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이런 가족
전아리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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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볼일 없는 세상이긴 하지만 혼자가 되고 싶지는 않다.

-p, 166










 

9월의 첫 날, 해병대에 입대했던 동생의 수료식이 있었다. 일주일 전부터 엄마는 마치 장거리 연애를 하는 남자친구를 보러가는 것처럼 이것저것 준비하고, 설레하며 잠 못 이루는 날들을 보내고 있었고, 아빠는 겉으론 무심한 척 했지만 그 날 장거리 운전을 위해 컨디션을 좋은 상태로 유지해야한다며 일주일간 금주를 선언했다. 나야 뭐, "왜들 그렇게 난리야! 나 좀 챙겨줘!" 투덜거리면서 7주만에 보는 동생한테 예쁘게 보이려고 샐러드를 주문해서 일주일간 풀때기만 먹는 다이어트에 돌입. 남들이 들으면 '유난떤다' 싶을 정도로 난리법석인 우리 가족이었다.


다른 군대는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해병대는 수료식 때 부모님께 수료 신고(?)를 해야하는 시간이 있다. 가족들이 아들을 찾아서 아들 앞에 자리하기 전까지 해병들은 부동자세로 가족을 기다려야 했는데, (다른 가족들도 마찬가지였겠지만) 혹여나 우리 아들이 조금이라도 혼자 가족들을 애타게 기다리며 서있게 만들까봐 마음이 많이 조급해져 있었다. 


전주에서 포항까지 4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새벽 3시 반부터 출발을 해서 '나는 누구, 여긴 어디'의 상태로 혹여라도 아빠가 졸음운전을 할까봐 옆에서 재잘재잘 떠들며 무사히 포항에 도착해서 동행을 만나고, 반갑고도 괜히 울컥하는 마음에 펑펑 울고, 또 다시 아쉬움을 가득 안고 동생을 들여보내고 전주엔 그날 밤 10시가 넘어서야 도착해서 꼬박 이틀을 앓아누웠다는 이상한 마무리지만, 기분좋고 행복했던 날이었다.


그 이후로 이틀간 앓아누워있으면서 '이런게 가족인건가' 하는 생각을 참 많이 했다. 지금까지 가족에 대해서는 힘이 되는 존재보다는 그저 내 마음을 더 무겁게하고 때론 내 앞길을 막는 짐같다고 느낄 때가 많았는데 이렇게 우리집 아들 얼굴을 잠깐 보겠다고 온 식구가 자신의 시간을 두없이 내어주는걸 보고 '이런게 가족이구나. 어떤 상황에서든 혼자가 되게 두지 않는게, 두말없이 자신의 시간을 기꺼이 내어주는게 가족이구나.' 하는 결론에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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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에 대해 이런 생각을 갖게 되었을때 읽게 된 소설 한 권 《어쩌다 이런 가족》,  읽으면서 내내 한 편의 주말드라마를 보는 듯했다. 


가족의 구성원, 가족의 형태, 가족의 부 등 여러 면에서 다른 모습을 가지고있지만 하나같이 크고 작은 막장을 겪는 가족들, 그리고 결국엔 서로의 시간을 내어주어, 서로의 소리를 내어 그 막장인 문제를 풀어내고 결국엔 서로를 혼자가 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 훈훈한 결말을 가진 주말드라마 말이다.


집안에서 큰소리를 내는걸 금기시여겨 믹서기를 돌릴때조차 방음이 되는 공간에서 돌리는 가족,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가족끼리 있을 때도 넘치는 가풍과 품위를 잃지 않는 이 가족이 겪는 막장은 아무 문제없이 자라주어 믿고있던 첫째 딸의 동영상 유출 사건이었다. 


이 가족이 어설프지만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인간미 넘치게 이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모습을 보자면 주말드라마의 해피엔딩을 하루 빨리 보고싶은 마음처럼, 이 가족의 해피엔딩을 조금이라도 빨리 보고싶어서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빨라진다.





소중했던 사람과의 관계에서 더 이상 희망을 찾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 때…… 이젠 어떻게 해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갈 수 없으리라는 절망을 느낄 때…… 이런 상황이 되기까지 얼마나 숱한 문제들이 있었는지 더는 돌아볼 기력조차 없을 때. 그런 순간마다 화가나고 슬프고 적어도 그 사람이 원망스럽다는 감정이 든다면, 아직 늦지 않았다. 상대를 외면하고 현실을 회피하면 그 틈새로 적막이 흘러들어온다. 적막은 관계를 잠식시키고 서로를 피폐하게 만들 것이다.


감정이 어떤 형태로든 조금이라도 남아 있을 때, 우리는 소리를 내야만 한다. 그 사람이 내 말을 듣고 있지 않다는 걸 알더라도, 그 소리가 가끔은 소음일지라도 내가 지금 이런 감정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상대에게 알려주어야만 한다. 그리고 혹시나 내가 그 사람이 내는 소리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귀를 기울여야 한다.


관계가 어긋난 순간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쉬운 길은 상대를 포기하고 떠나는 것이다. 한동안은 어려움을 겪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사람에 대한 감정은 무뎌지고 떠올리는 빈도가 줄어들며, 다른 무언가에 집중하며 지내게 될 시간은 반드시 온다. 하지만 최선을 다했던 사랑보다는 그렇지 못한 채 끝낸 사랑이 더 오랜 후회를 남기는 법이다. 솔직하게 나의 속마음을 마주하고 그 안에 보이는 그 사람의 얼굴이 아직은 소중한 존재라고 인정할 수 있다면, 적막이 더 빠르게 차오르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최선을 다해보는 편이 좋지 않을까. 그 관계가 가족이나 연인이든 혹은 친구나 오래 함께한 파트너든…… 우리의 삶에서 소중해질 수 있는 존재는 그리 흔치 않다.

-p, 227~228 (작가의 말 中)





무엇보다도 여기에 옮겨적은 '작가의 말' 중 일부에 작가님이 이 소설을 통해 전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었는지 잘 드러난다. 우리의 삶에서 소중해질 수 있는 흔치않은 그 존재를 위해서 기꺼이 적막을 깰 것, 최선을 다 해볼 것, 감정이 남아있을 때 우리의 소리를 내볼 것. 이게 비록 소음이 될지라도 우리의 마음을 소리내어 전달할 것.


꼭 가족 뿐만이 아니라 친구, 연인 등 여러 인간관계에서 적용되는 말일 것이다. 이 글을 읽고 나도 오늘 상대방한테 내 감정을, 내 마음을 전달했다. 이게 그에게 소음이 될지, 아니면 내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 하고 있다는 마음을 전달한 것이 될지는 그 사람이 받아들이기 나름이라 생각한다. 다만, 난 오늘도 기꺼이! 최선을 다 해보았기에 조금의 후회는 덜어낼 수 있겠지.   


    






함께 추락하는 삶은 비극이다. 가족이라면 서로에 대한 예의를 갖추기 위해서라도 다시금 각자 품위 있는 삶의 궤도로 올라야만 한다.

-p, 38



"우리 네 명 다 가족이긴 해도 각자 다른 인격체고, 다른 생각을 하면서 사는 사람들이야. 근데 엄마가 그렇게 고집하는 품위 때문에 속 터놓고 얘기할 엄두도 못 냈어. 서로가 어떻게 사는지, 무슨 생각 하는지 모른 채로 사는 게 가족이야? 남이지."

-, 175



조바심 내지 않고 좋아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언제든 '아니'라는 대답이 튀어나올까봐 불안함에 입술을 틀어막듯 키스하지 않게 되어 다행이다. 건강하게 싸울 수 있어서. 싸운 뒤에도 서로를 떠나지 않을 것임을 믿고 있어서 다행이다. 미래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기에 만에 하나 헤어질 수도 있다 할지언정, 지금만은 그런 순간이 절대 오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p, 204



오늘 저녁에도 이들은 약간은 소란스럽고 사사롭게 투닥거릴 예정이다. 본인들도 모르는 사이.

-p, 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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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루와 라라의 아이스크림 - 숲 속의 꼬마 파티시에 루루와 라라 시리즈
안비루 야스코 글.그림, 정문주 옮김 / 소담주니어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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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비루 야스코의 '루루와 라라' 시리즈, 새로운 이야기가 나왔어요.

이번엔 <루루와 라라의 아이스크림> 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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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재료를 들고가는 루루와 라라를 너구리 라쿤이 도와주었네요.


감사의 인사로 보답을 하려고하니 인사는 필요가 없다고 말하면서

꼬깃꼬깃 구겨진 편지를 보여주는 너구리 라쿤!


이 꼬깃꼬깃 구겨진 편지는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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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깃꼬깃 구겨진 편지의 정체는 바로

감사의 릴레이 편지 였네요!!


감사인사를 하는 대신 이렇게 감사의 릴레이 편지를 받아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릴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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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릴레이의 시작은 슈가 아주머니였어요. 


다친 아기 너구리를 도와주고, 감사 인사를 하려는 아기 너구리에게

이 감사 릴레이 편지를 준거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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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야기를 들은 루루와 라라는

너구리에게 받은 감사 릴레이 편지에 화답하기 위해

숲 속 동물들에게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주기로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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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을 받는 대신 감사의 릴레이 편지를 받아가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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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루와 라라' 시리즈의 하이라이트!

이렇게 아이스크림 만드는 방법, 데코레이션 방법 등이 아이들을 위해 쉽게 설명되어있다는 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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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루와 라라가 바라는대로

감사 릴레이 편지가 많은 사람들에게 돌고 돌았으면 좋겠네요!


아이들과 아이스크림을 만들면서

쉽고 재밌게 '감사'에 대해 이야기해줄 수 있는 고마운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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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서 자유로워지는 시간 - 일생에 한 번 돈 걱정 없는 시스템 만들기
고득성 지음 / 다산북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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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인생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돈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해야만 하는 방어적인 삶이 바로 돈에 사로잡힌 삶이지. 그러한 삶은 자신이 처한 환경을 자기에게 주어진 운명으로 받아들이면서 점점 순간 수동적인 인생이 되고 말지. 돈에 대해 수동적이고 운명적인 관점이 뿌리박힌 사람의 특징이 뭔지 자네는 아나?"


그 이야기가 내 마음을 찔렀다. 미래에 펼쳐질 무궁무진한 기회를 모색하며 능동적이던 내가 한순간 실패한 주식투자와 팔아버린 집에 대한 아쉬움에 사로잡혀 불평과 원망만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돈에 수동적인 사람들은 늘 재정적인 한계를 스스로 그어버린다네. 그러면 테두리 밖을 벗어나지 못하고 현실에 늘 안주하게 되지. 수입에 있어서는 '난 아무리 노력해도 이것 이상은 벌 수 없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지출에 있어서는 '사람이 이 정도도 안 쓰고 어떻게 살아?'라며 스스로 핑계거리를 만들어버리지. 어떤가? 내 말에 공감을 할 수 있겠는가?"


"돈을 잘 관리하고 다스리라는 말이군요. 저는 늘 마음속에 갈등이 있었어요. 제 종교적 신념이 돈을 멀리하라고만 하는 것 같아서요. 그래서 돈을 소유하고 싶은 마음은 크면서도, 돈을 적극적으로 관리하기보다는 오히려 운명적으로 다룰 때가 많았어요."


"돈을 잘 관리하는 것은 돈이 자네의 삶에서 너무 높은 위치에 올라서지 못하도록 돈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을 의미하네. 돈이 부족해서 곤궁에 처할수록 우리 삶에서 돈이 차지하는 영향력은 점점 커져만 간다네. 원하지 않았어도 돈의 노예가 되는 삶을 선택한 셈이지."

-p, 19~20 

 

 









수능이 끝난 후, 아르바이트를 하며 처음으로 직접 돈을 벌었던 때를 떠올렸다. '시급'의 개념이라 일 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내 손에 들어오는 금액은 커졌고, 갖고 싶은 물건이 생겼을 때 더 이상 엄마한테 변명을 늘어놓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꿀맛같았다.

그렇게 한동안은 정신없이 아르바이트에 내 시간 전부를 쏟아부었던 것 같다. 생긴지 얼마 안된 편의점에서 일을 할 땐 (점장님도 운영에 미숙했던 때라) 다른 아르바이트생의 대타를 맡아하느라 내 생활이 사라지기 일쑤였고 주말엔 새벽 6시부터 오후 3시까지는 편의점에, 오후 3시 30분부터 저녁 12시까지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렇게 내 온 시간을 쏟아부어 아르바이트를 한 걸 보면 내 통장엔 많은 금액이 찍혀있어야 맞는데, 돈이 들어오자마자 보상심리로 놀러다니고, 갖고싶은 걸 사고, 친구들이랑 술을 마시러 다니느라 더 허덕였던게 떠오른다.

그때 돈은 나에게 "나를 위해 니 모든걸 바쳐!"라며 날 혹사시키는 가혹한 주인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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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초반엔 뭣모를 때라 그럴 수 있었다해도, 이제 20대 중반이 되니 슬슬 내 주변엔 결혼을 하는 친구도 생기고 사업을 하는 친구도 생겼다. 특히 직장인이 된 어릴적 친구들을 만났을 때, 그 철없던 친구들이 "나 적금은 어느정도 넣고, 보험은 얼마-" 하는 이야기를 나누는 걸 보고 마치 '어른의 대화를 지켜보는 아이'가 된 것 같아 기분이 묘했던 적이 있다. 그렇다. 이제 난 돈 관리에 예민해져야 하는 나이가 되버린 것이다.


'돈 관리'라는 걸 생각하다보면 너무나 막연해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하는지 막막함을 느끼는 건 나 뿐만이 아닐 것이다. 돈 관리는 빨리 시작할수록 좋기 때문에 이렇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지' 하며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이렇게 나처럼 '돈 관리'를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모르는 이들을 위해 추천해주고 싶은 책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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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서 자유로워지는 시간》라는 이 책에서 저자는 SC은행 프라이빗뱅킹 부서에서 일하며 부자 멘토들에게 직접 배운 돈에 대한 이야기를 소설처럼 읽기 쉽게 풀어서 소개해주고 있었다. 특히 나처럼 아직 직장생활을 시작하지 않아서 꾸준히 들어오는 수입은 없지만 '돈 관리'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싶은 독자들에게 처음에 소개되어 있는 '돈에 대한 생각법'은 훌륭한 기틀이 되어줄 것이라 생각한다. 그 외에도, 자녀들에게 투자를 하며 자신의 노후도 생각해야 하는 부모님 세대의 독자에게 유용한 내용도 있고, 꾸준한 수입이 있는 이들에게 은퇴 후에도 걱정 없이 살 수 있도록 대비법도 소개되어 있다.


그동안 돈이라는 가혹한 주인 때문에 인생에서 정말 소중한 순간들을 놓쳐야만 했던 이들이라면, 그리고 이제 이 가혹한 주인에게서 벗어나 돈을 훌륭한 노비로 부리고 싶은 이들이라면 한 번 읽어보길 권한다.







"아무런 준비 안 해도 나의 미래는 걱정 없어"라는 거짓 속삭임을 믿고 복지부동한다면 정작 돈이 필요할 때 궁색하게 되고 남에게 의존하게 된다. 하지만 진짜 필요를 아는 사람은 미래를 대비한다. 다른 사람에게 불편을 주지 않고 배려한다.

-p, 132



여기서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돈이 인생의 행복을 결정하지는 않지만 돈을 벌고 사용하는 것이 인생의 평가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돈의 필요를 제대로 알고 뚜렷한 목적으로 대비하는 사람은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을 안다.


하지만 돈의 필요를 망각한 채 구체적인 준비가 없는 사람은 인생의 말년인 노후에 심각한 위기를 맞을 수 있다. 하고 싶은 욕구만 있을 뿐 철저한 계획이 없는 사람은 망상 속에서 꿈만 꿀 뿐이다. 인생에 들어오는 돈에 대한 차가운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기 바란다.

"그 돈만 잘 관리했어도 이렇진 않을 텐데……."

나는 나이 지긋이 들어 수입이 줄어들 때가 되어서야 두둑한 월급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50~60대 독자들을 많이 만났다. 그분들도 열심히 사셨지만 안타까움에 교훈을 얻으라는 의미로 던져주신 말씀이라 생각하고 내 마음에 늘 새기고 있다.


이제 우리들은 무엇이 진실인지 찾아야 할 시점에 놓였다. 남들처럼 소비하면 돈을 쓰는 그 당시만큼은 마음이 뜨거워진다. 하지만 그 뜨거움은 이내 식어버린다. 진짜가 아닌 가짜 열정이기 때문이다.

-p, 132~133



한창 버는 시절의 돈 흐름이 마냥 지속될 거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지금은 밀물의 때에 서 있기 때문에 돈이 흘러 들어오지만 인생의 썰물 시기인 노후에는 더 이상 물이 들어오지 않는다. 벌고 있을 때, 벌 수 있을 때, 밀물의 시기에 들어오는 수입을 잘 활용하는 것이 재테크의 첫걸음이다.

-p, 136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한 생각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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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 제21회 전격 소설대상 수상작
기타가와 에미 지음, 추지나 옮김 / 놀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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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런 다치바나 선배가 우울증인 게 걱정돼? 너랑 사이가 좋았던가?" 

"걱정된다고 해야 하나. 좀 무섭지 않아?"

눈살을 찌푸린 아케미의 표정에는 불안한 기색이 엿보였다.

"무서워?"

"미식축구부잖아. 우리 대학은 장팀이고 연습도 힘들기로 유명한걸. 그곳에서 줄곧 에이스였던 사람이 고작 석 달 만에 우울증이라니. 사회에서 일하는 게 미식축구부 연습보다 힘들단 소리잖아. 어떡하지. 나는 생각만으로도 기절할 것 같아."

아케미는 양쪽 눈꺼풀 주변에 한층 더 힘을 주었다. 그 불안한 표정이 나에게는 허풍을 떠는 것처럼 비쳤다.

"선배가 정신적으로 약했던 거잖아?"

"아냐, 그렇지 않아. 마음이 나약한 사람이 시합에 나가 활약할 수 있겠어?"

기대한 대답과 달랐는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부루퉁해진 아케미에게 나는 다 안다는 얼굴로 말했다.

"운동하면서 체력적으로 힘든 거랑 사회에 나가서 힘든 건 전혀 다른 장르잖아. 다치바나 선배는 마침 그쪽 방면 압박에 약했던 거야. 어지간히 사회생활 체질이 아니었나 보지."

"그런가."

"선배한테는 미식축구 재능은 있었는지도 모르지만, 직장인의 재능은 없었던 거지."

"직장인의 재능이 뭔데."

입을 더욱 삐죽 내민 아케미가 툴툴거리며 말했다.

"진짜로 잘난 사람이란 어떤 환경에서나 잘나게 돼 있어. 사회에 나가서 가장 중요한 건 체력도 참을성도 아니야. 머리가 얼마나 잘 돌아가는가 하는 점이지. 어떤 사람과도 일해 나갈 수 있는 적응력이랑. 말하자면 '생존 능력'이 있는 사람이 강한 거야."

나에게 이야기해 봤자 입만 아프다고 생각했는지 그때 이후로 아케미와의 대화에 다치바나 선배 이야기가 나온 적은 없었다.


만약 타임머신이 있다면 그때로 돌아가 의기양양하게 떠드는 내 멱살을 잡고 "입 다물어, 멍청한 놈아!" 라고 소리 질러 주고 싶다.

아케미는 그때부터 나보다 훨씬 냉정한 시선으로 사회를 바라보고 민감하게 그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그에 비해 나는 자신이 '생존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자부하는 단순한 바보였다. 사회를 너무 우습게 보았다. 그리고 지금, 바보의 착각은 산산이 부서지고 사회의 냉엄함과 자신의 무력함을 통감하고 있다.

다치바나 선배는 지금쯤 어쩌고 있을까.

그 뒤 이야기를 들어 둘걸 그랬다고, 새삼 후회했다.

-p, 14~16

 














지금 이 순간에도 취업을 하기 위해 누군가는 밤낮을 잊고 자기소개서를 수백번 고쳐적고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온몸이 덜덜 떨리는 압박면접을 견뎌내고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나처럼, 그토록 좋아하는 친구, 연인과도 연락을 끊고(혹은 줄이고) 고독하게 공부를 하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치열한 시간을 거쳐 원하던 직장에 또는 기준을 낮춰 겨우 들어간 직장에 출근을 하게 된다면 그걸로 모든게 끝난 것일까? 그 이후엔 낯선 업무 환경과 맞지 않는 직장 상사, 동료를 견뎌내는 치열한 시간이 다시 찾아올지도 모른다. 그때 우리는 어찌해야하나.

워낙 아침엔 맥을 못추는 뼛속까지 올빼미형 인간인지라 아침 일찍 나가야할 일이 있어 잠이 덜 깬 몸을 겨우 끌고 샤워를 할 때마다 이런 생각을 했다.
"취직하면 이 시간에 일어나서 씻는 짓을 매일 해야하는거잖아, 끔찍해!!!!!"
아, 그때마다 내일이면 다시 늦잠을 자도 된다는 사실이 어찌나 감사하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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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회사 생활에 대해 공포를 느끼고 있는 내가 이번에 소개 할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는 파격적인 제목 때문에 출간 전부터 관심을 갖던 소설이었다. 다 읽고나서 이 책을 지금 읽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책이나 영화 속 주인공의 모습에 영향을 많이 받는터라, 만약 사회생활에 갓 발을 들여놓은 신입사원이었다면, 게다가 여기저기서 치이는 상황이었다면 "그래! 이런 삶이라면 용납할 수 없어!" 하고 충동적으로 사직서를 던져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소설인만큼 그려진 상황이 극단적이지만, 충분히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들이 펼쳐진다. 주인공(아오야마 다카시)의 모든 행동이 마음에 들지않아 항상 소리를 지르는 상사, 후배가 잘 되는 꼴을 못봐 뒤에서 방해하고 앞에선 도와주는 척 하는 선배, 내 뜻대로 따라와주지않는 고객. 주인공의 상황에 감정이입을 어찌나 했던지 정신을 차리고보니 미간에 주름이 잡히도록 인상을 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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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철없는 대학생활을 하며, 날이 밝아오는지도 모르고 부어라 마셔라 술을 마셨던 언니, 오빠들도 SNS를 통해 들려오는 소식을 보면 어렸을때 보아왔던 멋진 직장인이 되어 있었다. 이제 나와 내 동기들의 차례. 

벌써 입사한지 5년이 되었다는 한 오빠의 글 아래, 내 동기가 남긴 '요즘은 오빠가 정말 대단해보여요' 라는 말에 괜히 마음이 찡-했다. 지금 우리의 눈엔 그 어려운 취업의 문을 일찍 열고 들어간 오빠의 모습이 대단해보이겠지만, 우리가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아침이 오는게 싫을 정도로 힘든 직장생활을 5년이나 아무 탈 없이 해냈다는 사실이 대단해보이겠지.

졸업이 좀 늦어서 마음이 조급할 때마다, 먼저 취업한 친구들이나 언니, 오빠들을 만나면 항상 "세은! 학생일때가 좋은거야." 라는 말을 듣고 위안을 얻곤 했는데 지금은 학생도 아니고 직장인도 아닌 이 애매한 신분(?)이 어디에 마음을 둬야할지 모르게 많이 불편하다. 학생일때가 사무치게 그리워질지라도 내가 "학생일때가 좋은거야. 직장인은 얼마나 힘든 줄 알아? 에휴" 라는 말을 해줄 수 있도록 오늘도 긴 공부를 시작해야겠다.

 
+
이 소설엔 회사일에 치여 죽기 직전에 주인공의 손을 잡아준 친구 야마모토가 나온다. "회사일이 힘들수록 버티라고? 힘들수록 때려치워! 네 인생이잖아" 라는 어찌보면 철없는 소리를 하는 친구이지만, 이런 마음을 쉽게 갖지 못하는 간이 콩알만한 겁쟁이같은 나에겐 회사생활을 하며 이런 친구가 꼭 필요할지도 모른다. 
내 인생은 회사를 위한 인생이 아닌, 나를 위한 인생이라는 사실을 옆에서 상기해주는 야마모토같은 친구가.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는 그런 친구를 옆에 둔다는 마음으로 읽었으면 좋겠다. 현실의 내 친구들은, 그 친구들 스스로도 각자 삶에 치여 자신의 인생을 제대로 붙잡고있는 것도 힘들어할지 모르니.





― 괜찮아. 인생은 말이지, 살아만 있으면 의외로 어떻게든 되게 되어 있어.

어머니는 여전히 밝은 목소리로 나를 격려하듯이 말했다.
살아만 있으면.
이 말에 심장 안쪽이 욱신거렸다. 그와 동시에, 내가 하려 한 짓에 대한 죄책감 같은 것이 마음속에 소용돌이 쳤다.
-p, 171


"너는 사회를 몰라! 이런 일로 좌절하는 놈은 말이지, 살면서 뭘 해도 글러먹게 돼 있어!"
호흡 곤란 직전까지 몰리면서도 어째서 저렇게 외치고 싶은 걸까.
게다가 생판 모르는 남이 내 인생에 대해 왜 이러쿵저러쿵 훈수를 두는 걸까.
내 인생에 참견할 수 있는 사람은 진심으로 나를 걱정해 주는 사람뿐이다.
-p, 196


"나는 세상을 바꿀 수 없습니다!"
다들 잠시 숨을 멈추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바꾸기는커녕 이 사회 하나, 이 부서 하나, 마주한 사람 한 명의 마음조차 바꿀 수 없는, 이토록 보잘것없고 장점 하나 없는 인간이 나예요."
어느새 눈물이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이런 나라도 한 가지만은 바꿀 수 있어요. 바로 내 인생입니다. 자신의 인생을 바꾸는 것은 어쩌면 주변의 소중한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는 것과 이어져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걸 깨닫게 해 준 사람이 있어요. 제게는 친구도 있어요. 걱정해 주는 부모님도 계세요. 아직은 나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뭘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뭘 하더라도 좋아요. 그저 웃으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갈 겁니다. 스스로에게 거짓말하지 않으며 살아갈 겁니다. 부모님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갈 겁니다. 그것만으로 충분해요. 지금의 제게는 그것이 전부입니다."
-p, 199~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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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눈에만 보이는 것들 - 정여울과 함께 읽는 생텍쥐페리의 아포리즘
정여울 지음 / 홍익 / 2015년 12월
평점 :
품절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을 하나하나 특별한 눈으로 바라본 사람. 

그 별 중 하나를 어린 왕자의 별로 만든 사람. 

별을 바라보고 또 바라보다가 별을 닮아간 사람.

마침내 스스로도 별이 된 사람.

생텍쥐페리를 기억하며. 


온 세상을 '장밋빛' 다정함으로 물들이고 싶은, 이 세상 모든 어린 왕자들의 눈물겨운 사랑을 힘차게 응원하며.

-p, 프롤로그 中













옷만드는솜님 블로그에서 정여울 작가님의 《마음의 눈에만 보이는 것들》이라는 책 서평단 신청하는 글을 보고 한 친구가 떠올라 바로 신청했다. 


내성적이고 남보단 나를 먼저 생각하는 고등학생 시절의 내 곁에 항상 껌딱지처럼 붙어있어주면서 좋은 영향을 주었던 친구. 활발해서 친구도 두루두루 사귀었던 친구여서 나와는 많이 다르다고 생각했었는데, 정말 중요한 부분에선 신기하게도 많이 닮아있었다. 여자는 비밀 이야기를 하면서 가까워진다고 하는데, 그렇게 내 비밀을 그 친구와 나누고 그 친구의 위로를 받으며 더욱 가까워졌다. 그러던 그 친구가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를 읽고 어찌나 좋아하던지, 이 책을 보자마자 그 친구가 떠올랐고 옷만드는솜님에게도 그 친구가 생각나 신청한다는 글을 적었더니, 감사하게도 이 책을 보내주셨다. (그런데 이렇게 감사의 글이 늦어져서 많이 죄송해요ㅠㅠ)


외국에서 공부를 하다 12월 초 쯤, 한국으로 친구가 돌아왔는데 지금 내가 한창 시험준비 중이라 연락만 잠깐 하고 얼굴을 못보고있었다. 엊그제 가족끼리 망년회를 하고 들어와선 술기운에 '통화 할까?' 뜬금없는 연락을 했더니 '그러엄!!!' 하고 받아주었던 친구. 그렇게 친구의 목소리를 듣고 '내 일 바쁘다고 널 못챙겨줘서 미안하다' 며 목놓아 울어버렸다. 넌 그래도 된다고, 니 마음 다 안다고 다독여줘서 다음날 소세지처럼 퉁퉁 부어버린 눈에도 기분이 좋았던 기억. 지금은 친구가 잠깐 서울에 가있어서 각자 바쁜 일을 무사히 끝내고 만나면 꼭 이 책을 전해주고 싶다. 내 마음을 한껏 담아.







  


 

마음의눈에만보이는것들 정여울 1.jpg


 

 

 








친구에게 선물하기 전, 미리 살펴본 《마음의 눈에만 보이는 것들》은 몇 페이지 보지 않았음에도 이 책은 선물하는 사람도, 선물받는 사람도 행복해지겠다 싶은 책이었다.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소중한 장미꽃 한 송이씩을 간직할 수 있게 해준 생텍쥐페리의 여러 작품에서 꼽은 문장들에 정여울 작가님의 생각이 덧붙여져 있다. 왼쪽 페이지엔 생텍쥐페리의 문장이, 오른쪽 페이지엔 그 문장에 대한 정여울 작가님의 생각이. 


책을 읽을 때 책 전체의 느낌보다 부분부분의 문장이 나에게 전해주는 느낌을 더 좋아하는 나의 책 읽는 방법이랑 닮아있어 반가웠고,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었던 아름다운 문장들에 대한 정여울 작가님의 생각을 엿볼 수 있어 소중했고, 생텍쥐페리의 작품이라곤 <어린왕자> 밖에 모르던 나에게 더 많은 생텍쥐페리의 작품과 그 작품 속 문장들을 알아갈 수 있어서 고마웠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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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고 다정한 생텍쥐페리와 정여울 작가님의 글과 더불어 '밖에 추우니까 나갈 일 있으면 옷 따뜻하게 입고 나가' 하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걱정어린 말에 이불 속에 들어가 책을 살펴보는 내내 내 마음도 따뜻해졌다. 이 책으로 올 연말을 따뜻하게 마무리 할 수 있어서 고마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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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눈에만보이는것들 정여울 3.jpg

 

 


 




  




'오직 마음으로 볼 때만 분명하게 보인다.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기에.'  

라는 이 말처럼, 친구가 이 책을 받을 때 친구에게도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내가 친구를 생각하는 마음이 전해질 수 있기를 바란다.








옷만드는솜 님 :)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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