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빈치 코드 열풍과 더불어 팩션이란 용어가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되면서 <다빈치 코드>가 팩션의 대명사처럼 생각되지만... 팩션소설은 아주 오랜전부터 존재하고 있었다. 요즘 정조독살설과 그에 관련 책들에 많이 출간되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에 맞춰 출간(1993)된 지 10여년 동안 100만부가 넘게 팔리고, 영화로도 제작된 <영원한 제국>이 제출간 되었다. 이인몽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극의 주인공을 내세우면서 정조 당시에 있던 여러 실존인물들과 상황 등을 이야기한 면에서 보면 역사소설이면서 추리소설의 스타일을 따른 팩션소설이다. 영원한 제국은 저자(작중화자)가 우연히 <취성록>이라는 책을 발견하게 되면서 시작된다. <취성록>은 정조시대에 규장각의 대교 이인몽이 작성한 책으로 규장각의 검서관 장종오가 살해된 날 일어났던 하루동안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궐 안에서는 정종오라는 정5품 검시관의 죽고, 궐 밖에서는 채체공의 아들 채홍원(이숙)이 서학쟁이 누명을 쓰고 옥고를 치루다 애석하게 죽게된다. "시경천경록"과 "시경천경록고"가 감쪽같이 사라지고, 정종오의 죽음이 자연사가 아닌 타살의 흔적을 발견하게 된다. 채홍원의 죽음도 시경천경록과 연계되어 있음을 알게된다. "선왕의 금등지사(金縢之事)"이런 일련의 사건들을 배경으로 정약용, 이익훈, 심환지, 이조원, 서용수 등 당시에 쟁쟁했던 실존인물들이 등장한다. 왕을 위시한 남인과 노론 세력들간의 권력과 생존을 위한 치열한 암투가 전개된다. (여기서 금등지사는 노론과 소론의 당파싸움에 의해 희생된 사도세자(장헌세자) 일에 대해 영조가 후회하는 내용을 담은 책이다. ) 조선왕조의 역사를 살펴보면 몇몇 왕들의 독살설들이 있다. 그 중에서도 강력한 왕권을 행사하려 했던 정조의 독살설은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실제로 이 책을 쓰게 된 모태가 저자가 어렸을 때 들었던 "정조독살설"에 흥미를 가지면서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와 관련된 책들을 읽으면서 자연스레 고서와 역사와 친해지게 되어 여러자료들을 토대로 탄탄한 스토리를 좀 더 설득력 있게 전개한다. 약간 어려운 고어들이 등장하는데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사전을 찾아보면서 읽는 재미도 솔솔하다.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영원한 제국은 없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저자는 왜 "영원한 제국"이라고 제목을 붙였을까?! 정조가 바랬던 이루지 못한 "영원한 제국"을 바라는 마음에 쓴 것은 아닐까?! 책을 읽다보니 작가의 박학다식에 놀랐는데 스물일곱에 썼다는 것에 다시한번 놀랐다. 독서광인 저자가 이 책을 쓰기위해 관련 서적과 고서들을 200여권이나 완독했다고 하니...작가의 대단한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논외지만 잠깐 작가에 대해 살펴보자. 이인화는 필명으로 본명은 "류철균"이다. 필명을 이인화로 한 것에는 두가지 이유가 있는데...이인화는 "염상섭"의 <만세전>의 주인공 이름이면서, 평론과 소설을 겸하는 두 사람(이인화)이라는 뜻도 있다고 한다. 어쨌든 이인화는 평론과 소설을 겸하면서 자신의 소설을 자신이 스스로 평 하는 좀 어찌보면 뻔뻔스럽고 어이없는 자화자찬을 하기도 한다. 이인화의 <인간의 길>에서 박정희를 너무 미화했다는 많은 비평을 받은 저자에게... 정혜신은 <사람vs사람>이라는 그의 책에서 이인화에게 "아무리 산떠미처럼 많은 자료를 보면 무엇하겠는가? 애초부터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자료만 선택해서 재구성하면 견뎌낼 장사가 없다"라고 했다. 아무리 다독을 하고 수많은 자료를 찾더라도 자신이 이미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방향으로 글쓰기를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책속에서 저자는 유신에 대해 정조시대의 유신과 박정희의 유신은 분명 다르다고 이야기 했었다. 하지만 왠지 저자는 <영원한 제국>의 정조와 <인간의 길> 박정희를 비슷한 맥락에서 보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비평가 류철균과 작가 이인화로 살고있는 저자에 대해 그의 작품성과 천재성엔 박수를 보내지만, 아직까지 우리에겐 익숙하지 않아서인지는 몰라도 자신의 글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를 보면 자신만만한 "자신감"이라기 보다는 "자만감"으로 비춰지는 것은 왜일까?! 각설하고 <영원한 제국>은 "정조독살설"과 역사팩션소설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 볼 가치가 있는 팩션소설임은 분명하다. 저자도 이야기 하지만 정조의 여러 정책들을 보면서... 정조 이후의 조선왕조는 과히 혼돈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정조 이후에 이렇다고 할만한 왕도 없었거니와 열강들의 침입과 다른 여러면에서도 굉장히 어려움을 겪게 된다. 좀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지 않았을까?! 물론 역사에 만약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만약 정조가 독살(설득력이 높아 그렇게 믿고 이야기 하자면)되지 않고 자신의 뜻을 이루어 절대왕정을 이뤘다면... 우리나라 역사가 어떻게 달라졌을지 자못 궁금해진다. 책 속의 금등지사 - <시경> 빈풍편 中 올빼미(鴟梟) - 올빼미야 올빼미야 내 자식을 잡아먹었거든 내 둥우린 헐지 마라. 알뜰살뜰 길러낸 어린 자식 불쌍하다. 하늘 흐려 비 오기 전 뽕뿌리를 벗겨다가 창과 문을 엮었더니 이제 너희 낮은 백성이 감히 나를 모욕하느냐. 이 두 손을 바삐 놀려 갈대 이삭 뽑아다가 하루 모으고 이틀 모으고 입부리도 병들었네. 내가 쉴 곳 없었기에 내 날개는 늘어지고 내 꼬리는 맥빠졌네 내 둥우리 위태롭게 비바람이 흔드나니 슬픈 울음 절로 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