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양형 이유 - 책망과 옹호, 유죄와 무죄 사이에 서 있는 한 판사의 기록
박주영 지음 / 김영사 / 201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성범죄에서는 프레임이 더욱 극적으로 대립한다. 실제 성범죄로기소된 피고인이 가장 많이 구사하는 프레임은, 피해자가 돈이나 모종의 이익을 위해 자신을 유혹했다는 꽃뱀 프레임, 자신을 사회적으로 매장하기 위해 성범죄자로 몬다는 복수 프레임, 피해자가 자신이한 행위의 의미를 오해해서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착각 프레임, 피해자와 합의를 했다거나 피해자가 오인할 만한 행동을 했다는 유발 프레임, 세상에 널렸는데 왜 자신만 문제 삼냐는 억울 프레임 등이 대표적이다.


피고인에 비해 피해자의 프레임은 단순하고 명확하다. 자신이약자이고 이 범행으로 크나큰 고통을 겪고 있으며, 파렴치한 피고인을 엄하게 처벌해달라는 것이다. 피고인이나 변호인은 피해자의 프레임을 깨기 위해 피해자를 거칠게 공격한다. 피해자가 성적으로 문란하다거나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이라거나, 약자는 오히려 무고를당하고 있는 자신이라는 식이다. 이때도 약한 척하는 악녀와 무고하게 당하는 남성의 프레임이 등장한다. 약자와 강자의 프레임은 재판에서 고전적인 쟁점인데, 선한 약자와 악한 강자의 프레임이 깨질때, 즉 악한 약자라는 이미지가 부각될 때 판단에 혼란이 온다. 피고인은 이 지점을 노리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관점은 최소한 유무죄를 판단하는 영역에서는 오류다. 불법과 적법의 영역에는 선악이 개입될 수 없다.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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