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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의 법칙
이몬 버틀러 지음, 김명철 옮김 / 시아출판사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제목에 나와있는 것처럼 시장경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내가 읽었던 다른 시장경제, 자본주의에 대한 책과는 달리 시장경제와 자본주의의 허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비판하기 보다는 시장경제와 가격시스템을 예찬하고 자유 시장 정책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사실 이러한 논리는 조금 뜻밖이었다. 이 책의 저자 이몬 버틀러는 이 책에서 아담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주장했던 원론적인 시장경제에 대한 내용을 예찬에 가까울 정도로 말하고 있다. 즉, 시장은 국가나 어떤 조직, 개인에 의해 통제되어서는 안 되며, 가격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이 아담 스미스가 "국부론"을 쓴 1770년대에는 이상적으로 보였을런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경제 환경에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렇 다고 해서 이 책에서 나오는 말들이 모두 틀렸다거나 가치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시장경제와 자본주의에 대한 내용을 근본적인 것에서부터 하나씩 짚어 가기 때문에 시장경제와 자본주의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데는 도움이 될 것이다. 저자 이몬 버틀러가 영국의 아담 스미스 연구소의 소장이니 이건 당연할 것이다.
책의 내용을 조금 살펴 보자면 …
시 장은 사람과 같다. 결코 완벽하지 않다. 만약 당신이 경제학 서적을 갖고 있다면 책 내용 중의 '완전경쟁' 부분은 찢어버려도 좋다. 이 부분은 아주 많은 개별 판매자가 아주 많은 개별 구매자에게 동일한 제품을 팔면서 모든 거래 가격을 알고 있다는 완벽한 균형을 전제로 서술하고 있다. 단지 이론에 불과한 추상적 개념을 넘어 완전히 얼간이 같은 이야기이다. 실제로 시장을 움직이게 만드는 것은 시장의 불완전과 불균형이다.
시장경제의 법칙, 이몬 버틀러 지음, 김명철 옮김, 시아, 2009년 8월, 19쪽.
이 몬 버틀러가 말한 것처럼 시장은 불완전하다. 불완전한 시장이 이상적으로 돌아가도록 만드는 것에 대한 관점은 다르지만, 어쨌든 시장은 불완전하고 불균형하다. 완전경쟁이라는 것은 사실상 이상에 가까운 말이고, 현실에서는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이를 달성하기는 어렵다.
지시를 내리고 조정하는 기관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이라는 시스템이 실제로 잘 운영되고 있다는 것은 어쩌면 이상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시장은 다른 목적과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평화롭게 협력할 수 있도록 해주며, 자원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빠르고 효율적으로 돌아가게 해주기에 별다른 조정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물 론 시장은 사람들을 똑같이 평등한 상태로 만들 수 없다는 도덕적 우려에 답해야 한다. 예를 들어, 내 바지를 수선해준 재봉사는 나보다 훨씬 가난하다. 하지만 시장이라는 시스템 덕분에 그녀를 포함한 중국인들은 5년마다 두 배씩의 생활 수준을 향상시키며 빠른 속도로 다른 나라를 따라잡고 있다. 시장이라는 시스템은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빈곤 퇴치 기구이며, 가장 좋은 부의 창조 기기이기도 하다. 그것이 당신이 거의 모든 곳에서 시장을 찾을 수 있는 이유이다.
시장경제의 법칙, 이몬 버틀러 지음, 김명철 옮김, 시아, 2009년 8월, 25쪽.
모 든 생산자, 판매자들은 어떻게든 물건을 비싸게 팔기를 원한다. 반대로 소비자들은 어떻게든 싸게 사길 원한다. 이러한 대립으로 인해 서로 어느 정도 합의된 가격을 도출할 수 있고, 시장은 이러한 가격에 의해 조정된다는 것이 이몬 버틀러의 생각이다. 이러한 조정의 가장 이상적인 방향이 완전경쟁이지만, 위에서 말한 것처럼 현실에서는 여러 요인에 의해 실현하기 힘들다.
다 르거나 혹은 정반대의 견해를 가진 사람들조차 협력하도록 만들 수 있는 능력은 놀랍고도 매력적인 시장의 모습 중 하나이다. 사람들은 공동의 목적을 갖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공동의 프로그램에 서로 동의할 때만 협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치적 실질적 동의서를 만들지 않고도 단지 상품 교환을 통해 서로 협조하고 도움을 받는다. 견해 차이 때문에 싸울 필요도 없고, 사실 그것을 알아야 할 필요조차도 없다. 물론 그들이 각기 자신의 세계에서 화해하지 않은 채 반대편에 있을 수도 있다. 그래도 그들은 오직 상품의 교환 가격만 정확히 알고 동의하면 된다.
시장경제의 법칙, 이몬 버틀러 지음, 김명철 옮김, 시아, 2009년 8월, 40쪽.
이 말은 전적으로 동감한다. 시장 시스템에서 어떤 정치이론이나 이데올로기는 크게 의미가 없다. 시장은 어디까지나 가격에 의해 결정되고 가격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이다. 물론 정치이론이나 이데올로기가 가격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많고 궁극적으로는 경쟁에 의한 가격이 시장을 움직인다.
… 이제 자본주의의 개념에 이른 것을 환영한다. 모두 소비하지 않고 일부를 저축하여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특수 장비나 노동 절약 기계에 투자하는 것이 자본주의의 개념이다. 전문용어를 쓰자면, 자본 설비 촉진을 위해 투자하는 수입의 일부를 '자본금'이라고 한다. 회사가 자본금을 많이 쌓으면 생산성이 향상되고 교환이 활발해져 직원들이 많이 이익을 얻는다. … 선순환이 이루어진다. 전문화로 생산이 증가하되고 재산이 더욱 불어난다. 그러면 기계 설비에 더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고, 다시 생산성이 향상되고 재산이 증가되며, 다시 노동 절약형 설비를 구입하고 등등.
시장경제의 법칙, 이몬 버틀러 지음, 김명철 옮김, 시아, 2009년 8월, 48쪽.
여기에서 이몬 버틀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생산성 향상에 의해 늘어나는 재산이 누구에게 가는가 하는 것이다. 자본은 결국 그 자본을 소유한 자본가들에게 집중된다. 이건 지금까지의 경제 상황를 봐도 명백히 드러나는 것이다. 만약 이렇게 늘어나는 재산, 자본이 생산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나눠진다면 많은 사람들이 시장경제, 자본주의를 비판할 일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또 한 가지 문제가 되는 것은 이렇게 노동 절약형 설비를 늘이면 늘일 수록 많은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는다는 것이다. 자본가, 기업가의 입장에서는 이건 아주 고무적인 현상이지만, 사회 구성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건 생계가 달린 문제가 된다. 그렇다면 이렇게 노동 절약형 설비를 늘이는 것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시장이란 발견의 여정에 더 가깝다. 가격, 장소, 시간에 맞는 적절한 상품을 당신이 갖고 있다면 사람들은 구매를 하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당신이 상품을 시장에 내놓을 때까지 얼마나 많은 수요가 있는지 또는 '적당한' 가격이 얼마인지 확실히 알지 못한다. …
시장으로 가는 길은 좋은 정보를 얻는 길이라고 할 수 있다. … 정보란 개인적이로 지엽적이다. 정보를 바탕으로 행동을 취하려면 우선 정보를 발견해내야 한다.
시장경제의 법칙, 이몬 버틀러 지음, 김명철 옮김, 시아, 2009년 8월, 64쪽.
어디에서나 그렇지만, 시장에서도 정보란 아주 중요하다. 이러한 정보들은 시장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중요한 요소이며 이런 정보를 갖는 사람이 가격을 결정하고 이익을 챙겨 돈을 벌기 마련이다. 현대 시장경제에서 문제가 되는 것 중 하나는 이런 정보가 특정인 혹은 특정집단에게만 집중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가속화시킨다. 이몬 버틀러는 이러한 것들을 간과하고 있다. 의도적인지 아니면 그런 현상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내용을 언급은 하지만, 이렇게 정보 불균형이 가져오는 결과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 하다.
가 격 시스템을 방해하는 것은 많다. 정부는 가격 통제(최저임금법이나 택시 요금 규정 같은)를 하거나, 무역할 수 있는 양을 제한(수입쿼터제 같은)하거나, 전체 교역을 금지(마약 같은)함으로써 가격 시스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각 개인들 역시 올바른 가격 형성을 저해할 수 있다. 독점(오직 하나의 판매자만 있는), 구매자 독점(수요자가 하나), 담합(공급자들이 가격을 올리기로 합의하는 것), 폭력(마피아가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협박하는 경우)이 여기에 해당된다.
시장경제의 법칙, 이몬 버틀러 지음, 김명철 옮김, 시아, 2009년 8월, 81쪽.
위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시장은 가격에 의해 결정된다. 그리고, 가격에 의해 경쟁하는 시스템이 가장 이상적인 시장경제의 모습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완전경쟁은 이루기 힘들어 보이고, 이렇게 완전경쟁을 저해하는 요소들에 대해 이몬 버틀러는 정부의 시장 개입이나 독점, 담합, 폭력 등을 들어 설명하고 있다.
과도한 정부의 시장 개입이 시장의 흐름을 해치고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히 맞는 말이다. 하지만, 다른 가격시스템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은 현실적으로 정부의 개입 외에는 있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이다. 시장에 참여하는 대다수의 구성원들이 어떠한 제재나 제한이 없이 시장의 규칙만으로도 도덕적으로 옳은 행동을 하고 있다면 정부의 개입은 불필요하다. 이런 경우 정부 권력이 시장에 개입한다면 이것은 분명 문제가 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다수의 시장 구성원들은 시장의 규칙을 따르더라도 소수의 시장 구성원들이 시장규칙을 어기고 시장을 혼란에 빠뜨린다면 이것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이몬 버틀러는 이러한 경우에도 시장에 의해 자연스럽게 해결된다고 말하지만, 과연 그럴까? 우리는 지금까지 그렇지 않은 예를 수 없이 많이 보아왔다. 때문에 최소한의 정부의 시장 개입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소득의 재분배를 생각할 때도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맞다고 본다. 만약 소득 재분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결국 돈 있는 사람들만 돈을 벌게 되는 악순환은 절대 끊을 수 없을 것이다. 시장이라는 것이 돈 가진 사람들만을 위한 것은 아니지 않는가.
또한 이몬 버틀러의 논리로는 제3세계에서 행해지는 노동력과 자원의 착취가 정당해보인다. 이런 착취를 통해 다국적기업이나 강대국은 제3세계를 돕고 있는 것일까? 이런 착취가 없다면 제3세계의 국가들은 발전할 수 없는 걸까? 베트남의 나이키 신발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정말 행복할 걸까? 이 부분은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그다지 납득할 수 없는 논리다. 기업에서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해 임금이 싼 나라에 공장을 짓는 것은 서로에게 좋은 일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낮은 임금으로 노동력을 착취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지금까지 이야기했던 대로 이몬 버틀러가 이야기한 내용이 현실의 시장 경제와 약간은 동떨어진, 너무 이상에 치우친 그리고 노동자보다는 기업에 치우친 생각들이라는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가 주장하는 근본적인 내용들은 맞는 말이다. 그는 책 말미에서 "시장 성공을 위한 레시피"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 자발적인 교환
- 가격 시스템
- 널리 이용 가능한 정보
- 재산 및 그 재산을 소유하고 향유하며 남들의 이용을 배제하고 원하는 대로 사고팔 수 있는 재산권
- 경쟁
- 신용
- 문화
이 런 것들이 제대로 이뤄지고 공평하게 이뤄질 때 시장은 원활하게 돌아가게 된다. 부디 이런 것들이 제대로 이뤄져서 시장이 모든 사람들을 위한 시장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이몬 버틀러가 말하는 것처럼 불필요한 정부의 시장 개입을 없앨 수 있고 모두에게 이로운 시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