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보이즘 - 나는 대한민국 로봇 휴보다
전승민 지음, 오준호 감수 / Mid(엠아이디)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교수님. 질문이 있습니다. 요즘 ‘인공지능’이라는 말이 유행이잖아요. 연산장치인 컴퓨터가 어떻게 지능을 가질 수가 있습니까?”

“아 그거? 쉬워. 이프 엘스(if else) 쓰면 되지.” -p, 258



위의 농담을 이해할 수 있으시겠어요?

전 작년부터 문헌정보학과를 복수전공하며 IT 쪽에 대해 공부를 한 터라 저 농담을 이해할 수 있었지만 만약 1년 전이었더라면 전 저 농담을 보고 아무 생각도 하지 못했을거에요.



제가 이 책을 소개해드리기 전, 먼저 저렇게 겁을 드리는 이유는 '이 책은 저런 농담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읽을 수 없어요.'라고 말하고 싶은게 아니라

'저런 농담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읽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요.'라고 말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 농담은 '인공지능을 만드는 방법'이라는 부분에서 저자가 대학교 2학년 때, 교수님께 인공지능에 대해 질문했던, 하지만 저자도 저 당시엔 이해하지 못했던 일화를 소개하는 부분이었습니다.) 







감성적이 되어야만 할 것 같은 카페에 앉아서 이성적인 책을 읽으려니 힘들었지만, 로봇 휴보에 대해 이처럼 자세하고 쉽게 알려주는 책이 또 있을까요?



이 책의 저자는 1년차 새내기 기자 시절부터 인간형 로봇 휴보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셨다고 해요.

'로봇에 대한 취재만큼은 져선 안 된다'라는 목표 하나로 휴보와 관련된 수많은 해설기사를 작성하고, 틈만 나면 휴보를 개발한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연구팀을 드나들었고,

이런 '휴보 사랑'은 로봇에 대한 강한 호기심으로 이어져 로봇의 개발 과정, 로봇의 구조와 작동 원리가 궁금해지는 등 이런 호기심을 하나하나 해결해 가며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고 합니다.



개인적인 저술 활동을 통해 가슴 속에 담아왔던 휴보에 대한 이야기를 쏟아 놓기 위해 집필을 시작했다는 저자.

이런 마음으로 쓰여진 책이니 얼마나 휴보에 대한 정보가 가득할지 보지 않아도 아시겠지요?








휴보와 함께 전국 콘서트에 나선 김장훈 씨는 이듬해인 2007년 콘서트 도중 얻은 수익금 전액을 휴보연구실에 기증하겠다고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p, 37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로 알게 된 사실 중 하나로, '휴보'에 대해선 단지 인간형 로봇으로만 생각해왔었는데 이런 휴보 기술을 이용해 가수 '김장훈'의 무대를 만들었다고 해요.

사방으로 빙글빙글 돌아가고 기울어지는 원형 무대와 2단으로 팔을 펼쳐 무대 위에 탄 가수를 관객들의 머리 위로 보내주거나 공중에서 맴도는 등의 연출이 가능한 듀얼 크레인,

단지 무대 장치 중 하나라고 생각해왔었는데 휴보 기술을 이용했다고 하니 새로워보여요.









로봇에 대한 영화를 많이 보고 즐겨 보았지만 인간의 감정을 지닌 로봇에 대해 주로 다루는 로봇영화의 특성 때문인지 로봇 영화를 보고 난 후엔 '로봇이 인간의 감정을 가져서 지구를 정복하면 어떡하지?'하는 황당한 생각만 했을 뿐, 정작 우리나라의 로봇 '휴보'에 대해서도, 아니 로봇이라는 그 자체에 대해서도 알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두 발과 두 팔이 달린 ‘인간형 로봇’을 개발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친구를 만들어 내고 싶다는 기본적인 바람, 그리고 사람 대신 위험하고 다양한 일을 척척 해 낼 수 있는 만능 기계장치를 만들겠다는 욕심. 그 본능과 필요를 좇아 과학자들은 오늘도 인간형 로봇 개발에 열심입니다. -p, 43


로봇은 이미 SF 소설이나 영화에서나 등장하던 흥미진진한 볼거리 수준이 아니다. 사회 구조와 세상의 틀을 바꿀 ‘인간의 친구’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p, 269



'휴보'와 같이 로봇이 인간처럼 두 팔과 두 발을 사용할 수 있게 만드려고 하는 이유는 인간을 돕기 위해서라고 해요.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재난현장에 로봇이 투입되어 사람을 돕거나 사람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을 로봇이 해주는 등,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으면서 인간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친구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라니, 이유를 알고 나니 로봇에 대한 흥미가 생기는 듯 합니다.








현재 공식적으로 인간형 로봇을 개발할 수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 미국 뿐이다. -p, 229


인간형 로봇은 이런 기술의 ‘끝판왕’을 요구한다. 보통 관절만 30~40개가 들어가고, 이 관절을 자유롭게 움직이려면 관절 하나하나마다 1~3개 정도의 액추에이터가 연결돼야 한다. 그러려면 각각의 액추에이터를 제어하기 위해 로봇 속에 전자회로 기판만 수십 장이 들어가야 한다. 여기 연결되는 전선의 숫자는 미처 다 헤아리기도 어렵다. 이 중 하나만 잘못돼도 로봇은 맥을 잃고 주저앉는다. -p, 274


인간형 로봇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말 엄청난 노력과 기술이 필요해요. 이처럼 힘든 일을 가능할 수 있게 해주신 오준호 교수님에 대한 이야기도 알 수 있었습니다.


딱딱할 것만 같았던 '휴보'에 대한 이 책 한 권을 읽었을 뿐인데 휴보 뿐만이 아니라 '로봇' 그 자체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어느 정도의 흥미가 없다면 책을 접하는 것조차 거부감이 느껴질 수 있겠지만, 약간의 흥미가 있으시다면 가볍게 다가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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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딜 수 없어지기 1초쯤 전에
무라야마 유카 지음, 양윤옥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제삼자가 본다면 정말 우스꽝스러운 코미디일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심각한 고민이란 대개는 그런 것이다. -p, 45











겨울 막바지에 여름바닷가가 배경인 소설이라니.

추위에 약한 제가 겨울을 견뎌내고 있기에 작품 속 주인공들도 독자인 저와 같이 (어쩌면 저보다 더 혹독한) 겨울을 견뎌주길 바라는 못된 심보가 있지만 저와 다르게 따뜻한 여름을 지내고 있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있네요.



‘무라야마 유카’는 에쿠니 가오리, 요시모토 바나나와 함께 일본의 3대 여류작가라고 역자 후기에 쓰여있었지만 저는 그녀의 작품을 처음으로 접해봅니다.



그녀에 대한 저의 첫 느낌으로 말하자면 촉각, 후각, 시각 등 감각으로 느낄 수 있는 것들에 대한 뛰어난 묘사와 너무나도 야해서(이런 것들에 대한 생생한 묘사 또한) 당황스럽게 만들더니 그것마저 감성적으로 느껴지도록 만드는 묘한 매력을 가진 작가였달까요.



마치 저도 여름 바닷가 모래사장에 앉아 땀으로 범벅되어 찐득거리는 몸에 달라붙은 모래, 짠 냄새를 직접 느끼며 서핑을 하는 남자 주인공을 바라보고 있는 듯했던 독서였어요.

이 소설에 대한 전반적인 해석이랄까,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역자 후기를 통해 잘 드러나 있습니다.



뭔가 더 많이 알아야 할 것 같다. 혹은 이미 지나치게 많이 알아버린 것 같다. 청춘은 그 격차 사이에서 늘 불안하게 뒤흔들린다. 자신 속에서 모자람이나 넘침을 느끼는 것은 기성 사회의 기대치에 자신을 견주어보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이 모자람이나 넘침이라기보다 단지 ‘다름’일 뿐이라는 것을 인정하기까지 수없이 많은 고뇌와 조정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청춘이란 기성사회의 기대치와 나 사이의 ‘다름’을 깨닫고 그것을 스스로 감당해가며 진지하게 마주하고 싸워나갈 때 의미가 있을 것이다. 젊음의 그러한 치열한 고뇌를 통해 한 사회에 형성된 기성의 틀이 좀 더 새로워지고 확장될 것이기 때문이다. - 역자 후기 中



성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며 성적인 욕구가 남들보다 넘쳐나지만 착한 딸, 모범생의 가면 뒤에 숨어 지내는 후자사와 에리와 오는 여자는 막지 않고 개그감이 뛰어난 서퍼, 하지만 다른 남자와 바람이 나 집을 나간 어머니와 암에 걸려 곧 돌아가실 아버지가 있는 야마모토 미쓰히데. 그 외의 여러 캐릭터들이 (역자 후기에 드러나 있듯이) 기성세대의 기대치와 나 사이의 ‘다름’을 깨닫고 그것을 감당하고 마주하며 싸워나가는 모습을 그려내는 작품입니다. 무거운 주제일 수 있겠으나 한편으로는 로맨스 소설로 느껴질 만큼 가볍게 다가옵니다.



‘나’ 자신에 대한 고민이 제일 많을 시기인 10대의 끝자락. 저맘때쯤 저도 이 아이들처럼 ‘자신’에 대한 고민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여전히 자기 자신에 대한 고민은 끝나지 않았지만 이런 고민을 함께 순수하게 나눌 친구들이 있었던 건 아마 그때가 끝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제삼자가 본다면 정말 우스꽝스러운 코미디일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심각한 고민이란 대개는 그런 것이다. -p, 45



“내가 요즘 절실히 생각하는 건데 인간이란 정말 재미있어. 그렇잖아? 한 가지만 보고 판단할 일이 아니라고 할까, 이론만으로는 다 알 수 없는 거라고 할까. 설마하니 아들딸 버리고 집을 나간 어머니의 남자와 한밤중에 번화가를 어슬렁거리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어.”

캬캬캬 재미있다는 듯 웃더니 그는 수평선으로 시선을 돌렸다.

“남들이 보기에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만큼 부자연스러운 일도 막상 본인에게는 자연스럽다고 할까, 가장 마음 편한 일인 경우가 많아. 누구나 당사자밖에는 알지 못하는 사연이 있다는 게 바로 그런 거겠지? 그러니까…… 너무 걱정할 거 없어, 에리.” -p, 64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들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 의외로 태연히 일어나는 게 이 세상인지도 모른다고. -p, 101



‘상상하는 것’과 ‘실행에 옮기는 것’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큰 차이는 없다. -p, 105



어떤 사람에게든 결코 입에 올려서는 안 될 말이라는 것이 있다. 평소에 심한 농담을 연발할 때도, 혹은 진짜로 말다툼을 할 때도 나는 그것만은 지키려고 노력해왔다. 생각해보면 이것도 아버지의 가르침이다. 이른바 ‘마지막 도주로는 막지 말라’는 것. -p, 192



감춰야 할 일이 있을 때일수록 감춰야 할 일 따위는 아무것도 없다는 듯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된다. -p, 204



죽음이란 심장이 멈추는 것이 아니었다. 죽음이란 이렇게 타인과의 관계를 잃어가는 것이다. -p, 347



“나도 지금만 괜찮으면 다 좋다는 식으로는 생각하지 않아. 하지만 솔직히 나는 지금 내 코앞에 닥친 일만으로도 힘에 부쳐. 우리가 지금 하는 일이 옳은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반드시 옳은 일만 골라서 할 수 있을 만큼 나는 강하지 않아.” -p, 369



“나한테……. 어때, 괜찮잖아?”

“뭐가?”

“나한테 허락해줘도 괜찮지?”

“글쎄 뭘?”

“그러니까 말하자면, 너한테 다정하게 구는 거.”

제 입으로 말하고서도 엄청 부끄러웠는지 그는 마치 화가 난 것처럼 난폭하게 내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이마를 세게 비볐다.

뜨거웠다.

너한테 다정하게 구는 거…….

이윽고 나는 무거운 팔을 들어 미쓰히데의 머리를 껴안았다. 그의 어깨와 등에서 긴장이 풀리고 그 대신 내 위에 덮쳐드는 묵직함이 커졌다. 그의 머리카락을 가만가만 손끝으로 빗어 내렸다. 그가 웅웅거리는 소리를 흘렸다.

달래듯이 천천히 쓰다듬었다.

그러고 있으려니 어쩐지 내가 그를 낳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p, 370, 371



어떻게 해서든 ‘지금’을 뛰어넘지 않으면 안 된다. 미래고 개똥이고 간에 우리에게는 지금 이 순간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p, 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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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삭임 - 서른이라는 단어에 발길이 멈춰선 당신에게
신성원 글 사진 / 시공사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다른 누구의 삶이 아니라 내 삶이다. 평탄한 쪽으로 방향 지워져 있다는 걸 알면 시시하게 여길 테고, 굴곡이 져 있다는 것을 알면 시작도 하기 전에 지레 겁부터 먹지 않을까. 오늘 내가 최선을 다해 선택의 순간을 넘겼다면 그뿐. 이미 놓쳐버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것들에 대해 후회를 남기지 않는다면 그뿐이지 않은가! -p, 163, 164

 

 

 

 

 

친구에게 선물 받은 이 책을 처음으로 읽었던 19살과 다시 한 번 읽게 된 23살.

 

19살 생일선물로 받았던 책이라 3월 말쯤,

갓 수험생이 된 그때. 꿈도 많고 목표도 확실했던 그때.

‘내가 서른 즈음이 되면 어떤 모습일까.’ 설레는 마음으로 읽었던 생각이 납니다.

 

20대 중반이 되어버린 지금,

5년 전과는 다르게 ‘이미 늦었다.’는 생각에 꿈보단 현실에 타협하면서 지내는 지금.

‘아직 늦지 않았지.’ 위로를 받으며 이 책을 읽었어요.

 

‘서른이라는 단어에 발길을 멈춰선 당신에게’라는 부제처럼 어쩌면 이 책은 서른 그 언저리에 있는 사람들을 위한 책일 수도 있겠으나 동화책이 어린아이만을 위한 책이 아닌 듯 이 책도 어느 누가 읽어도 많은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KBS 아나운서로 입사한지 10년, 안정적인 생활을 버리고 뉴욕행을 결심한 아나운서 신성원. 이십대인 저조차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일을 삼십대의 아나운서가 용기있게 행동으로 옮긴 후 써내려간 에세이입니다.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1년의 시간동안 많은 생각을 하며 써내려간 글이기 때문인지, 또 많지도 그렇다고 적지도 않지만 많은 경험을 했을 삼십대의 언니가 쓴 글이기 때문인지 연애, 사랑, 인생, 결혼, 인간관계 등에서 가슴에 새겨두고 싶은 글이 잔뜩입니다.

 

한 번 읽은 책을 다시 읽는 경우가 거의 없는 저인데, 삼십대가 되어 이 책을 읽을 땐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궁금해지네요.

 

 

 

다 지난 이야기인 것을. 참 우스웠다. 뭐가 그리 복잡하고, 뭐가 그리 힘들었는지. 무엇을 위해 살아왔으며, 무엇을 위해 고민했는지. 세상은 이렇게 넓은데 저 안에서 아등바등 살아왔던 내가 한없이 불쌍해졌다. 일에 치이고 사람한테 상처받으면서 다 내 잘못이라고 얼마나 나 자신을 닦달하고 탓했는지…….

‘많이 힘들었지? 수고했다.’ -p, 8

 

현실은 그렇다 해도 스스로 냉철하게 판단하여 단점조차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 않다. 완벽하지 못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될 수 있는 한 빨리 인정하는 편이 낫다. 그러면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삶은 편안해진다. 다소 늦은 나이에 진짜 내 모습을 알게 됐지만 그래서 더욱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런 사람이면 안 된다고 자책도 하지 않기로 했다. 불안해하지도 않기로 했다. 다른 사람이 되겠노라 결심하고 바꾸는 노력조차 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자니 한 번도 스스로 인정해본 적이 없는 나 자신이 왠지 처량해질 것 같아서 말이다. 느리게 나를 알아가기로 했다. 지연된 만큼 더 격려하고 위로하면서 바라보기로 했다. 그러면 된 거 아닌가. -p, 68

 

어떤 유명 사진작가는 몇 날 며칠 동안 빛에 대해서만 연구하다가 피사체와 빛이 절묘하게 어울리는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여 사진을 딱 한 장만 찍는다고 한다. 그런 한순간을 미리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직 그런 경지에 오르려면 한참 더 배워야 하니 그렇겠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내가 생각하는 ‘결정적 순간’은 사후적인 문제이다. 그리고 기다림의 문제이다. 그 순간은 내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러하다. 물론 너무 동떨어져 있는 시간을 포함하여 한없이 찍는다고 좋은 사진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결정적 순간’을 포함한 오차범위 내의 허용된 시간 안에서 나는 기다리고 찍는다. 혹은 찍고 기다린다. 나중에 확인해보면 안다. 언젠가 그토록 바라던 ‘결정적 순간’이었는지를. 사진을 찍는다는 것도 따지고 보면 기다림의 연속이다. 그래서 나는 믿는다. 인생의 결정적 순간도 기다리다 보면 언젠간 찾아올 거라는 사실을. -p, 72, 73

 

우리가 은연중에 의존하는 모든 대상은 따지고 보면 관계 맺기의 대안으로 선택된 것들이다. 사람 인人이 두 사람이 서로 기대어 있는 모습을 형상화했듯 우리는 모두 외롭고 의존적인 존재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서로 중독되고 싶어 하는지도 모르겠다. -p, 86

 

인생에서 부닥치는 모든 문제는 시간이 해결해준다. -p, 91

 

어느 날 갑자기 비가 많이 온다고 해서 둑이 터지는 것은 아니다. 미처 발견하지 못한 아주 작은 균열이 시간의 힘을 빌려 마침내 재앙으로 이어진다.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느 한쪽만 조건 없이 많이 주면, 다른 한쪽에서는 받는 것이 당연해진다. 주는 쪽은 ‘그럼에도’ 주기만 했고, 받는 편에서는 ‘그렇기 때문에’ 받기만 했다. 일방적인 주고받음에 익숙해지면 주는 쪽의 존재감은 점점 사라지게 되고, 주는 쪽의 상실감은 점점 커지게 된다. -p, 117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건가?’

매일 결론이 다를 수밖에 없고 정답도 없는 질문을 끊임없이 해댔다. 잘하고 있다고 토닥토닥 다독였다가, 아직도 멀었다고 이런저런 결심과 다짐으로 채찍질했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하루하루, 순간순간 기분이 달라졌다.

 

지금까지의 내 삶을 더듬어보았다. 중고등학교 다닐 때는 하고 싶은 일을 뒤로 미루고 공부만 했다. 대학을 졸업할 무렵 운 좋게 취직이 되었다. 사회생활 10년 동안 방송도 열심히 했지만 성취감에 대한 끝없는 갈증을 채우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해 석사학위도 받았다. 누가 옆에서 강요한 것도 아닌데 에프엠으로만 살아왔다. 참 재미없게 살았다.

 

“언니는 왜 자신을 들들 볶으면서 살아? 좀 편하게 살아도 되잖아.”

어느 날 동생이 정말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그런 사람이었다, 나는. 사회에서 원하는 인간형이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사람. 자신이 세워놓은 원칙과 가치관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걸 불안해했던 사람. 미래를 위해서라면 현재 따위는 과감히 희생하는 사람.

 

그래서 돌이켜보면 동생 말대로 참 힘들게 살았다. 그리고 이젠 지칠 만도 했다. 세월의 풍화작용은 삐죽삐죽 모난 부분들을 깎아주고 다듬어주었다. 마음이 많이 둥글둥글해지니 생각도 여유로워졌다. 나를 바짝 조이기만 했던 끈을 스르르 놓아보기도 했다. 그렇게해도 삶은 계속되었다. 또 다른 삶이 새롭게 시작되었다. 이렇게도 살고 저렇게도 살 수 있었다.

 

여유가 생기니 나를 칭찬하고 싶어졌고, 나에게 상을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누구에게 무엇을 바랄 것이 아니었다. 스스로 인정하고 격려해야만 했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보고 싶어 하는 나 자신에게 다른 세상을 보여줘야만 했다. -p, 140, 141

 

하지만 나이나 조건이나 환경 따위에 과도하게 신경 쓰며 떠밀리 듯 억지로 결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 심지어 부모님조차도 내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는 못하기에 인생의 주인인 내가 가슴 깊은 곳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 소리를 따를 것이다. -p, 159

 

다른 누구의 삶이 아니라 내 삶이다. 평탄한 쪽으로 방향 지워져 있다는 걸 알면 시시하게 여길 테고, 굴곡이 져 있다는 것을 알면 시작도 하기 전에 지레 겁부터 먹지 않을까. 오늘 내가 최선을 다해 선택의 순간을 넘겼다면 그뿐. 이미 놓쳐버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것들에 대해 후회를 남기지 않는다면 그뿐이지 않은가! -p, 163, 164

 

어두컴컴한 창고 안에는 지금 보면 유치하기만한 첫사랑이 담긴 연애편지가 십 년도 넘게 잠자고 있었다. 재활용하기 위해 모아둔 일간신문들보다도 더 쓸모없이 자리만 차지하고. 온통 버려야 할 것 투성이었다. 사람도 그러할 것이다. 한때 몹시 소중한 존재였기 때문에 차곡차곡 가슴속에 아련한 추억으로나마 남겨뒀던 사람. 잊지 않으려고 여러 번 아주 작고 희미한 기억까지 떠올리려 노력해봤던 사람. 수많은 시간과 공간을 나와 기꺼이 공유했던 사람. 부질없는 일인 줄 알면서도 그 사람을 내 마음속 어딘가에 담아두고 있었다.

 

애지중지하면서도 어딘가에 있겠지 하며 돌아보지 않았던 것들을 이제 버리려고 한다. 원망스럽고 밉기만 해서 더더욱 잊지 못했던 사람들도 이제 놓아주려고 한다. 비울수록 채워지는 법이라고 하지 않던가. 다시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 과거에 속했던 모든 것을 이제 정리하려고 한다. 이렇게 과거를 떠나보내는 작업을 심리학에서는 ‘애도’라고 한단다.

 

처음에는 떠나가는 것과 멀어져가는 것 자체를 부인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왜 내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분노하지만 그런 과정을 거쳐 결국 영원한 이별을 인정하게 된다고 한다. 소중하게 아끼던 어떤 것을 잃게 되면 큰 슬픔이 다가오겠지만 애간장이 녹아내리는 슬픔을 겪고 나면 비로소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것이다. 상실 그 자체가 혹은 상실에서 오는 슬픔이나 분노 등의 부정적인 감정이 두려워 버려야 할 것들을 벽처럼 쌓아두고 그 안에 갇혀 살면서 잘 살고 있다고 착각하는 건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모두 다 치워버리자고 다짐했어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또 무엇인가가 쌓일지 모르지만 그때가 되면 또 포기하고, 놓아주고, 버리면 된다. 그뿐이다. 평생 동안 살아가면서 우리는 끊임없이 상실의 아픔을 경험할 것이고, 그러면서 조금씩 성장해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손가락 하나 들기 힘들 정도로 뭉친 근육만큼이나 딱딱하게 굳어 이제는 설렘도, 그리움도 느끼지 못하는 심장도 가끔 그렇게 풀어주면 그뿐이다. 그렇게 훌훌 풀어내고 보내버리고 나면 훨씬 자유롭고 새로운 삶이 찾아올 것이다. 이제 선택은 온전히 내 몫이다. -p, 177-179

 

누군가와 연결고리가 될 휴대전화를 한순간이라도 손에서 놓고 싶어 하지 않는 걸 보면 우리도 참 많이 외로웠나 보다. 우리는 외로우면서도 외롭다고 먼저 말하지 못한다. 그리고 말을 걸어도 괜찮은지 어떤지 눈치를 본다. 우리는 여전히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며 외로움을 덜어줄 친구를 찾는다. -p, 184

 

바쁠 때는 바쁜 대로 힘들었고, 시간 여유가 있을 때는 심심해서 권태로웠다. 너무 바쁠 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낼 수 있는 단 하루가 간절했고, 아무 일 없는 나날이 이어질 때는 펄떡펄떡 싱싱하게 살아 있는 심장을 확인할 수 있을 만큼 깊이 몰두할 일이 필요했다. 우리는 늘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고 싶어 한다. 다들 그렇듯 가지 않은 길을 동경한다. 그러니 어떤 모습으로 사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살아남는다는 것’만으로도 에너지가 있고 용기가 있는 것이다. 살아남은 자에게는 희망이 있고, 살아남은 자에게만 꿈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 오늘부터 더 잘 버텨보자. 그래도 살아남으려고 애써보자. -p, 192, 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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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내공 - 내일을 당당하게
이시형.이희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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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자신의 대표작이자 최고 흥행작인 영화 <사이코>를 제작한 때가 61세였다. 유럽 패션계를 이끌던 코코 샤넬은 2차대전 당시 나치 첩보원 역할을 한 이유로 15년 동안이나 은둔생활을 했다. 명성을 잃고 잊혀졌던 그녀가 복귀해 세계 패션계에 돌풍을 일으킨 나이는 71세였다.

 

 

경영학의 구루로 칭송받은 피터 드러커는 95세로 사망할 때까지 현역으로 일했다. 80대 후반에 ‘지금까지 쓴 책 중 어떤 책이 가장 자랑스러운가?’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그는 이렇게 답했다. “다음에 쓸 책이지.” 100여 권이나 되는 그의 저서 대부분은 인생 후반전에 나왔다. 하프타임 이후 그는 최고의 지성을 발휘했다. 후반전의 승자가 최후의 승자다. 당신 인생의 중요한 승부는 이제 막 시작되고 있다. -p, 26, 27

 

 

 

 

 

 

 

 

 

한없이 청춘으로 남아있을 것 같아 게으름을 부리다가도 어느 순간 문득, 지금도 너무 늦어버린 것 같아 허둥대기도 합니다.

 

 

이제 4학년이 되어 슬슬 주위에선 취업 이야기가 들려오기 시작하죠.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저도 모르게 요즘은 ‘지금 뭘 시작하기에 너무 늦었어.’라는 생각을 자꾸 하게되는 것 같습니다. 책을 읽으면서도 마음에 여유가 생기지 않으니 자꾸 헛독서를 하는 기분이 들기도 해요.

 

 

책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하고 책을 좋아하는 이미지가 깊숙이 박혀있기 때문인지 사람들은 저에게 책에 관한 말을 주로 하곤 하는데요. ‘책을 읽어야 하는데 못 읽고 있어요.’ 라던지 ‘좋은 책 추천해주세요.’라는 말을 제일 많이 듣지요. 저는 이럴 때마다 거의 ‘여유가 있을 때 여유롭게 책을 읽으세요.’라는 말을 합니다. 마음에 여유가 없는데 읽는 책은 머릿속에 들어오지도 않을뿐더러 가슴에 박히지 않고 글자만 읽어 내려가게 되는 셈이거든요.

 

 

그런데 제가 이번에 읽은 <인생내공>이라는 책은 오히려 마음의 여유가 없을 때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었어요. 인생 100세 시대에 20대는 물론이고 40, 50대도 늦지 않았으니 지금부터 인생을 다시 시작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책이었거든요.

 

 

이 책의 저자이신 이시형 박사님과 이희수 교수님은 각각 80대, 60대에 접어드신 분들임에도 전혀 늦었다는 생각 없이 마치 청춘처럼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계신 멋진 분들입니다. 제가 많은 자극을 받았어요.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자신의 대표작이자 최고 흥행작인 영화 <사이코>를 제작한 때가 61세였다. 유럽 패션계를 이끌던 코코 샤넬은 2차대전 당시 나치 첩보원 역할을 한 이유로 15년 동안이나 은둔생활을 했다. 명성을 잃고 잊혀졌던 그녀가 복귀해 세계 패션계에 돌풍을 일으킨 나이는 71세였다.

 

 

경영학의 구루로 칭송받은 피터 드러커는 95세로 사망할 때까지 현역으로 일했다. 80대 후반에 ‘지금까지 쓴 책 중 어떤 책이 가장 자랑스러운가?’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그는 이렇게 답했다. “다음에 쓸 책이지.” 100여 권이나 되는 그의 저서 대부분은 인생 후반전에 나왔다. 하프타임 이후 그는 최고의 지성을 발휘했다. 후반전의 승자가 최후의 승자다. 당신 인생의 중요한 승부는 이제 막 시작되고 있다. -p, 26, 27

 

 

언젠가 우리 생의 마지막이 될지 모른다. 내일이 될 수도 있고 20년 후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인생 100세, 120세를 준비하며 목표를 세워 살아야 한다. 목표가 있을 때 삶에 대한 확신과 의욕도 커진다. 그리고 그 목표를 향해 걸어가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한순간도 소홀히 보낼 수가 없게 된다. 목표가 이루어지기 전엔 늙어도 안 되고 죽어도 안 된다. 목표가 내 머릿속에 분명히 살아 있는 한 우리 뇌는 그 방향으로 움직이게 되어 있다. -p, 100

 

 

지나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 누가 내 잃어버린 20대를 돌려줄 수 있겠는가. 그러나 뒤늦은 30대에 내게도 청춘이 왔다.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어도 인생은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인생을 다시 시작하기에 늦은 때는 없다. -p, 102

 

 

‘일기일회(一期一會)’. 모든 순간은 생에 단 한 번이며, 모든 만남도 생에 단 한 번이다. 매일 만나는 가족도 ‘지금 이 순간의 만남’은 지금뿐이다. 두 번 오지 않는다. 모든 순간이 소중하다. -p, 133

 

 

르네상스 시대의 거장 미켈란젤로는 89세까지 살았고 죽을 때까지 그림을 그렸다. 괴테는 80세에 절세 불후의 고전 『파우스트』를 탈고했고, 토스카니니는 90세까지 20세기 대표 지휘자로 활동했다. 피카소는 92세까지 왕성한 창작활동을 하며 수많은 명화를 남겼다. 에디슨은 92세의 나이에도 발명에 몰두했으며, 파블로 카잘스는 95세의 나이에도 하루 6시간씩 첼로 연습을 하며 ‘나는 지금도 연습을 통해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의 신행동주의 심리학자 스키너 박사는 78세에 『스키너의 마지막 강의』라는 책을 냈다. 자신이 노인으로 생활해 온 생생한 경험과 심리학적 지식을 통해 삶의 방향을 제시한 책이다. 원제는 『Enjoy Old Age』다. 노년을 즐겨라. 그는 아흔을 앞두고 세상을 떠날 때까지 자신의 책 제목처럼 노년을 마음껏 음미하며 왕성한 사회활동과 학술활동을 펼쳤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앨범은 일흔을 넘긴 노인 다섯 명이 모여 만든 작품이다. 그 음반에 참여해 90세에 그래미상을 수상한 쿠바 재즈의 노장 콤파이 세군도는 이런 말을 했다. “나의 꽃은 아흔이 되던 해에 피었다.”

 

 

가슴이 뛰고 있는 한 늦은 나이란 없다. 노년은 모험을 즐기기에 좋은 나이다. -p, 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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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내가 아빠가 돼서 - 아빠, 그 애잔한 존재들에 대하여
유승준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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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여자를 사랑하는 것이 멋진 남자가 아니다. 세상에 오직 한 사람, 내가 선택한 아내를 사랑하는 것이 멋진 남자다. 내 자식의 엄마를 사랑하는 것이 진정으로 멋진 아빠다. 아빠라면, 이를 잊어서는 안 된다. 지금 내 아들이 보고 있다. 내가 누구를 바라보고 있는지를. -p, 93

아빠나 아들 중에 어느 한쪽이 세상을 떠난 다음에야 그 사랑을 느낀다면 이는 너무 늦다. 살아 있을 때, 내 눈에 보일 때, 그때 소통해야 한다. -p, 187

가족이란 시간을 나누는 관계다. 시간이란 곧 생명이다. 시간을 나누는 것은 피를 나누는 것과 같다. 같이 먹고 마시고 잠을 자고 웃고 울고 떠들고 부대끼며 살아가는 것이 가족이고 그렇게 함께한 시간들이 모여 인생이 된다. 가족이란 그런 것이다. -p, 278

 

 

 

 

 

 

남자친구와 ‘아빠 어디가?’에 대해 이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난 나중에 아들을 낳으면 성동일같은 아빠가 될거야.”

“왜?”

“엄할 땐 엄해야 버릇이 안나빠지지.”

자세한 대화 내용은 기억나진 않지만 대략 이런 내용으로, 평소에 전 이종혁 같은 아빠가 있었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했었기에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다른 의견에 심히 당황을 했었지요. 이렇게 사람들마다 각각 자신이 원하는 아빠에 대한 이미지가 있나봅니다.

요즘은 ‘아빠 어디가?’와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 아빠 열풍이 불어닥치고 있지요. 그저 귀여운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주말을 보낼 수도 있겠지만 저는 이런 프로그램을 보면서 ‘나중에 내 아이에겐 저런 아빠가, 나에겐 저런 남편이 있었으면 좋겠어.’라고 상상을 해보기도 합니다. 이런 ‘좋은 아빠 신드롬’ 때문인지 요즘은 책도 엄마에 대한 내용보다 ‘좋은 아빠가 되는 방법’에 대해 다루곤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요즘 어쩌다보니 육아에 관련된 책을 서평 활동을 통해 많이 접하게 되네요. 아직은 이르다고 생각하지만 나중엔 제가 찾아읽게 될 책들을 미리 읽어둔다는 생각으로 읽곤 합니다.

12편의 소설과 12편의 영화, 총 24편의 작품을 통해 이 작품들에 등장하는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소설 <가시고기>에 나오는 아빠는 아들을 위해 자신의 한 몸을 희생하고 소설 <홍어>에 등장하는 아빠는 아내와 자식을 버린 채 밖으로 떠돌고, 영화 <괴물>에 등장하는 아빠는 딸을 구하기 위해 괴물에 맞서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지요.

세상에는 이 책에 등장하는 아빠의 모습뿐만 아니라 더 다양한 모습의 아빠들이 존재합니다. 전 나중에 제 곁에 자식들로부터 ‘아빠 딸로, 아들로 태어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남편이 있다면 행복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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