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잠들기 전에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6-1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6
S. J. 왓슨 지음, 김하락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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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라도 확실히 알고 싶다. 남에게 전해 듣지 않고, 기억하려고 할 필요가 없는 게 하나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p, 239


 

 

 

 

'괜찮아, 사랑이야'를 보고 관심이 생겨서 보게 된 S. J. 왓슨의《내가 잠들기 전에》. 근 하루만에 4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을 다 읽어버렸다.  

'괜찮아, 사랑이야' 드라마 연출 상 글쓰기에 푹 빠져버리면 시간가는 줄 모르는 조인성(장재열)을 기다려야하는 공효진(지해수)이 조인성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 이런 상황에서 공효진이 손에 쥔 책은 분명 기다림이 지루하지 않을만큼 푹 빠져 읽을 수 있을만큼 재밌는 책이었을테지.

   


 

 

 

 

 

 

《내가 잠들기 전에》이 소설의 주인공인 크리스틴은 자고 일어나면 잠들기 전의 지난 시간들의 기억을 다 잊어버리는 기억상실증에 걸려있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그녀 옆에 누워 있는 낯선 남자. "어떻게 된 거예요?", "당신 누구예요?" 그녀는 매일 묻고, 옆에 누워 있던 남자는 매일 대답한다. "당신 남편이야. 우린 1985년에 결혼했어. 22년 전이지."

 

 

이 소설은 크리스틴이 닥터 내시의 도움으로 잊혀지는 기억을 붙잡으려 일기를 쓰기 시작하고(남편 몰래), 그 일기를 통해 남편 벤이 자신을 계속 속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S. J. 왓슨의 데뷔작이라고 하는 《내가 잠들기 전에》. 데뷔작이라고 하면 나도 모르게 '어수룩한 곳이 많겠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고 읽곤 하는데, 《내가 잠들기 전에》를 읽는 동안에는 이 소설이 데뷔작이라는 걸 느낄 수 없었을만큼, 감히 내가 업신여길 수 없을만큼 푹 빠져서 읽었다. 읽으면서 '대박인 작품'이라며 친구에게도 소개하고, 친구도 이미 빠져들었으니 말 다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하루하루가 그 전날과 분리되기 전에 '매일'이라는 말이 어떤 의미를 가진다면, 매일 내 아이를 보는 게 어떤 것일지 상상해보려고 했다. 나는 매일 아침 눈뜰 때 그가 누군지 아는 것, 크리스마스와 그의 생일을 고대하며 계획을 세우는 것을 상상해보려고 했다. -p, 297

 

​기억상실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보니 자연스레 내가 '잊고 싶은 기억'을 떠올리게 되었는데 가령 술이 떡이 돼서 저지른 생각하기도 싫은 실수라던지,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준 기억 등이 있었다. 지우고 싶은 기억이 있을 때마다 영화 '맨 인 블랙'의 기억제거 장치를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면 내 기억도 상대의 기억도 지워버리고 아무렇지 않은 듯이 새롭게 시작할텐데. 라고 생각을 했더랬다.


 

▲ 혹시 모르시는 분들이 계실까봐 '맨 인 블랙'의 기억 제거 장치, 저걸 보고 있으면 기억이 사라진다. (출처 : 네이버 영화)

하지만 《내가 잠들기 전에》를 통해 실제 기억상실을 경험하고 있는 (특히나 잠들기 전의 기억은 전혀 없는 심각한 기억상실을) 크리스틴의 시점에서 바라보니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날 기억하지 못한다면 얼마나 슬플까. 혹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내가 기억하지 못한다면 얼마나 슬플까 하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다.

​역시 뭐든지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지금 이 순간' 잘 해야겠다는 생각! 또 실수를 저지르면 어때? 그 과정에서 부끄러움을 느끼기도 하고, 미안해하기도 하며 다시 그 관계를 좋게좋게 유지해나가는 게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또 다른 재미가 아닐까. 

 

+ '괜찮아, 사랑이야' 에서 공효진(지해수)은 《내가 잠들기 전에》를 읽으면서 어떤 생각을 하며 조인성(장재열)을 기다렸을까.

(책 읽다가 잠들어버리긴 했다만...)

 







 

+

 

그리고 영화로도 개봉한다!!! 니콜 키드먼, 콜린 퍼스, 마크 스트롱. 캐스팅도 화려하고, 특히 니콜 키드먼이 크리스틴을 어떻게 표현해낼지 정말 궁금하다.

개봉하자마자 봐야지 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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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니맨 - 생에 한 번, 반드시 떠나야 할 여행이 있다
파비안 직스투스 쾨르너 지음, 배명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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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졸업만 하면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날 작정이었다. 이번엔 두세 달로 끝나는 단기 여행이 아니라 1년, 혹은 2년 동안 세상 곳곳을 탐험하는 진짜 여행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젊은이들처럼 나 역시 현실적인 고민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스펙과 커리어 등 직업적 전망도 세워야 했고, 여행 경비도 마련해야 했다. 무엇보다 내 발목을 붙잡은 건 바로 '뒤처짐에 대한 불안'이었다.

 

"1~2년 동안 세계를 여행하겠다고? 간이 부었군. 인생에서 가장 결정적인 시기를 여행으로 탕진하겠다니…… 정말 미친 거 아니야?"

 

동료와 선배들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여행에서 돌아오고 나면 다들 이미 따라잡을 수도 없을 만큼 앞서 나가 있을 거라며 엄포를 놓는 녀석도 있었다. 나는 딜레마에 빠졌다. 전공을 살려 창의적인 열정을 발휘하고 싶었지만, 그렇다고 매일매일 사무실 책상 앞에만 앉아 있고 싶진 않았다. 나는 어제와 똑같은 오늘, 오늘과 똑같은 내일에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p, 10)

 

 

 

 


 

 

 

 

 

내가 아무리 책을 통한 간접경험을 좋아한다지만 남이 다녀온 여행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건 영 적성에 맞지 않는다. 그런 여행기를 보고 있으면 특히 그 여행이 멋지면 멋질수록 질투가 나서 미쳐버릴 것 같달까. (왜 남들이 쉽게 못가는 여행도 다녀오고, 책까지 내서 돈을 버는거야!!! 라는 식의..) 《저니맨》도 나에게 거부감을 일으키기 충분해보였지만 이 책을 한 번 읽어보고 싶었던 건 내가 위에 발췌해 둔 저 부분 때문이었다.

 

이 책의 저자인 파비안 역시 내 또래 20대들과 마찬가지로 여행을 다녀오게 된다면 남들보다 뒤쳐질 스펙과 커리어를 걱정하고 있었다는 점. 대부분의 여행 작가들은 스펙과 커리어 따위는 이미 뒷전인, 내 인생 내가 멋지게 살겠다는데 무슨 걱정이냐! 와 같은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기에 나와 똑같은 걱정을 하고 있는 넌 얼마나 잘해냈나 보자 하는 심보로 읽기 시작했다.

 

 

 

 

 

 


 

 

 

 

 

 

고민이 쌓여갈 무렵, 나는 우연히 '수련여행자'라는 중세의 전통에서 해답의 실마리를 찾아냈다. 수련여행자란 장인이 되기 위해 수련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중세시대에는 장인이 되려면 기술교육을 마친 뒤 얼마 동안 여행을 해야만 했다. 이러한 전통은 비단 길드의 직인들에게만 국한되지 않았고, 17세기 중반부터 19세기 초까지 유럽의 상류층 사이에서도 유행처럼 번져 나갔다. 보다 다양한 문화적 식견과 폭넓은 지적 체험을 위해 상류층의 자제들이 의무적으로 떠나야 했던 이 여행이 바로 '그랜드투어'다. 길드의 장인들이나 유럽의 특권계층은 여행의 비밀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여행을 통해 세상을 배우고 지혜를 얻으며 세계의 문화와 우주의 넓이를 이해할 수 있다고 믿었다. 실제로 수많은 사람들이 치마폭에 싸인 애송이로 출발했다가 두려움을 모르는 진정한 어른이 되어 돌아왔다. (p, 10, 11)

 

 

 

 

 

 


 

 

 

 

 

 

파비안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수련 여행'을 계획했는데 이 점 역시 다른 여행기들과 차별화 될 수 있는 또 다른 이유였다.

 

수련여행 10계명을 세워두고 이 10계명을 지켜나가며(물론 중간중간 이 10계명이 지켜지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2년의 여행을 성공적으로 해낸다. 여행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는 의욕과 용기가 넘치는 사람으로 변해갔고, '여행지를 진정으로 느껴보고 싶다면 현지인처럼 살아보라' 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 그를 통해 알 수 있었다.

 

남들이 다 가는 에펠탑, 피라미드, 자유의 여신상 앞에서 사진을 찍고 오는 그런 여행이 아닌, 여행지 속에서 직접 가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부분을 보려고 노력했고 (수많은 노숙자, 위험한 치안 등) 구경꾼이 아닌 행동하는 여행자로 여행을 했다.

 

또한 그는 여행 도중 독일에 남겨두고 온 여자친구와 헤어지게 되었는데 장거리 연애를 하는 사람들은 이 부분에서 참 많이 공감을 했을 것 같다..

 

 

 

 


 

 

 

 

 

《저니맨》은 책 자체가 참 능동적이다. 책 중간중간 보이는 QR 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인식해보면 파비안이 찍은 동영상이 저렇게 재생된다. 나머지는 귀찮아서 안해봤지만...

그래도 역시나, 난 뒤처짐이 무섭고 그렇기에 아직까지는 이렇게 간접경험으로 만족하련다.

 

 

 

 

 

 

"흔히들 지름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사실은 긴 우회로일 수도 있지. 반대로 우회로처럼 보이는 게 오히려 진짜 지름길이 될 수도 있고 말이야. 자네 마음속에 있는 그거, 한번 실행해봐." -p, 13

​나는 스물여덟 살이고, 이제 곧 날이 밝으면 2.5평짜리 다락방을 떠나 세상 밖으로 나갈 것이다. 돌아올 땐 스물아홉, 혹은 서른이 되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 맞게 될 나의 서른은 한 번도 떠나보지 못한 서른들과는 전혀 다를 것이다. 지금 물러나면 다시는 꿈을 실현하지 못하리라. 가슴이 뛴다. 생에 한 번, 반드시 떠나야 할 여행을 이제 시작하라는 신호다. 창밖으로 출정의 날이 밝아오고 있다. -p, 15

 

여행이란 만남을 뜻하면서 동시에 헤어짐을 뜻한다. 새로운 환경과 낯선 사람을 만나는 것만이 여행은 아니다. 익숙한 환경과 헤어지는 것도 여행이 요구하는 필수 조건이다. 안전하고 익숙한 것에서 멀어질 때 진짜 여행이 시작될 것이다. -p, 28

나는 보다 천천히 걷는 법을 배워야 한다. 너무 빨리 걸으면 세상이 내게 전해오는 속삭임이 쫓아오지 못할 테니까. -p, 33

진짜 세상은 인터넷 검색창에서 찾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자기만의 눈과 귀를 열고 두 다리로 직접 걸어 들어가야만 알 수 있다. -p, 76

돌이켜보면 나는 내 앞의 시간을 '쓸모 있고 없고'로만 구분 지으며 살아왔던 것 같다. 나는 늘 목표가 있었고 시간은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프로세스로 채워졌다. 하지만 강물이 직선으로만 흐르지 않듯이 삶도 언제나 목표한 결말에 유용한 방식으로만 흘러갈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럴 때 마냥 좌절하지 않고 그저 삶 자체를 즐기는 연습도 필요한 것은 아닐까. -p, 99

역시 세상에는  영원히 간직하려는 집착을 버릴 때 저절로 갖게 되는 것들이 존재하는 모양이다. -p, 144

삶의 파도는 순서대로 오지 않는 모양이다. 비극이 꼭 비극만은 아니듯이 절망 속에도 희망의 씨앗이 늘 숨어 있지 않은가. 슬픔, 기쁨, 희망, 절망…… 그 모든 것은 늘 한꺼번에, 동시에 몰려온다. 하지만 어떤 파도에 올라탈 것인지는 오로지 자기만의 선택이다. -p, 153, 154

여행의 전반전에는 그저 나 자신을 시험하고 발전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으나 이제 내가 꾸는 꿈의 방향은 달라졌다. 세상을 바꾸는 가장 명쾌한 모티프는 사랑이다. 사랑하기 시작하자 내가 밟은 땅들이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다. -p, 173, 174

누군가 내게 "여행까지 가서 일하느니 차라리 자금을 넉넉히 준비해서 떠나는 게 낫지 않겠나?"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내 생각은 반대다. ​수련여행을 통해 내가 꼭 깨뜨리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조건이 갖춰져야만 떠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이다. JC처럼 거의 모든 젊은이들은 여행 자금을 벌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낸다. '돈을 얼마나 모아야 떠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저마다 편차가 있지만, 거의 대부분 충분히 마련할수록 안전하다고 대답한다. 하지만 내 경험으로 봤을 때 그런 식이라면 3년, 5년, 아니 10년 뒤에도 못 떠날 공산이 크다. 나는 여행지에서 일하는 대가로 숙식을 제공받는 현재의 방식이야말로 과감히 떠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최소한의 교통비만으로도 출발이 가능하다. 일단 자기가 살던 익숙한 도시에서 한 발짝 벗어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세계 어디서나 써먹을 수 있는 한두 개의 특기나 취미가 있어야 한다. 한마디로 재능을 나누는 대가로 여행을 지속하는 셈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현지인들이 구경만 하는 '그냥 여행자'보다는 '일하는 여행자'에게 더 마음의 문을 열어준다는 점이다. 함께 일하면서 흘린 땀이야말로 친구가 될 수 있는 가장 큰 마중물이기 때문이다. -p, 197, 198

​떠나면 자유로워진다는 말은 살던 곳에서의 의무와 책임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아무런 제약 없이 이제껏 해보지 못한 다른 생각, 다른 고민에 뛰어들 기회를 얻는 것을 뜻한다. 진정한 여행은 현실과 맞닿아 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길을 설레게 만드는 일, 그것이 여행이다. -p, 221

가진 것에 만족하는 것, 그리고 없는 것에도 만족하는 것이 곧 자유다. 이런 자유야말로 최적화된 삶의 방식이다. -p, 296

내가 지난 2년 반 동안의 수련여행을 통해서 얻은 가장 중요한 깨달음도 바로 이것이다. 모든 규칙과 한계는 다른 사람의 경험을 해석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규칙이 나에게도 똑같이 의미 있는 규칙이어야 하는 건 아니다. 우리는 사회적 보편이라는 이름으로 너무나 쉽게 다른 사람의 행동규칙과 삶의 설계를 따른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들이 옳거나 합당하다고 여기는 것을 자식들에게 가르침으로써 그것이 기능하는 시스템을 후손들에게 물려준다. 후손들은 종종 그것을 의심 없이 받아들이고 맹목적으로 따른다. 그것은 불문율에 해당하며 그것을 따르지 않는 사람은 눈총을 받거나 단죄된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각기 다른 욕구, 애정, 습관, 취향을 갖고 있다. 어째서 우리가 똑같은 규칙을 따라야 한단 말인가. 내가 보기에 그것은 말이 안 된다. 나는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지 스스로 찾아내고 싶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나는 여행자로서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나 자신의 한계를 넘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행복한 삶을 찾아 나설 것이고 결코 막다른 길에 도달하지 않을 것이다. 막다른 길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용기와 믿음이 사라질 때만 나타난다. 반대로 한계를 뛰어넘고자 하는 지속적인 노력만이 내게 의미 있는 규칙과 삶의 방식을 찾아낼 수 있다. 커리어가 무슨 의미이고 소유가 무슨 의미인가. 다람쥐 쳇바퀴 또한 다람쥐들의 시각에서 보면 커리어를 쌓는 일이다. -p, 330, 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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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보트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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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굳이 기숙사에 들어가려는 거야? 통학하면 되잖아. 3년 동안은 절대로 이사하지 않을게. 약속할 수 있어. 그래, 그 구리히라라는 지역으로 이사를 가자.

내가 말을 하면 할수록 소코는 슬픈 표정을 지었다.

― 이미 결정했어.

뺨이 통통한 작은 얼굴이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었다.

― 왜?

나는 여전히 납득하지 못하고 물었다. 지금까지 줄곧 둘이서 생활해 왔다. 소코가 바라는 대로 중학교에 다니는 3년 동안 이사를 가지 않고 이곳에서만 생활하고 있다.

― 특별한 이유는 없어. 어쨌든 이미 결정한 일이야.

소코는 완고했다.

― 이게 현실이야.

내 눈길을 피하며 소코가 말했다.

― 나는 현실을 살고 싶어. 엄마는 현실을 살고 있지 않아.

나는 그게 무슨 뜻인지 정확하게 이해할 수 없었다. 다만, 얼굴을 일그러뜨린 채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소코를, 마치 넋이 빠진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 미안해.

나지막한 목소리로 괴로운 듯 소코가 말했다.

― 뭐가?

소코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울음을 참기 위해 코를 풀고 다시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엄마의 세계에서 계속 함께 살지 못해서. -p, 214, 215

 

 

 

 

 


 

 

 

 

 

 

 

도서관에 가면 자연스럽게 에쿠니 가오리의 책이 꽂혀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많은 책을 냈음에도 도서관 서가의 한 칸도 채 되지 않는 자리만을 차지하고 있는 책들을 보면서 그녀가 더 빨리 많은 책을 내주었으면.. 하며 아껴가며 읽었다.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에쿠니 가오리인만큼 그녀의 책은 다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럼에도 선뜻 손이 가지 않던 책이 있었다. 바로 《하느님의 보트》. 그러고보니 아직 《마미야 형제》도 읽지 않았다. 《마미야 형제》는 고등학생 때 읽다가 중간에 반납해버린 기억이 있어서인지 선뜻 다시 읽을 마음이 생기지 않아서 걱정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보자면, 《하느님의 보트》의 노오란 책 표지가 왜인지 촌스러운 옛날 책처럼 느껴지기도 했고(지금은 세련된 표지를 입은 개정판이 나왔지만), 꽤 오래된 책이라 에쿠니 가오리의 미숙한(?) 솜씨를 보게될까 걱정스런 마음도 있었다. (내가 뭐라고 이런 걱정을!) 

 

 

언젠간 읽겠지 하고 있었는데 알라딘 중고서점에 오빠와 같이 간 날, 에쿠니 가오리 책들이 꽂혀있는 서가에서 《하느님의 보트》를 손에 든 나를 보고 오빠는 "내가 이거 사줄게!" 라며 갑작스럽게 선물을 해주었다.

 

 

읽어야 할 책이 쌓여있음에도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 내 손에 들어온 이상 이걸 먼저 읽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 역시 책을 만남에도 타이밍이 필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소설에서 등장하는 말에 의하면 젊은 시절 한 남자와 '뼈가 녹아내리는 사랑'을 한 요코, 그 사랑의 결과 태어난 소코. 이 둘은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1년쯤 머물며 이 도시 저 도시를 유랑하며 살고 있다. 요코는 사랑하는 남자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고, 소코는 그런 엄마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어쩔 수 없이 엄마의 뜻에 따라 다닌다. (매번 전학을 다녀야 함에도 불구하고)

 

 

소코는 나와 참 많이 닮아있었다. 23살이나 나이를 먹었음에도 엄마 곁을 제대로 떠나 본 적이 없는 면이 나와 너무나 닮아있었다.

 

 

대학생이 되어 자취를 하는 애들을 보면서 부러워하면 엄마는 이런 말을 했다. "걔네들은 이제 엄마 곁에서 보내는 시간이 얼마 없는거야. 대학생 때 그렇게 떨어져 있다가 취직할거고, 결혼하잖아. 그치?" 그땐 정말 그 말에 동의하며 "맞아, 이제 엄마랑 살 수 있는 시간이 길어야 5년이겠네." 라는 생각을 했는데 어느새 난 엄마 곁에서 떠나지 못하는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있었다.

 

 

내가 없으면 엄마는 외로워서 슬퍼할거야. 라는 생각이 왜 내 머릿속에 박혀버린건지. 2-3일 떠나는 여행에도 벌벌떠는 모습이라니. 이러다가 '엄마 옆에서 출퇴근 할 수 있는 곳에 취직할거야!' 라거나 '결혼해도 엄마를 매일 볼 수 있는 곳에 살거야!' 라고 하는 건 아닐까......요즘 이런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하느님의 보트》에서 딱 만난 소코는 처음엔 나와 너무 닮은 모습에 안쓰럽더니 결국엔 독립을 이루어냈다. 처음엔 소코와 요코 둘 다 많이 힘들어했지만, 결국엔 둘 다 서로와 떨어져 지내는 일상에 적응을 해냈다.

 

 

덕분에 나도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내가 생각하기엔 길어야 3년즈음 안에 엄마와 떨어져 살아야 할 것 같은데 그런 일이 닥쳤을 때 많이 미안해하지 않기를. 그런 의미에서 이 책 엄마한테도 읽어보라고 해야겠다. 엄만 요코에게 공감하기를.

 

 

 

+

 

또한, 역시나 말 하나 하나가 예쁘다. '가을은 자전거 페달이 가볍게 느껴지는 계절(p,117)' 이라니. 자전거를 타지는 못하지만 얼른 가을이 되어 산책하고 싶어지게 만들었다.

개정판은 번역가도 바뀌었으니, 그것도 다시 읽어봐야지.

 

 

 

 

 

상자 안에 들어갔다는 말은 엄마와 나만이 통하는 표현으로, 이미 지나간 일이라는 뜻이다. 아무리 즐겁고 기분 좋은 일도 지나가 버리면 돌아오지 않는다.

― 하지만 그건 슬픈 일은 아냐.

엄마는 화려한 꽃무늬 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지나간 일은 절대로 바뀌지 않거든. 항상 그 상자 안에 들어 있는 거야. 지나간 일만이 확실한 우리 것이라고 생각해.

4년 전, 처음으로 친구가 생긴 마을에서 또다시 이사를 하는 것이 싫어 울면서 불평을 늘어놓았을 때의 일이다.

― 지나간 일은 모두 상자 안에 넣어 두면 되니까 절대로 사라질 염려가 없어. 얼마나 멋지니?

나는 가끔 그 상자를 상상한다. 어떤 모양으로 생긴, 어느 정도나 큰 상자일까? 뚜껑은 어떻게 생겼을까? 무슨 색깔일까? 아마 그 상자는 화려한 꽃무늬가 있을 것이다. 엄마의 스커트처럼. -p, 18, 19

 

 

화창한 일요일. 버스를 타고 20분 정도 걸리는 도서관에서 책 세 권을 빌려 왔다. 모두 추리 소설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 나는 도서관을 이용해 본 적이 없었지만 한번 이용해 보고 나서 꽤 좋은 시스템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선 짐이 늘지 않는다. 이건 매우 중요한 문제다. 나는 원래 짐이 많은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대학을 졸업할 무렵부터 그런 경향은 더욱 강해졌다. 물건은 소유하는 것보다 버리는 쪽이 훨씬 편하다.

― 그건 생활에 책임을 지고 싶지 않다는 뜻 아닐까?

모모이 선생은 그런 식으로 나를 꾸짖었다.

― 언제까지나 자유롭고 싶다는 뜻 아냐?

사실, 무엇인가를 소유하는 것 때문에 사람은 한곳에 조금씩 얽매이게 된다. -p, 49

 

 

봄은 싫지만 봄바람은 나쁘지 않다. 나는 길을 돌아서 선로를 따라 자갈길을 걷는다. 산책이 좋은 점은 쉽게 고독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p, 51

 

 

10월이 되면 바람이 서늘해진다. 끈질겼던 마지막 더위도 사라지고 담배와 커피가 훨씬 더 맛있게 느껴진다.

이곳에서도 나는 자전거를 이용해서 직장에 다니고 있다. 가을은 자전거 페달이 가볍게 느껴지는 계절이다. -p, 117

 

 

옛날, 엄마는 뼈가 녹아 버릴 듯한 사랑을 했다. 뼈가 녹아 버릴 듯한 사랑이 어떤 것이든, 그 결과 내가 태어난 것이다.

― 너도 언젠가 그런 경험을 하면 좋을 텐데.

엄마는 내게 몇 번이나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미안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덧붙였다.

― 물론, 나와 똑같은 경험을 할 수는 없겠지. 하지만 그와 비슷한 경험.

나는 손톱 정리 도구 세트를 가방에 넣고 만족스런 표정으로 두 손을 바라본다. 손톱 하나하나가 모두 윤기 있고, 만지면 매끄러워서 기분이 좋다.

― 똑같은 경험은 할 수 없는 거야?

내가 묻자 엄마는 이렇게 대답했다.

― 당연하지. 아빠는 이 세상에 한 명밖에 없으니까. -p, 131

 

 

한번 만나면, 사람은 사람을 잃지 않는다.

예를 들면, 그 사람과 함께 있을 수는 없더라도 그 사람이 이곳에 있다면, 하는 상상은 할 수 있다. 그 사람이 이곳에 있다면 무슨 말을 할까, 그 사람이 이곳에 있다면 어떻게 행동할까. 그것만으로 나는 많은 위안을 얻었다. 그것만으로 나는 용기를 내어 혼자 일을 처리할 수 있었다. -p, 138

 

 

엄마가 아빠를 처음 만났을 때, 엄마는 스물세 살이었고 아빠는 스물일곱 살이었다.

하지만 아빠는 엄마에게 이렇게 말했다. 만약 초등학생 때 당신을 만났다면 나는 당신의 어깨에 상처가 생기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을 거야.

중학생 때 만났다면 함께 먼 곳으로 가출했을 거야.

고등학생 때 만났다면 매일 당신을 위해 기타를 연주했을 거야.

만약 대학생 때 만났다면 당신과 나는 절대로 이곳에 있지 않을 거야.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엄마의 어깨에는 싸움 때문에 생긴 작은 상처가 있고, 중학생 시절의 엄마는 어느 날 가출을 했다. 고등학생 시절의 엄마는 '코튼캔디색'의 헤어스타일을 하고 매일 혼자 춤을 추러 다녔다. 사실은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엄마는 지금 이곳에 있다. -p, 154, 155

 

 

말은 위험한 것이라고 엄마는 말한다. 지금까지 어느 누구에게도 흔들리지 않았던 마음의 한 부분이 말에 감동을 받는다면, 그것은 '끝장'을 의미한다고 한다. -p, 207

 

 

― 왜 굳이 기숙사에 들어가려는 거야? 통학하면 되잖아. 3년 동안은 절대로 이사하지 않을게. 약속할 수 있어. 그래, 그 구리히라라는 지역으로 이사를 가자.

내가 말을 하면 할수록 소코는 슬픈 표정을 지었다.

― 이미 결정했어.

뺨이 통통한 작은 얼굴이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었다.

― 왜?

나는 여전히 납득하지 못하고 물었다. 지금까지 줄곧 둘이서 생활해 왔다. 소코가 바라는 대로 중학교에 다니는 3년 동안 이사를 가지 않고 이곳에서만 생활하고 있다.

― 특별한 이유는 없어. 어쨌든 이미 결정한 일이야.

소코는 완고했다.

― 이게 현실이야.

내 눈길을 피하며 소코가 말했다.

― 나는 현실을 살고 싶어. 엄마는 현실을 살고 있지 않아.

나는 그게 무슨 뜻인지 정확하게 이해할 수 없었다. 다만, 얼굴을 일그러뜨린 채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소코를, 마치 넋이 빠진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 미안해.

나지막한 목소리로 괴로운 듯 소코가 말했다.

― 뭐가?

소코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울음을 참기 위해 코를 풀고 다시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엄마의 세계에서 계속 함께 살지 못해서. -p, 214, 215

 

 

"굳이 기숙사에 들어가야 한다면 그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해."

여느 때와 다름없는 얼굴로, 나는 약간 놀라 ― 하지만 사실은 전혀 놀라지 않았던 듯한 느낌도 들지만, 어쨌든 ― '정말?'이라고 물었다. 엄마는 그 말에는 대답하지 않고 말을 돌렸다.

"시험에 합격했으면 좋겠다."

나는 어떻게 대답해야 좋을지 몰라 당황했다. 요즘 줄곧 반항적인 대답을 하는 데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고마워."

간신히 그렇게 말했다. 엄마는 조용히 미소 지었지만 나는 기쁨보다는 쓸쓸함으로 가슴이 가득 찼다.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어느 쪽이든 슬픈 일이다. 엄마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지 않은 것도, 엄마가 주장을 굽힌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엄마가 슬퍼할 것이라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내가 그런 결심을 한 것 역시 처음이다. 틀림없이 후회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아니, 이미 후회하기 시작했다. 기숙사. 엄마와 헤어져 각자의 생활을. 무엇 때문에? 엄마가 허락한 이상, 이번에는 내가 나 자신을 원망할 차례다. 기숙사. 엄마와 헤어져 각자의 생활을. 어째서 굳이? -p, 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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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여자는 위험하다 - 그리고 강하다
슈테판 볼만 지음, 김세나 옮김 / 이봄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평소에도 생각하는 걸 굉장히 좋아해서 남자친구는 나한테 "세은이는 너무 생각이 많아.", 혹은 "무슨 생각하고 있어?" 를 습관처럼 내뱉는다. 이 책 《생각하는 여자는 위험하다》에 의한다면 내 남자친구는 '위험한 여자'를 여자친구로 두고 있다는건데, 난 생각만 많을 뿐 생각을 행동으로 연결시키는 것까진 잘 해내지 못하니 내 남자친구에겐 참 다행이다.

 

 

《생각하는 여자는 위험하다》는 제목 그대로 생각하는 여자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일 수도 있고, 사회 문제에 대한 생각일 수도 있고, 혹은 다른 사람들에 대한 생각일 수도 있는 다양한 생각들. 하지만 이 생각이 생각에서 그치지 않고 행동이 뒤따른다는 점이 나와 다른 점이다. 수전 손택, 마거릿 대처, 시몬 드 보부아르, 마리 퀴리, 제인 구달 등 즉, 작가, 학자, 철학자, 정치인, 저널리스트 등 다양한 분야의 여자들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데 스무 명이 넘는 이 여자들은 나와 같은 여자지만 존경심을 갖지 않을래야 갖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우리나라의 경우만 보면, 여성 대통령이 나올 정도로 지금은 여자에게 많은 권리를 주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여자라는 이유로 무시당하고, 교육을 받지도 못하고, 심지어 낙태를 하면 사형에 처해지는 어마어마한 시대에 살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은 남자보다 더 강인한 모습으로 자신의 삶을 멋지게 꾸려나갔다.

 

물론 요즘도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무시당하고, 심지어 취업을 하는 데에 있어서도 불리한 경우도 많다고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여자들의 위신을 땅에 떨어뜨리는 건 주어진 상황이 아니라 '난 여자니까 어쩔 수 없어.' 라는 비겁한 생각 탓이 아닐까? 나도 가끔 지금 도전하고 있는 모든 일을 내려놓고 '시집이나 잘 가면 되는거지 뭐.' 라는 생각을 한다고 솔직히 고백한다. 다만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날 포기하는 듯 한 생각에 스스로가 부끄러워지는 건 사실이다.

 

모든 여자들이 한 번씩 읽어보면서, 세상에 얼마나 멋진 여자들이 많은지 깨닫고 또 깨닫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 책에서 보여주는 사진들을 보면서 느낀거지만 자신의 삶을 멋지게 살아가는 여자들은 분위기부터가 다르다.

 

특히 첫 번째 사진의 '수전 손택'. 난 딱 저런 분위기를 가진 여자가 되고 싶다. 카리스마 있으면서 여유와 따뜻함을 가지고 있는, 그리고 노년에는 맨 마지막 사진에서 보부아르가 앉아있는 공간처럼 소박하지만 멋지게 꾸며진 공간에서 책을 읽으며 하루를 보낸다면 얼마나 멋진 삶일까.

 

 

 

 

 

 

 

"차도르를 입으면 어떻게 수영을 하죠?"

1979년 9월 오리아나 팔라치는 아야톨라 호메이니에게 예상치 못한 질문을 던졌다.

모하메드 레자 팔레비의 독재왕정을 '이란혁명'으로 몰아낸 직후, 그녀는 맨발에 차도르로 온몸을 가린 채로 호메이니를 만날 수 있었다. 호메이니에게 인터뷰를 요청한 지 열흘 만에 성사된 만남이었다. 호메이니는 물끄러미 그녀를 바라보았다. "우리 문제에 끼어들지 마시오! 당신이 무슬림 옷을 좋아하지 않으면 입을 필요는 없소. 무슬림 의상은 그러니까, 훌륭하고 정숙한 젊은 여성을 위한 거요."

팔라치는 호메이니가 이런 말을 두 번 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그녀는 곧바로 공격에 나섰다. "매우 친절하신 말씀입니다. 이맘. 그리고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말인데요, 전 이 멍청한 중세시대 천을 지금 당장 벗겠습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녀는 행동으로 옮겼고 호메이니는 모욕당한 것처럼 반응했다. 그는 민첩하게―물론 팔라치는 이 민첩성을 예상하지 못했겠지만―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사라졌다. -p, 25~28

 

 

어린아이 때부터 아룬다티 로이는, 그럴듯한 커리어를 쌓기보다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물론 처음에는 자신의 재능에 의구심을 갖긴 했지만 말이다.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처음 시작한 것에서 나도 온전히 싹을 틔운다. 『작은 것들의 신』을 시작할 때에도 그런 일이 일어났다. (……) 나는 한 번도 내가 처한 상황을 괴로워하느라 시간을 허비한 적이 없다. 내 비밀은, 희생자가 되기를 거부하면서 내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다." -p, 72, 73

 

 

반평생을 부당한 권력으로부터 위협받은 아웅 산 수 치는 위기에 처할 때마다 격정에 휩싸여 이렇게 말했다.

"네 품에 자유가 그냥 안겨질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해방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혁명은, 각자가 그것을 위해 기여할 수 있음을 인식할 경우에만 성공할 것이다." 그녀는 말을 이었다.

"기본적으로 용기는 세 가지 분야에서 입증되어야 한다. 보는 용기, 느끼는 용기, 행동하는 용기가 바로 그것이다."

2010 년 덴마크 감독, 앤 자이리더 본은 아웅 산 수 치에 대한 다큐멘터리 <두려움 없는 여인>을 만들었다. 영화 제목은 수 치가 한 유명한 말을 넌지시 암시하고 있다. "부패하는 것은 권력이 아니라 두려움이다. 권력을 잃을 것이라는 두려움은 권력을 휘두르는 자를 부패시키고, 권력의 채찍에 대한 두려움은 권력에 굴복하는 자를 부패시킨다."

영화를 본 한 버마 사람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녀에게 두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녀는 우리 버마 사람들이 용기를 잃지 않도록 두려움을 숨기고 있을 따름이다." 이러한 의무감에서 그녀는 자신의 맡은 바 소임을 다했다. -p, 102

 

 

그녀는 연설하기를 좋아했고,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일찌감치 알고 있었다. 대처의 부모는 그녀를 뒷받침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하게끔 교육했다. 훗날 그녀는 자신을 가르친 아버지의 말을 다음과 같이 회상했다.

"네 친구들이 그렇게 한다고 너도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네가 어떤 일을 한다면 그것이 최선이기 때문이어야 해. 대중을 따르지 말고, 네가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너는 네가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을 결정하고, 필요하다면 대중 앞에 서거라. 그러나 절대로 단순하게 생각해서 그들과 손을 잡지는 말아라."

아버지에게 배운 것들은 그녀의 인격을 형성했고, 이를 통해 그녀는 우리가 알고 있는 마거릿 대처가 되었다. -p, 134, 135

 

 

로마의 밤거리를 함께 산책하며 파울 레는 곧바로 이 '젊은 러시아 여자(말비다 주변 사람들은 루 살로메를 이렇게 부르곤 했다)'에게 빠졌다. 파울 레는 당시 서른일곱 살이던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의 친구였다. 파울 레는 니체에게 이 특별한 젊은 여성과의 만남에 대해 짧지만 열광적으로 이야기했다.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소녀 같은, 순진무구한 성격을 가졌으면서도 에너지가 넘치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현명한 사람입니다."

그러자 니체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그 러시아 여성에게 내 인사를 전해줘요. 이것이 어떤 의미를 가진다면 말이오. 난 그런 부류의 영혼을 열망하고 있소." -p, 161

 

 

"나는 다른 사람을 따라 살 수도 없고, 누군가의 본보기가 될 수도 없다. 나는 내가 원하는 대로 삶을 꾸려나갈 것이고, 그것만은 내가 확실하게 할 수 있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그렇게 걸어가고 싶을 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 세상을 이끌고 있는 이른바 '넘을 수 없는 장벽'이 한낱 분필로 그려놓은 하얀 선이 아닌지 확인해보고 싶어한다."

관습을 거부하는 삶의 태도와 세계관, 스스로 인생을 꾸려나가는 능력으로 루 살로메는 '근대 여성의 아이콘'이 되어갔다. -p, 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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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여행 레시피 Happy Travel 2
김주미 글.사진 / 즐거운상상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여행책추천 / 테마여행] 군산 여행계획은 이 책 한권으로 끝_김주미, 《군산 여행 레시피》

 

 

 

 

 

 

택배가 온다는 것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일이죠....

심지어 그것이 책이면....

 

 

 

 

 

 

 

 

 

 

 

 

 

 

 

이렇게 예쁜 하얀 옷을 입고 저에게 온 책.

 

하얀 종이에 하얀 끈(?)으로 포장을 했는데 이렇게 예쁠 수가 있나요.

(저도 앞으로 책 포장할 때 요렇게 깔끔하면서도 예쁘게 포장해야겠단 생각을 했어요)

 

 

 

 

 



 

 

 

 

 

 

 

 

초로 曰 : 언니 이거 뭐야?

 

김주미 작가님의 《군산 여행 레시피》 !! 진짜진짜 반가웠던건 김주미 작가님이 전주에 살고 계시거든요!!

저도 같은 전주에 살고 있음에도 저와 전혀 다르게 전주의 멋과 맛을 정말 잘 알고계시는 멋진 주미님.

 

'달달한 시에스타' 라는 블로그를 통해서 전주 이곳저곳에 대해 소개해주신 글을 많이 봐왔었는데

이번엔 이렇게 군산 여행에 관한 여행책을 내셨어요!

 

직접 써주신, 심지어 작가님이 직접 제작하신 엽서도 왔는데 내용은 저 혼자만 보는걸로. 미소

 

 

 

 

 



 

 

 

 

 

 

 

초로의 무한한 애정을 받고 있는 《군산 여행 레시피》

 

나중에 군산 여행 갈 때 꼭 데리고 갈게 초로야....

 

 

 

 



 

 

 

 

 

 

 

표지도 정말 예쁘죠!!! 그럼 지금부터 이 책을 소개해드릴게요.

 

 

 

 



 

 

 

 

 

 

 

네!!!!!!!!!

 

군산은 정말, 전주와 차로 1시간 정도 되는 가까운 거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볼거리가 많이 없다는 생각에 한 두번 밖에 가보질 못했는데

《군산 여행 레시피》를 보니까, 제가 군산에 있는 멋진 곳의 1%도 가보질 못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은파랑 철길마을, 이성당만 가봤거든요..

 

 

 

 



 

 

 

 

 

 

 

사진이 흐리네요;

 

* 이 책에 실린 내용은 작가가 직접 여행하면서 취재한 정보를 바탕으로 하였습니다. 교통비, 입장료, 밥 값 등은 2014년 6월을 기준으로 한 것입니다.

실제 여행할 때에는 약간의 금액 변동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냥 인터넷에 널린 정보가 아니라 작가님이 직접 여행을 하시면서 취재한 정보들을 바탕으로!!!

2014년 6월을 기준으로 한거면 정말 최근이죠!

 

 

 

 



 

 

 

 

 

 

 

전 주로 여행을 남자친구와 다니기 때문에 남자친구와 가볼만한 코스를 생각하면서 이 책을 봤는데요.

보자마자 드라이브 코스. 눈에 딱 들어왔어요.

 

저희 저번에 군산에 가선 은파 찍고 이성당 갔다가 문이 닫혀서.... 철길마을 찍고 전주 왔거든요.

 

요즘은 비가 내리니까, 비 그치고 우리가 좋아하는 계절인 가을이 오면 군산 여행 알차게 계획해서 가자 ♥

 

 

 

 



 

 

 

 

 

 

 

군산에 가면 저기 꼭 가볼거에요. 돈가스 진짜 좋아하는데..

 

맛집에 대한 정보엔 주소, 연락처, 영업 시간, 휴무, 가격, 심지어 주차가능여부까지 적혀있어요 :)

 

 

 



 

 

 

 

 

 

 

'남자친구랑 가기 좋은 분식집' 두줄스넥

안그래도 어제 김밥 먹고싶다고 그랬는데...

 

맛집에 대한 작가님의 평도 옆에 저렇게 자세하게 쓰여 있어요!

 

 

 



 

 

 

 

그리고 제가 진짜 꼭 가봐야겠다고 찜해놓은 곳. 군산 실비집이에요! 왜 '전주 막걸리집 만큼이나 싸고 푸짐한' 곳이라고 소개가 되어있을까요?

전주엔 '막걸리 골목'이 있거든요 :)

 

막걸리를 마시러 가는 것보다 상다리 부러질듯한 알찬 안주 먹으러 가는... 전주에만 그런 곳이 있는 줄 알았는데 군산에도 있대요.

꼭 가야해. 오빠랑 둘이 가서 실컷 놀고 먹고, 마지막엔 군산 실비집에 가는거야..

 

 

 

 

 

 

저랑 남자친구는 먹는 걸 진짜 좋아하기 때문에 순전히 제 위주로 《군산 여행 레시피》를 보면서 맛집여행을 계획해봤어요....

 

 

 

 

 

 

맛집 / 카페 / 숙박 에 대한 정보도 자세하고, 각 챕터마다 큰 볼거리(근대문화역사거라, 금강호, 새만금 …)들로 나누어져 있어서

테마를 잡으셔서 각자 어울리는 테마여행을 계획해 보시기도 수월할거에요!

 

남자친구와 군산 여행 멋지게 계획해서 다녀오게되면 블로그에 자랑하러 올게요!! :)

 

 

 

 

 

 

 
 
 
 
 
 
 
《군산 여행 레시피》는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았으며 
리뷰는 오로지 제 개인적인 견해로 작성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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