람들에게 일방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방송이 사람들에게, 사람들이 방송에게 서로 이야기를 하고 그런 과정에서 방송이 제작될 것이라는 말이다. 이미 이런 시도가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며 앞으로는 더욱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다.

또한 이제는 미디어를 통신 미디어, 인쇄 미디어, 방송 미디어와 같은 구분 짓기 힘들어질 것이다. 이미 상당 부분 이런 미디어들의 융합이 이뤄지고 있고 앞으로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이런 미디어 융합이 가능하게 된 것 또한 디지털 기술과 인터넷의 발전 덕분이다. 이제 우리는 신문기사, 잡지의 기사, 방송의 뉴스 등을 인터넷을 통해 보고 있다. 신문기사라고 해서 신문에서 보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잡지도 마찬가지이고, 방송 또한 TV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방송의 영향력


그렇다면 방송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그것은 영향력이라고 한다.

실제로 많은 방송가 사람들에게 "방송이 뭐냐?" 고 물었을 때, 그들의 대답에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방송의 영향력에 대한 통념이 묻어 있습니다. 노상훈 PD는 한 사회의 이야기와 생활양식을 만들어 내는 대중문화의 중요한 축으로 방송을 설명합니다. 김우성 PD는 오늘을 이야기하고, 그럼으로써 내 일에 영향을 미치는 매체로 방송을 정의합니다. 좀 더 노골적으로 양성진 카메라맨은 방송을 엘리트들이 일방적으로 대중들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라고 이야기합니다. 이 모든 말 속에는 '방송은 영향력이다' 라는 문장에 대한 기본적인 동의가 깔려 있습니다. 그리고 그 영향력 때문에 원하든 원하지 않든 방송은 인간의 상처와 아픔을, 특히 사회적 약자의 신음소리를 응시하고 보듬으라는 요구를 받게 된다고 합니다.

나는 미디어다, 오형일 지음, 봄날, 2009년 10월, 42쪽.

이렇게 "방송은 영향력이다"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다. 이런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방송이기 때문에 방송을 독점하고 있던 방송국의 위상은 높을 수 밖에 없었다. 또 방송이 갖는 영향력 때문에 방송인들이 꼭 가져야할 덕목들이 있기 마련이다.

… 오늘의 방송인들은 방송 환경이 아무리 바뀌더라도 방송에는 최소한 다음 두 가지 덕목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첫째, 사회적인 책임의식입니다. … 방송은 이들의 이야기를 확장시킬 수 있는 채널과 말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을 잘만 이용하면 방송은 누군가에게 고마움의 영역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것을 잘못 사용하면 억울하고 한 맺힌 사연에 치명적인 상처를 줄 수 있고, 사회적으로 소통 가치가 없는 소음 같은 정보를 범람시킬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방송은 그 어느 영역보다 사회적인 윤리의식과 책임감이 필요합니다. 둘째, 권력에 대한 경계입니다. … 방송이 권력의 힘에 희생당한 약자들의 상처를 바로 보지 못한다면, 진실을 왜곡하는 권력의 대변인이 되어 그 상처에 더 큰 아픔을 남긴다면, 방송은 사회적 공해입니다. 그냥 공해가 아니라 치명적인 공해입니다. 그래서 어떤 영역보다 권력과의 거리두기, 권력에 대한 경계가 필요합니다.

나는 미디어다, 오형일 지음, 봄날, 2009년 10월, 45쪽.

이처럼 방송인이 사회적인 책임의식과 권력에 대한 경계를 갖지 못한다면 이건 재앙이 된다. 이미 우리는 그런 사태를 보아왔다. 그리고, 지금도 그런 시도를 하려는 경우를 봤다. 이런 일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인 책임을 다 하지 못한 방송이나 방송을 장악하려는 권력에 맞서 싸우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방송사의 세 가지 무대


방송사에는 방송인들이 이야기들을 만들기 위한 세 가지 큰 무대가 있다고 한다. 제작본부와 보도본부, 그리고 편성본부가 바로 그 무대들이다.

  • 제작본부
    • TV국 - 드라마팀, 예능팀, 시사교양팀
    • 라디오국 - 라디오 1팀(시사정보 중심), 라디오 2팀(음악토크 중심)
  • 보도본부
    • 뉴스제작국 - 정치외교팀, 경제팀, 사회팀, 문화팀, 국제팀, 스포츠팀
    • 보도제작국 - 탐사보도팀, 시사보도팀
  • 편성본부
    • 편성국 - 편성기획팀, 채널편성팀, 뉴미디어팀
    • 외주제작국
    • 아나운서국

이 무대들에서 많은 사람들이 방송을 만들고 있다. 어느 곳이나 그렇겠지만 이렇게 다양한 조직이 있는 곳에서는 중심이 되는 조직이 있기 마련이다. 10년 전만 해도 이 무대들 중에서 중심이 되는 곳은 제작본부와 보도본부였다고 한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이 두 무대에서 실제 방송들이 제작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리고 앞으로는 더, 편성본부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이제는 이야기를 만들고 전달하는 수준을 넘어 제대로 된 이야기를 선택하고 배치하는 능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아직도 많은 방송 프로그램들이 방송국 내부에서 제작되고 있기는 하지만, 상당히 많은 수의 방송 프로그램이 방송국 바깥, 즉 외주업체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방송국 바깥에서 만들어지는 프로그램들의 프로그램 편성을 책임지고 있는 편성본부의 역할이 커졌다는 것이다. 앞으로 이런 상황들은 더욱 빨리 진행될 것이다. 더욱 많은 프로그램들이 외주업체들에 의해 제작될 것이고, 또 디지털 기술과 인터넷으로 무장한 새로운 형태의 방송 제작자들이 많이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선배 방송인들의 이야기


이렇게 오늘의 방송과 내일의 방송에 대한 이야기가 끝나고 나면 여러 무대에서 직접 발로 뛰며 방송을 만들고 있는 방송인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들이 시간 맞춰 귀가해서 TV 앞에 앉게 만들어주는 드라마를 만드는 드라마국 PD들, 배꼽이 빠지도록 웃을 수 있도록 해주는 예능 프로그램들을 만드는 예능국 PD들, 예전처럼 많은 인기를 갖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아직 우리 곁에서 우리들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들어주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라디오국 PD들, 우리들에게 여러 유용한 정보을 전해주는 시사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시사교양국 PD들, 세상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우리들에게 끊임없이 새로운 소식을 전하는 뉴스를 제작하는 보도국의 기자와 앵커들, 각종 방송 프로그램에서 방송을 진행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은 아나운서국의 아나운서들!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이런 사람들이 우리들에게 보여줄 방송을 만들며 겪게 되는 뒷이야기들과 어려움들은 이들의 일도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멋진 내일의 방송인들을 위한 길잡이


나 같은 보통사람들은 이렇게 방송에 대한 직접적인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거의 없다. 듣게 된다고 하더라도 뜬구름 잡는 듯한 이야기들이나 겉으로 보이는 그들의 화려한 모습들만을 듣게 되는데, 그 화려함 뒤에 숨겨진 그들만의 뒷이야기와 생각들을 하나씩 들여다 보는 것이 재미있었다.

그리고, 내일의 방송인을 꿈 꾸는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결코 그들만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그들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때 그들을 응원할 수 있다.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으며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알고 있을 때 그들이 만든 방송을 보며 박수 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방송인이 되고자 하는 분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이 책에서 어떤 것을 얻을 것인가 하는 건 자신에게 달려있겠지만, 주의 깊게 들여다본다면 방송사 시험을 보기 위해 책 한 권 보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얻게 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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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는 미디어다
    from thoughts.mooo 2010-02-13 21:38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책의 내용과 편집, 제본 등 어느 것 하나 흠 잡을 데가 없는 책이라 생각한다. 물론 이런 평가는 주관적이기 때문에 다른 분들도 이렇게 생각하리라고는 장담할 수 없지만 :-) 이 책의 부제는 "꿈이 꿈을 응원하는 방송, HBS"이다. HBS라니 이건 어떤 방송국일까? HBS라는 방송국은 들어본 적이 없는데! 궁금해서 찾아보려고 했는데, 책의 앞머리에 친절하게 나와 있었다. HBS는 이 책의 저자인 오형일님이 고등학교 시절에 방..
 
 
 
와인 수첩 - 내 손에 쏙 들어오는 80가지 구르메 수첩 2
이정윤 지음 / 우듬지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내 경우 술 한잔 마시며 다른 사람들과 가볍고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는 분위기를 좋아하는데, 우리의 술문화는 이런 분위기를 즐기기 위한 술자리가 아니라 사람이 술을 먹는지 술이 사람을 먹는지 알 수 없는 분위기로 이끌어 가기 때문에 보통 술자리를 싫어하는 편이다. 그렇다고 해도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술자리를 가질 수 밖에 없는 경우가 생기고,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의 자리가 아니라면 불편한 게 사실이다.

이렇게 보통의 술자리를 참 싫어하는 나지만, 그래도 가끔은 술을 마시고 싶을 때도 있고, 집에서 혹은 친구들과 맥주 한 잔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싶어한다. 얼마 전부터는 가끔 와인을 즐기고 있는데, 와인이 우리나라의 다른 과일주처럼 포도로 담근 술이라는 것 정도 밖에 알지 못했다. 그러다 와인에도 상당히 많은 종류가 있고, 와인의 재료가 되는 포도의 품종에 따라 맛도 달라지며, 생산지나 생산자에 따라서도 다른 맛을 풍기고, 이런 것들을 알아가며 마시는 것이 와인을 즐기는 하나의 즐거움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와인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와인에 대해 열심히 찾아볼 정도로 부지런하지 못한 나에게 이 책은 참 많은 것을 알려주었다. 책 제목에도 나와 있지만, 이 책은 와인에 대해 정리해놓은 수첩이다. 80 종류의 와인에 대해 생산자와 생산지, 원료가 된 포도 품종, 알콜 도수, 이 와인과 어울리는 음식, 그리고 소개하는 와인에 얽힌 간단한 에피소드나 와인을 즐기는 방법을 이야기해준다. 특히 여러 상황에 따라 잘 어울리는 와인들을 소개해주고 있기 때문에 나처럼 와인을 즐기고는 싶지만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길잡이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에서는 아래 상황들에 어울리는 와인들을 소개하고 있다.

  • 비즈니스 접대 성공률 100% 와인
  • 혼자 즐기기 그만인 마트 와인
  • 회식 분위기 살려 주는 와인
  • 친구와의 우정 지수 높여 주는 와인
  • 그녀 또는 그와 단둘이 즐기는 와인
  • 가족 지지도 훌쩍 오르는 와인

이런 상황들에 어울리는 와인들을 10개에서 15개 정도 소개하고 있으니, 필요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을 받아들고 든 생각은 과연 이 작은 책이 나에게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만큼 이 책은 분량도 작고 책 크기도 작은 편이다. 하지만, 이런 내 생각은 책을 읽어가면서 틀린 생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역시 책에 담긴 내용은 두께로 판단할 수 없는 것이다. 수첩이나 핸드북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적은 분량의 책이지만, 수시로 들고 다니며 와인에 대한 이야기를 참고하기에 좋은 책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 나온 내용은 다른 곳에서 찾아보며 더 많은 이야기를 보는 것 또한 큰 재미를 준다. 사실 책의 분량이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책은 금방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책에 나온 내용을 다른 곳에서 찾아보고 그곳에서 나와있는 와인에 대한 이야기들을 읽느라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이 책은 한 번 읽고 마는 책이 아니라, 항상 옆에 두고 어떤 와인을 마셔야할 지 고민될 때나 와인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싶을 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와인은 대화의 술이기도 하다. 와인에 얽힌 이야기가 때로는 서먹한 사이를 가깝게 하기도, 가까운 사이를 더 멀게 하기도 한다. 요즘은 업무 때문에 직장에서 와인에 대한 지식을 요구할 때도 있고, 와인을 알면 친구나 연인과 즐길 때 더 돋보일 수 있는 기회도 많다. 집에서 편히 한 잔 마시려고 해도 기본은 알아야 기분에 따라, 맛에 따라 고를 수 있다.

와인 수첩, 이정윤 지음, 우듬지, 2009년 11월.

와 인이라는 것도 하나의 음식이고 사람에 따라 좋아하는 음식이 다르듯 사람에 따라 좋아하는 와인도 다를 것이다. 내 입맛에는 어떤 와인이 어울리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결국 하나씩 먹어보는 방법 밖에 없을테고, 세상에 나온 와인들을 모두 맛을 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80개의 와인들이라도 마셔보고 즐길 수 있다고 해도 참 대단한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렇게 여러 종류의 와인을 소개해주는 책을 읽어보니, 와인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기회가 된다면 와인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해주는 책을 찾아 읽어봐야겠다. 그리고, 이 책을 읽다보니 우리나라에도 많은 종류의 과일주나 우리 토속주가 있는데 이런 술에 대해서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알려주는 책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특히나 요즘은 우리 고유의 것들에 대한 관심이 많이 늘어났고 차츰 이런 우리 고유의 것들이 사라지고 있으니, 이렇게 우리의 술들을 정리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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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와인 수첩
    from thoughts.mooo 2010-02-13 21:39 
    내 경우 술 한잔 마시며 다른 사람들과 가볍고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는 분위기를 좋아하는데, 우리의 술문화는 이런 분위기를 즐기기 위한 술자리가 아니라 사람이 술을 먹는지 술이 사람을 먹는지 알 수 없는 분위기로 이끌어 가기 때문에 보통 술자리를 싫어하는 편이다. 그렇다고 해도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술자리를 가질 수 밖에 없는 경우가 생기고,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의 자리가 아니라면 불편한 게 사실이다. 이렇게 보통의 술자리를 참 싫어하는 나지만, 그래도..
 
 
 
시장경제의 법칙
이몬 버틀러 지음, 김명철 옮김 / 시아출판사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제목에 나와있는 것처럼 시장경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내가 읽었던 다른 시장경제, 자본주의에 대한 책과는 달리 시장경제와 자본주의의 허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비판하기 보다는 시장경제와 가격시스템을 예찬하고 자유 시장 정책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사실 이러한 논리는 조금 뜻밖이었다. 이 책의 저자 이몬 버틀러는 이 책에서 아담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주장했던 원론적인 시장경제에 대한 내용을 예찬에 가까울 정도로 말하고 있다. 즉, 시장은 국가나 어떤 조직, 개인에 의해 통제되어서는 안 되며, 가격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이 아담 스미스가 "국부론"을 쓴 1770년대에는 이상적으로 보였을런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경제 환경에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렇 다고 해서 이 책에서 나오는 말들이 모두 틀렸다거나 가치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시장경제와 자본주의에 대한 내용을 근본적인 것에서부터 하나씩 짚어 가기 때문에 시장경제와 자본주의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데는 도움이 될 것이다. 저자 이몬 버틀러가 영국의 아담 스미스 연구소의 소장이니 이건 당연할 것이다.

책의 내용을 조금 살펴 보자면 …

시 장은 사람과 같다. 결코 완벽하지 않다. 만약 당신이 경제학 서적을 갖고 있다면 책 내용 중의 '완전경쟁' 부분은 찢어버려도 좋다. 이 부분은 아주 많은 개별 판매자가 아주 많은 개별 구매자에게 동일한 제품을 팔면서 모든 거래 가격을 알고 있다는 완벽한 균형을 전제로 서술하고 있다. 단지 이론에 불과한 추상적 개념을 넘어 완전히 얼간이 같은 이야기이다. 실제로 시장을 움직이게 만드는 것은 시장의 불완전과 불균형이다.

시장경제의 법칙, 이몬 버틀러 지음, 김명철 옮김, 시아, 2009년 8월, 19쪽.

이 몬 버틀러가 말한 것처럼 시장은 불완전하다. 불완전한 시장이 이상적으로 돌아가도록 만드는 것에 대한 관점은 다르지만, 어쨌든 시장은 불완전하고 불균형하다. 완전경쟁이라는 것은 사실상 이상에 가까운 말이고, 현실에서는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이를 달성하기는 어렵다.

지시를 내리고 조정하는 기관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이라는 시스템이 실제로 잘 운영되고 있다는 것은 어쩌면 이상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시장은 다른 목적과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평화롭게 협력할 수 있도록 해주며, 자원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빠르고 효율적으로 돌아가게 해주기에 별다른 조정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물 론 시장은 사람들을 똑같이 평등한 상태로 만들 수 없다는 도덕적 우려에 답해야 한다. 예를 들어, 내 바지를 수선해준 재봉사는 나보다 훨씬 가난하다. 하지만 시장이라는 시스템 덕분에 그녀를 포함한 중국인들은 5년마다 두 배씩의 생활 수준을 향상시키며 빠른 속도로 다른 나라를 따라잡고 있다. 시장이라는 시스템은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빈곤 퇴치 기구이며, 가장 좋은 부의 창조 기기이기도 하다. 그것이 당신이 거의 모든 곳에서 시장을 찾을 수 있는 이유이다.

시장경제의 법칙, 이몬 버틀러 지음, 김명철 옮김, 시아, 2009년 8월, 25쪽.

모 든 생산자, 판매자들은 어떻게든 물건을 비싸게 팔기를 원한다. 반대로 소비자들은 어떻게든 싸게 사길 원한다. 이러한 대립으로 인해 서로 어느 정도 합의된 가격을 도출할 수 있고, 시장은 이러한 가격에 의해 조정된다는 것이 이몬 버틀러의 생각이다. 이러한 조정의 가장 이상적인 방향이 완전경쟁이지만, 위에서 말한 것처럼 현실에서는 여러 요인에 의해 실현하기 힘들다.

다 르거나 혹은 정반대의 견해를 가진 사람들조차 협력하도록 만들 수 있는 능력은 놀랍고도 매력적인 시장의 모습 중 하나이다. 사람들은 공동의 목적을 갖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공동의 프로그램에 서로 동의할 때만 협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치적 실질적 동의서를 만들지 않고도 단지 상품 교환을 통해 서로 협조하고 도움을 받는다. 견해 차이 때문에 싸울 필요도 없고, 사실 그것을 알아야 할 필요조차도 없다. 물론 그들이 각기 자신의 세계에서 화해하지 않은 채 반대편에 있을 수도 있다. 그래도 그들은 오직 상품의 교환 가격만 정확히 알고 동의하면 된다.

시장경제의 법칙, 이몬 버틀러 지음, 김명철 옮김, 시아, 2009년 8월, 40쪽.

이 말은 전적으로 동감한다. 시장 시스템에서 어떤 정치이론이나 이데올로기는 크게 의미가 없다. 시장은 어디까지나 가격에 의해 결정되고 가격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이다. 물론 정치이론이나 이데올로기가 가격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많고 궁극적으로는 경쟁에 의한 가격이 시장을 움직인다.

… 이제 자본주의의 개념에 이른 것을 환영한다. 모두 소비하지 않고 일부를 저축하여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특수 장비나 노동 절약 기계에 투자하는 것이 자본주의의 개념이다. 전문용어를 쓰자면, 자본 설비 촉진을 위해 투자하는 수입의 일부를 '자본금'이라고 한다. 회사가 자본금을 많이 쌓으면 생산성이 향상되고 교환이 활발해져 직원들이 많이 이익을 얻는다. … 선순환이 이루어진다. 전문화로 생산이 증가하되고 재산이 더욱 불어난다. 그러면 기계 설비에 더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고, 다시 생산성이 향상되고 재산이 증가되며, 다시 노동 절약형 설비를 구입하고 등등.

시장경제의 법칙, 이몬 버틀러 지음, 김명철 옮김, 시아, 2009년 8월, 48쪽.

여기에서 이몬 버틀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생산성 향상에 의해 늘어나는 재산이 누구에게 가는가 하는 것이다. 자본은 결국 그 자본을 소유한 자본가들에게 집중된다. 이건 지금까지의 경제 상황를 봐도 명백히 드러나는 것이다. 만약 이렇게 늘어나는 재산, 자본이 생산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나눠진다면 많은 사람들이 시장경제, 자본주의를 비판할 일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또 한 가지 문제가 되는 것은 이렇게 노동 절약형 설비를 늘이면 늘일 수록 많은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는다는 것이다. 자본가, 기업가의 입장에서는 이건 아주 고무적인 현상이지만, 사회 구성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건 생계가 달린 문제가 된다. 그렇다면 이렇게 노동 절약형 설비를 늘이는 것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시장이란 발견의 여정에 더 가깝다. 가격, 장소, 시간에 맞는 적절한 상품을 당신이 갖고 있다면 사람들은 구매를 하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당신이 상품을 시장에 내놓을 때까지 얼마나 많은 수요가 있는지 또는 '적당한' 가격이 얼마인지 확실히 알지 못한다. …

시장으로 가는 길은 좋은 정보를 얻는 길이라고 할 수 있다. … 정보란 개인적이로 지엽적이다. 정보를 바탕으로 행동을 취하려면 우선 정보를 발견해내야 한다.

시장경제의 법칙, 이몬 버틀러 지음, 김명철 옮김, 시아, 2009년 8월, 64쪽.

어디에서나 그렇지만, 시장에서도 정보란 아주 중요하다. 이러한 정보들은 시장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중요한 요소이며 이런 정보를 갖는 사람이 가격을 결정하고 이익을 챙겨 돈을 벌기 마련이다. 현대 시장경제에서 문제가 되는 것 중 하나는 이런 정보가 특정인 혹은 특정집단에게만 집중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가속화시킨다. 이몬 버틀러는 이러한 것들을 간과하고 있다. 의도적인지 아니면 그런 현상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내용을 언급은 하지만, 이렇게 정보 불균형이 가져오는 결과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 하다.

가 격 시스템을 방해하는 것은 많다. 정부는 가격 통제(최저임금법이나 택시 요금 규정 같은)를 하거나, 무역할 수 있는 양을 제한(수입쿼터제 같은)하거나, 전체 교역을 금지(마약 같은)함으로써 가격 시스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각 개인들 역시 올바른 가격 형성을 저해할 수 있다. 독점(오직 하나의 판매자만 있는), 구매자 독점(수요자가 하나), 담합(공급자들이 가격을 올리기로 합의하는 것), 폭력(마피아가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협박하는 경우)이 여기에 해당된다.

시장경제의 법칙, 이몬 버틀러 지음, 김명철 옮김, 시아, 2009년 8월, 81쪽.

위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시장은 가격에 의해 결정된다. 그리고, 가격에 의해 경쟁하는 시스템이 가장 이상적인 시장경제의 모습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완전경쟁은 이루기 힘들어 보이고, 이렇게 완전경쟁을 저해하는 요소들에 대해 이몬 버틀러는 정부의 시장 개입이나 독점, 담합, 폭력 등을 들어 설명하고 있다.

과도한 정부의 시장 개입이 시장의 흐름을 해치고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히 맞는 말이다. 하지만, 다른 가격시스템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은 현실적으로 정부의 개입 외에는 있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이다. 시장에 참여하는 대다수의 구성원들이 어떠한 제재나 제한이 없이 시장의 규칙만으로도 도덕적으로 옳은 행동을 하고 있다면 정부의 개입은 불필요하다. 이런 경우 정부 권력이 시장에 개입한다면 이것은 분명 문제가 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다수의 시장 구성원들은 시장의 규칙을 따르더라도 소수의 시장 구성원들이 시장규칙을 어기고 시장을 혼란에 빠뜨린다면 이것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이몬 버틀러는 이러한 경우에도 시장에 의해 자연스럽게 해결된다고 말하지만, 과연 그럴까? 우리는 지금까지 그렇지 않은 예를 수 없이 많이 보아왔다. 때문에 최소한의 정부의 시장 개입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소득의 재분배를 생각할 때도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맞다고 본다. 만약 소득 재분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결국 돈 있는 사람들만 돈을 벌게 되는 악순환은 절대 끊을 수 없을 것이다. 시장이라는 것이 돈 가진 사람들만을 위한 것은 아니지 않는가.

또한 이몬 버틀러의 논리로는 제3세계에서 행해지는 노동력과 자원의 착취가 정당해보인다. 이런 착취를 통해 다국적기업이나 강대국은 제3세계를 돕고 있는 것일까? 이런 착취가 없다면 제3세계의 국가들은 발전할 수 없는 걸까? 베트남의 나이키 신발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정말 행복할 걸까? 이 부분은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그다지 납득할 수 없는 논리다. 기업에서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해 임금이 싼 나라에 공장을 짓는 것은 서로에게 좋은 일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낮은 임금으로 노동력을 착취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지금까지 이야기했던 대로 이몬 버틀러가 이야기한 내용이 현실의 시장 경제와 약간은 동떨어진, 너무 이상에 치우친 그리고 노동자보다는 기업에 치우친 생각들이라는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가 주장하는 근본적인 내용들은 맞는 말이다. 그는 책 말미에서 "시장 성공을 위한 레시피"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 자발적인 교환
  • 가격 시스템
  • 널리 이용 가능한 정보
  • 재산 및 그 재산을 소유하고 향유하며 남들의 이용을 배제하고 원하는 대로 사고팔 수 있는 재산권
  • 경쟁
  • 신용
  • 문화

이 런 것들이 제대로 이뤄지고 공평하게 이뤄질 때 시장은 원활하게 돌아가게 된다. 부디 이런 것들이 제대로 이뤄져서 시장이 모든 사람들을 위한 시장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이몬 버틀러가 말하는 것처럼 불필요한 정부의 시장 개입을 없앨 수 있고 모두에게 이로운 시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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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시장경제의 법칙
    from thoughts.mooo 2010-02-13 21:39 
    이 책은 제목에 나와있는 것처럼 시장경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내가 읽었던 다른 시장경제, 자본주의에 대한 책과는 달리 시장경제와 자본주의의 허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비판하기 보다는 시장경제와 가격시스템을 예찬하고 자유 시장 정책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사실 이러한 논리는 조금 뜻밖이었다. 이 책의 저자 이몬 버틀러는 이 책에서 아담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주장했던 원론적인 시장경제에 대한 내용을 예찬에 가까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