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이야] 할 수 있다는 열정만 있다면...

팬이야 (반양장)
전아리 지음, 안태영 그림 / 노블마인 / 2010년 7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스무살의 끝자락인 스물 아홉과 서른살의 의미는 참 다르게 다가온다.

여기에 나오는 주인공 정운은 서른을 불과 얼마 남겨 놓지 않은 스물 아홉살의 아가씨다. 잘나가는 골드미스가 아닌 그냥 평범하다 못해 너무 수수해 보이는 어느 회사의 계약직 직원이다.

그녀는 나름대로 참기도 하고 주위사람들을 도와가며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고 생각하지만, 주위 사람들은 언제나 그녀를 이용하기만 한다. 그런 그녀를 주위 사람들은 착하다고 하지만 예전에 착하다는 개념과 지금의 착하다는 단어의 의미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그녀 자신도 잘 안다.

생일날 세번째 사귀었던 남자친구가 자신이 유부남이었다는 것을 말하면서 그녀의 삶이 다시한번 어그러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우연히 이벤트에 당첨된 정운은 그로 인해 최고의 인기아이돌 그룹인 "시리우스"의 팬이 되어 버린다.

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새는 줄 모르는다는 말처럼 우리의 주인공 정운은 "시리우스"의 팬클럽이 되어서 30만을 호가하는 콘서트 티켓도 사게되고, 가수와 만남에도 나가게 되고 정운을 알고있던 사람들이 설마 정운에게 저런면이 있었나 할 정도로 열정적이게 되어간다.

그런 와중에 주희라는 고등학교 골수팬을 만나게 되고, 방송국 PD와도 알게된다.

다소 지루했던 그녀의 일상이 시리우스의 팬이 되면서 달라지고, 처음으로 무엇엔가 열정을 쏟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 경험을 통해서 정운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법과 사랑받는 법, 열정을 찾게 되고 사람들 앞에서 초라하고 주눅들던 삶에서 당당해 진다. 그런 그녀의 변화에 주위사람들도 달라지게 되고 그녀 인생에도 변화가 시작된다.

 

평범하다 못해 지루해 보이는 정운의 일상이, 어느 날 열정적으로 바뀌어 자신이 주도적인 삶을 살아가는 정운.

자신의 인생에서 주변인으로 살다가 드디어 주인공이 된 정운을 보면서 같은 삶을 살더라도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서 삶이 많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다시한번 생각하게 됐다.

답답하기만 했던 정운의 일상이 조금씩 조금씩 변화되는 모습을 보면서 문득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말라. 너는 누군가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냐"라는 안도현의 시가 생각이 났다.

나는 과연 누군가에게 뜨거운 사람이었는지...

 

극중에서 "대체 어떻게 해야 확실한 삶의 범주안에 들어가는 걸까"라는 정운의 말이 뇌리에 박힌다.

확실한 삶이란 어떤 것인지...

자기의 삶에 주인공이면서 지금도 주변인처럼 조연처럼 살고 있을 나를 포함한 많은 정운이들에게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새는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새의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라는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서 나왔던 구절이 떠오른다. 평범한 일상, 주도적이지 못한 일상에서 벗어나서 온전한 자신을 찾으려면 분명 쉽진 않을 것이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열정만 있다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