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별 여행자
무사 앗사리드 지음, 신선영 옮김 / 문학의숲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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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량한 사막, 사방을 둘러봐도 보이는 것은 모래 뿐일 것 같은 그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 결코 쉽지 않은 삶을 살아가고 있을 것 같은 그들은 여유로운 삶을 살고 있다. 사막에 살고 있는 이들은 자신들을 자유인이라고 부른다. 이 자유인 중 한 소년이 우연한 기회에 <어린 왕자>를 받게 된다. 이 책 한 권은 사막의 소년을 꿈꾸게 만들며, 소년의 꿈은 그를 사막을 벗어나 프랑스 파리까지 가게 만든다.


파리에 온 소년의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은 생소하고 신기하기만 하다. 문명세계의 갖가지 편리한 도구들을 본 소년은 감탄하고, 넘쳐나는 음식들과 물을 본 소년은 세상이 불공평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점차 문명세계에 익숙해져가는 소년은 사람들 속에서 이상한 점을 하나씩 찾아가게 된다. 왜 이 사람들은 이렇게도 바쁜 걸까? 자신의 가족보다 지구 반대편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중요한 걸까? 왜 오늘을 위해 살지 않고 내일을 위해 사는 걸까? 왜 지금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많이 갖기를 원하는 걸까?

사막에서 온 소년의 눈에 비친 문명세계의 사람들은 고독하며 욕심 많고 조급하다. 소년은 이런 사람들에게 가난하지만 소박하고 지혜로운 사막 유목민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노력한다. 보육교사를 하며 아이들에게 사막 유목민들의 지혜를 들려주고 라디오 방송에 나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신문기사를 쓰고 그리고 이 책을 썼다. 풍요롭지만 결코 풍요로운 삶을 살지 못하는 사람들, 그래서 우리들은 이 책을 읽으며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무사'는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에서 온 유목민이다. 그가 살던 사막에는 테제베는 물론 지하철도, 엘리베이터도, 자동문도 없다. 그곳에서 새로운 목초지를 찾아 이동하며 살아가는 유목민들은 지도나 표지판이 아니라, 별과 은하수를 보고 방향을 잡는다. 문명세계의 사람들은 자신의 하루를 일정표에 맞춰 계획하고 시간을 분과 초로 나누어 바쁘게 뛰어다니지만, 사막 사람들에게는 오직 아침과 점심, 저녁이 있을 뿐이다. 문명인들은 십대 시절부터 노후를 걱정하지만, 유목민들은 그렇지 않다. 그들은 자명종 소리에 맞춰 하루를 시작하지 않고 밝아오는 태양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며, 지상에 어둠이 내리면 주어진 하루에 감사하며 잠자리에 든다. 그들은 미래에 살지 않고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간다. 시간을 재지 않으며, 돈이나 물건의 양을 재지 않는다. 양 한 마리는 그대로 양 한 마리일 뿐, 몇 킬로그램의 고깃덩이나 얼마짜리 물건으로 바뀔 수 없다.

<사막별 여행자>, 무사 앗사리드 지음, 신성영 옮김, 문학의숲, 2007년 8월, 238쪽.

사막 유목민들은 사막에서 자기 자신을 만난다고 한다. 고통이 가득 찬 공간일 것 같은 그곳에서 그들은 어떻게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걸까.

사막이 아름다운 이유는 자연성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자체로 진(眞)이며, 진이기 때문에 깊고 아름답다. 사막에서 진정한 자아와 만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막은 거울과 같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과 만난 자는 내면의 평화를 이룬다. 그리고 그 내면의 평화는 침묵 속에 존재한다. 삶의 소란들 속에서 물러나 어떠한 자기 내면의 울림과, 하늘로 곧바로 상승하는 정신성과 하나로 일치될 수 있기 때문에 사막은 아름다운 것이다.

<사막별 여행자>, 무사 앗사리드 지음, 신성영 옮김, 문학의숲, 2007년 8월, 209쪽.

있는 그대로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법, 쉬운 것 같지만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있는 그대로를 보는 눈을 갖는 것도 참 어려운 일이다. 너무 풍요롭기 때문일까. 너무 가진 것이 많아서 더 욕심이 많아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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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막별 여행자, 사막의 어린왕자
    from thoughts.mooo 2010-05-26 11:01 
    황량한 사막, 사방을 둘러봐도 보이는 것은 모래 뿐일 것 같은 그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 결코 쉽지 않은 삶을 살아가고 있을 것 같은 그들은 여유로운 삶을 살고 있다. 사막에 살고 있는 이들은 자신들을 자유인이라고 부른다. 이 자유인 중 한 소년이 우연한 기회에 를 받게 된다. 이 책 한 권은 사막의 소년을 꿈꾸게 만들며, 소년의 꿈은 그를 사막을 벗어나 프랑스 파리까지 가게 만든다. 파리에 온 소년의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은 생소하고..
 
 
 
양육쇼크 - 부모들이 몰랐던 아이들에 대한 새로운 생각 자녀 양육 시리즈 1
애쉴리 메리먼 외 지음, 이주혜 옮김 / 물푸레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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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참 많은 걸 담고 있는 책이다. 지난 10여년 간 60여개국 7000여명의 과학자들이 양육에 대해 연구한 결과를 담고 있으니 당연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양육"이라는 주제로 이야기할 수 있는 상당 부분을 이 책에서 다루고 있다. 칭찬의 역효과에서부터 시작해서, 아이들의 수면, 거짓말, 영재교육, 형제간의 우애, 청소년기의 반항, 청소년의 자제심, 공격적인 아이들, 아이의 언어발달, 인종문제 등 양육에 대해 폭 넓은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부모치고 자식들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떻게 키워야 우리 자식들이 잘 살 수 있을까! 아마 부모라면 죽을 때까지 이 생각이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으리라. 어떻게 아이를 키워야 잘 키웠다고 할 수 있을까? 사람마다 판단기준과 요구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뭐가 정답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몇가지 기본적인 생각들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으리라고 본다. 착하고 말 잘 듣는 아이, 공부 잘하는 아이, 거짓말 하지 않고 정직한 아이, 형제 그리고 친구들과 사이 좋게 지내는 아이, 이런 생각들은 아마 대부분의 부모가 갖는 바램일 것이다.

부모들의 바램은 많지만 자식들은 언제나 부모가 바라는데로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럴 때마다 부모들은 화를 내보기도 하고 깨우치기도 하며 하나씩 배워나간다. 요즘은 육아에 대한 책들이 많이 나와서 아이를 키우는 방법에 대해 좀 더 많은 것을 알고자 하는 사람들의 목마름을 채워준다. 워낙 많은 책들이 나와서 종종 이 책에서 봤던 내용을 저 책에서 보기도 하고 어떤 책은 여러 책에 나온 내용을 짜집기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책에 나와있는 내용들도 전혀 생소한 것들은 아니다. 집사람에 따르면 다른 책에서도 나온 내용들이 많아 그리 신선한 내용은 아니라고 한다. 나야 육아나 양육에 대한 책을 그리 많이 읽어보진 않아 이 책에 나온 내용 중 많은 부분들이 새로운 것이었지만 이런 책들을 많이 읽어본 사람들에게는 중복된 내용들이 많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칭찬하는 방법, 칭찬하는 대상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주장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칭찬하는 방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 같은데 미국에서는 아이에게 칭찬을 하는 것이 좋은 양육방법이라고 알려지며 남용되고 있는 것 같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과하면 탈이 나는 것을! 특히 아이의 노력보다는 아이가 똑똑하다는 것을 칭찬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한다.

"노력을 강조하면 아이들에게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는 변수를 주는 셈입니다. 아이들은 자기 자신이 성공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게 되지요. 그러나 타고난 지능을 강조하면 오히려 통제력을 앗아갈 수 있습니다. 실패에 대처할 수 있는 훌륭한 대책을 주지 못하는 거지요."

이어진 면담을 통해 드웩은 타고난 지능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믿는 아이들은 노력을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아이들의 논리는 이랬다. '나는 똑똑하다. 고로 노력할 필요가 없다.' 열심히 노력하는 것은 타고난 재능으로 해결하지 못한다는 뜻이라는 생각 때문에 노력 자체가 폄하되고 있었다.

<양육쇼크>, 포 브론슨ㆍ애쉴리 메리먼 지음, 이주혜 옮김, 물푸레, 2009년 11월, 31쪽.

아이가 똑똑하다는 것을 칭찬하는 것은 아이의 발전을 방해하는 행동이다. 사람의 두뇌도 근육처럼 쓰면 쓸수록 더 똑똑해진다. 아이들에게 이런 점을 강조하고 더 노력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주는 것의 부모의 몫이 아닐까 싶다.

잠자기의 중요성


요즘은 어른들도 그렇지만 특히 아이들의 잠이 많이 부족하다. 중학생만 되더라도 밤 늦게까지 공부하고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이 보통이 된 것 같다. 사람에게 있어 잠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시간에 쫓기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일상생활에서 줄일 수 있는 시간이 잠 자는 시간이다보니 잠 자는 시간을 줄여 그 시간 동안 다른 일을 한다. 학생들의 경우에는 잠 자는 시간을 줄여 공부한다. 과연 잠 자는 시간을 줄여 공부를 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

아이의 수면은 성인의 수면과 질적으로 다르다. 아이는 수면시간의 40퍼센트 이상을 서파수면 단계에 머무르기 때문이다. 이는 성인 서파수면 시간의 열 배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그래서 밤 동안 숙면을 취해야 어휘와 시간표, 역사연표 등 세세한 사실들을 제대로 익히고 기억할 수 있는 것이다.

아마도 가장 매혹적인 이야기는 기억에 얽힌 감정적인 배경은 기억이 어디에서 처리되느냐와 관계가 있따는 점일 것이다. 부정적인 자극은 편도에서 처리되고 긍정적이거나 중성적인 기억은 해마가 처리한다. 그런데 수면이 부족하면 편도보다 해마에 더 큰 타격을 안겨준다. 그 결과 수면이 부족한 사람은 즐거운 기억을 떠올리지 못하고 우울한 기억만 자꾸 생각하게 된다.

<양육쇼크>, 포 브론슨ㆍ애쉴리 메리먼 지음, 이주혜 옮김, 물푸레, 2009년 11월, 61쪽.

성장기의 아이들은 잠 자는 것이 먹는 것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한 아이들의 지적 능력은 떨어지고 비만이 생길 가능성은 많아지며 성격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제발 우리 아이들에게 충분히 잠을 잘 수 있는 시간을 주자. 밤 늦게까지 공부하고 있는 중학생 조카를 보면 불쌍하기 그지 없다. 뛰어놀아도 모자랄 나이에 하루 종일 책상에 붙어있어야 하다니!

아이들의 거짓말


난 우리 아이들에게 "정직"할 것은 강조한다. 다른 잘못들은 그냥 넘어가더라도 거짓말하는 것은 절대로 그냥 넘어가질 않는 편이다. 모든 사회적인 문제가 "거짓"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도 항상 이런 점을 강조한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라고 듣고 자란 아이들도 종종 거짓말을 한다. 거짓말을 하면 혼이 난다는 것을 알면서도 거짓말을 하는 아이들. 왜 아이들은 거짓말을 하는 걸까? 그리고 아이들은 언제부터 거짓말을 배우게 되는 걸까? 아이들이 거짓말을 하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학자들은 어린아이들이 실은 생각보다 훨씬 이른 시기에 거짓말을 배운다는 것을 밝혀냈다. 탤워 박사의 엿보기 게임에서 만 3세 아동의 3분의 1만이 엿보기를 했고 엿보았는지를 물으면 대부분이 인정했다. 그러나 만 4세 아동들은 80퍼센트 이상이 엿보았는데, 그중 80퍼센트 이상은 거짓말을 했다. 만 4세가 되면 거의 모든 아이들이 거짓말을 시작한다. 나이가 많은 형제자매가 있는 아이들은 조금 더 일찍 거짓말을 배우는 경향을 보였다.

부모들은 종종 어린 나이의 거짓말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 흔히 이때의 거짓말은 순수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너무 어려 거짓말이 옳지 못한 것인지 모르는 것이고 혹은 거짓말 자체가 잘못이라는 것도 잘 모른다고 여긴다. 그래서 아이들이 조금 더 자라 분별력이 생기면 거짓말이 자연스럽게 멈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탤워 박사는 이러한 어른들의 생각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아이들은 진실과 거짓말에 대한 분별력이 생길수록 더욱 더 거짓말을 잘 하게 된다. … 이런 과학적 연구결과를 전혀 무시하고 무수한 육아사이트와 자녀교육서에는 부모들을 향해 자녀가 거짓말을 해도 그냥 놔두는 게 좋으며 아이가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는 조언을 서슴지 않는다. 그러나 사실, 아이들은 자랄수록 거짓말을 더 잘하게 된다.

<양육쇼크>, 포 브론슨ㆍ애쉴리 메리먼 지음, 이주혜 옮김, 물푸레, 2009년 11월, 89쪽.

생각보다 어릴 때부터 아이들은 거짓말을 배우는 것 같다. 만 4세, 우리 나이로 다섯살, 여섯살 정도 되면 아이들은 능청스럽게 거짓말을 할 줄 알게 된다. 조금 더 크면 아주 유창하게 거짓말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지적 능력이 좋은 아이들이 더 거짓말을 잘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 책에 따르면 아이들이 부모들에게 거짓말을 하는 대부분의 경우는 규칙위반을 했을 때라고 한다. 모든 가정에는 규칙이 있기 마련이고 이런 규칙을 어겼을 때 아이들은 부모들에게 거짓말을 한다.

아이들이 부모에게 거짓말을 하는 경우는 대부분 규칙위반을 은폐하기 위해서다. 가장 먼저 아이는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고 괴로워 머뭇대다가 자신의 행동을 부정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이런 식의 부정은 충분히 예측할 수도 있고 몹시 보편적이라 흔히 부모들이 잘 포착해낸다. 이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부모들이 자녀의 거짓말을 포착해냈을 경우, 이를 거짓말에 대한 교훈을 가르치는 기회로 삼는 경우가 1퍼센트도 안 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부모들은 애초의 규칙위반 사실만 나무랄 뿐 실패한 은폐작전에 대해서는 꾸짖지 않는다. 아이들의 관점에서 보면 거짓말을 시도한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지적을 받지 않는 셈이다.

거짓말을 만들어내고 유지하는 법을 배우면서 동시에 아이들은 거짓말을 들으면 어떤 기분이 드는지도 배우게 된다. 그러나 아이들은 처음에는 거짓말이 괜찮다고 생각하다가 점점 거짓말이 나쁘다는 것을 깨달아가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어떤 종류든 모든 속임수는 나쁘다고 생각하다가 점점 어떤 종류의 속임수는 괜찮다는 것을 깨달아간다.

<양육쇼크>, 포 브론슨ㆍ애쉴리 메리먼 지음, 이주혜 옮김, 물푸레, 2009년 11월, 90쪽.

아이들은 자신의 행복을 위해 거짓말을 하기 보다는 부모의 행복을 위해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부모가 원하는 아이로 보이기를 원해서, 부모의 마음에 들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거짓말을 했음을 알았을 때 아이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 부모가 원하는 것이 아님을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 이렇게 결정적인 순간에도 아이들은 어떻게 하면 부모의 마음에 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다. 그래서 여섯 살 아이에게 "네가 엿보았다고 해도 화내지 않을게. 사실을 말하면 스스로 정말 행복할 거란다"라는 말은 큰 설득력을 얻지 못한다. 이렇게 하면 거짓말을 아주 약간은 줄일 수 있지만 여섯 살 아이가 원하는 것은 자신의 행복이 아니다. 아이는 부모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것이다.

아이들에게 정말로 영향을 줄 수 있는 말은 "네가 엿보았다고 해도 화내지 않을게. 사실을 말하면 엄마는 정말 기쁠 거야"이다. 이는 사면의 약속과 좋은 방법을 동시에 알려주는 말이다. 탤워 박사는 최근 발견한 연구내용을 설명해주었다.

"어린아이들은 부모를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부모를 기쁘게 해주려고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아이들에게 진실을 말하면 부모를 행복하게 해줄 거라고 말해주는 것은 아이들이 원래 품고 있었던 생각, 즉 진실을 말하는 게 아니라 좋은 소식을 말하는 것이 부모를 행복하게 해줄 거라는 생각에 도전장을 던져주는 것이다.

<양육쇼크>, 포 브론슨ㆍ애쉴리 메리먼 지음, 이주혜 옮김, 물푸레, 2009년 11월, 99쪽.

그리고 가정의 규칙을 정할 때는 유연하게 정하는 것이 좋다. 규칙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강압에 의한 규칙은 아이의 거짓말을 유도하는 것이다. 규칙을 정하면서부터 아이의 의견을 반영하고 특별한 예외상황일 때는 아이가 이를 솔직히 말하고 규칙에서 벗어난 행동을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아이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귀가시간이 10시인데 어떤 날에는 아이들 사이에 특별한 일이 있어 늦게 들어와야할 경우가 있다. 이때 아이가 자연스럽게 사실을 말하고 귀가시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을까? 아니면 다른 핑계를 대고 즉 거짓말을 하고 늦게 들어오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강압적으로 무조건 규칙을 따라야 한다고 하는 게 좋을까.

아이를 키우는 방법


위에서 말한 내용들 외에도 이 책에서는 여러가지 내용들을 다루고 있다. 집중력을 키워주기 위한 방법, 어린이 대상 TV 프로그램의 폭력성, 부부 싸움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 아이들과의 상호반응의 중요성 등 부모라면 한번쯤은 고민해볼만한 이야기들이 있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참 어렵다.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 좋은 부모가 된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어떻게 하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아마도 어떻게 하든 분명 나중에 아쉬움을 남을 것 같다. 우리 부모님들께서 그랬던 것처럼 강압적으로 자식들을 키워도 아쉬움이 남을테고 아이들과 스스럼없이 지낼 수 있도록 유연하게 키워도 아쉬움이 남을 것이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무엇이든 적당한 것이 좋은 것이다. 차고 넘치지 않게 아이의 역량과 상태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것이 어려운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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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양육쇼크, 아이를 키우는 방법!
    from thoughts.mooo 2010-04-28 09:32 
    참 많은 걸 담고 있는 책이다. 지난 10여년 간 60여개국 7000여명의 과학자들이 양육에 대해 연구한 결과를 담고 있으니 당연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양육"이라는 주제로 이야기할 수 있는 상당 부분을 이 책에서 다루고 있다. 칭찬의 역효과에서부터 시작해서, 아이들의 수면, 거짓말, 영재교육, 형제간의 우애, 청소년기의 반항, 청소년의 자제심, 공격적인 아이들, 아이의 언어발달, 인종문제 등 양육에 대해 폭 넓은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부모치고 자식..
 
 
 
칼의 노래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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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은 소설이다. 소설이기에 더 애절하다. 위인전을 통해 숱하게 장군 이순신에 대한 이야기를 접했지만 소설로 인간 이순신을 접하는 것은 처음이다.

난 역사를 바탕으로 한 소설을 참 좋아한다. 역사를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역사 속에서는 읽을 수 없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과 뒷이야기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칼의 노래> 또한 역사소설이다. <난중일기>, <이충무공전서>, <선조실록>, <연려실기술> 등의 기록을 기반으로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당시 이순신 장군의 고뇌를 책에 담았다.

이 책은 일인칭시점으로 되어 있다. 주인공 본인의 시점에서 그가 보는 것, 듣는 것, 느끼는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 덕에 책을 읽는 동안에는 내가 이순신이 되었고 이순신이 내가 되었다. 책에 적혀있는 갖가지 감정들에 대한 묘사들이 내가 느끼는 것이 되었다. 이상하게도 이런 것들이 전혀 낯설거나 어색하지 않았다. 정말 내 눈 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장면들처럼 이 모든 것들이 몸으로 느껴졌다.

책의 시작은 정유년 4월 이순신 장군이 의금부에서 풀려나 백의종군을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이후 이야기의 큰 줄거리는 많이들 알고 있는 내용이다. 명량해전의 대승에서부터 노량해전에서의 죽음까지. 인간 이순신, 그도 결국은 한 인간이었다. 구국의 영웅이자 세계의 명장으로 이름을 떨쳤지만 그도 결국은 한 인간이었다. 그를 둘러싼 상황들 속에서 인간 이순신이 느꼈을 고뇌는 생각보다 컸을 것이다. 어머님의 죽음, 아들의 죽음, 조정의 어이 없는 명령, 부하의 배신과 충성, 죽음. 이런 사건들 속에서 인간 이순신은 무엇을 생각했을까.

대체 왜 그는 그리 고뇌하였던가. 한 나라의 장수이기에 한 임금의 신하이기에 수많은 장졸들의 우두머리이기에. 이들 사이에서 이순신 장군은 고뇌했다. 칼은 노래하지 않았다. 칼은 울었다.

아산 현충사에 보관되어 있는 대장장이 태구련이 만들어준 이순신 장군의 칼에는 다음과 같은 검명(劍名)이 새겨져 있다.

한 번 휘둘러 쓸어버리니, 피가 강산을 물들이도다.

일휘소탕 혈염산하 (一揮掃蕩 血染山河)

이 대목은 소설에도 나와있는데 책에서는 물들일 염(染)자에 대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이 검명에서 색칠할 도(塗) 대신 염(染)을 써서 이순신 장군이 바라는 바, 즉 "남쪽 바다를 적의 피로 물들이고 싶다"는 생각을 부각시켰다.

소설 속의 이순신은 바다에서 죽기를 원했다. 모든 적을 죽이고 자신 또한 죽기를 원했다. 임금에게 죽임을 당하는 것보다 바다에서 전사하는 것을 원했다. 아마 전쟁이 끝나고 나면 임금이 그의 목숨을 가져갈 것을 예측했던 것이리라. 아마도 이 생각은 당시의 이순신 장군이 정말 원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당시의 정치상황 속에서 전쟁 후에 이순신이 편안한 삶을 이어가기에는 힘들었을 것이다. 소설의 마지막 장면에서 그는 이런 생각을 한다.

세상의 끝이…… 이처럼…… 가볍고…… 또…… 고요할 수 있다는 것이……, 칼로 베어지지 않는 적들을…… 이 세상에 남겨놓고…… 내가 먼저……, 관음포의 노을이…… 적들 쪽으로……

<칼의 노래>, 김훈 지음, 생각의나무, 2001년 5월, 388쪽.

그는 편안히 눈을 감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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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칼의 노래, 장군의 고뇌
    from thoughts.mooo 2010-04-16 08:48 
    이 책은 소설이다. 소설이기에 더 애절하다. 위인전을 통해 숱하게 장군 이순신에 대한 이야기를 접했지만 소설로 인간 이순신을 접하는 것은 처음이다. 난 역사를 바탕으로 한 소설을 참 좋아한다. 역사를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역사 속에서는 읽을 수 없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과 뒷이야기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역사소설이다. , , , 등의 기록을 기반으로 임진왜란과 정유재..
 
 
 
신도 버린 사람들
나렌드라 자다브 지음, 강수정 옮김 / 김영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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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 없이 읽어내려갔다. '신도 버린 사람들'이 왜 신을 버리게 되었는지 그 여정은 참 멀고도 험했다. 사람이 사람을 천대하는 것이 당연하게 생각되는 사회신분제도, 근대화가 이루어지고 현대화가 가속화되면서 이런 사회신분제도는 거의 대부분의 사회에서 사라졌지만 인도에서는 아직도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뿌리 깊은 인도의 사회신분제도, 즉 카스트 제도 속에서 굳건히 자신을 찾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사람이 사람을 지배하고 천대하는 것은 어느 사회에나 있었던 사회제도였다. 하지만 이런 제도는 문명화가 이루어지고 산업이 발전하면서 급속도로 없어졌다. 즉 교육이 이러한 신분제도가 사라지도록 한 가장 큰 요인이 되었던 것이다. 문명화가 덜 된 사회일수록 이런 신분제도가 유지되었고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의 생활의 근간이 되었던 신분제도는 인간의 본성마저 참담하게 짓밟았다.

이 책의 지은이 나렌드라 자다브는 인도의 경제학자이다. 미국 인디애나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인도중앙은행 수석경제보좌관을 지냈으며 국제통화기금 등 세계기구에서 활동하였다. 이 책이 출간될 즈음에는 인도의 유명 대학 중 하나인 푸네 대학의 총장으로 일하고 있었고 세계 언론에서는 그를 향후 인도를 이끌어갈 지도자 중 한 명으로 지목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신분은 인도에서 가장 미천하다고 하는 달리트 출신이다.

인도 카스트 제도에 보면 네 가지 등급의 신분이 있다. 가장 상층의 브라만과 그 아래에 있는 크샤트리아와 바이샤, 그리고 노예계급인 수드라가 있다. 나렌드라 자다브의 조상들이 속한 달리트는 이 네 개의 계층에도 속하지 못하는, 즉 노예계급인 수드라보다도 낮은 계층이다.

기원전 1000년경에 만들어진 힌두경전 <리그베다>는 인간의 계급이 어떻게 탄생되는지 언급하였다.  그에 따르면, 태초에 우주의 본질을 상징하는 거대한 신 푸루샤가 자신을 희생하여 인류를 창조했는데, 푸루샤의 입은 사제인 브라만이 되었고 팔은 군인계층 크샤트리아가 되었다. 허벅지에서는 상인계급 바이샤가, 두 발에서는 노예인 수드라 계층이 탄생하였다.  이 네 계급은 색깔이라는 의미를 가진 바르나 제도, 곧 사성제라고 불린다. 그리고 사성제에 들지 못하여 '아웃 카스트'라고 불리는 불가촉천민이 있었다.  그들은 수드라보다 더 낮은 최하층민이었다.

<신도 버린 사람들>, 나렌드라 자다브 지음, 강수정 옮김, 김영사, 2007년 6월, 9쪽.

이런 인도의 사회신분제도는 인도인의 상당수가 믿고 있는 힌두교의 경전에 나와있기 때문에 힌두교를 믿는 인도인들은 지난 3500년 동안 이를 아주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집에서 기르는 가축보다도 더 업신여김을 받았던 달리트 사람들. 어떻게 그들 중에서 인도를 이끌어갈 지도자로 인정 받는 사람이 나올 수 있었을까.

1950년 인도 헌법에서는 이런 사회신분제도를 공식적으로 폐지했지만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의 생활을 지배했던 제도가 하루 아침에 없어질 수 있겠는가. 인도 사람들의 마음 깊은 곳에는 여전히 이런 신분제도가 존재했고 생활의 기반이 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내가 만났던 인도 사람들 중에는 브라만 계층의 사람이 있었는데 그의 행동거지와 말투에서는 이런 사회계급에 대한 자부심이라고 해야할까, 그런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이런 사회분위기 속에서 달리트의 사회적 독립을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한 사람이 있었으니 그는 바로 인도 헌법의 아버지라고도 불리는 빔라오 람지 암베드카르 박사였다. 암베드카르 박사는 "교육하고, 단합하고, 궐기하라"라고 외치며 달리트 운동을 이끌었고 달리트의 정치세력을 구축했다. 이 과정에서 달리트를 무시하고 외면했던 간디와 숱한 충돌이 있었다. 보통 간디라고 하면 인도의 무폭력 독립운동가로 알려져있으며 존경 받고 있지만 달리트들에게는 그들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일 뿐이었다. 암베드카르 박사는 달리트의 권익 향상을 위해 노력했지만 뿌리 깊은 힌두교의 전통을 꺽지 못하고 결국 불교로 개종하게 된다. 신도 버린 달리트는 결국 자신들의 신을 버린 것이다.

암베드 카르 박사는 수백만 달리트의 삶에 영향을 주었는데 그 중에는 이 책의 지은이 나렌드라 자다브의 아버지 다모다르 룬자지 자다브도 있었다. 이 책은 다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다모다르 룬자지 자다브와 그의 아내인 소누의 이야기이다. 그들의 살아았던 20세기 초반의 인도는 다른 많은 아시아의 나라들처럼 큰 사회적 변혁이 있었고 그 소용돌이 속에는 힘겹게 세상과 부딪히며 살아온 다무와 소누가 있었다.

달리트를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는 사회에 맞서며 살아온 다무와 소누의 이야기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전통과 종교 앞에서 한없이 나약한 사람들의 이야기, 하루하루를 살아가기 위해 발버둥 치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들의 신세를 후손들에게 물려주지 않기 위해 암베드카르 박사가 주장했던 것처럼 끊임없이 자식들의 교육에 온 힘을 기울이는 사람들의 이야기. 이 이야기들은 책으로 읽는 것만으로 부족할 것이다. 어찌 그들의 고통과 번민을 책을 읽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겠는가.

막연히 알고 있었던 인도의 사회신분제도 카스트, 그리고 이를 깨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 이 책은 나에게 많은 것을 남겨주었다. 어려움을 모르고 살아가는 현대사회에서 이런 사회가 있었다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에도 이에 못지 않은 계급제도가 있었고 달리트처럼 천대 받으며 살아야 했던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의 삶을 고스란히 이해하는 것은 어려울 지라도 그들의 삶의 조그만 부분이라도 알고 이해하고자 하는 것은 필요할 것이다. 과거는 미래의 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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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신도 버린 사람들, 신을 버린 사람들!
    from thoughts.mooo 2010-04-15 20:06 
    거침 없이 읽어내려갔다. '신도 버린 사람들'이 왜 신을 버리게 되었는지 그 여정은 참 멀고도 험했다. 사람이 사람을 천대하는 것이 당연하게 생각되는 사회신분제도, 근대화가 이루어지고 현대화가 가속화되면서 이런 사회신분제도는 거의 대부분의 사회에서 사라졌지만 인도에서는 아직도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뿌리 깊은 인도의 사회신분제도, 즉 카스트 제도 속에서 굳건히 자신을 찾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사람이 사람을 지배하고..
 
 
 
위풍당당 개청춘 - 대한민국 이십대 사회생활 초년병의 말단노동 잔혹사
유재인 지음 / 이순(웅진)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일단 모든 걸 다 제쳐두고 이 책은 재미있다! 글쓴이의 블로그 글들을 모아 정리하고 편집해서 이 책을 펴낸 것으로 보인다. 한때 기자를 꿈꿔왔던 글쓴이의 글솜씨와 재치가 배인 글들을 묶어놔서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를 잃지 않고 읽을 수 있었다. 보지는 않았지만 글쓴이의 블로그도 재미있어서 찾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책의 구성도 짧은 글들을 묶어놓아서 언제든 편하게 읽을 수 있다.

책을 읽다보면 글쓴이의 생각이 깊고 많은 생각을 하는 것에 놀라게 된다. 나는 헛살았던 것일까. 왜 이렇게 기막히고 재미있고 기발한 생각을 하지 못한 걸까. 내심 글쓴이의 이런 능력에 부러워하며 책을 읽다가 아! 난 공돌이야! 하며 한탄한다.

많은 사람들이 블로깅을 하고 블로그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이렇게 재야에 숨은 고수들이 하나 둘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 이들의 글을 읽는다는 건 재미없는 세상에서 읽을거리를 준다는 점에서 아주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블로그와 책은 분명 다른 매체인데 블로그 글들을 책으로 엮어낸다는 것도 재미있어 보인다. 하나의 책으로 일관된 주제를 가지고 블로그 글들을 묶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물론 책과 블로그는 그 분량 자체에서 차이가 크기 때문에 책 내용을 하나의 주제로만 채우기 위해서는 블로그 글이 부족할 수도 있다. 이 책에 담긴 글들도 모두 20대의 세상에 대한 울부짖음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그런 내용들로 시작했지만 뒤로 가면서 글쓴이 개인의 소소한 일상에 대한 글들도 함께 담고 있다.

블로그가 인기를 끌면서 이 책처럼 새로운 형태의 책이 나오게 되었는데 여기에는 여러 다른 생각들이 있을 것이다. 블로그의 인기를 등에 업고 책을 팔아보고자 하는 상업적인 생각에 대한 반대와 책이란 모름지기 책다워야 한다는 생각, 그래도 이렇게 재미있는 글들을 하나로 묶어놓은 것을 좋게 보는 시각 등 많은 생각들이 있을 것이다. 책이라는 것이 어떤 정해진 틀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블로그 글을 묶어놓은 것에 대해서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재미까지 있다면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다만 아쉬운 것은 상업적인 접근방법에 대한 것이다. 뭐 세상살이가 돈으로 좌지우지되는 이 세상에서 돈을 떠나 순수함만을 따지기는 어렵겠지만 결국 이 책도 이런 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건 좀 씁쓸하다.

재미와 별개로 책에 담긴 글쓴이의 생각들을 보면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게 된다. 한창 생각 많이 하고 사회에 대해 이것저것 알아가야할 20대 초반에는 대학이라는 틀에 갇혀서 취업을 위해 몸부림을 친다. 일명 스펙을 높이기 위해 영어 공부를 하고 자신의 꿈이나 희망이라기보다는 단지 취업을 위해 해외연수나 다른 활동들을 한다. 이렇게 하고서도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갖게 되느냐. 물론 그것도 아니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을 못 한 사람들이 부지기수이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꿈과 희망을 버리고 오로지 취업, 그 하나만을 보고 달려간다. 이런 상황 속에서 20대들은 과연 무슨 생각을 할까.

오늘날 이십대들이 대의에 시들해진 건 선악 구조가 무너졌기 때문일 거다. 적이 모호해진 시대에 분노를 배우는 건 어렵다. 물론 나도 행복하지 않고, 그럴 때마다 무언가를 바꾸고 싶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나를 이런 상황에 처하게 한 범인이 떠오르지 않는다. 무능하여 이 회사에 들오온 나 자신? 아니면 경쟁하지 않으면 도태되게 만드는 신자유주의? 전두환에게는 짱돌을 던지면 되지만, 신자유주의랑은 어떻게 싸워야 되지?

못 싸우지. 386선배들의 말투를 빌리면 "노동자 착취구조는 견고해졌지만 범인은 없다". (이명박? 대통령 이명박이 세상을 이렇게 만들었다고 하면 그를 좀 과대평가하는 거다.) 어떡하지? 우리도 행복하고 싶은데.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내 영어 점수라도 높여놓는 수밖에. 이렇게 부단히 자신을 학대하는 것 말고는 떠오르는 묘수가 없다.

그래서 우린 욕먹는다. 정치의식 희박하고 이기적이라고. 열정은 없고 약았다고. 하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꼭 그렇게 떼로 모여서 이를 악물고 투쟁해야 저항인가. 이십대까지 광화문에서 촛불을 들게 만든 고아우병 쇠고기 파동에서 나는 새롭게 작동하는 정치 구조를 본다.

<위풍당당 개청춘>, 유재인 지음, 이순, 2010년 2월, 168쪽.

20대가 이기적이고 정치의식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많이 하는데 이건 그들의 탓이 아니다. 이 사회가 우리들이 그들이 다른 생각을 못하도록 만든 것이 아닌가. 그들이 그러길 원한 것도 아닌데 그들을 탓한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물론 그들에게 그런 걸 바랄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강요하는 건 잘못이다. 그럼에도 가끔 그들과 이야기하면서 다소 철없어 보이는 생각을 들으면 아쉽기는 하다. 지금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데. 그들도 나중에 더 나이를 먹고 되돌아보면 그때는 어렸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간부 체질은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은 중요하다. 간부란 내가 모시는 상사고, 내 회사생활의 행복지수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은 조직에 잘 적응했다고 선택된 이들이다. 그들의 특징은 곧 조직이 원하는 가치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조직은 K팀장님 같은 사람은 도태시키고 이상한 사람들이 승승장구하도록 만든다. … 그런 사람들이 승진하는 상황이 계속되면, 십 년 후쯤 조직은 사나운 사람으로만 구성되어 있을 것이며, 십만 년 후쯤엔 인류 전체가 아주 독한 종으로 진화해 있을지도 모른다. 좀 오번가. 내 보기엔 오버가 아닌 거 같다. 실제로 승진의 원리는 진화의 원리와 매우 닮아 있기 때문이다.

<위풍당당 개청춘>, 유재인 지음, 이순, 2010년 2월, 80쪽.

나름 심각한 내용인데 위 내용을 읽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실제로 회사의 간부들 중에는 일을 잘 하는 사람보다는 아첨 잘 하고 자신의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는 사람들이 더 많다. 그런 사람들을 많이 봐왔기 때문에 새삼스럽지는 않은데 이걸 인간의 진화에까지 붙인다는 건 너무 과장되었다고 본다. 실제 역사에서 간신들은 승승장구했다. 충신들은 충언을 서슴치 않아 온갖 고초를 당하지만 간신들은 듣기 좋은 말만 하기 때문에 자신의 자리를 온전히 지키고 자손만대 떵떵거리고 살아갈 밑천을 마련했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우리들이 그렇게 진화했나? 진화라는 말을 꺼내기에는 시간이 얼마 흐르지 않았지만 모르긴 몰라도 인간들에게 권력과 계급이라는 것이 생기고 난 이후에 이런 간신들은 항상 득세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세상은 공평하다. 이런 간사한 사람들도 있지만 충직한 사람들도 많다.

하느님, 저에게 허락하소서.
내가 바꾸지 못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정심과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는
용기와
늘 그 둘을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제5도살장>, 75쪽.

<위풍당당 개청춘>, 유재인 지음, 이순, 2010년 2월, 213쪽.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혜이다.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평정심, 이것들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이 둘을 구분할 수 있는 지혜이다. 이 내용을 읽고 이야!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 이 답답한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건 지혜야. 세상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 필요한 건 다른 사람들 속에서 살아가는 지혜이다. 나 혼자 잘 나봐야 그건 나 혼자만의 생각이다.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고 그 답을 찾을 수 있는 지혜가 우리에겐 필요하다.

편안하게 잘 읽었다. 재미도 있었고 이런 저런 생각들도 많이 했다. 아쉬운 부분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이런 책도 세상에 있어야 한다. 다만 책의 홍보전략인지 모르겠지만 "사회생활 초년병의 말단노동 잔혹사"라는 타이틀은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다른 좋은 문구들도 있었을텐데 꼭 이렇게 자극적인 타이틀을 붙였어야 했을까? 차라리 이 책의 제목인 "위풍당당 개청춘"이 더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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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위풍당당 개청춘, 아직은 젊은 20대가 바라본 세상!
    from thoughts.mooo 2010-04-21 08:03 
    일단 모든 걸 다 제쳐두고 이 책은 재미있다! 글쓴이의 블로그 글들을 모아 정리하고 편집해서 이 책을 펴낸 것으로 보인다. 한때 기자를 꿈꿔왔던 글쓴이의 글솜씨와 재치가 배인 글들을 묶어놔서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를 잃지 않고 읽을 수 있었다. 보지는 않았지만 글쓴이의 블로그도 재미있어서 찾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책의 구성도 짧은 글들을 묶어놓아서 언제든 편하게 읽을 수 있다. 책을 읽다보면 글쓴이의 생각이 깊고 많은 생각을 하는 것에 놀라게 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