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꿈의 도시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12월
평점 :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은 웃음과 함께 감동을 준다. 우리식으로 보자면 해학이 담겼다고 볼 수 있다.
다양한 인간군상들이 나온다.
<꿈의 도시>에서 벌어지는 다섯가지 이야기들이 옴니버스 형식으로 펼쳐진다. 630여페이지에 달하는 다소 두꺼운 책의 무게감이 오쿠타 히데오의 작품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꿈의 도시인 유메노"는 유노, 메카타, 노카타 이렇게 세개의 도시를 합치고 각 도시의 첫자를 따서 "유메노"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한 도시이다.
첫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이혼한 30대 공무원인 아이하라 도모노리로 시청의 생활보호과에 근무한다.
일본의 경제성장이 둔화되면서부터 생활보호 대상자들이 늘어나고 세개의 시가 합병되면서 다른 지역에 비해서도 비율적으로 많다. 사람들은 생활보호대상자가 되기를 희망하고 시에서는 어떻게든 생활보호 대상자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 도모노리는 동네북처럼 부려먹는 사람들과 더불어 일상적이고 힘든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한다.
그러는 과정에서 생활보호대상자가 되지 못한 사람과의 악연으로 죽음의 공포를 맛보게 된다.
두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도쿄에서의 대학생활을 꿈꾸는 여고생 구보 후미에다.
그녀는 친구와 함께 도쿄에 갔다가 유메노상류층은 비할바가 아닌 도쿄의 삶을 보고서 어떻게 해서든 도쿄로 대학을 가기 위해 열심히 공부한다. 그러는 와중에 길에서 어떤 사람에게 납치되고, 은둔형 외톨이인 납치범은 현실과 인터넷 게임 공간의 가상세계와 혼동을 하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인물이다.
감금되있는 후미에는 탈출할 수 있는 기회가 있지만 망설인다. 이미 자신이 납치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거고 어떤식으로든 자신의 존재가 알려졌을거고, 사람들의 억측이나 상상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유메노시에선 여고생이 납치된 것에 초점을 맞추고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브라질인들이 납치했다고 믿는 사람들도 생겨나게 된다.
세번째 이야기는 24살의 전기보완센터 세일즈맨인 가토 유야다. 전직 푹주족으로 노인들을 상대로 전원차단 장치가 고장났다고 하면서 교환해준다는 핑계로 비싸가 팔아먹는 사기행각을 벌인다. 어쨌든 과거의 어두운 삶에서 벗어나 조금은 좀 더 나은 삶을 살려고 노력한다.
네번째는 마트 식품매장의 좀도둑을 적발하는 보안요원으로 일을 하고 있는 사십대 이혼녀인 호리베 다에코다.
그녀는 아이들을 출가시킨 뒤 이혼해서 혼자산다. 마트 좀도둑을 잡다가 사이비종교에 빠진 여자를 구하려다 오히려 보완요원 일자리를 잃게된다. 현실이 힘든 다에코는 내세에는 좋은 일만 있기를 희망하며 사이비 종교를 믿게 된다.
다섯번째는 출세 가도의 야망을 안고 사는 재력가이자 시의원인 야마모토 준이치다.
군의원이던 아버지의 영향과 부를 안고 태어난 이유로 유메노 시의원과 함께 토지개발회사의 사장을 겸하고 있다.
비서와 바람을 피우는 준이치는 아내의 쇼핑중독과 히스테리를 말류하지 못하고, 게이타 형제와 얽혀들면서 이상하게 점점 꼬이게 된다.
이렇게 서로 연관이 없을 것 같은 인물들이 한 사건을 계기로 서로 만나게 된다.
꿈의 도시속에 등장하는 다섯명의 주인공 속에 혹은 그 주변인물들 속에서, 독자들 자신들을 혹은 주변 사람들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빈부의 겪차가 날로 심해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아무리 발버둥 쳐도 벗어나기 힘든 현실에 좌절하기도, 꿈을 갖기도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다섯가지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 속에서 사회현실과 문제들을 부담스럽지 않지만 조금은 불편하게 펼쳐 놓는다. 인터넷과 게임중독으로 인해 은둔형 외톨이가 늘어나고, 묻지마 범죄를 비롯한 납치와 감금, 하수상한 시절에 생겨나는 사이비 종교들간의 싸움, 정경유착, 조폭과 사업가와의 연계, 원조교제와 물질만능의 시대를 적나라하게 펼쳐 놓는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꿈의 도시"는 유메노 시와는 어울리지 않는듯하다. 처음에 제목만 봤을 때는 제목 그대로 꿈의도시라고 생가했는데, 꿈의 도시라고 한 것은 반어법적으로 쓰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어쩌면 꿈도 희망도 없이 살아가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그래도 꿈과 희망을 잃어버리거나 잊지 말라고 꿈을 꾸게하는 오쿠다 히데오식 이야기가 아닌가 한다.
역시나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은 지루하지 않고 즐겁게 읽게 만든다. 정신없이 읽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오쿠다 히데오의 이야기 속에서 펼쳐지는 사회 문제를 새삼 실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