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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쇼크 - 부모들이 몰랐던 아이들에 대한 새로운 생각 ㅣ 자녀 양육 시리즈 1
애쉴리 메리먼 외 지음, 이주혜 옮김 / 물푸레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참 많은 걸 담고 있는 책이다. 지난 10여년 간 60여개국 7000여명의 과학자들이 양육에 대해 연구한 결과를 담고 있으니 당연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양육"이라는 주제로 이야기할 수 있는 상당 부분을 이 책에서 다루고 있다. 칭찬의 역효과에서부터 시작해서, 아이들의 수면, 거짓말, 영재교육, 형제간의 우애, 청소년기의 반항, 청소년의 자제심, 공격적인 아이들, 아이의 언어발달, 인종문제 등 양육에 대해 폭 넓은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부모치고 자식들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떻게 키워야 우리 자식들이 잘 살 수 있을까! 아마 부모라면 죽을 때까지 이 생각이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으리라. 어떻게 아이를 키워야 잘 키웠다고 할 수 있을까? 사람마다 판단기준과 요구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뭐가 정답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몇가지 기본적인 생각들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으리라고 본다. 착하고 말 잘 듣는 아이, 공부 잘하는 아이, 거짓말 하지 않고 정직한 아이, 형제 그리고 친구들과 사이 좋게 지내는 아이, 이런 생각들은 아마 대부분의 부모가 갖는 바램일 것이다.
부모들의 바램은 많지만 자식들은 언제나 부모가 바라는데로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럴 때마다 부모들은 화를 내보기도 하고 깨우치기도 하며 하나씩 배워나간다. 요즘은 육아에 대한 책들이 많이 나와서 아이를 키우는 방법에 대해 좀 더 많은 것을 알고자 하는 사람들의 목마름을 채워준다. 워낙 많은 책들이 나와서 종종 이 책에서 봤던 내용을 저 책에서 보기도 하고 어떤 책은 여러 책에 나온 내용을 짜집기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책에 나와있는 내용들도 전혀 생소한 것들은 아니다. 집사람에 따르면 다른 책에서도 나온 내용들이 많아 그리 신선한 내용은 아니라고 한다. 나야 육아나 양육에 대한 책을 그리 많이 읽어보진 않아 이 책에 나온 내용 중 많은 부분들이 새로운 것이었지만 이런 책들을 많이 읽어본 사람들에게는 중복된 내용들이 많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칭찬하는 방법, 칭찬하는 대상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주장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칭찬하는 방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 같은데 미국에서는 아이에게 칭찬을 하는 것이 좋은 양육방법이라고 알려지며 남용되고 있는 것 같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과하면 탈이 나는 것을! 특히 아이의 노력보다는 아이가 똑똑하다는 것을 칭찬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한다.
"노력을 강조하면 아이들에게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는 변수를 주는 셈입니다. 아이들은 자기 자신이 성공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게 되지요. 그러나 타고난 지능을 강조하면 오히려 통제력을 앗아갈 수 있습니다. 실패에 대처할 수 있는 훌륭한 대책을 주지 못하는 거지요."
이어진 면담을 통해 드웩은 타고난 지능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믿는 아이들은 노력을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아이들의 논리는 이랬다. '나는 똑똑하다. 고로 노력할 필요가 없다.' 열심히 노력하는 것은 타고난 재능으로 해결하지 못한다는 뜻이라는 생각 때문에 노력 자체가 폄하되고 있었다.
<양육쇼크>, 포 브론슨ㆍ애쉴리 메리먼 지음, 이주혜 옮김, 물푸레, 2009년 11월, 31쪽.
아이가 똑똑하다는 것을 칭찬하는 것은 아이의 발전을 방해하는 행동이다. 사람의 두뇌도 근육처럼 쓰면 쓸수록 더 똑똑해진다. 아이들에게 이런 점을 강조하고 더 노력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주는 것의 부모의 몫이 아닐까 싶다.
잠자기의 중요성
요즘은 어른들도 그렇지만 특히 아이들의 잠이 많이 부족하다. 중학생만 되더라도 밤 늦게까지 공부하고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이 보통이 된 것 같다. 사람에게 있어 잠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시간에 쫓기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일상생활에서 줄일 수 있는 시간이 잠 자는 시간이다보니 잠 자는 시간을 줄여 그 시간 동안 다른 일을 한다. 학생들의 경우에는 잠 자는 시간을 줄여 공부한다. 과연 잠 자는 시간을 줄여 공부를 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
아이의 수면은 성인의 수면과 질적으로 다르다. 아이는 수면시간의 40퍼센트 이상을 서파수면 단계에 머무르기 때문이다. 이는 성인 서파수면 시간의 열 배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그래서 밤 동안 숙면을 취해야 어휘와 시간표, 역사연표 등 세세한 사실들을 제대로 익히고 기억할 수 있는 것이다.
아마도 가장 매혹적인 이야기는 기억에 얽힌 감정적인 배경은 기억이 어디에서 처리되느냐와 관계가 있따는 점일 것이다. 부정적인 자극은 편도에서 처리되고 긍정적이거나 중성적인 기억은 해마가 처리한다. 그런데 수면이 부족하면 편도보다 해마에 더 큰 타격을 안겨준다. 그 결과 수면이 부족한 사람은 즐거운 기억을 떠올리지 못하고 우울한 기억만 자꾸 생각하게 된다.
<양육쇼크>, 포 브론슨ㆍ애쉴리 메리먼 지음, 이주혜 옮김, 물푸레, 2009년 11월, 61쪽.
성장기의 아이들은 잠 자는 것이 먹는 것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한 아이들의 지적 능력은 떨어지고 비만이 생길 가능성은 많아지며 성격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제발 우리 아이들에게 충분히 잠을 잘 수 있는 시간을 주자. 밤 늦게까지 공부하고 있는 중학생 조카를 보면 불쌍하기 그지 없다. 뛰어놀아도 모자랄 나이에 하루 종일 책상에 붙어있어야 하다니!
아이들의 거짓말
난 우리 아이들에게 "정직"할 것은 강조한다. 다른 잘못들은 그냥 넘어가더라도 거짓말하는 것은 절대로 그냥 넘어가질 않는 편이다. 모든 사회적인 문제가 "거짓"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도 항상 이런 점을 강조한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라고 듣고 자란 아이들도 종종 거짓말을 한다. 거짓말을 하면 혼이 난다는 것을 알면서도 거짓말을 하는 아이들. 왜 아이들은 거짓말을 하는 걸까? 그리고 아이들은 언제부터 거짓말을 배우게 되는 걸까? 아이들이 거짓말을 하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학자들은 어린아이들이 실은 생각보다 훨씬 이른 시기에 거짓말을 배운다는 것을 밝혀냈다. 탤워 박사의 엿보기 게임에서 만 3세 아동의 3분의 1만이 엿보기를 했고 엿보았는지를 물으면 대부분이 인정했다. 그러나 만 4세 아동들은 80퍼센트 이상이 엿보았는데, 그중 80퍼센트 이상은 거짓말을 했다. 만 4세가 되면 거의 모든 아이들이 거짓말을 시작한다. 나이가 많은 형제자매가 있는 아이들은 조금 더 일찍 거짓말을 배우는 경향을 보였다.
부모들은 종종 어린 나이의 거짓말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 흔히 이때의 거짓말은 순수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너무 어려 거짓말이 옳지 못한 것인지 모르는 것이고 혹은 거짓말 자체가 잘못이라는 것도 잘 모른다고 여긴다. 그래서 아이들이 조금 더 자라 분별력이 생기면 거짓말이 자연스럽게 멈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탤워 박사는 이러한 어른들의 생각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아이들은 진실과 거짓말에 대한 분별력이 생길수록 더욱 더 거짓말을 잘 하게 된다. … 이런 과학적 연구결과를 전혀 무시하고 무수한 육아사이트와 자녀교육서에는 부모들을 향해 자녀가 거짓말을 해도 그냥 놔두는 게 좋으며 아이가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는 조언을 서슴지 않는다. 그러나 사실, 아이들은 자랄수록 거짓말을 더 잘하게 된다.
<양육쇼크>, 포 브론슨ㆍ애쉴리 메리먼 지음, 이주혜 옮김, 물푸레, 2009년 11월, 89쪽.
생각보다 어릴 때부터 아이들은 거짓말을 배우는 것 같다. 만 4세, 우리 나이로 다섯살, 여섯살 정도 되면 아이들은 능청스럽게 거짓말을 할 줄 알게 된다. 조금 더 크면 아주 유창하게 거짓말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지적 능력이 좋은 아이들이 더 거짓말을 잘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 책에 따르면 아이들이 부모들에게 거짓말을 하는 대부분의 경우는 규칙위반을 했을 때라고 한다. 모든 가정에는 규칙이 있기 마련이고 이런 규칙을 어겼을 때 아이들은 부모들에게 거짓말을 한다.
아이들이 부모에게 거짓말을 하는 경우는 대부분 규칙위반을 은폐하기 위해서다. 가장 먼저 아이는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고 괴로워 머뭇대다가 자신의 행동을 부정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이런 식의 부정은 충분히 예측할 수도 있고 몹시 보편적이라 흔히 부모들이 잘 포착해낸다. 이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부모들이 자녀의 거짓말을 포착해냈을 경우, 이를 거짓말에 대한 교훈을 가르치는 기회로 삼는 경우가 1퍼센트도 안 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부모들은 애초의 규칙위반 사실만 나무랄 뿐 실패한 은폐작전에 대해서는 꾸짖지 않는다. 아이들의 관점에서 보면 거짓말을 시도한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지적을 받지 않는 셈이다.
거짓말을 만들어내고 유지하는 법을 배우면서 동시에 아이들은 거짓말을 들으면 어떤 기분이 드는지도 배우게 된다. 그러나 아이들은 처음에는 거짓말이 괜찮다고 생각하다가 점점 거짓말이 나쁘다는 것을 깨달아가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어떤 종류든 모든 속임수는 나쁘다고 생각하다가 점점 어떤 종류의 속임수는 괜찮다는 것을 깨달아간다.
<양육쇼크>, 포 브론슨ㆍ애쉴리 메리먼 지음, 이주혜 옮김, 물푸레, 2009년 11월, 90쪽.
아이들은 자신의 행복을 위해 거짓말을 하기 보다는 부모의 행복을 위해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부모가 원하는 아이로 보이기를 원해서, 부모의 마음에 들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거짓말을 했음을 알았을 때 아이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 부모가 원하는 것이 아님을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 이렇게 결정적인 순간에도 아이들은 어떻게 하면 부모의 마음에 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다. 그래서 여섯 살 아이에게 "네가 엿보았다고 해도 화내지 않을게. 사실을 말하면 스스로 정말 행복할 거란다"라는 말은 큰 설득력을 얻지 못한다. 이렇게 하면 거짓말을 아주 약간은 줄일 수 있지만 여섯 살 아이가 원하는 것은 자신의 행복이 아니다. 아이는 부모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것이다.
아이들에게 정말로 영향을 줄 수 있는 말은 "네가 엿보았다고 해도 화내지 않을게. 사실을 말하면 엄마는 정말 기쁠 거야"이다. 이는 사면의 약속과 좋은 방법을 동시에 알려주는 말이다. 탤워 박사는 최근 발견한 연구내용을 설명해주었다.
"어린아이들은 부모를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부모를 기쁘게 해주려고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아이들에게 진실을 말하면 부모를 행복하게 해줄 거라고 말해주는 것은 아이들이 원래 품고 있었던 생각, 즉 진실을 말하는 게 아니라 좋은 소식을 말하는 것이 부모를 행복하게 해줄 거라는 생각에 도전장을 던져주는 것이다.
<양육쇼크>, 포 브론슨ㆍ애쉴리 메리먼 지음, 이주혜 옮김, 물푸레, 2009년 11월, 99쪽.
그리고 가정의 규칙을 정할 때는 유연하게 정하는 것이 좋다. 규칙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강압에 의한 규칙은 아이의 거짓말을 유도하는 것이다. 규칙을 정하면서부터 아이의 의견을 반영하고 특별한 예외상황일 때는 아이가 이를 솔직히 말하고 규칙에서 벗어난 행동을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아이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귀가시간이 10시인데 어떤 날에는 아이들 사이에 특별한 일이 있어 늦게 들어와야할 경우가 있다. 이때 아이가 자연스럽게 사실을 말하고 귀가시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을까? 아니면 다른 핑계를 대고 즉 거짓말을 하고 늦게 들어오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강압적으로 무조건 규칙을 따라야 한다고 하는 게 좋을까.
아이를 키우는 방법
위에서 말한 내용들 외에도 이 책에서는 여러가지 내용들을 다루고 있다. 집중력을 키워주기 위한 방법, 어린이 대상 TV 프로그램의 폭력성, 부부 싸움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 아이들과의 상호반응의 중요성 등 부모라면 한번쯤은 고민해볼만한 이야기들이 있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참 어렵다.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 좋은 부모가 된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어떻게 하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아마도 어떻게 하든 분명 나중에 아쉬움을 남을 것 같다. 우리 부모님들께서 그랬던 것처럼 강압적으로 자식들을 키워도 아쉬움이 남을테고 아이들과 스스럼없이 지낼 수 있도록 유연하게 키워도 아쉬움이 남을 것이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무엇이든 적당한 것이 좋은 것이다. 차고 넘치지 않게 아이의 역량과 상태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것이 어려운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