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마릴린 - 이지민 장편소설
이지민 지음 / 그책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이 소설은 두 장의 사진으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한 장은 한국전쟁 직후 위문 공연을 왔던 마릴린 먼로 사진과 다른 한 장은 유엔군과 북한 포로 사이에서 통역을 하던 여자 통역사 사진이라고 한다.

그 두 사진을 가지고 전쟁을 겪지 않은 작가가 우리민족의 비극인 6.25에 대해서 이야기를 펼쳐 놓는다.


 

 54년 2월 한국전쟁 직후 위로 차 방문했던 마릴린 먼로를 통역하게 위해 만나게 된 앨리스(본명은 김애순)는 섹스심벌인 마릴린과의 3박 4일 동안의 여행 동안 통역사로 함께하면서 그녀의 과거와 현재를 넘다드는 이야기가 이제부터 펼쳐진다.

앨리스라 불리는 김애순은 회색으로 변해버린 머리를 감추기 위해 맥주로 머리를 감아 노란 머리로 물들이고, 화상을 감추기 위해 검정 레이스 장갑을 끼고 다니고, 자주색 물방울 무늬 스카프를 목에 감고 범상치 않은 옷을 입고 다니는 그녀는 왠지 정상적인 인물로 보이지 않고 정신 나가 보이기도 하고 우스꽝스런 모습이 기괴해 보인다.

김애순은 미술을 전공하고 일본으로 유학까지 갖다온 신여성이어지만 해방 후에는 인민군을 위해 스탈린 초상화를 그렸고, 전쟁이 끝난 뒤에는 미군정을 이해 일하고 있다. 전쟁 때 겪은 일 때문에 머리가 새 하얗게 새어버린 것과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는 거품을 물고 정신을 놓기도 한다. 그런 앨리스를 보고 사람들은 각양각색의 추측을 하지만, 앨리스는 양공주처럼 몸을 팔지 않으면서도 미군들에게 돈을 받고 일하는 유일한 여자로 미군부대에서 타이피스트로 일하고 있다.


 

앨리스는 마릴린 먼로의 통역을 맡게 되면서 자신의 과거 속으로 들어가게 되고 3박 4일의 과정에서 자신이 사랑했던 두 남자들을 만나게 된다.

유부남이자 앨리스의 첫사랑인 여민환과 그의 친구이자 앨리스의 영어선생님이기도 한 두 번째 남자 선교사 조셉 그렇게 3명의 만남은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 앨리스가 왜 그렇게 변하게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전쟁중에 아이를 죽게 만든 트라우마에서 자살도 시도하고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앨리스의 모습을 마릴린 먼로와 함께 수면제를 먹지 않으면 잠을 자지 못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전쟁을 겪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죽고 이념에, 삶에 희노애락을 모두 겪어버린 세대들...

앨리스는 “전쟁이 우리의 영혼을 관통했다는 사실을 우리만 인정하지 않으면 그만인 것이다”라는 자조섞인 말로 자신의 현 상황을 보여주는 듯하다.


 

처음에는 마릴린 먼로가 우리나라에 왔었다는 건 작가의 픽션인 줄만 알았다. 이 책을 통해서 마릴린 먼로가 한국전쟁이 끝나고 우리나라에 위문 차 왔다는 것과 먼로의 한국 방문 때 군복 입은 모습의 사진들을 인터넷을 검색해서 접하게 됐다.

영원한 섹시스타로 우리에게 기억되는 마릴린 먼로의 모습과 함께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지만 전쟁의 잔인함과 폐허를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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