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꺼기]

찌꺼기
톰 매카시 지음, 황소연 옮김 / 민음사 / 2010년 5월

푸른 바다를 단면으로 잘라 놓은 듯한 배경에 찌꺼기라는 글자가 찌꺼기 처럼 동동 떠다니는 표지가 단순하면서도 왠지 제목을 잘 표현한 표지 같은 생각이 든다.

내가 어느 날 돈벼락을 맞는다면, 로또에 당첨된다면, 이라는 생각만 해도 즐거운 상상을 누구나 한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찌꺼기> 등장하는 주인공 역시 우연히 돈 벼락을 맞았다.

이 책의 주인공은 이름이 없이 그냥 "나"다.

하늘에서 떨어진 정체를 알 수 없는 것에 맞아 기억이 반토막이 나버린 주인공은, 사고에 대해 발설이나 내가 사고를 당했다. 하늘에서 떨어진 알수 없는 것에 맞아 기억이 반토막 나버렸다. 왜 내가 사고를 당했는지 어떻게 되었는지 "나"라는 사람이 누군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사고에 대해 발설이나 기록을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850만 파운드라는 거금을 받게 된다. 하지만 기억이 반토막난 나는 감정은 점점 황폐해지고 행동도 부자연 스러워 진다.

보상금을 주식에 투자하고 건물을 구매한다. 그러던 나는어떤 순간에 데자뷰 현상을 경험하게 되고, 자신의 반토막난 기억에 맞춰 모든 것을 움직이게 된다. 이이러니하게도 자신의 기억을 반토막나게 한 첨단기술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모든 것이 가짜라는 생각은 사라지지 않는다.

여기에서 돈은 곧 권력이다. 권력을 가진 주인공인 나는 부당한 지시를 해도 사람들은 받아들이고 행한다.

주인공의 집착은 결국에는 광기가 되고, 진실을 향하면서도 결국에는 현실과 환상을 구분하는 분별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어느 날 우연히 살인사건 현장을 지나게 되고, 주인공은 그 살인사건마져 재현하게 된다.

그러면서 재연의 목적은 진짜가 되는 것이라고 한다. 내가 만들어 낸 가짜 재연극 속의 주인공이 말하는 진짜는 무엇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아주 오래 전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던 짐 캐리가 주연한 영화 <트루먼 쇼>가 생각이 났다. 그러고 보니 이 책의 표지가 배를 타고 셋트로 짜여진 푸른 바다를 노를 저어 가던 트루먼이 연상된다.

 <트루먼 쇼>의 주인공은 완벽하게 준비된 세트 안에서 전 세계에 성장과정이 반영되고 자신만 모른채 살아가던 삶에서 진정한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게 주된 것이었다면, <찌꺼기>에서는 자신의 삶을 잃어버린 주인공이 만들어 낼 삶을 통해 자신을 찾고자 한다.

 

<찌꺼기>에스는 주인공의 이름이 끝까지 "나"로 나온다. 그렇다면 여기서 주인공의 이름을 밝히지않고 "나"라고만 한 이유는 뭘까?!
어쩌면 저자는 "나"라는 주인공을 이 책을 읽고 있는 독자들을 염두에 두고 쓰지는 않아는지 생각하게 만든다.
나라는 인물을 제3자로만 바라본다면 뭐 이런이상한 사람이 있나로 생각할 수 있지만, 나를 진짜 나라고 본다면 그 느낌은 사뭇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