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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로시카 다이어리
메리 발렌티스 외 지음, 어윤금 옮김 / 마디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로빈슨크루소의 사치라?!... 배가 난파되어 무인도에 표류한 크루소가 도대체 무슨 사치를 했다는 거지?! 표지도 노랑 바탕에 팝아트 그림들... 왠지 괜찮은 소설책 같은 느낌이 든다.
책을 대충 훑어만 봤을 때는 그림도 있고 해서 금방 술술 읽혀질 것 같았는데... 막상 1장부터 읽기 시작하는데 생각보다 진도가 안 나갔다.
제목만 보고 이 책을 선택했다면... 아마도 몇장 넘기지 않아서 책을 덮어버리거나 수면제가 될 지도 모른다.
나는 지루하고 진도가 안 나가는 책이 있으면 과감히 덮고 다른책을 읽는다.
또 술술 넘어가는책을 한권 읽었으면 깊이있게 읽을 책을 있고 강약을 조절해 가면서 읽는다.
나름대로 나만의 책 읽는 방법이랄까?!라고 생각했으나 아마도 다들 그렇게 읽지 않을까한다.-_-;;;ㅎㅎ
어쨌든 <로빈슨 크루소의 사치>는 출퇴근시간을 이용해서 이틀이 넘게 걸렸다. 처음 1장이 좀 더디게 나가는데 반해서 2장과 3장은 술술 넘어간다.
이 책은 크게 소비의 사회와 현대사회와 팝아트, 그리고 현대성의 풍경 이렇게 3부로 나누어 이야기 한다.
1장은 현대 소비사회에 대한 전반적인 분석과 함께 소비의 특징과 계급이나 계층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현대사회를 분석한 여러 학자들의 분석도구와 해석들이 소개되며, 인디언 축제인 포틀라치를 통해 낭비와 사치의 문제를 되돌아본다. 또 소비기호 그리고 차이화, 노동과 여가, 유한계급과 무한계급의 소비 양식 등을 다루고 있다.
2장은 현대성의 특징을 압축해 보여주는 팝아트에 관한 내용이다.
앤디 워홀을 비롯한 여러 팝아트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작품에 깃들어 있는 현대사회의 특징을 이야기 한다.
3장은 광고, 유행, 육체, 키치, 자동차 등 현대사회의 풍경을 현장감 있는 실례들과 다양한 이미지 자료를 통해 이야기한다.
책 표지에도 나와있지만 책 중간중간에 팝아트 작가들의 작품을 골고루 배치하고, TV나 잡지 등 여러 매체에 실린 다양한 광고와 이미지를 곁들여서 책을 읽는 즐거움과 함께 보는 시각적인 즐거움까지 주고 있다.
1장을 읽는데 저자가 소비에 관해 언급하면서 모스의 <증여론>이나 <풍요로운 사회>등을 인용했는데... 지금시대와 그때시대의 소비개념이나 여러 사회적 환경이 많이 변했다는 것을 감안해서 읽는데, 저자의 말의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몇군데 있었다.
소비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포플라치를 예로 들어 설명했는데... "선물을 주고 환대를 베풀며, 결국에는 미친 듯한 소비와 파괴행위로까지 이어지는 포틀라치의 관습은 단순히 인디언 사회 특유의 관습이 아니라 모든 문명 사회를 지탱하는 기본 원리"라고 모스가 증여론에서 말한 부분을 인용하기도 한다.
2장 3장에서는 수박 겉핥기식으로 알고 있던 팝아트라는 장르 자체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 수있었고, 우리가 알고있는 광고나 여러 매치들이 우리가 알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것까지 순수예술이나 창작품이라고 고가에 판매되고 하는 것들을 보면서... 역시 다양하고 넓은 세상에 살아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책에서 저자가 인용한 <풍요로운 사회>나 <증여론>, <소비의 사회>등 여러 책들을 읽어보고 싶어진다.
처음엔 지루하고 더디나가는 부분만 잘 견뎌낸다면... 참 잘 읽었다는 생각과 함께... 팝아트라든지 소비의 재해석, 현대성의 재해석 등 새로운 앎에대한 즐거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한번 느꼈다. 음식을 편식하면 안되듯이 책도 편독하면 안되겠다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