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럿 피쉬
오오사키 요시오 지음, 김해용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19년 동안이나 연락 없이 지내던 옛 연인이 갑자기 전화를 한다.
그것도 새벽 2시에 "알겠어?"라는 한 마디... 소설은 그렇게 시작한다.
슬픈 러브스토리라고 해서 기내심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읽기 시작했으나... 몇 페이지를 읽자마자...
러브스토리는 아니네!!!라는 느낌이...

현명하고 현실적이라고 생각되는 유키코에 비해
주인공 야마자키는 왠지 자신의 삶에 대해 너무 낙관적으로 무관심하게 산다는 생각도 들고 제 3자의 입장에서 보면... 좀 답답한 케릭터라고 해야하나?! 호감가는 케릭터는 분명 아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야마자키와 나의 공통점 한 가지를 발견하면서 막 웃었다.
야마자키와 유키코를 연결시킨 연결고리이기도 한 야마자키의 방향치... 난 방향치라기 보다는 길치에 가깝다. 때론 장점이기도 단점이기도 하다.

이야기에 이쓰코(당하는 여자 입장에서나 독자들이 볼 때는 요부이고 사이코에 변태)가 등장한다.
그녀는 한번도 이야기의 중심에 서서 직접적으로 나타나지는 않고 주인공들의 입을 통해 나오지만...
소설의 전개에 있어서 결코 빠질 수 없는 존재다.
왜 같은 상황을 여러번 당하면서도 유키코는 왜 이쓰코와 계속 연락을 하면서 지냈던 걸까?!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래서 나름대로 생각해 봤는데...
이쓰코가 동일인물 일수도 있고, 유키코의 상상일수도 있고, 또 어쩌면 자신의 사람을 뺏은 상대방 여자를 유키코가 이쓰코로 동일시 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뭘 말하려고 했을까?!
인간관계, 인연의 소중함과 사람에 대한 소중함? 또 뭐가 있지?!
작가가 의도한게 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난해해서 한번쯤 더 읽어봐야 할 듯...
"사람은, 한번 만난 사람과는 두 번 다시 헤어질 수 없다. 사람에게는 기억이라는 능력이 있고, 좋든 싫든 그에 대한 기억과 함께 현재를 살아가기 때문이다."
이 말은 왠지 인연설과 닿아있는 듯도 하고 이 책의 핵심을 말하는 듯도 하다.

<파일럿 피쉬>를 다 읽고서 이어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다시 한번 읽는데...
두 주인공들이 왠지 모르게 닮아있었다. 문체가 좀 닮아서 일수도...
아마도 같은 일본작가들이 써서일까?! 확실히 우리나라와는 정서가 다른 것 같다.

이 책 제목이기도 한 파일럿 피쉬...
수족관을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 파일럿 피쉬를 먼저 넣은 후 다른 물고기들을 넣으면... 좋은조건의 수족관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물고기들(파일럿 피쉬)은 죽게된다. 파일럿 피쉬... 약간은 서글픈 생각이 든다.
인생에서도 그럴지도 모른다. 이게(파일럿 피쉬 이야기) 대를 위한 소의 희생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또 어쩌면 세상에는 기꺼이 자신 스스로가 파일럿 피쉬가 되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을지도...

이 책을 읽으면서...
나두 10년 20년 후에... 그냥 편하게 전화해서 "나야, 잘 있었어?!"라든지 "알겠어?"라고 할 수 있는사람이 있을까?!라는 질문을 나에게 던져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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